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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배현수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조유진은 뭔가 확인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혹시 다른 사람과 결혼할 거예요? 현수 씨가 다른 사람과 결혼반지를 끼는 꿈을 꿨어요.”

배현수는 겉으로는 덤덤한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커플링까지 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결혼하겠어?”

길쭉한 약지에 확실히 은반지를 끼고 있었다.

밤새 마음이 불안했던 조유진도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들어 약지의 은반지를 눈앞에 흔들었다.

“나도 끼고 있어요. 그런데 이 은반지를 너무 오랫동안 껴서 다 산화된 것 같아요. 바디워시로 깨끗하게 안 씻기고요. 치약으로는 좀 깨끗하게 닦을 수 있을까요?”

“종이 호일에 소금 한 숟가락을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잠시 담가두면 표면의 산화물이 사라질 거야.”

조유진은 처음 듣는 방법이었다.

“정말요?”

배현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응, 전기화학 반응이야. 호일에 소금을 넣으면 알루미늄이 좋은 촉진제가 되거든, 그러면 소금이 제공하는 전해질 환경에서 산화은을 은으로 환원시켜. 그리고 뜨거운 물은 실험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어. 세척하고 나면 은반지가 광택이 날 거야.”

조유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배 대표님은 교과서 지식을 생활 팁으로 잘 사용하시네요.”

하지만 이 은반지는 너무 낡았다.

당초 배현수가 선물한 것이라 조유진은 계속 소중히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높은 지위에 있는 지금의 배현수에게 약지에 낀 은반지는 왠지 그의 신분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조유진은 컬러가 변하지 않는 플래티넘 반지를 사서 커플링으로 선물할까 생각 중이었다.

백금은 금속의 성질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색이 변하거나 산화가 되지 않는다. 꼭 마치 그들의 감정처럼 말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 은반지처럼 좋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머릿속의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입이 먼저 움직였다.

“나와 선유를 보러 스위스에 오면 선물 하나 줄게요.”

“무슨 선물?”

밀당하는 조유진도 꽤 오랜만이다.

“일단 비밀이에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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