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뚜뚜...전화가 끊어졌다.남재원의 얼굴은 흉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변했다.하지만 남초윤은 놀라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두 사람이 결혼한 이래 이런 일들이 한두 번 있은 게 아니기에 남초윤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육지율이 얼마나 바람둥이인지는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남초윤은 담담한 얼굴로 남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육 씨 집안에서 저를 반품할까 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이후 남 씨 집안 사업을 어떻게 할지 걱정하는 게 더 빠를 거예요.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지율 씨가 남 씨 집안 사업에 후원할지 안 할지는 그 사람 마음에 달려있다고요.”찰싹!남재원은 손을 들어 남초윤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여보! 왜 이러는 거예요!”손바닥으로 볼을 움켜쥔 남초윤은 순간 입가에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것을 느꼈다. 남재원의 따귀는 귀에 이명이 들릴 정도로 셌고 그는 또 한 번 언성을 높여 외쳤다.“네가 좀만 노력해서 육 씨 집안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라도 낳아줬더라면 안주인 자리를 다른 여자에게 뺏기지 않았겠지! 밖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육지율 같은 남자와 자고 싶어 하는지 몰라? 너는 온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깟 회사 뭘 다닐 필요가 있다고 집안일에 신경도 안 쓰고 맨날 회사일... 회사일... 조금이라도 육지율에게 신경 좀 썼더라면 이혼이라는 ‘이’자도 안 나왔을 거야!”남초윤은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피식 웃었다. 그녀는 남재원의 말에 반박하기조차 귀찮았다.남재원의 생각에 육지율이 밖에서 여자와 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림은 충분히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아내인 남초윤이 그를 이해해 주고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남재원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남초윤을 끌고 육 씨 집으로 가서 사과하기 위해 집 대문을 나서려는데 마주 오는 배현수와 조유진을 마주쳤다.조유진이 남재원을 향해 달려들며 화를 내려
메리어트 호텔의 로얄 스위트룸. 유설영은 깔끔한 옷차림을 한 맞은편의 남자에게 휴대전화를 전달하며 말했다. “내가 네 말대로 연기는 했는데 너는 진짜로 이혼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냥 복수하고 싶은 거야?”육지율은 휴대전화를 휙 낚아채더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왜? 이혼이라도 하고 너와 같이 살까?” 육지율의 비꼬는 말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유설영은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농담 반 진담 반인 얼굴로 대답했다. “안 될 것도 없지? 네가 재혼이라도 난 상관없어.”육지율 같은 남자는 여러 번 재혼해도 아마 수많은 여자가 그와 함께하려 할 것이다. 육 씨 집안 배경은 일반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지율은 코웃음을 치더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어떡하지? 나는 상관있는데? 나는 떠난 버스는 안 잡거든.” 그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차가운 얼굴로 로얄 스위트룸을 나섰다. 육지율이 차에 타자마자 손에 있던 핸드폰이 또 울렸다.이번에는 남 씨 집안이 아닌 배현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배현수가 바로 물었다. “너 계속 오지 않으면 남재원이 너의 와이프를 때려죽일지도 몰라.”순간 육지율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물었다.“너... 남초윤 친정에 있어?”“어, 유진이가 나 끌고 온 거야.”“남재원은 바보 멍청이라 한 대 때리면 정신 차릴 거야.”그 말에 배현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내 아내 아버지도 아닌데 내가 왜 때려?”육지율도 어이가 없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올 거야 안 올 거야? 안 오면 나는 유진이 데리고 갈게.”남초윤의 아버지 남재원은 배현수가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한 시간 넘게 그에게 아부를 퍼붓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을 나서고 있는 블랙 컬리넌에 탄 육지율은 이를 한 번 악물더니 말했다. “기다려.” ...문명희는 의약 상자와 과일을 들고 위층에 있는 남초윤의 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두 사람의 짜고 친 판
