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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조유진은 배현수의 목을 껴안으며 떠보듯 말했다.

“배현수?”

그러자 배현수는 조유진의 허리를 꼬집었다. 그러고는 실망스러운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고작 그거야?”

무슨 말이 듣고 싶은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러나 명분이 서지 않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었다.

어떤 일들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넘어간 것이 아니다.

너무 잘 알지만 서로 암묵적으로 쉽게 그 얘기를 하지 않을 뿐이다.

조유진은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 단어를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대고 한마디 했다.

“선유 아빠?”

듣기 싫은 단어는 아니었지만 배현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유 아빠...

이 호칭은 ‘선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버지가 딸에게 기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던 배현수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조유진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한마디 했다.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호칭이 듣고 싶은 거예요?”

덤덤한 한마디였지만 침대 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했다.

사실 조유진도 이런 순간에 일부러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분위기를 망치기 때문이다.

배현수의 얼굴도 눈에 띄게 굳어졌다. 눈빛에는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미안한 감정이 스쳐 지났다.

그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조유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선유가 엄씨 사택에 혼자 있어서 마음이 안 놓여요. 아무래도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손을 뻗어 침대 좁은 탁자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는 홈 화면을 클릭해 시간을 보았다.

새벽 1시였다.

“30분만 더 있다가 1시 반에 갈게요. 참, 현수 씨는 언제 대제주시로 갈 거예요?”

조유진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덤덤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배현수에게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배현수는 그녀 눈빛 속에 있는 허무함을 바로 캐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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