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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정소월은 표정을 관리하느라 애썼다.

“사실은...”

정소월이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수줍게 얘기했다.

“그냥 친구관계는 아니었어요... 태준이가 절 오래 쫓아다녔거든요. 근데 인연이 아니었는지 결국 태서 씨랑 결혼했죠.”

심유진은 태서라는 사람이 방금 나란히 앉아있던 허태준의 사촌 형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저랑 태준이 관계 신경 쓰시는 건 아니죠?”

정소월이 살짝 도발하며 심유진을 바라봤다.

“다 지난 일이에요. 이젠 둘 다 결혼도 했고... 그냥 오랜만에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요.”

심유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럼요. 신경 안 써요.”

솔직히 얘기하면 심유진은 가슴이 답답하고 이상하게 우울해졌다. 방금 만난 다음의 반응으로 봐서는 정소월이 혼자 허태준을 좋아한 건 줄 알았는데 실은 반대였다.

심유진은 문득 허태준이 잠결에 집안이랑 연을 끊더라도 그 여자랑은 결혼하지 않겠다며 잠꼬대를 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 여인이 바로 정소월이었던 것일까?

심유진은 생각할수록 속상했다. 그 남자의 아내 앞에서 신경 쓰이진 않냐며 묻는 건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심유진은 요리하는 속도를 높였다. 그냥 식사 준비가 빨리 끝나서 정소월과 단둘이 있지 말았으면 했다.

정소월은 겨우 반죽을 완성했다. 재벌 집 딸은 아니었어도 외동딸로 태어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란 여자였다.

“이젠 뭘 할까요?”

그녀가 심유진에게 물었다. 심유진은 처참한 반죽 상태를 확인하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혹시 만두피는 만들 줄 알아요?”

사실 대답이 예상가긴 했지만 심유진은 그래도 한번 물어봤다. 역시나 정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냥 들어가서 쉬세요. 제가 할게요.”

심유진이 예의상 웃으며 말하자 정소월도 사양하지 않고 손을 씻더니 주방에서 나갔다.

“그럼 수고하세요.”

심유진은 양념장을 다 만들고 반죽을 다시 하고는 만두를 빚었다. 요리가 끝났을 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주방에는 셰프님 몇 분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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