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0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1-31 19:00:00
「인제 와서 갑자기 얼굴을 공개하는 건 또 무슨 뜻이래? 누가 봐도 돈 뜯어내려고 하는 거잖아. 그런데 너무 예쁘셔서 이분은 사기 쳐도 인정이다.」

「햇살 여보! 저와 결혼해주세요!」

「흑흑흑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 있지? 언니 드라마에 출연해주시면 안 돼요? 최근에 소설 원작 드라마 주인공이 너무 못생겨서 봐줄 수가 없다고요. 언니 진짜 소설 속에 맑고 차가우면서 희고 고운 백화와도 같은 캐릭터 이미지와 너무 어울려요! 언니! 진짜 저 사랑해주세요!」

...

곧 그녀가 올린 영상은 알고리즘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영상 업로드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남초윤은 바로 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간판을 달고 가장 먼저 이슈를 포착하여 영상을 편집해 기사를 내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영상은 곧바로 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게 되었다.

이윽고 조유진의 기본 정보도 네티즌들에 의해 낱낱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대제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7학번에서 소문난 얼짱 미인.

그러자 댓글 창에서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씁하씁하! 언니가 명문대 출신이라니!」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고학력 출신이 엄청 드문데 바로 입덕합니다! 진짜 화면에서 못 빠져나올 것 같아요.」

「17학번 얼짱이셨구나. 어쩐지 예쁘시더라.」

「저와 결혼해주세요. 제발요!」

「언니 빨리 데뷔해주세요! 언니 얼굴은 정말 모든 로맨스 소설 속 맑고 여린 백화 여주 캐릭터 이미지와 어울려요!」

...

다른 한편, 배현수가 예지은의 일을 처리하고 차에 탑승하자마자 틱톡으로부터 알림 하나가 떴다--

구독하신 「조햇살」님께서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 하였습니다.

배현수가 전에 조햇살 계정을 구독한 적이 있으므로 알림이 뜨는 것이었다.

무의식 간에 알림을 클릭하여 계정으로 들어갔다.

배현수는 그녀가 전에 올렸던 영상들을 계속하여 꼬박꼬박 챙겨봤었다.

하지만 오늘 밤 업로드된 영상은 이전에 업로드했던 영상들과 달랐다.

조유진이 얼굴을 공개한 것이다.

오늘 영상의 좋아요 수와 공유 수는 전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늘었다.

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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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를 씻기고 아이도 이제 잠들었지만, 마당에는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예지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조유진은 샤워를 마치고 파록세틴을 챙겨 먹은 뒤 선유의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하였다.하지만 아무리 뒤척여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핸드폰을 켜보니 벌써 자정이 넘어있었다.배현수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설마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생각에 잠겨있던 찰나 정원으로부터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별장 안으로 들어오자 푹신한 고양이 침대에서 곤히 잠든 예삐가 눈에 들어왔다.1층 거실 모퉁이에는 조유진의 작은 흰색 캐리어가 놓여있었다.마치 잠시 이 집에 머무는 여행객인 것마냥 언제든지 집을 떠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골격이 분명한 손가락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다.그녀의 캐리어 위에는 작은 노트 하나가 놓여있었다. 아마 넣어두는 것을 깜빡한 모양이다.조유진에게는 항상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배현수도 잘 알고 있었다.배현수가 닥치는 대로 노트를 펼쳐보았다.그 안에는 요 며칠 동안 그들이 했던 모든 일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첫날, 채권자 사장님께 잘 자라고 저녁 인사하다.”“두 번째 날, 채권자 사장님 친구와 저녁 식사하다.”“세 번째 날, 채권자 사장님과 저녁 파티에 참석하다.”...조유진의 서술 속에서 배현수는 그저 채권자일 뿐이다.배현수가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요 며칠 동안 너무 사이좋게 지내왔던 터라 하마터면 조유진은 지금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잊을 뻔했다.결국, 조유진은 그저 건성으로 배현수에게 맞춰주고 있을 뿐이다.일기장을 쥐고 있던 손이 점점 창백해져 갔다.같은 시각, 잠옷을 입고 있는 조유진이 나무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집안에는 작은 무드등 하나만 켜져 있어 희미하고 노란 조명이 무척 암담하였다.배현수가 아래층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본 조유진은 예지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먼저 관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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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2화

