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로운은 이미 만반의 준비라도 마친 듯 말했다.“반대로 생각해 봐.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사람이 알고 보니 배신자라면 어떻게 할까?”“당연히 실망이 극에 달해서 가중 처벌하지 않겠어요?”기승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태로운이 더욱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그 자식이 출퇴근을 안 해도 된다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지금은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확신하거든. 도둑의 신한테 연락해서 준비하라고 해.”기승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알았어요. 지금 연락할게요.”...“특허출원이 기각당해요? 왜죠?”혜리 그룹, 회의실.공혜리는 예쁜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특허청에서 누군가 유사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석연고의 배합 비율이 어떤 회사가 기존에 신청한 데이터와 흡사하다는 설명을 내놓았어요.”양희지의 표정이 착잡했다.“그래서 신청을 기각했죠.”“특허 신청이 문제없을 거로 장담했잖아요.”공혜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그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인력과 물력을 쏟아부었는데... 신제품 출시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특허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는 게 말이 돼요? 뭐라도 설명해보세요.”옆에 있던 태로운이 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양 대표님, 어느 회사에서 유사 특허를 신청했대요?”“백초당이요.”양희지의 대답에 태로운이 눈을 부릅떴다.“그럴 리가? 제가 백초당에서 이직했는데 석연고와 비슷한 제품이 없다고 확신해요.”양희지가 쓴웃음을 지었다.“특허를 신청한 제품이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에요. 당시 동종 업계에서만 비교 분석해서 유사 특허가 없을 것을 확인했는데 의약품에서 발목이 묶일 줄은 몰랐어요.”“무슨 약인데요?”태로운이 다시 묻자 양희지가 입을 열었다.“백초당의 힐링 크림이라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힐링 크림이 뭔데요?”공혜리가 물었다.이내 태로운이 쓴웃음을 지었다.“아는 사람만 아는 약이죠. 백초당에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 한 번도 실물을 본 적이 없어
공혜리와 양희지는 모두 미간을 구겼다.그들은 자신의 직원들이 절대 조제법을 훔쳤을 거라 믿지 않았다.“사실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긴 쉬워요. 조제법을 가져온 지 며칠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계속 금고에 있었겠죠. 요 며칠 동안의 CCTV만 잘 확인하면 범인을 알아낼 수 있어요.”태로운이 말을 보탰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공혜리는 당연히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범인을 알아내고 싶었으니까.“경비팀 통지해서 CCTV 잘 찾아보라고 해요.”공혜리가 명령을 내렸다.양희지도 휴대폰을 꺼내 자기 회사 직원들더러 CCTV를 확인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큰 기대는 품지 않았다.개발팀에 소속된 직원이라면 모두 조제법을 접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단기간 내에 범인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다만 양희지는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아니면 범인을 감싼다고 오해를 받아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공혜리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뭐라고요? 그게 사실이에요? 알겠어요, 경비팀 팀장보고 바로 올라오라고 하세요.”“벌써 알아낸 거예요?”태로운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척했다.양희지도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너무 빠른 거 아니야?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범인을 빨리 알아내는 것도 잘된 일인 듯싶었다.혜리 그룹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증명하면 YH그룹은 더는 이 일에 책임질 필요 없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되니 말이다.곧이어 경비팀 팀장이 도착했고, 그는 큰 스크린에 CCTV 영상을 보여줬다.“공 대표님, 이거 보세요. 이건 사흘 전 CCTV 영상입니다.”“누군가가 몰래 금고 문을 열고 있습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사람이 바로 범인이란 건 확실합니다!”영상 속에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여러 대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앞모습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그 사람이 문 앞에서 한참 동안 애를
공혜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태로운의 말이 일리가 있었지만 범인은 영업팀에서 넘어왔으니 그는 여전히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만약 정말 영업팀 사람의 소행이라면 제가 모든 걸 책임지겠습니다. 모든 손해는 저 태로운 혼자 감당하겠습니다!”태로운이 다시 한번 굳게 맹세했다.하지만 너무 흥분했는지 얼굴이 시뻘게졌다.양희지가 제안했다.“사실 확인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죠. 그 시간대에 누가 자리에 없는지 알아보면 판단할 수 있잖아요.”“그래요, 빨리 우리 영업팀의 CCTV 화면을 보여줘요!”태로운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양희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로 빈자리를 확인하고는 물었다.“여긴 누구 자리죠?”“아, 여긴 어떤 고참의 자리죠... 사실 고참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다만 우리보다 먼저 입사했을 뿐이죠. 이 사람의 이름은 염무현이에요!”태로운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양희지가 바로 눈썹을 치켜들었다.“누구라고요?”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공혜리에게 돌렸다.“염... 그분 여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공혜리는 마음이 착잡했다. 그리고 이 일이 염무현의 짓이라는 걸 절대 믿지 않았다. 그는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염무현의 의술은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에 일개 화장품 조제법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 한마디에 공혜리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혜리 그룹을 두 손으로 그에게 바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SJ그룹 전체를 염무현에게 넘겨줄 마음도 있었다.물론 그에는 조건이 따른다, 바로 염무현의 아내로 되는 것이다.염무현은 사람을 한 번 치료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재산 절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니 보잘것없는 혜리 그룹은 그의 성에 차지도 않을 것인데 그런 그가 왜 화장품 조제법을 훔치겠는가?“정말 그 사람의 짓인가?”양희지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가 알고 있는 염무현이라면 이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4년
