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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앞으로도 허태준의 부모님을 못 만난다는 건 사실 심유진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사실 허태준과 진짜 부부 사이인 것도 아니고 허태준이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언젠가는 분명 헤여질 것이다.

하지만 허태준의 강압적인 태도에 심유진은 조금 당황해서 당장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갈게요.”

허태준이 문자로 주소를 보내줬다. 택시 기사는 그 주소를 보고 고개를 돌려 심유진을 자세히 살펴보기까지 했다. 호기심과 부러움이 공존하는 눈빛이었다.

허태준의 부모님은 시 중심의 별장에 살고 계셨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내로라하는 부자였다. 보안이 철저한 곳이어서 택시는 절대 못 들어가기도 했다.

심유진은 입구에서 내려서 찬바람을 맞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깊숙이 자리 잡은 집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30분은 걸어야 했을 것이다.

매 별장마다 마당이 딸려있었다. 비록 면적이 작지 않았지만 허 씨 할아버지 집이나 심 씨네의 대저택에 비할 수는 없었다.

대문 앞에 서있으니 집의 대체적인 윤곽이 눈에 들아왔다. 그리고 창문 쪽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노란색 불빛도 보였다.

벨을 누르니 집안의 사람이 빠르게 대답했다.

“누구세요?”

낯선 목소리에 심유진이 조심스레 자신의 이름을 댔다.

“안녕하세요, 심유진이라고 하는데요.”

“아!”

상대방은 이 이름을 들은 적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열어드릴게요!”

철제 대문이 바로 열렸다. 심유진은 좁은 돌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집문 앞까지 갔다. 허태준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문 앞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이리 와.”

허태준이 심유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이마로 향했다. 찬 바람을 한참 맞았더니 허태준 손의 온도보다 이마가 훨씬 차가웠다. 다행히 열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허태준은 다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섰다.

“들어와.”

심유진도 그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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