    이 약은 양극성 정동장애를 치료하는데 비교적 효과적이지만 단점은 부작용이 무척 심하다는 것이다.조유진이 바다로 뛰어든 후 배현수는 그녀가 죽은 줄 알았었다.그해 배현수는 절대 이 약과 떨어져 지낼 수가 없었고 약을 먹고 토한 적도 상당히 많았다.책상 위에 놓여있는 조유진이 벗어둔 핑크 다이아몬드를 보자니 더욱 심란하고 짜증 났다.그때 배현수가 갑자기 손에 쥐어져 있던 약병을 벽에 힘껏 내동댕이쳤다.약들이 한가득 쏟아져 나왔다.배현수는 눈을 질끈 감고 쏟아진 약을 밟으며 곧장 욕실로 향했다....조유진은 선유의 방에 누워있었다.한참을 기다렸지만, 오늘 밤은 배현수가 그녀를 안고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조유진은 선유의 말캉한 작은 몸을 꼭 끌어안고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조유진이 인천으로 가는 전날 밤.배현수와 육지율은 불야성 바에서 취기를 빌렸다.한잔에 이어 또 한잔.육지율은 배현수를 힐끗 바라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기 시작했다.“얼마 전에는 내 앞에서 그렇게 연애질을 하더니 이제 며칠 됐다고 이러는 거야? 그 말이 뭐더라... 음... 연애질할수록 빨리 죽는대.”배현수는 술잔을 쥔 채 손가락에 힘을 꽉 주며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넌 곧 이혼하는 마당에 빨리 죽는다고 하더라도 네가 나보다 빨리 죽겠지.”“... 허, 난 지금 이혼을 하는 입장이고 넌? 넌 결혼이나 해봤냐? 조유진이 너한테 명분을 준 적이 있기는 해?”명분이 서지 않으면 말에도 이치가 맞지 않는 법이다.이렇게 생각하니 육지율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아무리 남초윤이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법적으로는 육지율이 남초윤의 합법적 남편이고 반쪽이다.육지율한테는 엄연히 법적 증명이 있다는 소리다.육지율이 끝까지 이혼을 동의하지 않는다면 김성혁은 결국 모두가 질타하는 상간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배현수라면... 그와 조유진 사이에는 이미 아이도 있지만, 아이를 통해 바뀐 건 없는듯하다.언제든지 성남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조유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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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3화

    늦은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선유와 조유진은 블루마블 게임을 하고 있었고 신나게 게임을 하며 맛을 들인 상태라 늦게까지 자지 않고 있었다.마지막 판을 놀고 선유가 입을 삐죽이며 투정을 부렸다.“아빠는 정말 왜 아직도 집에 안 들어오시지? 엄마 내일이면 아부를 떨기 위해 인천으로 가는데 나와 블루마블 게임도 안 놀아주시고. 엄마, 아빠 어디 가셨어요?”조유진이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이 다 되어가는데 배현수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오늘 일이 많으셔서 바쁜가 봐. 엄마랑 씻으러 가자. 너무 늦었어. 이제 자야지.”요 며칠 동안 조유진은 항상 선유 방에서 잠을 잤기에 배현수와 그녀 사이의 교류는 거의 0이었다.그러나 조유진은 배현수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선유는 조유진의 품속에 파고들며 입을 열었다.“엄마, 우리 아빠한테 전화해요. 나 아빠가 보고 싶어요. 저와 싸운 지도 엄청 오래됐다고요.”“...”선유의 칭얼거림에 조유진이 웃음을 터뜨렸다.“아빠가 너한테 잔소리를 안 하시는데 서운해?”“요 며칠 동안 아빠도 맨날 밥을 남기시고 내가 밥을 남겨도 뭐라 하시지 않는다고요. 요즘 아빠가 너무 이상해요! 게다가 제가 밥을 먹으면서 계속 수다를 떨어도 뭐라 하지 않으세요.”선유는 작은 두 손을 펴고 입을 삐죽이며 서운하다는 얼굴이었다.선유가 전화해보자고 말을 꺼냈으니 조유진도 거절하기 어려웠다.마침 배현수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남초윤으로부터 카톡이 왔다.「나 육지율 인스타에서 본 게 있는데 너한테 보여줄지 말지 엄청나게 고민했거든? 근데 나까지 너한테 비밀로 하고 널 속이는 건 도무지 아닌 것 같아서 결국 알려주기로 했어.」이윽고 남초윤이 보낸 건 다름 아닌 사진이었다.뒷모습뿐이었지만 조유진은 그 사람이 배현수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사진 속의 배현수는 낯선 여자의 차에 탑승하고 있었다.반쯤 내려진 차 유리창 너머로 운전석에 앉아있는 여자는 배현수를 바라보며 환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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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4화

