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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선유를 씻기고 아이도 이제 잠들었지만, 마당에는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예지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조유진은 샤워를 마치고 파록세틴을 챙겨 먹은 뒤 선유의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뒤척여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켜보니 벌써 자정이 넘어있었다.

배현수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생각에 잠겨있던 찰나 정원으로부터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

별장 안으로 들어오자 푹신한 고양이 침대에서 곤히 잠든 예삐가 눈에 들어왔다.

1층 거실 모퉁이에는 조유진의 작은 흰색 캐리어가 놓여있었다.

마치 잠시 이 집에 머무는 여행객인 것마냥 언제든지 집을 떠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골격이 분명한 손가락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캐리어 위에는 작은 노트 하나가 놓여있었다. 아마 넣어두는 것을 깜빡한 모양이다.

조유진에게는 항상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배현수도 잘 알고 있었다.

배현수가 닥치는 대로 노트를 펼쳐보았다.

그 안에는 요 며칠 동안 그들이 했던 모든 일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첫날, 채권자 사장님께 잘 자라고 저녁 인사하다.”

“두 번째 날, 채권자 사장님 친구와 저녁 식사하다.”

“세 번째 날, 채권자 사장님과 저녁 파티에 참석하다.”

...

조유진의 서술 속에서 배현수는 그저 채권자일 뿐이다.

배현수가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

요 며칠 동안 너무 사이좋게 지내왔던 터라 하마터면 조유진은 지금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잊을 뻔했다.

결국, 조유진은 그저 건성으로 배현수에게 맞춰주고 있을 뿐이다.

일기장을 쥐고 있던 손이 점점 창백해져 갔다.

같은 시각, 잠옷을 입고 있는 조유진이 나무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집안에는 작은 무드등 하나만 켜져 있어 희미하고 노란 조명이 무척 암담하였다.

배현수가 아래층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본 조유진은 예지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먼저 관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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