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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조유진의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

그녀를 내려다본 배현수는 담백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중독됐다면 지금쯤 엄 어르신처럼 쓰러져 있지 않았을까?”

배현수는 얼굴의 감정을 빈틈없이 숨기고 있었다.

별다른 기색이 보이지 않자 조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엄준이 혼수상태인 것을 떠올리니 기분이 너무 우울했다.

“어르신이 중독된 거라면 해독제는요?”

“글쎄...”

배현수가 잘 모른다는 것은 엄준이 진짜로 위독하다는 뜻이 아닐까?

순간 조유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다.

엄준은 그녀 생명의 은인이자 처음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다. 혈연관계는 없었지만 엄준과 함께 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배현수는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어르신이 걱정돼서 그래?”

“네, 어르신이 나를 구해주기도 했고 병도 치료할 수 있게 미국에 보내줬어요. 치료하는 동안 너무 힘들어서 버티지 못할 뻔한 적도 많아요. 그때 만약 어르신의 응원이 없었더라면 나는 진작...”

엄준은 마치 친아버지처럼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그녀는 예전에 충남 시장의 딸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가족애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조범의 딸로 살면서 더 많은 것들이 그녀를 억압하고 있었고 그것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같았다.

공해 바다에서의 큰 폭발로 조범은 죽었다. 슬픈 마음도 있었지만 감개무량한 감정이 더 컸다. 이렇게 악랄한 사람은 언젠가 분명 지옥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준처럼 자상한 사람은 절대 죽으면 안 된다.

물론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던 두 사람에게 짧은 이별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스위스라는 이 나라는 너무 멀어 왠지 모르게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조유진은 투정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배현수를 보고 있자니 며칠 동안 쌓인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코끝이 찡하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고 싶지 않아요. 대제주시도 싫고 성남도 싫어요. 스위스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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