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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조유진의 호소를 듣고 있는 배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의 자질구레한 일들까지 배현수가 어찌 알겠는가?

그러고 보니 조유진은 남초윤의 일에서만 이성을 잃는 것 같다.

여기까지 생각한 배현수는 기분이 조금 나빴다. 조유진도 감정이 있고 표현도 하고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인데 유독 자신에게만 늘 아무런 감정 없는 사람처럼 대한다.

조유진은 육지율의 막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방을 빨리 나가려고 두리번거리며 휴대전화를 찾았다.

그러자 배현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뭘 찾아?”

“휴대전화요.”

“너의 손에 있잖아.”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숙여보니 휴대전화는 조유진 손에 쥐여 있었다.

조유진은 멋쩍은 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화제를 돌렸다.

“가요. 늦었어요.”

배현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호텔 로얄 스위트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배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쉽게 이혼 얘기를 꺼내는 건 지율이가 잘못한 거야.”

배현수는 만약 자신이 조유진과 결혼한다면 절대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혹시라도 조유진이 이 단어를 언급하면 그는 그녀가 두 번 다시 언급 못 하도록 만들 것이다.

육지율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친한 친구지만 이런 부분에서 배현수는 그의 편에 설 수 없다.

배현수에게 결혼이란 그 무엇보다 신성한 것으로 일단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한 이상 절대 어기면 안 된다.

두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네 면의 밝은 거울에 두 사람의 모습이 반사되었다.

배현수의 옆에 서 있는 조유진은 반사된 모습을 통해 곁눈질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

구체적으로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배현수가 변했다는 것을 조유진은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착각일까?

오늘따라 배현수가 유난히 조유진을 챙기고 그녀의 편을 들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조유진의 머릿속에는 온통 남초윤의 걱정뿐이다.

만약 남초윤이 결심하고 이 결혼생활을 끝내려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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