“그럴 필요 없어요, 염무현 씨가 아닌 게 확실해요!”공혜리가 깔끔하게 거절했다. 그 누구에게도 염무현을 방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녀는 절대로 사람들이 염무현을 찾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작은 일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슨 염치로 염무현을 만나러 간단 말인가?“공 대표님, 왜 그렇게 염무현이 아니라고 단정짓는 겁니까? 4년 동안의 공백이 있는 놈이라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을 겁니다.”태로운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 일은 두 회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중시해야 합니다. 자세히 보십시오, 이 사람의 키와 체형 모두 염무현과 비슷합니다. 걷는 자세도 비슷한 걸로 보아 염무현이 확실합니다!”태로운은 조제법 도난의 죄명을 기필코 염무현에게 덮어씌울 생각이었다. 그는 이미 생각을 굳혀 그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더 말할 필요 없어요. 제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공혜리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양희지는 미간을 구겼다.“공 대표님, 무슨 근거로 단정짓는 겁니까? 설마 염무현 씨의 소행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겁니까?”“맞아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절대 그놈을 가만두면 안 됩니다!”태로운이 정색했다.공혜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조제법이 도난당한 이 시간에 염무현 말고도 회사에 없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그게 누군가요?”태로운이 물었다.“바로 저, 공혜리입니다.”태로운은 잠깐 벙찐 표정을 보이더니 곧바로 반박했다.“대표님이 회사에 안 계시는 건 흔한 일이잖아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염무현이 조제법을 훔친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예요?”“그때 제가 염무현 씨와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염무현 씨의 소행이 아니라는 겁니다.”공혜의 볼이 약간 빨개졌다.태로운은 당연히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이런 우연이 어디 있겠는가?혜리 그룹에 입사한 그날부터 태로운은 공혜리에게 여러 차례 거절당했었다. 그만큼 공혜리의 눈
염무현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태로운은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었다.공혜리는 침착한 척했지만 사실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어려서부터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은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싫어했다. 특히 이런 남녀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젊은 여자가 이런 말을 내뱉는 건 사실상 쉽지 않았다.하지만 공혜리는 후회하지 않았다.똑같은 상황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그녀는 염무현을 위해 똑같은 변명을 했을 것이다.태로운은 마음이 착잡했다.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쳤는데 갑자기 공혜리가 그의 앞길을 막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공혜리가 직접 염무현을 위해 증언을 했으니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빈틈없는 계획에 이런 작은 실수로 인해 지금 공든 탑이 무너지려고 한다.다행히 이 계획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조제법이 도난당한 건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다만 염무현 이 녀석은 운 좋게 도망갔을 뿐이다.공혜리와 양희지는 눈앞에 서 있는 이 업계 엘리트가 사실은 백초당에서 보낸 스파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태로운의 맨 처음 계획이 바로 석연고를 훔치는 거였다.조제법을 입수한 후, 백초당에서는 즉시 동일한 연구 보고서를 위조하여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내려고 했다. 그래야 혜리 그룹에서는 더는 특허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그리고 혜리 그룹에서 백초당의 연구 성과를 훔쳤다며 여론을 조작하여 특허를 뺏어올 생각이었다.설사 마지막에 특허를 뺏어오지 못한다고 해도 백초당과 혜지 그룹의 분쟁은 계속되어 특허권은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에 두 회사에서는 모두 석연고를 생산하여 출시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누가 제품을 잘 파는지는 각자 능력에 달렸다.하지만 일이 어떻게 되든 이득을 보는 쪽은 백초당이고 손해를 보는 건 혜리 그룹과 양희지일 것이다.초기에 태로운의 운영으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다만 두 가지 점이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첫째, 석연
