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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누구인지 보았고, 방에 들어온 사람은 그녀가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태준이었다.

그는 어제와 같은 색상과 디자인의 캐시미어 니트를 입었는데 그녀는 이 옷이 어제와 같은 옷은 아님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는 설사 옷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더라도 매일 옷을 바꿔 입었기 때문이다.

바지는 캐주얼한 청바지를 입고 앞머리는 내렸는데, 유독 어리고 밝아 보였다.

그의 손에는 종이 백이 들려 있었고, 위에는 명품 브랜드 로고가 적혀 있었다.

태준은 천천히 다가가 종이 백을 침대 머리 밑의 탁상 위에 놓았다.

"당신 옷."

말투는 덤덤했고 아무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

유진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일어났으면 빨리 나오지. 곧 점심을 먹어야 하니. 오후에 둘째 삼촌 집에 가서 인사해야 해."

몸 뒤에 숨긴 손은 이미 꽉 말아 쥐었지만 말투는 여전히 냉담했다.

"알겠어요."

유진이 대답했다.

태준은 입술을 잘근 씹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유진은 아픔을 참고 옷을 갈아입었고, 그가 사 온 옷은 하이넥 스웨터였는데 마침 그녀 목에 있는 검붉은 자국들을 가릴 수 있었다.

그녀가 내려갔을 때 거실에는 사람이 없었고 그저 티비만 켜져 있는 상태였으며, 주방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유진이는 아직 안 일어났니?"

허아주머니가 물었다.

"네."

태준이 대답했다.

"어제 원래 아팠었는데 오는 길도 멀어서 힘들었나 봐요."

이를 들은 유진은 속으로 비웃었다, 구실도 참 잘 찾는단 말이지.

"내가 너한테 억지로 데리고 오지 말랬는데, 말을 안 듣더니 기어코 이 지경이 됐잖니!"

허아주머니는 태준에게 화를 냈다.

"그 아이 경주에 친척이랑 친구도 없는데 아플 때 그 아이 혼자만 병원에 내버려 두고 가고 말이야. 네가 말해봐, 그게 사람이 할 짓이니?"

태준은 말이 없었다.

"너 솔직히 말해보렴--"

허아주머니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네 마음속에 설마 아직도 소월이 있는 거 아니지?"

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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