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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높은 권력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대부분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음침하고 통제욕이 강하다.

게다가 술에 취하면 도도하고 악질적인 취미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한 부하가 아랫사람에게 지시해 시뻘건 가마를 들고 연회장에 들어왔다. 매우 경사스러워 보였다.

그때 조범은 아직 충남시장이 아니었다. 그저 어느 한 구만 담당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은 굽신거리며 아부했다.

“다음 선거는 꼭 조 시장이 될 거라는 믿음과 확신으로 가마를 갖고 왔습니다. 조 시장님, 타십시오. 이거 타면 분명 승승장구할 겁니다.”

조범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척했다.

“아직 이름도 안 나왔는데요. 정 대표님, 너무 일찍 부르시는 거 아닙니까?”

정 대표는 술을 한 잔 따라서 조범에게 다가가며 극구 칭찬했다.

“조 시장님, 올라간 후에 가마를 멨던 저희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술자리에서 그 무리는 소란을 피우며 조범을 끌고 가마를 태웠다.

“자, 자, 자, 가마를 들어!”

“우리 몇 명이 가마를 멘다고요? 그런데 가마를 오를 때 인간 계단을 만들어 줄 일꾼이 따로 있어야죠? 너, 이리 와봐!”

그 사람은 구석에 서서 생일 케이크를 들고 종업원과 함께 서 있는 소년을 가리켰다.

다름 아닌 열일곱 살의 배현수였다. 나이는 어렸지만 온몸에서 도도한 기운이 풍겼고 기세가 등등했다.

움직이지 않자 그 사람은 언성을 높였다.

“귀머거리야? 너 부르잖아!”

옆에서 기다리던 배희봉은 얼른 다가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 대표님, 가마를 메는 것은 저 같은 운전기사들이 더 잘해요. 저 아이는 내 아들인데 어린애라 아직 철이 없어요. 어린 애와 따지지 말고 저를 시키세요.”

말을 마친 배희봉은 가마 앞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더니 얼굴을 푹 파묻고는 전전긍긍하며 무릎을 꿇었다.

조범은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구두를 신은 채 배희봉의 굽은 등을 한 발로 밟았다.

조범이 가마에 오르자 연회장은 환호성으로 달아올랐다.

무릎을 꿇고 인간 계단을 만든 운전기사 배희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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