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게 웬걸, 기회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물론 돈을 이체하기 위해서는 김기욱의 개인 노트북과 비밀번호 외에 마이크로 칩까지 있어야 한다는 건 그녀도 오늘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삼중보안을 심어둔 임기욱은 역시 쉽게 볼 인물이 아닌 건 확실했다.임기욱에게 있어 오늘 납치는 재난과 다름없겠지만 여정연에게는 이보다 호재일 수 없었다.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로 칩을 본체에 꽂은 후 임기욱이 가르쳐 준 대로 이것저것 두드리자 모니터에 경악할 만한 숫자가 떴다.“8, 8천억, 그것도 달러!”생전 처음 보는 숫자에 여정연은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이 돈은 화하 상업그룹이 서해시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임기욱의 계좌에 넘긴 것이었다. 사실 임기욱은 아직도 제일 상위 임원 층이 왜 이런 작은 서해시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토의해 온 것이 아닌 급작스럽게 결정 난 안건이었고 뭐라고 물어볼 틈도 없이 바로 8천억 원을 계좌에 보낸 것이었다.여정연은 가빠진 호흡을 애써 진정하며 탐욕스러운 눈으로 숫자를 바라봤다. 이 정도 액수면 이번 생은 돈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하나님, 드디어 저한테도 이런 기회를 주는군요!”그녀는 하늘을 향해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임기욱, 당신은 아마 꿈에도 생각 못 할 거야. 평생 끌어모은 자산이 마지막에는 나 여정연의 주머니에 들어갈 거라는 걸! 하하하!”그녀는 실성한 듯 웃으며 두 손을 끊임없이 놀리기 시작했다.그러자 임기욱 계좌에 있던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곧 0이 되어버렸고 이내 그 돈은 모두 여정연의 비밀 계좌에 옮겨졌다.이제 그녀는 이 돈을 깨끗하게 세탁한 후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반 시간 후, 흥분을 가라앉힌 여정연은 대포폰을 들어 독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너무나도 빨리 울린 벨소리에 독사는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한 시간도 안 지났는데 벌써?”“그만큼 내 약혼녀가 날 한시라도 빨리 살리고 싶다는 거겠지
“누굴 죽여달라고?”독사는 자신이 잘 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임기욱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마찬가지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게다가 아까부터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도우순조차 그녀의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다시 한번 말할 테니까 잘 들어요. 임기욱을 죽여주세요!”전화기 너머에서 여정연의 차가운 말이 또 한 번 들려왔다.“임기욱을 죽여주면 지금 당장 돈 보낼게요! 그리고 옆에 있는 도우순 그 남자도 같이 처리해 주시고요. 어차피 당신들도 정체를 들키긴 싫잖아요.”임기욱과 도우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특히 임기욱은 자신의 약혼녀가 이토록 매정하게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계좌에 있는 8천억 달러가 생각나 그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닫기 시작했다.“여정연, 너 미쳤어? 돈 때문에 감히 날 배신해?”임기욱은 핸드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못 해준 거 있어? 너 때문에 전 와이프하고 이혼하고 곧바로 너와 약혼식까지 올렸잖아! 우리가 결혼하면 내 돈이 네 돈이 될 텐데 너 진짜 멍청하냐?”그러자 여정연이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정정했다.“아니, 당신 돈은 영원히 당신 돈이야. 그게 내 돈이 될 리 없다는 걸 누가 모를 줄 알아? 그리고 지금 이 계좌에 있는 돈은 당신 돈도 아니라서 나한테 줄 일은 더더욱 없었겠지. 지금 확실히 얘기해 줄게. 당신 돈은 이제 모두 내 손안에 있어!”임기욱은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여정연은 잘 감췄다고 생각했겠지만, 임기욱은 그녀가 돈을 밝히고 허영심 덩어리에 자기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모든 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녀는 돈을 원하고 마침 자신은 돈이 있었을 뿐이고 예쁘고 어린 여자를 찾고 싶던 찰나에 완벽하게 모든 걸 갖춘 그녀가 눈에 띄었을 뿐이니까.즉 서로의 필요로 완벽한 호흡을 이룬 것이었다.