앞서 그녀는 문명희가 그녀를 이해해주고 그녀와 같은 전선에 서주도록 시도했었지만, 알고 보니 문명희 역시 그 상황을 설계한 장본인이었다...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마저 단 한 번도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정말로 이혼을 하려는 것이야?”결국, 문명희의 포인트는 여전히 이혼이었다. 그녀는 마치 남초윤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 남초윤을 몰아세우고 있는듯했다.곁에서 듣고 있던 조유진마저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하물며 친딸인 남초윤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남초윤은 손을 뻗어 얼굴을 감싸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엄마, 저 좀 진정할 수 있도록 나가주실래요?”문명희도 결국 별다른 방법이 없어 방을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싸늘한 얼굴을 한 육지율의 모습에 문명희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육 서방...”그때, 아직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여긴 문명희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육 서방, 방에 들어가서 초윤이와 잘 얘기해 봐. 이젠 둘 다 화내지 말고. 초윤이와 김성혁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헤어진 지 5년이나 되고 초윤이도 그 사람한테 연락한 적 없어. 정말이야.”문명희는 육지율에게 남초윤의 일편단심을 강조하며 말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육지율이 남초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오직...육지율이 남초윤을 버리기라도 할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육지율은 입을 열지 않았고 긴 다리를 뻗어 성큼성큼 남초윤의 방으로 들어갔다.같은 시각, 방안에서는 조유진이 면봉으로 남초윤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육지율이 방으로 들어오자 조유진은 잠시 멈칫했고 둘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전에 배현수가 그녀를 끌고 방 밖으로 나왔다.그렇게 방안에는 육지율과 남초윤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육지율은 긴 팔을 뻗어 옆에 놓여있던 의자를 끌어와 그녀의 앞에 털썩 앉았다.“말해요. 이번에는 가방 몇
처음부터 황당하게 맺어진 혼인이기에 이제 끝을 맺을 때가 온 것이다.남초윤은 더는 남재원의 끝이 보이지 않는 통제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이토록 정중하게 육지율을 향해 이혼을 제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초윤이 진지하다는 것을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김성혁과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면 나와 이혼하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나와 이혼을 하면 누가 당신에게 그 많은 가방을 사줘요?”“그 가방은 이제 다 필요 없습니다. 다시 돌려드릴게요. 그리고 당신 카드도 이제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육지율은 손을 들어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쳤고 그의 눈빛에는 짜증이 역력했다. 이윽고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남초윤을 의자로부터 끌어당겼다.“지금 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육지율의 할아버지가 오늘 밤 그녀를 데리고 본가로 내려와 저녁 식사를 하라고 전화를 걸었었다.그때 남초윤이 고개를 들어 육지율의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육지율. 저를 사랑해요?”“...”침묵이 곧바로 그의 답이었다.사랑하지 않는데 대체 왜 이혼을 하려 하지 않는단 말인가?서로 감정도 없는 혼인을 질질 끄는 게 재밌단 말인가? 이혼을 하고 나면 육지율은 이제 밖에서 몇 시까지 놀든, 누구와 놀든 모두 상관없었다. 혼인의 족쇄가 이제 사라지는 건데 좋지 않단 말인가?육지율은 계속하여 몇 초 동안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그는 남초윤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사랑이 당신에게는 그렇게 중요한가요?” 20대 때 육지율은 몇 차례 연애를 거쳤었다.한 달, 석 달, 그리고 반 년짜리 연애도 모두 겪어봤었다.장난삼아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곤 했었다. 그리고 그 몇 번의 장난스러운 연애는 모두 그가 먼저 이별 통보를 했었다.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질렸기 때문이다.육지율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남초윤이 대체 왜 그가 유설영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지도 의문이었다.육지율에게 연애란 그저 조제물일뿐 있으
