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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하지만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일단 살인부터 하고 보는 집단인데 과연 독사가 하는 말을 이대로 믿어도 될까?

문득 임기욱의 머릿속에 이와 같은 잠깐의 불신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괜한 의심은 하지 말자며 여정연이 순조롭게 호텔에 도착해 돈을 보내주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가혹하겠지만 지금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아까 칼에 찔린 곳 때문에 아직 피를 뚝뚝 흘리는 도우순에 비하면 자신은 꽤 괜찮은 상황이었다.

도우순도 돈 나올 구멍을 파보면 상당히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을 테지만 2천억 달러나 요구하는 흑사에게 졸부의 푼돈 따위가 성에 찰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대로 도우순이 지혈을 못 해 죽게 돼도 그들은 신경도 안 쓸 것이다.

SUV 차량의 문이 열리고 흑사 조직원들은 얼굴에 검은색 천을 두른 여정연을 길바닥에 버린 후 잽싸게 자리를 떠났다.

여정연이 낑낑거리며 몸이 일으켜 머리에 씌워진 천을 벗었을 때 그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마을은 물론이고 편의점 하나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여정연은 일단은 목숨이 붙어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옆에 놓인 자신의 가방을 들어 바닥에 탈탈 털었다. 거기에는 독사가 연락 수단으로 건네준 대포폰이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옆에 있는 화장품 쿠션을 들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건 화장품이 아니라 마이크로컴퓨터 본체였고 옆에 있는 립스틱은 건전지였다. 게다가 아이섀도는 작은 모니터 화면이었고 아이라이너는 안테나였다.

빠른 속도로 해당 부품들을 조립하니 금세 미니컴퓨터가 완성됐다.

“역시 난 똑똑해. 돈은 이런 곳에 써야지.”

여정연은 흥분한 듯 눈을 반짝였다.

해당 미니컴퓨터는 그녀가 암거래로 임기욱의 개인 노트북을 몰래 복제한 물품이다.

여정연은 욕심이 많고 돈이 전부인 여자라 배우 역시 고수입 직업군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줄곧 만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배우라는 직업은 겉모습만 화려할 뿐 촬영에 들어가면 힘든 일투성이였고 좋은 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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