인간은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그 실체가 드러난다고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했음에도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고진성은 지금 왜 그때 염무현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왜 조금 더 그들에게 확실하게 주장을 하지 않았을까 하며 이 상황을 초래한 자신에게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지금 같은 수색 속도로는 날이 어두워져도 사람을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다.“누구야!”그때 산 아래 있던 수비대 대원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총을 들었다.“쏘지 마세요! 저 임기욱 씨 약혼녀 여정연이에요!”여정연은 처참한 몰골로 도로변에 서 있었다. 값비싸 보였던 명품 옷들은 흙과 나뭇가지들에 의해 잔뜩 더럽혀졌고 스타킹에는 구멍이 뚫렸다. 게다가 머리는 산발이 된 채 신발 한쪽은 어디에다 잃어버렸는지 영락없는 거지 행세를 하고 있었다.신분을 확인한 대원들은 흥분한 얼굴로 고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대장님, 여정연 씨 찾았습니다! 다친 곳은 없어 보이고 조금 놀랐는지 몸만 떨고 있을 뿐입니다. 여정연 씨 말에 의하면 납치범들이 한눈을 팔고 있을 때 달리는 차에서 몸을 내던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도랑에 몸을 숨겨 간신히 살았답니다. 네, 그럼 대장님 오실 때까지 여기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얼마 안 가 고진성이 다급한 얼굴로 여정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여정연 씨, 임 이사님은요?”“그게... 아마도 죽었을 거예요...”여정연은 별안간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그 납치범들은 칠성각 도사님들도 전부 죽여버렸고 돈을 주지 않으면 우리도 전부 죽이겠다고 했어요. 기욱 씨는 돈을 넘겨서 목숨을 부지하려 했고 저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중에 살려고 차에서 뛰어내린 거예요.”고진성은 임기욱의 대처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왜 그리도 쉽게 돈을 내어줬지?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우리가 찾으러 갔을지도 모르는데! 어차피 돈이 목적이라면 납치범들도 쉽게 그들을 죽이지 못했을 것 아닌가!“그래서 납치범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고진성이 묻자 여정연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저기 뒷산에 황폐한 곳에 민가가 하나 있어요. 아마 지금도 거기 있을
혜리 그룹.염무현은 오늘 어쩐 일인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에 도명철은 이때다 싶어 염무현에게 서류작성 업무를 맡겼다.그러자 염무현은 아무런 거절도 하지 않았고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그에 도명철은 곧바로 이렇게 협조적일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업무를 줄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그때 염무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발신자를 한번 보더니 바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어디 갑니까? 맡긴 업무는 다 처리했어요?”도명철이 빠르게 달려가 제지하자 염무현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아니요.”“뭐가 그렇게 당당해요? 할 일은 마치고 가야 할 거 아닙니까! 염무현 씨한테서는 정말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네요. 하지연 씨가 뒤를 봐준다고 계속 이렇게 기세등등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 내가 맡긴 일 처리하지 못하면 그 어디에도 못 갈 줄 아세요!”그러자 염무현은 앞길을 가로막은 도명철을 가볍게 옆으로 밀더니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갈 길을 갔다.“날 제지하는 이런 행위는 도명철 씨에게 아무런 득도 되지 않을 겁니다. 후회가 쌓이지 않으면 다행이죠.”“하! 아주 자기 마음대로지?!”도명철은 염무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예원 씨, 봤죠? 나 더는 못 참아요. 지금 당장 위에 일러야겠어요. 저 자식 해고 안 해주면 나도 이 회사 안 다닐 겁니다!”우예원은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 역시 오늘 일은 염무현이 조금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실력이 있다고 쳐도 염무현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러는 거지?그때 도명철의 핸드폰도 울렸고 그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병원이요? 병원에서 왜 나한테 연락을... 지금 당장 갈게요!”“도 매니저님, 여기 오늘 급히 사인해야 할 서류가 있어서 그러는데 지금 좀 부탁...”“저 급한 일 때문에 나갑니다!”서류를 한 아름 안고 들어온 직원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도명철은 그렇게 황급히 자리를 떠나버렸다.그에 동료들은 서로 눈을
