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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처음부터 황당하게 맺어진 혼인이기에 이제 끝을 맺을 때가 온 것이다.

남초윤은 더는 남재원의 끝이 보이지 않는 통제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이토록 정중하게 육지율을 향해 이혼을 제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초윤이 진지하다는 것을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김성혁과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면 나와 이혼하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나와 이혼을 하면 누가 당신에게 그 많은 가방을 사줘요?”

“그 가방은 이제 다 필요 없습니다. 다시 돌려드릴게요. 그리고 당신 카드도 이제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육지율은 손을 들어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쳤고 그의 눈빛에는 짜증이 역력했다. 이윽고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남초윤을 의자로부터 끌어당겼다.

“지금 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육지율의 할아버지가 오늘 밤 그녀를 데리고 본가로 내려와 저녁 식사를 하라고 전화를 걸었었다.

그때 남초윤이 고개를 들어 육지율의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육지율. 저를 사랑해요?”

“...”

침묵이 곧바로 그의 답이었다.

사랑하지 않는데 대체 왜 이혼을 하려 하지 않는단 말인가?

서로 감정도 없는 혼인을 질질 끄는 게 재밌단 말인가? 이혼을 하고 나면 육지율은 이제 밖에서 몇 시까지 놀든, 누구와 놀든 모두 상관없었다. 혼인의 족쇄가 이제 사라지는 건데 좋지 않단 말인가?

육지율은 계속하여 몇 초 동안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그는 남초윤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랑이 당신에게는 그렇게 중요한가요?” 20대 때 육지율은 몇 차례 연애를 거쳤었다.

한 달, 석 달, 그리고 반 년짜리 연애도 모두 겪어봤었다.

장난삼아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곤 했었다. 그리고 그 몇 번의 장난스러운 연애는 모두 그가 먼저 이별 통보를 했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질렸기 때문이다.

육지율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남초윤이 대체 왜 그가 유설영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육지율에게 연애란 그저 조제물일뿐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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