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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배현수는 고개를 숙여 약지에 낀 반지를 그윽하게 바라봤다.

그러고는 백소미에게 말했다.

“오늘 밤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네.”

...

한밤중이었지만 조유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 낮에 잠을 많이 잔 탓에 밤이 되자 오히려 졸음이 싹 가셨다.

저녁에 엄창민은 스위스 비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만약 급하면 내일 바로 스위스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조유진은 많이 서운했지만 성남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내일 오후에 출발하기로 약속했다. 드래곤 파가 또 무슨 일을 저질러 선유에게 위협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배현수에게 이미 전화 한 통 했다.

또 걸면 하루에 두 번 전화를 건 셈이다.

사실 조유진은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라도 상대방에게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되었다. 늦은 시간이라 배현수가 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평소 적극적인 조유진이 아니었지만 몸이 뇌보다 더 성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배현수가 진짜로 자고 안 받아도 상관없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화가 잠시 울리더니 정말로 연결되었다.

조유진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얼굴에 희열이 스쳐 지났다.

배현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

“아직도 일해요? 왜 아직 안 자요?”

지금은 새벽 2시이다.

보통 때라면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배현수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담배에 그을린 듯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잘 준비 중이야. 너는? 왜 아직도 안 자는데?”

“잠이 안 와서요. 창민 오빠가 그러는데 비자가 나왔대요. 내일 오후에 나와 선유를 스위스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현수 씨... 는요? 우리를 배웅하러 올 수 있어요?”

“내일 오후에는 못 갈 것 같아.”

일부러 미루는 거절하는 것이 아니다.

대제주시에 이제 막 도착한 상황이라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조유진 또한 그가 바쁜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운한 내색은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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