    배현수의 말에 조유진은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한 쌍의 젊은 남녀가, 남자는 잘생겼고 여자는 예쁘게 생겼는데 두 사람 모두 성 기능이 정상적이고 밤새 함께 있었다면 손만 잡고 수다를 떨리는 없지 않겠는가?조유진은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단번이 배현수의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배현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혼자 택시 잡고 갈 수 있어요.”“이 근처는 모두 빌라라 택시 잡기가 힘들 거야. 내가 서정호더러 데려다주라고 할게.”배현수는 항상 강압적이었다.이윽고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조유진을 지나쳐 자리를 떠버렸다.조유진은 그 순간 그의 몸에서 복합적인 술담배 냄새와 은은한 향수 냄새를 맡았다.치자나무 꽃향기였고 여자 향수 향이었다.그 순간, 계속하여 이성을 부여잡고 있던, 그렇게 강인하게 잘 버텨오던 조유진의 마음속의 방어선이 그대로 무너져내리고 말았다.긴 손끝이 저도 모르게 계속하여 손바닥을 파고 들어갔다.조유진은 잠시 목을 가다듬고 다급하게 배현수를 불러세웠다.“배현수.”배현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새로운 인생계획이 있다면 꼭 선유한테 알려줘요. 그리고 선유와 얘기도 많이 나눠주고요.”조유진은 선유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이 말은 배현수의 귀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들렸다.그에게 무슨 새로운 인생계획이 있겠는가?입술을 달싹이던 배현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22날 후... 아니, 21날 후 대제주시를 떠나고 산성 별장을 떠날 때 선유한테 어떻게 말할지나 잘 생각해봐. 이건 네가 직접 선유한테 설명해.”배현수는 아직 선유의 감정을 신경 쓸만한 정력과 체력이 부족했다.그리고 조유진이 대제주시를 떠나고 산성 별장을 떠나게 될 일은 선유보다 배현수가 더욱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조유진이 떠나기로 했으니 선유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는 조유진의 일이었다.이 말을 남긴 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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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5화