남초윤이 대체 무슨 수로 그 많은 돈을 돌려준단 말인가?남초윤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자 육지율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장난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저녁에 함께 본가에서 식사하라고 당부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보지 못한다면 또 잔소리를 한가득 퍼부을 거예요. 그러니 저와 함께 가요. 네?”육지율은 여전히 남초윤이 심술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아마 최근 몇 년 동안 남초윤이 너무 얌전히 지내서 그런지 육지율은 그녀에게 이혼할 용기와 자금이 있을 리가 없다고 여겼다.그렇다. 확실히 그녀에게 이혼할 자금은 없었다.하지만 이번이야말로 남초윤은 더는 그와 부부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남초윤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매우 굳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방금 지율 씨가 말한 남씨 가문에 투자한 돈은 제가 당신에게 빚진 게 아니에요. 남씨 가문의 법인도 제가 아니고요. 빚이라면 남씨 가문의 가주인 남재원을 찾아가세요. 당신도 변호사이니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제 책임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겠죠.”“...”육지율의 눈빛이 희미하게 떨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초윤 씨, 이제 심술을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할거예요.”육지율은 남초윤의 합법적인 남편으로서 이미 충분히 관대하게 그녀와 김성혁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대했다.결혼하기 전, 남초윤이 김성혁과 연애를 했었고 김성혁과 과거의 시간을 함께했다고 하여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누구에게 과거 하나 없겠는가?그래, 육지율은 그들의 과거를 따지지 않았다.남초윤이 김성혁과 몰래 만나고 있는 것만 아니라면 모두 괜찮았다.하지만 육지율 또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육지율은 그 키스를 누가 먼저 했든 진작에 걷어차 버렸을 것이다.그리고 오늘 아침, 그들의 스캔들은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왔다.육지율의 핸드폰은 육씨 가문 측에서 걸려온 전화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지경이었다.가문의 어르신들은 전화기로 남초윤의 욕설을 퍼부었다.
남재원의 아부에 육지율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를 쏘아붙였다.“한 번만 더 초윤 씨에게 손을 대시면 앞으로 저한테서 한 푼도 받을 생각 마세요. 초윤 씨 얼굴을 때린다는 건 제 얼굴을 때리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초윤 씨는 지금 제 호적에 올려진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당신은 초윤 씨를 혼낼 자격이 없다는 말입니다.”그때 남초윤이 육지율과 결혼을 할 때 남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부추겨 호적을 정리하여 육씨 가문으로 호적을 옮기도록 하였다.육씨 가문 역시 남재원의 심보를 모를 리가 없었다. 호적을 옮긴다는 것은 결국 나중에 재산을 나눠 받기 위함인 것이다.육씨 가문의 지위로 남씨 가문을 막으려 마음을 먹는다면 남초윤이 이혼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호적을 옮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육지율은 비록 전 여자친구들한테는 잘해주지 않았지만, 그의 아내에게는 매우 대범하였다. 육씨 가문은 가풍이 비교적 전통적이었기에 집안 남자들의 사상도 보수적인 편이었다. 하여 그들은 결혼하고 여자들이 경제적으로 남편에 완전히 의지하는 것은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그 때문에 육지율은 당시 남초윤이 호적을 옮기는 것을 흔쾌히 동의하였다.남재원이 다시 얼굴을 들이밀며 아부를 떨었다.“그럼 그럼. 초윤이는 이미 육 서방에게 시집을 갔으니 확실히 육씨 집안의 사람인 셈이지. 다들 시집간 딸은 엎지른 물과도 같다잖아. 그러니 나도 더는 관여하지 않을게. 이제 육 서방 마음대로 해. 그나저나 육 서방,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나 하고 갈래?”남재원은 육지율이 남초윤과 이혼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권세에 빌붙어 아부를 떨어대는 남재원의 모습을 보니 유지율은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괜찮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저녁에 집에 들러 식사하라고 하셔서 나중에 초윤 씨를 데리고 본가에 다녀올 겁니다.”그러자 남재원은 더욱 환하게 웃어 보였다.“그렇다면 무조건 가야지. 이따가 내가 초윤이한테 잘 보일 수 있도록 말 좀 잘하
