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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심유진은 간신히 눈을 떴지만 허태준이 여러 개로 보였다. 그녀는 어젯밤에 토한 탓에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저… 몸이 안 좋아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허태준은 불을 켜고 그녀에게로 가까이 갔다. 심유진의 창백한 얼굴색을 보고 허태준은 깜짝 놀랐다. 이마를 짚어보니 몸이 불덩이 같았다.

허태준은 얼른 심유진에게 두꺼운 패딩을 입히고 그녀를 꽁꽁 싸매고 나서 그녀를 안은 채 병원으로 향했다.

휴가철이 되니 경주는 인구가 반은 준 것 같았다. 게다가 이른 아침이니 길에는 차가 거의 없었고 가끔 버스 몇 대만이 통행할 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심유진이 어젯밤 폭식을 한 데다가 술을 마시고 찬바람을 맞아서 급성 위장염에 고열이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한 병은 아니었지만 수액을 맞아야 했다.

심유진은 머리가 아팠지만 아침에 허태준이 일어나라고 재촉했던 일은 기억이 났다. 허태준은 오늘 부모님을 뵈러 가기로 했었다. 어쩌면 허태준 부모님은 지금도 아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에 가봐요.”

심유진이 말했다.

“전 혼자 있으면 돼요.”

어제 할아버지와 있었던 일로 인해 심유진은 이 집안이 슬슬 두렵기까지 했다. 자신이 또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허태준은 의자에 앉은 채 가만히 있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예요.”

“네, 오늘 가기로 했는데 좀 늦을 것 같아요.”

“급한 일이 생겼는데 아마 점심 전에는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 일은 아니고요.”

“네.”

“네, 그럼 이따 뵐게요.”

허태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더니 심유진을 차갑게 바라봤다.

“많이 컸네? 와인을 한 병이나 마시고?”

심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그녀의 눈에 어린 슬픔을 가려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무런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 허태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또 힘을 풀었다.

“어제저녁부터 아팠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자는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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