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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두 사람이 차 옆까지 걸어왔을 때 갑자기 조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화면에 떠 있는 ‘엄 어르신’이라는 글자에 조유진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엄 어르신?”

“대제주시에 간 지 벌써 보름이 되었네요. 어떻게 지내요?”

전화기 너머 엄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상냥했다.

조유진이 처음으로 부성애를 느낀 사람은 조범이 아니라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된 엄준이다. 이 말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지 모르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엄준은 조유진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했다.

사실 조유진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 전화를 걸어 조유진의 생활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 마치 나이 드신 아버지가 밖에 출장 간 딸에게 안부를 묻는 것 같았다.

휴대전화를 꽉 움켜쥔 조유진의 가슴은 벌써 뜨거운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배현수가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 창민이가 돌아와서 유진 씨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만약 힘들면 언제든지 성남으로 돌아와요. 엄 씨 사택이 유진 씨 집이라는 거 잊지 말고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진 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조금만 더 있다가... 여기 일이 다 끝나면 성남에 가서 뵙겠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배현수는 운전대를 더 꽉 쥐었다.

조유진은 아직도 성남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배현수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녀는 엄준과 이런저런 인사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고 휴대전화의 통화기록 보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마 어릴 때 ‘부성애’를 느껴본 적이 없어 엄준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줄 때마다 쉽게 마음이 동요되는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부성애가 부족한 아이는 커서도 부성애의 결핍을 늘 느끼고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이제는 부성애가 필요 없는 게 아니다.

젊었을 때 소중한 사람이 없는 빈자리의 대가는 일생을 들여 치러야 했다.

이 오랜 마음의 빈자리를 어쩌면 평생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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