    안방 입구 마루에는 블랙카드 한 장이 놓여있었다.조유진이 돌려준 것이었다.배현수도 자연스레 그녀의 뜻을 알고 있는지라 허리를 숙여 블랙카드를 주었다.조유진이 살아 돌아오면서부터, 그들이 다시 재회하면서부터 항상 배현수가 갖은 수단으로 그녀를 자신의 곁에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배현수의 곁에 머물러 있다고 하더라도 가끔 보이는 미소마저 배현수가 채권자이기에 기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일 것이다.조유진은 단 한 번도 떠나려는 마음에 대해 흔들린 적이 없는 것이다.어젯밤, 배현수는 송지연한테서 심리상담을 받았었다.송지연의 말이 맞았다. 배현수가 조유진에 대한 감정은 이미 평범한 사랑이 갖추어야 할 형태를 벗어나 버렸다.조유진이 다른 사람과 엮이기만 한다면 나타나는 파멸적인 소유욕은 결국 서로를 망쳐버릴 것이다.이런 파멸성은 양극성 정동장애 하에서 더욱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어젯밤 송지연이 배현수한테 조유진을 상대하여 폭력이나 강압적인 수단을 쓴 적이 있냐고 물었다.배현수도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엄창민이 조유진을 데리고 성남으로 돌아가려 할 때 그가 조유진을 차에 가둬놨었다. 조유진의 반응이 과격하지만 않았다면 배현수도 자신이 어디까지 행동했을지 짐작 가지 않았다.일이 다 끝난 후 이성을 되찾고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너무 쓰레기 같은 짓이었다.그 뒤로 배현수가 조유진을 터치하려 하면 조유진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었다. 배현수는 그때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놀라게 하여 어떤 트라우마라도 남은 건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배현수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잃고 양부 배희봉의 보살핌 하에 자라왔다. 그 뒤로 조유진을 만난 뒤 배현수는 자신의 모든 열정적인 사랑을 조유진에게 쏟아부었다. 그래서인지 배현수는 계속하여 조유진이 아무리 온정희를 위한 일일지라도 자신을 배신한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듯했다.배현수가 조유진에 대한 감정은 무겁고 혼탁하며 그 감정 속에는 수많은 기분 나쁜 집착과 소유욕이 뒤섞여있다. 그 소유욕과 집착은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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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6화

    「정말 다이빙 때문에 열난 거 아니죠? 병원은 다녀왔을까요?」「아직 촬영장에 있겠죠. 너무해, 남자 출연자 3호분 사람 보는 눈이 없네요. 계속 관심을 받지 못하더니 차라리 아예 중도에 하차하시죠!」「음... 남자 출연자 2호분이 조햇살 님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선택 안 하는 거죠? 이해가 안 되네요.」「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인기를 얻기 위해 무슨 수단이든 가리지 않아요! 조햇살 님 심해 공포증이 있어 바닷가에 가기 싫다고 했는데 남자 출연자 3호분이 심리적 공포와 맞서 싸워야 된다면서 일부러 서핑하러 데려갔잖아요!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제작진은 왜 나 몰라라 하는 건데요? 서핑할 때 보니 조햇살 님이 창백한 얼굴로 떨고 있는 거 느껴지던데! 근데 남자 출연자 3호분은 왜 그리 겁이 많냐고 하시잖아요!」「그러게요! 저는 달콤한 연애를 보고 싶은 거지 이런 조작된 연애는 보고 싶지 않아요!」「남자 출연자 2호분은 성격 좋아 보이시던데. 햇살 님이랑도 어울려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어이없을 정도로 햇살님을 선택 안 하시잖아요. 딱 봐도 짜여진 각본 같아요. 햇살 님을 좋아하면서 일부러 여자 출연자 1호분을 선택한 것 말이에요.」「햇살 님 빨리 중도 하차하세요! 남자 출연자 3호분 생긴 것도 그렇고 성격도 별로예요! 여자 출연자 세분이 아까워요!」...이런 댓글을 보던 배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서정호에게 전화했다.“여보세요, 대표님?”“하트 시그널 제작사가 어느 회사인지 알아봐.”“네.”배현수는 잠깐 망설이더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말했다.“인천으로 가는 티켓 하나 끊어줘.”“지금요?”“왜, 무슨 문제 있어?”“이렇게 늦은 시간에 항공편이 없을 텐데요...”평소에 대제주시에서 인천까지 운전해서 가려면 다섯 시간 정도 걸렸지만, 저녁에는 차가 막히지 않아 속도를 내면 네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지금은 저녁 11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아침이 밝기 전에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배현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바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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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7화

