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76화

“누굴 죽여달라고?”

독사는 자신이 잘 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임기욱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마찬가지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게다가 아까부터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도우순조차 그녀의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한번 말할 테니까 잘 들어요. 임기욱을 죽여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여정연의 차가운 말이 또 한 번 들려왔다.

“임기욱을 죽여주면 지금 당장 돈 보낼게요! 그리고 옆에 있는 도우순 그 남자도 같이 처리해 주시고요. 어차피 당신들도 정체를 들키긴 싫잖아요.”

임기욱과 도우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특히 임기욱은 자신의 약혼녀가 이토록 매정하게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계좌에 있는 8천억 달러가 생각나 그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여정연, 너 미쳤어? 돈 때문에 감히 날 배신해?”

임기욱은 핸드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못 해준 거 있어? 너 때문에 전 와이프하고 이혼하고 곧바로 너와 약혼식까지 올렸잖아! 우리가 결혼하면 내 돈이 네 돈이 될 텐데 너 진짜 멍청하냐?”

그러자 여정연이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당신 돈은 영원히 당신 돈이야. 그게 내 돈이 될 리 없다는 걸 누가 모를 줄 알아? 그리고 지금 이 계좌에 있는 돈은 당신 돈도 아니라서 나한테 줄 일은 더더욱 없었겠지. 지금 확실히 얘기해 줄게. 당신 돈은 이제 모두 내 손안에 있어!”

임기욱은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여정연은 잘 감췄다고 생각했겠지만, 임기욱은 그녀가 돈을 밝히고 허영심 덩어리에 자기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녀는 돈을 원하고 마침 자신은 돈이 있었을 뿐이고 예쁘고 어린 여자를 찾고 싶던 찰나에 완벽하게 모든 걸 갖춘 그녀가 눈에 띄었을 뿐이니까.

즉 서로의 필요로 완벽한 호흡을 이룬 것이었다.

인간은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그 실체가 드러난다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