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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할아버지는 연세가 있으셔서 저녁 9시가 되자 잠자리에 드셨다. 허태준은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심유진에게 말했다.

“식탁 좀 치워줘.”

심유진은 멈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할아버지를 따라 나가고 이 큰 방에 심유진 혼자만 남았다. 저녁을 풍성하게 차렸으나 다들 얼마 먹지 않았기에 거의 반은 넘게 남겼다. 심유진은 이 남은 음식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집사님이 직원들을 몇 명 데려오더니 신속하게 남은 음식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기 시작했다. 만두를 버리려고 하자 심유진이 다급히 달려가 제지했다.

“혹시 이건 제가 포장해 가도 될까요?”

오후 내내 고생해 가며 만든 음식인데 그냥 이렇게 버려지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집사님은 친절하게 포장 용기까지 가져다가 남은 만두를 포장해 줬다.

“혹시 부족하시면 다른 반찬들도 더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에요, 이것만 있으면 돼요.”

얘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차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들이 가시려나 봐요.”

집사님이 말씀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태준이 돌아왔다.

“다 치웠어?”

“네. 거의 다 직원분들이 치우셨어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면 심유진은 그걸 꼭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이었다. 허태준은 더 이상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방을 나섰다,

“호텔로 돌아가자.”

차가운 밤공기와 그 차가운 목소리가 심유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둘은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태준은 내일 일찍 일어나라고 말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해석도 없었다. 또 최악의 연말이다. 사실 익숙했으나 그래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심유진은 포장해온 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덮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TV로 예능을 틀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예능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것 외에는 할 일이 없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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