“석연고에 문제가 생겼어요. 마침 백초당의 특허와 관련이 있대요.”“네? 정말이에요? 부대표님 팀 전체가 스카우트 당해 백초당은 이미 혜리 그룹에 불만이 많았잖아요. 이제 약점 잡혔으니 큰일이 나겠네요.”“부대표님이 처음부터 특허에 대한 걱정을 얘기했었는데, 역시 베테랑답네요.”“하지만 아쉽게도 공 대표님이 너무 자신만만했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까 지금과 같은 위기가 찾아온 거 아니겠어요.”“이제 무슨 얘기를 해도 다 늦었죠. 백초당에서 집안 아가씨인 여지윤이 이 일을 직접 맡았다고 해요. 그분이 엄청 칼같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분이 경쟁자로 보는 사람은 모두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던 것 같아요.”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옆에 있던 정장 차림의 우예원에게 물었다.“예원아, 무슨 일이야?”“오빠, 아직도 몰라?”우예원이 다가와서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이어갔다.“석연고의 특허출원이 거절되었어. 백초당의 특허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그래서 백초당에서 그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난리야.”“다 망했어. 석연고가 출시도 안 되고 회사 평판도 떨어졌으니 어떡하면 좋아?”염무현이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렸다.“표절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석연고는 백초당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그는 확신했다.석연고가 옥연고의 조제법을 표절했다면 염무현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회의에서 이미 알아차렸는데 사실 석연고는 옥연고의 간이 버전이었다.하지만 혜리 그룹의 제품이기 때문에 공혜리의 체면을 봐서라도 염무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리고 백초당의 제품을 표절했다니, 그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어휴, 이미 기정사실이래. 오빠도 석연고를 개발한 업체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우예원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그러곤 미묘한 표정을 보이더니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YH그룹! 오빠의 전처, 내 전 형수인 양희지의 회사란 말이야! 이번에 운수 안 좋은 건 우리뿐만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에요. 문제 해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요.”조윤미가 논리 있게 따져 물었다.“말이 쉽지, 잘못을 인정하면 표절을 했다고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그러면 입이 백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을 텐데 그대로 백초당에게 당할 건가요, 부대표님? 백초당에서 강하게 나오니까 우리도 강하게 밀어붙여야죠. 우리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야죠. 아니면 백초당에서는 언젠간 또 우리를 물고 늘어질 거예요.”태로운이 비꼬며 말했다.“난 또, 무슨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죠. 결국 고집을 부려 끝까지 싸우려는 거잖아요. 백초당이 만만해 보여요? 판사님이 만만해 보여요? 끝까지 가면 좋을 것 하나 없어요. 오히려 혜리 그룹과 YH그룹의 평판을 떨어뜨릴 거라고요. YH그룹이야 작은 회사라 평판이 떨어져도 상관없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뻔뻔하지 않거든요.”분노가 끓어오른 조윤미는 태로운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누구를 뻔뻔스럽다고 욕하는 거예요? 선은 넘지 말죠?”두 사람 사이에 당장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다.이때 어두운 안색의 공혜리가 말했다.“저도 먼저 합의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표절 사실을 인정하든 안 하든 백초당이 지금 유리한 상황에 처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는 상황을 뒤집을 기회가 없다고요. 그러면 왜 굳이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해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건 물론, 결과가 달라질 것 같나요? 결국 사과하고 배상금을 내야 해요. 그래서 더는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양희지는 시종일관 덤덤한 얼굴을 보였다. 그녀도 공혜리의 말에 동의했다.사실 그녀는 더는 석연고의 특허권에 희망을 품지 않았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양희지는 빤히 알고 있었다. 조제법을 역으로 분해해 알아냈으니 말이다. 다만 상대가 백초당인 게 달갑지 않았을 뿐이었다.양희지가 한숨을 쉬고는 마침 입장을 밝히려고 했는데 이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문 앞에 선 염무현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표절 사실을
“아니, 공 대표님, 지금 장난칠 분위기로 보입니까?”태로운은 당연히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다급하게 말했다.“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쉽게 번복할 수 있어요? 장난도 아니고...”공혜리가 진지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여기까지 얘기하죠. 제가 방금 말한 대로 움직이세요.”태로운은 고집을 부리며 끝까지 따지려고 하자 기승호가 한발 앞서 그를 말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하세요. 대표님 이러다가 정말 사람 자를지도 모릅니다. SJ그룹에서도 대표님이 사람 여럿 잘랐어요. 농담 아니에요. 부대표님은 물론이고 공 대표님의 심기를 계속 건드린다면 더 높은 직급에 계신 분들도 자를 수 있어요.”공혜리는 성격이 칼 같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허용할 수 없었다.양희지는 염무현이 괜한 일에 참견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하지만 조윤미는 그런 염무현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YH그룹의 편을 들어줬으니 말이다.양희지는 그녀와 달리 전혀 이에 고마워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상황 파악을 하고는 생각을 정리했다.‘공혜리가 끝까지 싸우자고 주장했으니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손실은 당연히 혜리 그룹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야.’양희지가 그 점을 빨리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그녀는 염무현의 말 몇 마디로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공혜리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다.양희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네요. 재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잘 생각해 보죠.”양희지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미간을 구긴 채 말했다.“공 대표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재판에서 쓰일 자료도 준비해야죠.”“네, 조심히 가세요.”공혜리가 쿨하게 말했다.복도에서.양희지는 몇 걸음 빨리 가서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염무현을 쫓아갔다.“대표님, 같이 가요!”조윤미가 뒤에서 빠른 걸음을 걸으며 말했다.양희지가 한발 먼저 엘리베이터에 발을 내딛고는 고개를 돌린 후 말했다.“조 비서는 다른 것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