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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심유진은 멍하니 그 봉투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용돈이었다. 설날마다 심연희를 부러워했었다. 심연희가 받았던 수많은 봉투 중에 심유진 건 하나도 없었다. 심유진은 그냥 모른 척 받고 싶었으나 간신히 그 충동을 참아냈다.

“제가 나이가 얼만데 무슨 용돈이에요.”

심유진은 웃으며 봉투를 밀어냈다.

“할아버지한테 돌려드리세요.”

“그럼 직접 돌려드려.”

허태준은 억지로 심유진 손에 봉투를 밀어 넣었다.

“난 심부름 안 해.”

허태준은 말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갔다. 봉투가 무척 두꺼운 걸 보니 금액도 꽤 될 것 같았다. 심유진은 정말로 받을 생각이 없었기에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탁자에 올려두었다. 벌써 시간은 12시가 되었다. TV에서는 다들 한데 모여 큰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다.

“5,4,3,2,1!”

종소리와 함께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커튼을 열어보니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근방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건 금지되어 있기에 아마 호텔에서 하는 이벤트일 것 같았다.

심유진은 베란다에 나가 난간에 기대선 채 폭죽을 바라봤다.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심유진은 주방에서 와인을 가져다가 컵도 없이 병째로 마셨다.

“진짜 예쁘네”

그녀는 손을 뻗어서 폭죽을 만져보려 했다.

“아쉽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그녀와 함께 구경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슬픔이 휘몰아쳐서 그녀를 덮쳤다.

술은 금세 바닥을 보였다. 심유진은 손이 미끄러져 술병을 놓치고 말았고 병은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병이 깨지는 소리는 폭죽 소리에 묻혀 허태준의 주의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심유진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파편을 줍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조심하지 않아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알싸한 고통이 손가락을 타고 온몸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이 기쁘기만 해야 할 밤에 그녀는 취기를 빌려 무릎을 끌어안은 채 펑펑 울었다.

올해는 다를 줄 알았다. 올해는 같이 새해를 맞을 가족이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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