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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정말 다이빙 때문에 열난 거 아니죠? 병원은 다녀왔을까요?」

「아직 촬영장에 있겠죠. 너무해, 남자 출연자 3호분 사람 보는 눈이 없네요. 계속 관심을 받지 못하더니 차라리 아예 중도에 하차하시죠!」

「음... 남자 출연자 2호분이 조햇살 님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선택 안 하는 거죠? 이해가 안 되네요.」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인기를 얻기 위해 무슨 수단이든 가리지 않아요! 조햇살 님 심해 공포증이 있어 바닷가에 가기 싫다고 했는데 남자 출연자 3호분이 심리적 공포와 맞서 싸워야 된다면서 일부러 서핑하러 데려갔잖아요!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제작진은 왜 나 몰라라 하는 건데요? 서핑할 때 보니 조햇살 님이 창백한 얼굴로 떨고 있는 거 느껴지던데! 근데 남자 출연자 3호분은 왜 그리 겁이 많냐고 하시잖아요!」

「그러게요! 저는 달콤한 연애를 보고 싶은 거지 이런 조작된 연애는 보고 싶지 않아요!」

「남자 출연자 2호분은 성격 좋아 보이시던데. 햇살 님이랑도 어울려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어이없을 정도로 햇살님을 선택 안 하시잖아요. 딱 봐도 짜여진 각본 같아요. 햇살 님을 좋아하면서 일부러 여자 출연자 1호분을 선택한 것 말이에요.」

「햇살 님 빨리 중도 하차하세요! 남자 출연자 3호분 생긴 것도 그렇고 성격도 별로예요! 여자 출연자 세분이 아까워요!」

...

이런 댓글을 보던 배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서정호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대표님?”

“하트 시그널 제작사가 어느 회사인지 알아봐.”

“네.”

배현수는 잠깐 망설이더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말했다.

“인천으로 가는 티켓 하나 끊어줘.”

“지금요?”

“왜, 무슨 문제 있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항공편이 없을 텐데요...”

평소에 대제주시에서 인천까지 운전해서 가려면 다섯 시간 정도 걸렸지만, 저녁에는 차가 막히지 않아 속도를 내면 네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저녁 11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아침이 밝기 전에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현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바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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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12시, 인천시 무의도에는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왔다.조유진은 바닷가 별장 3번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촬영에 임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오늘, 시즌2 촬영이 시작되었다.촬영하기 전부터 아무한테도 선택받지 못하는 캐릭터로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세 남자 출연자 분한테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하지만 권 여사는 선택받지 못한 여자 출연자는 다이빙이라는 벌칙을 받아야 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9월은 이미 가을 날씨라 섬 온도는 육지보다도 더 낮았다.더군다나 요 며칠 무의도 쪽은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흐려 겉옷을 입어도 추웠다.출연료 2억 원을 위해 조유진은 이를 꽉 깨물고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뼈가 시릴 정도로 찬 수영장에서 나오자마자 연신 재채기를 하더니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한밤중에 고열이 39도까지 달했다.그녀는 어질어질한 상태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누워있었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온몸에 힘이 빠진 조유진은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누구세요?”“2번 방 로다에요. 감기 걸리신 것 같은데 약 가지고 왔어요.”조유진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힘겹게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로다는 감기약을 건네주면서 사시나무 떨듯 떠는 조유진을 관심해주었다.“병원에 가보실래요? 많이 심하신 것 같은데.”조유진은 코막힌 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약 먹고 한숨 자면 괜찮아질 거에요. 병원에 가려면 배 타야 되잖아요.”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까지 불어 섬에는 배가 운행 중단되었다.감기 걸린 조유진의 나약한 모습은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일으켰다.로다는 원래 조유진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방송 효과로 대본에 따라 그녀를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지금 조유진을 보고 있자니 보호 본능이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저도 벌칙순서가 있는지 몰랐어요. 알았다면 대본을 어기고 햇살 씨를 선택했을 거예요. 죄송해요, 다음에는 꼭 햇살 씨를 선택할게요.”조유진은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8화

