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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아!”

간호사가 주머니에서 쪽지 한 장과 지폐 몇 장을 꺼냈다.

“뭔가 급한 일이 있으신지 전화를 받더니 나가셨어요. 혹시 깨어나시면 이걸 건네주라고 하시더라고요. 택시를 타고 여기에 적힌 주소로 오면 된다고 전해달라 하셨어요.”

심유진은 쪽지를 건네받고 대충 한번 보고는 접어서 버려버렸다. 그리고 현금은 옷주 머니에 잘 넣어뒀다. 아마 부모님 집 주소인 것 같았다. 혹시 쪽지를 실수로 잃어버렸다고 얘기하면 믿을지 궁금했다.

심유진은 열이 너무 높은 건 아니었다. 38도 정도였기에 수액을 맞고 나서는 열이 거의 다 내렸다. 병원에서도 퇴원해도 된다고 했기에 심유진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방은 이미 청소를 끝냈는지 어제 그 난장판이던 공간이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심유진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병원에서 받은 약도 챙겨 먹었다.

약기운이 금방 몰려와서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졸렸다. 이번에 심유진은 굉장히 오래 잤다. 밖이 어둑어둑해져서야 그녀는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전화벨 소리가 계속 울렸다. 심유진은 한참을 찾아서야 거실 소파에서 언제 내팽개친 건지도 모를 휴대폰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전화를 건 사람은 허태준이었다. 심유진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허태준이 물었다. 목소리가 차갑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었다. 심유진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호텔이에요.”

“간호사가 쪽지 주지 않았어?”

“줬는데 제가 잃어버렸어요.”

“그럼 호텔로 돌아와서 나한테 전화했어야지.”

“그때까지만 해도 머리가 아팠어요. 그리고 감기약을 먹었더니 졸려서 까먹었고요.”

심유진은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수화기 반대편이 한참 조용하더니 허태준의 무거운 숨소리가 들렸다. 분명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사실 심유진은 여전히 그가 무서웠다. 하지만 그쪽 부모님을 뵙는다는 사실이 훨씬 더 두려웠다.

“태준아~”

허태준 쪽에서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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