“또 당신이야? 저번에도 사기를 치더니 이제는 저주까지 걸어? 여기는 또 왜 왔어? 얼마나 우스운 꼴인지 구경하려고 왔어? 이대로 기욱 씨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다 네 탓인 줄 알아!”그 말에 고진성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여정연 씨, 솔직히 임 이사님이 무현 님 말씀만 들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습니까. 그리고 무현 님은 신의에요. 이분이라면 임 이사님도 분명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요!”“이 사람이 신의라고요?”여정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염무현을 바라봤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성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신의는 무슨! 이제 막 감옥에서 출소한 전과자가 어디서 신의 행세야!”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도명철이었다.“하! 사기꾼인 것도 모자라 전과자? 고진성 씨 당신 제정신이에요? 이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가 뭐예요. 기욱 씨 빨리 죽으라고 이러는 거예요?!”여정연이 소리를 질렀다.“아하, 이제 알겠네. 당신들 그 납치범들과 한패지? 기욱 씨 재산 싹 다 빼앗으려고 이러는 거지?!”그러자 고진성이 얼굴을 굳히며 그녀에게 경고했다.“여정연 씨, 말 가려서 하세요! 그리고 무현 님께 이 무슨 무례입니까!”염무현은 여정연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임기욱의 상태에 관해 물었다.“이곳으로 이송되었을 때 심장은 뛰던가요?”“네,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었어요.”고진성의 대답에 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살릴 수 있어요.”고진성은 희소식에 활짝 웃으며 잔뜩 흥분했다.“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시죠.”염무현이 수술실로 들어가려 하자 도명철이 후다닥 달려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이봐, 지금 어디에 들어가려는 거야? 우리 아빠 지금 응급 수술 중인 거 안 보여? 이 이상은 한 발짝도 못 들어가!”여정연도 달려와서는 똑같이 길을 막았다.“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이 사기꾼 절대 들여보내서는 안 돼요!”“우리 아빠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그때는 너
“기욱 씨도 네 놈이 저주를 퍼부어서 죽은 거나 다름없어!”여정연은 행여나 자신의 슬퍼하는 연기가 제대로 먹히지 않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전에는 연기에 대한 악플을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중요한 타이밍이기에 이 슬픔이 연기라는 걸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만약 그녀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모든 게 다 수포가 될 것 아닌가!그래서 그녀는 도명철이 염무현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걸 보면서 이때다 싶어 같이 소리를 질렀다.고진성은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으려는 여정연과 도명철 때문에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어느새 몰려든 병원 관계자들도 전부 유가족 편에 서는 바람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바로 그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아니, 유 원장님, 이 교수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수술을 집도한 두 명의 의사는 깜짝 놀라 서둘러 두 사람을 모셨다.그들이 이토록 놀란 이유는 바로 상대가 우리병원 원장인 유동석과 이승휘 교수였기 때문이다.지난번 이승휘는 염무현의 신통한 의술을 직접 목격한 후 종종 우리병원에 들러 제자들과 염무현의 의술을 연구했다.오늘도 역시 연구 목적으로 왔다가 거물급 인사가 응급실에 실려 왔다는 소식에 황급히 달려온 것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가 해당 상황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신의님!”이승휘는 예상치도 못한 염무현의 등장에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염무현이 막 대답하려는 찰나 고진성이 빠르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이런!”상황을 전해 들은 이승휘는 호통을 쳤다.“감히 어디라고 신의님 앞을 가로막아! 얼른 길을 내어드리지 못해?”그러자 유동석도 옆에서 거들었다.“얼른 신의님을 수술실로 안내해 드려!”두 사람의 말에 병원 관계자들이 서서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여정연만이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잠깐만요! 이 사람 사기꾼이라고요. 의사 면허도 없을걸요?”이 병원에서 제일 발언권 있는 두 사람의 말이면 보호