    조유진은 고열로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환상을 본 줄만 알았다.‘배현수가 왜 이곳에 있어? 이 늦은 시간에 배도 끊겼겠는데...’그녀는 무력하고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설마 몽유하고 있는 거야? 현수 씨가 나한테 몽유 버릇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네.”그 순간 조유진은 눈을 감은 채 힘이 쭉 빠져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배현수는 팔을 뻗어 조유진과 이불을 함께 들어 안아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조유진은 고열로 의식마저 잃은 상태였다.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을 때 거의 끓고 있었다.배현수는 섬에 들어가기 전 특별히 약국에서 해열제를 사 들고 들어왔다.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 미지근한 온도를 맞춰서야 침대 옆으로 다가가 조유진을 일으켰다.“유진아, 일어나 약 먹고 자.”이불을 뒤집어쓴 조유진은 배현수의 품에 안겼다.배현수는 온밤 인천까지 달려와 우산도 없이 배를 타고 오느라 온몸이 젖은 상태였다.조유진은 등이 그의 젖은 셔츠에 닿아 추워서 흠칫하고 말았다.“추워, 만지지 마...”배현수는 그녀를 챙기느라 젖은 옷을 벗는다는 것을 잊었다.“옷 벗으면 되는 거지?”조유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셔츠 단추를 풀어 젖은 옷을 모조리 벗어 던졌다.하지만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 차가운 몸으로 그녀를 더 춥게 만들까 봐 욕실에 가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로 했다.10분 정도 샤워를 마치고 몸이 후끈해진 후에야 이불속에 들어가 조유진을 끌어안았다.그러고는 그녀의 이마에 뽀뽀하더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그래도 추워?”조유진은 속박된 느낌과 등 뒤가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본능적으로 더 가까이하고 싶었지만 일말의 이성이 자신한테 되물었다.‘내 침대에 어떻게 남자가 있을 수 있지?’“로다 씨?”“뭐?”배현수는 그녀의 말을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조유진은 희미하게 저녁에 2번 방 로다가 자신한테 약을 가져다준 것이 생각났다.‘아니, 약을 주면 줬지 왜 내 침대에 있는 거지? 이것도 제작진 벌칙인가? 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9화

    조유진은 해열제를 뱉어내더니 손으로 입술을 닦았다.“역겨워.”‘로다 씨 평소에는 점잖아 보이더니 이런 사람일 줄 몰랐네.’감기에 걸려 밀어낼 힘은 없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제작진 어디 갔어? 이런 일도 그냥 내버려 두는 건가? 너무하네.’조유진은 화가 나서 울고 싶었다.배현수는 태양혈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오기 전에 미리 조병 약을 먹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목을 비틀 충동까지 생겼을 것이다.그는 또 해열제 하나를 꺼내 아까와는 다르게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먹였다.조유진은 힘껏 발버둥 쳤다.“로다 씨, 이거 놔요...”조유진은 병이 나으면 로다를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정말 저질이군... 촬영 중에 대놓고 이런 짓을 하다니.’그녀는 억울한 나머지 화나서 울음을 터뜨렸다.배현수는 붉어진 그녀의 두 눈을 보고 마음이 찢기는 것만 같아 그녀를 와락 안더니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다시 잘 봐봐. 내가 누군지. 유진아, 7일 동안 안 본 사이 나를 잊었어?”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조유진은 그래도 못 믿겠는지 훌쩍이면서 말했다.“현수 씨가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 분명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거야.”‘무의도는 태풍으로 배편이 끊겨 들어오지도 못해. 분명 고열 때문에 이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 거야. 현수 씨 새 여자친구도 생겼는데 나를 찾아올 리가...’“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배현수는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잘 못 부른 죄로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조유진은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또 조유진의 작은 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갖다 대더니 말했다.“여기 상처 있는 거 느껴져?”칼 흉터뿐만 아니라 “Y”자로 새겨진 문신도 있었다.조유진은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그의 왼쪽 가슴을 보면서 멍을 때렸다.배현수는 그녀의 이마에 뽀뽀하더니 말했다.“착한 어린이, 그만하고 약 먹자. 응?”그녀의 이마가 점점 더 뜨거워졌다.‘글쎄 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20화

    조유진은 그의 따뜻한 품에 기대어 목젖을 깨물었다.예전에 함께 있을 때도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 목젖에 키스 자국을 남기곤 했었다.배현수는 그녀의 머리를 잡더니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가만히 있었다.하지만 이로써 고삐가 풀리고 말았다...늘 욕망을 잘 참고 있었지만 한번 터지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호텔에 함께 있었던 그 날 이후, 배현수는 1년 동안 잠자리를 가지지 못했다. 조유진이 산성 별장에서 지내는 동안 가끔 샤워를 마치고 잠옷 차림으로 앞에 나타나면 어쩔 수 없이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조유진이 무의도에서 촬영하는 일주일 동안 보지도, 안지도 못해 결국 불면증에 걸리고 말았다. 잘 자지 못할수록 그는 더욱 거칠어졌고 그야말로 악성 순환이었다.이대로 계속 참았다간 잘 못될 수도 있었다.그는 조유진의 입가에 키스하더니 마성 있는 목소리로 진지하게 물었다.“계속하고 싶어?”조유진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배현수의 품속에 파고들더니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그렇게 그녀가 받아들이는 줄로만 알고 있었을 때...품에 안겨있던 조유진이 갑자기 이불을 끌어 올려 얼굴까지 뒤집어쓰더니 말했다.“자고 싶어요. 나머진 다음 꿈속에서 계속해요.”오늘 저녁은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았다.꿈을 꿀 기회는 많으니 굳이 오늘 내로 끝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이대로 끝?’조유진은 배현수의 품에 안겨 그의 체온을 느끼면서 곧바로 깊숙한 잠에 빠져들었다.인간 난로 취급하는 듯했다.배현수는 어이없어 웃고 말았다.‘목젖을 깨물면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더니 이렇게 매정하게 잠들어버린다고? 정말 꿈인 줄 알고 하고 싶은 대로 하나 본데?’그는 조유진을 살짝 흔들어보았다.“유진아?”“...”이미 깊이 잠든 후였다.냉수마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조유진이 너무 꽉 끌어안고 있었다. 생리현상이 일어나 온몸이 뜨거워졌기 때문에 조유진이 더욱 찰싹 붙었다.그녀는 심지어 손으로 제일 뜨거운 곳을 만지면서... 그의 온기를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21화