    저녁 12시, 인천시 무의도에는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왔다.조유진은 바닷가 별장 3번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촬영에 임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오늘, 시즌2 촬영이 시작되었다.촬영하기 전부터 아무한테도 선택받지 못하는 캐릭터로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세 남자 출연자 분한테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하지만 권 여사는 선택받지 못한 여자 출연자는 다이빙이라는 벌칙을 받아야 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9월은 이미 가을 날씨라 섬 온도는 육지보다도 더 낮았다.더군다나 요 며칠 무의도 쪽은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흐려 겉옷을 입어도 추웠다.출연료 2억 원을 위해 조유진은 이를 꽉 깨물고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뼈가 시릴 정도로 찬 수영장에서 나오자마자 연신 재채기를 하더니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한밤중에 고열이 39도까지 달했다.그녀는 어질어질한 상태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누워있었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온몸에 힘이 빠진 조유진은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누구세요?”“2번 방 로다에요. 감기 걸리신 것 같은데 약 가지고 왔어요.”조유진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힘겹게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로다는 감기약을 건네주면서 사시나무 떨듯 떠는 조유진을 관심해주었다.“병원에 가보실래요? 많이 심하신 것 같은데.”조유진은 코막힌 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약 먹고 한숨 자면 괜찮아질 거에요. 병원에 가려면 배 타야 되잖아요.”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까지 불어 섬에는 배가 운행 중단되었다.감기 걸린 조유진의 나약한 모습은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일으켰다.로다는 원래 조유진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방송 효과로 대본에 따라 그녀를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지금 조유진을 보고 있자니 보호 본능이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저도 벌칙순서가 있는지 몰랐어요. 알았다면 대본을 어기고 햇살 씨를 선택했을 거예요. 죄송해요, 다음에는 꼭 햇살 씨를 선택할게요.”조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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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8화

    조유진은 고열로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환상을 본 줄만 알았다.‘배현수가 왜 이곳에 있어? 이 늦은 시간에 배도 끊겼겠는데...’그녀는 무력하고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설마 몽유하고 있는 거야? 현수 씨가 나한테 몽유 버릇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네.”그 순간 조유진은 눈을 감은 채 힘이 쭉 빠져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배현수는 팔을 뻗어 조유진과 이불을 함께 들어 안아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조유진은 고열로 의식마저 잃은 상태였다.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을 때 거의 끓고 있었다.배현수는 섬에 들어가기 전 특별히 약국에서 해열제를 사 들고 들어왔다.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 미지근한 온도를 맞춰서야 침대 옆으로 다가가 조유진을 일으켰다.“유진아, 일어나 약 먹고 자.”이불을 뒤집어쓴 조유진은 배현수의 품에 안겼다.배현수는 온밤 인천까지 달려와 우산도 없이 배를 타고 오느라 온몸이 젖은 상태였다.조유진은 등이 그의 젖은 셔츠에 닿아 추워서 흠칫하고 말았다.“추워, 만지지 마...”배현수는 그녀를 챙기느라 젖은 옷을 벗는다는 것을 잊었다.“옷 벗으면 되는 거지?”조유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셔츠 단추를 풀어 젖은 옷을 모조리 벗어 던졌다.하지만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 차가운 몸으로 그녀를 더 춥게 만들까 봐 욕실에 가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로 했다.10분 정도 샤워를 마치고 몸이 후끈해진 후에야 이불속에 들어가 조유진을 끌어안았다.그러고는 그녀의 이마에 뽀뽀하더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그래도 추워?”조유진은 속박된 느낌과 등 뒤가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본능적으로 더 가까이하고 싶었지만 일말의 이성이 자신한테 되물었다.‘내 침대에 어떻게 남자가 있을 수 있지?’“로다 씨?”“뭐?”배현수는 그녀의 말을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조유진은 희미하게 저녁에 2번 방 로다가 자신한테 약을 가져다준 것이 생각났다.‘아니, 약을 주면 줬지 왜 내 침대에 있는 거지? 이것도 제작진 벌칙인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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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6화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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