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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강이찬의 목소리는 너무 울어 진작 쉬어 있었다.

“미경 씨, 제발 나를 떠나지 마요... 잠깐만 이렇게 안아줘요. 잠깐만.”

잠깐이라도 상관없다.

심미경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를 살며시 껴안았다.

강이진은 참혹하게 죽었고 이 죽음은 심미경과 관계가 있다.

천우 별장에서 돌아왔을 때까지 심미경은 마음이 뒤숭숭했고 등골이 오싹했다.

자고 일어났을 때는 한밤중이었고 온몸은 펄펄 열이 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끼어든 것은 심미경이 가장 후회했던 일 중 하나이다.

다음날 오후까지 잤더니 땀이 나면서 열이 내렸다.

강이찬에게 2천만 원을 송금했다.

이 돈은 강이찬이 그녀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라고 빌려준 돈이다.

그때 아버지가 위암에 걸려 어디서 돈을 빌릴지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강이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뜻밖에도 대범한 이 후원자는 바로 빌려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이 없었지만 흔쾌히 2천만 원을 송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이찬은 한 번도 그녀에게 이 돈을 갚으라고 한 적이 없었다.

아마 강이찬도 이 일을 잊은 것 같다.

하지만 심미경에게 있어 그들의 이야기는 이 2천만 원에서 시작된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에 따라 끝도 그곳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만약 그의 여동생 강이진이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일들에는 만약이라는 가설이 없다.

...

성남 공항.

엄창민은 커피 한 잔을 사 조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비행기 탑승까지 30분 남았는데 배현수 씨에게 다시 전화해 보는 게 어때?”

조유진은 뜨거운 라떼를 들고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어젯밤 한밤중에 전화했어요. 지금쯤 회의 중이라 통화하기 불편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통화하고 싶지만 단지 핑계를 대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을 것도 아니기에 그렇게 슬퍼할 필요는 없다.

가는 길에 가장 흥분한 사람은 선유였다.

녀석은 밖에 나가 노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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