여정연은 오늘 임기욱을 살리는 건 못 막아도 그를 구할 골든 타임을 놓치도록 최대한 시간을 끌려고 했다.임기욱은 오늘 죽어야 한다!철썩!염무현의 따귀에 여정연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당장 비켜!”염무현이 호통 치자 여정연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지며 땅바닥에 웅크린 채 꼼짝하지 못했다.염라대왕은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지만, 무지막지한 여자는 봐주지 않았다.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쥐 죽은 듯이 있었다.염무현이 수술실로 들어가자 이승휘와 유재영도 급히 따라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두 대의 심박수 모니터가 모두 가로선을 나타냈다.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임기욱과 도우순은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린 모습을 보아 이미 죽은 게 분명했다.염무현은 출근 중에 금침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기에 병원에서 침 두 세트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놀란 이승휘와 유재영을 뒤로하고 절묘한 침술을 선보였다.염무현이 두 손으로 동시에 침을 놓자, 침 하나하나 오차 없이 정확하게 혈 자리에 꽂혔다.“세상에, 오랫동안 사라졌던 마손 취혼침을 실제로 보다니, 너무 놀랍네요.”요즘 고대 의전과 문헌을 보며 견문을 넓히던 유재영이 감탄하기 바쁘게 또 탄성을 질렀다.“이건... 구전 역천침! 마찬가지로 사라졌던 의술입니다! 역시 염무현 씨가 괜히 자신 있었던 게 아니었네요. 선배님, 저 이제 완전히 염무현 씨를 존경하게 되었어요.”이승휘도 마찬가지였다.“난 진작에 두손 두발 다 들었어.”마손 취혼침, 구전 역천침으로 기사회생을 이루어냈다!삐-임기욱의 심장 박동이 돌아오고 빠르게 정상 심박수로 올라가는 걸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이승휘와 유재영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장면을 본 순간 감탄을 금치 못했다.임기욱의 상처는 놀라운 속도로 출혈을 멈추었고, 서서히 아물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내상도 호전되고 있는 듯하였다. 몇 분 후, 임기욱의 안색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조금
염무현이 임기욱을 깔보는 게 아니라 두 배로 낸다는 건, 그의 전 재산을 지급해야 함을 의미했다. 예전에 누군가 염무현을 찾아와 치료받은 후 잔머리를 굴려 암암리에 자신의 재산을 빼돌렸다. 그리고는 재산 절반으로 진료비를 낸 적이 있는데, 그자는 3일도 안 되어 파산하고 거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장에 요절했다. 염무현은 본인이 나설 필요도 없이 그저 자신의 다른 환자에게 말했을 뿐인데, ‘정직’한 환자들이 힘을 합쳐 그자를 혼내 주었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진료비로 잔머리를 굴리는 건 둘째 치고, 이런 쪽으로 잔머리를 굴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하여 염무현은 임기욱이 너무 흥분하여 농담한 거라 여기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술실 밖에서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방 안의 소리를 엿듣다 깜짝 놀랐다. “저... 임 이사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요? 사망 선고하지 않았어요? 이럴 수가!” “아니, 그럴 리 없어요. 환청이 들린 거 아니에요?” 말로만 추측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도명철은 바로 수술실 문을 열었다. “진짠지 가짠지 문을 열어보면 알겠죠!” 덜컹-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충격적인 장면이 나타났다. 모두가 임기욱이 염무현을 향해 계속해서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을 두 눈 똑똑히 보았다. “세상에! 정말 다시 살아난 겁니까?” “말도 안 돼!” 가장 먼저 소리친 사람은 바로 아까 그 두 명의 응급실 의사였다. 그들은 임기욱의 심장 박동이 멈춰서 이미 죽었다고 확신했다. “환자 상처를 보세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가 철철 흘러서 꿰맬 시간조차 없었는데 어떻게 벌써 거의 다 아물었죠?” “저 잘못 본 거 아니죠?” 유재영은 정색하여 말했다. “제대로 본 것 맞습니다. 염무현 씨가 환자분을 살리는 것을 선배님과 제가 두 눈 똑똑히 보았습니다.” 임기욱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 염무현 님이 저를 살려주신 생명의 은인입니다.” 임기욱이 직접 나서서 얘기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