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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딸깍.

작고 밝은 불꽃이 반짝 피었다.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인 배현수는 담뱃갑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엄창민에게 던졌다.

엄창민은 일단 받긴 했으나 피울 생각이 없었다.

“평소에 담배를 안 피워서요.”

배현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엄창민 씨의 인생에 유진이를 얻지 못하는 것 말고는 다른 걱정거리는 없었을 것 같은데.”

농담인 듯 아닌듯한 말투였지만 결코 경멸스럽지는 않았다.

“지금 잘난 척하는 거예요?”

“부러워요.”

차 옆에 기댄 배현수는 입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윽한 이목구비가 희미한 연기에 가려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아주 담백하게 한마디만 내뱉었을 뿐이었다.

잠시 멍해 있던 엄창민은 이내 피식 웃었다.

“내가 부럽다고요? 나에게 있는 것은 배현수 씨도 다 갖고 있잖아요. 나에게 없는 것까지도 다 갖고 있고요. 뭐가 부러운데요? 내가 자유로운 게? 그래서 혼자인 게?”

엄창민을 힐끗 본 배현수는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말했다.

“시간이 많은 게 부러워요. 유진이를 얻지 못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옆에서 평생 지켜줄 수 있잖아요.”

조롱인 듯하면서도 진심인 것 같았다.

엄창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내가 아무리 스위스에 유진이와 선유를 데려가려 한다고 해도 유진이와 선유가 저를 따라오지 않을 거예요.”

배현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했다.

“같이 갈 거예요. 그건 내가 설득할 수 있어요.”

정말 싫다고 하면 납치해서 보낼 수도 있다.

엄창민은 배현수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어떻게 설득할 건데요? 유진이를 속이기라도 하려는 거예요?”

“속여서 떠날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남은 인생을 안전하게 보낼 수만 있다면 거짓말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엄창민은 점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남에 엄씨 가문이 있는 한, 유진이를 건드릴 사람은 없어요.”

“드래곤 파가 접근할 거예요.”

고개를 든 배현수의 눈빛에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엄창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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