    그녀는 이 남성용 팬티를 보고 변태를 만난 기분이었다.어제 점심 배달을 시켰을 때 따라온 일회용 장갑을 낀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팬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선 한참이나 손을 씻었다.로다가 가져다준 아침마저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다.‘로다 씨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고 착해 보이는데... 좋은 사람인 척한 건가 아니면 내가 오해를 한 건가? 만약 오해라면 이 팬티는 어디서 생겨난 거지?’...오전 10시, 조유진은 다른 여자 출연자와 함께 1호 방으로 갔다.프로그램에는 총 6명의 출연자가 참여했고 남자 출연자 3명, 여자 출연자 3명이었다.그렇게 여섯 명이 바쁘게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조유진이 스테이크를 굽고 있을 때, 로다가 앞치마 하나를 가져왔다.하지만 고기 핏물을 빼고 있는 더러운 손으로 앞치마를 할 수가 없었다.“여기 놔두세요. 이따 할게요.”로다가 좋은 마음에 말했다.“제가 해드릴게요. 지금 안 하면 흰 셔츠에 묻을 수도 있어요. 핏물은 씻어내기 어렵거든요.”어제, 로다는 여자 출연자 2호인 채빈을 선택했었다.어젯밤 이후로 360도 바뀐 로다의 태도에 다른 출연자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이때 채빈이 물었다.“햇살 씨 어제 열났다면서요, 지금은 나았어요? 밥은 저희가 할 테니 가서 쉬시겠어요?”조유진은 그러고 싶었지만, 밥이 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괜찮아요. 스테이크만 구우면 돼요. 굽기는 어느 정도로 해드릴까요?”로다는 안색이 안 좋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가서 쉬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로다는 조유진의 팔을 당기면서 가서 쉬라고 말했다.이때 어떤 훤칠한 남자가 갑자기 하트 룸에 들어왔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남자 출연자 3호가 물었다.“누구세요?”여자 출연자 1호는 눈이 확 밝아지는 느낌에 제일 먼저 반응하더니 물었다.“시찰단이시군요! 어제 제작진께서 오늘 하트 룸에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반응했고 남자 출연자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22화

    첫 만남에 이렇게 가까워 보이는 행동을 하는 건 선을 넘어선 것 같아 보이지만 조유진은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출연자들은 새로 온 이 시찰단 때문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배현수는 하트 룸에 들어선 후부터 손님이 아니라 출연자보다도 더 출연자 같아 보였다.이때 로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현수 형님, 햇살 씨랑 서로 아는 사이에요?”배현수는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오래된 친구예요.”등 뒤에 몽고점이 있다는 것과 가슴에 연갈색 점이 있다는 것도 알 정도로 아주 잘 아는 사이였다.“!!!”조유진이 보고있어도 배현수는 차분하고 태연하기만 했다.‘촬영 이대로 계속해도 되나? 나중에 이 부분을 편집하겠지?’이 순간 조유진은 조마조마하기만 했다.다른 출연자들은 배현수가 조유진과 친구라는 말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조유진은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왔어요?”배현수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너는 올 수 있고 나는 오면 안 돼?”“...”‘나는 돈 벌러 왔지만, 현수 씨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신분이 일 텐데... 사람들이 현수 씨가 SY 그룹 대표님이라는 거 알게 되면... 발칵 뒤집힐 텐데. 어느 회사 대표가 예능에 출연해. 그것도 연애 프로그램에...’배현수는 조유진의 웰던 스테이크를 접시에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가져가.”조유진은 고개를 쳐들었을 때 배현수의 목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스 자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부가 너무 하얀 나머지 그 키스 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새 여자친구랑 이미 거기까지 간 거야?’인천에 오기 전부터 이미 그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목에 있는 키스 자국을 보니 마음이 저릿저릿했다.이성적으로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적으로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했다.아무리 그래도 오랫동안 사랑한 사람이라 내려놓기 어려운 것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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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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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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