배현수가 육지율을 다시 한번 측은하게 바라보았다.“그럼 넌? 넌 초윤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데?”전에 남초윤과 육지율이 이혼소동을 일으킬 때 남초윤이 육지율에게 딱 한 번 물어봤었다. 하지만 당시 육지율의 대답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였다.육지율도 확실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어릴 적부터 육지율이 자라온 생활환경에서는 항상 그에게 한가지 관념을 밀어 넣곤 했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왕래는 모두 이익에 의해 대체된다는 것이다.감정이라는 것은 변화무쌍한 것이기에 이익보다 온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마치 육지율의 부모님처럼 모두 상정 이익으로 혼인을 맺었다.부모님의 관계는 줄곧 담담했지만, 또한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그 때문에 육지율은 그와 남초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로 그가 남씨 가문에 투자하고 남초윤에게 가방을 사 주면 남초윤은 그저 순순히 육 사모님 역할만 잘 해내면 된다고 생각해 왔었다.이런 관계에 문제 될 게 뭐가 있겠는가?육지율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이 관계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 남초윤은 매우 슬픈 표정으로 육지율에게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고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선포했다.사랑?그깟 사랑이 몇 푼이나 한다고?사랑이 벽 전체에 걸려 있는 저 많은 가방을 사 줄 수 있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육지율은 손으로 담뱃불을 끄고 콧방귀를 뀌었다.“첫사랑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다 기한이 지난 존재일 뿐이야.”남초윤은 현재 육지율 호적에 올려진 사람이다.김성혁이 아무리 천한 사람일지라도 설마 상간남이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육지율의 자신만만한 말에 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잠시 고민 끝에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조심해. 첫사랑과의 추억은 쉽게 떨쳐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내가 충고하는데, 빨리 이혼해서 첫사랑과 재결합하도록 도와주면 좋은 사람으로라도 남을 수 있을 거야.”“...”배현수의 말에 육지율의 안색이 철저히 어두워졌다.“너
육지율이 과거에 했던 연애는 대체로 이런 경우였다. 육지율에게 있어 연애란 그저 심심할 때 시간 보내기 용이었다.하여 육지율이 첫사랑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었다.“육 변호사님은 전에... 연애를 많이 하셨었나요?”육지율의 연애사가 그렇게나 풍부하다고?“구체적인 건 잘 모르지만, 육지율과 함께 있는 여자는 초윤 씨밖에 못 봤어.”“...”이건 친구 사이에 의리를 지키는 화법인 건가?조유진은 배현수의 말에 대해 반신반의하였다....산성 별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유진은 권 여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 연애 프로그램 말이에요, 이미 확정되었으니 다음 주에 바로 첫 촬영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대본 보내드릴 테니 요 며칠 동안 꼭 봐봐요.”“벌써요? 대제주시에서 촬영하는 거예요?”“아니요. 인천에서 촬영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유진 씨가 받게 될 캐릭터가 조금 미움을 살수도 있는 캐릭터예요. 유진 씨는 계속 짝사랑만 할 거고 세 명의 남자 게스트들은 모두 처음에 유진 씨를 좋아하지도, 선택하지도 않을 텐데 괜찮겠어요?”조유진은 돈을 받으러 가는 것이기에 이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괜찮아요. 여사님, 정말 고마워요.”권 여사에게는 이미 생각이 있었다.“원래는 누구나 다 유진 씨에게 매혹되는 여신 이미지를 주려고 했는데 정말 프로그램에서 게스트와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방송이 끝나고 다시 공식 이별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거든요. 그리고 또 그럴 필요도 없고요.”“네. 아부만 떤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매니저님, 그럼 이따가 저한테 구체적인 일정과 시나리오를 보내주세요.”“그래요. 아 맞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얼굴을 공개한 영상을 하나 올려요.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에 얼굴 공개 먼저 하고 미리 이슈 좀 터뜨리도록 합시다.”조유진은 항상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노래만 불러 왔었기에 막상 정말 얼굴 공개를 하자니 조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하지만 이미 조유진은 권 여사와 계약을 마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