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전 아무것도 몰라요!”서경운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제자가 건넨 채찍을 손을 들었다.“그러면 다시 묻지, 그놈은 어디 숨어 있어?”“저도 몰라요.”양희지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서경운은 버럭 화를 냈다.“망할 년이 어디서 감히! 말하지 않겠다면 입을 열 때까지 때리겠다. 내 독공 채찍에 저항할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어.”서경운은 구렁이처럼 긴 채찍을 휘두르며 검은 잔영을 만들어냈다.퍽!채찍 소리와 함께 양희지의 등에는 곧바로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옷과 함께 살결이 찢어졌다!엄청난 힘에 양희지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 고통스러워했다.독공 채찍에는 무수히 많은 고리가 숨겨져 있었다.채찍 한 번에 사람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였다!평소 서경운은 이 채찍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으며, 감히 반기를 드는 제자가 있으면 즉시 채찍 세 대만으로 복종시켰다.그의 제자들은 모두 고대의 무인들로 피부가 두꺼웠다.보통 사람은 채찍 한 번도 견딜 수 없는데, 하물며 양희지는 연약한 여자였다!“말할 거야, 말 거야?”양희지는 이를 악물었다.“전 몰라요!”퍽...이어서 또 한 대의 채찍이 날아왔고,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양희지는 고통에 눈이 뒤집히고 처절한 비명만 입 밖으로 내뱉었다.“잘했어, 삼촌. 계속해, 멈추지 말고!”서운범은 양희지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비참한 비명을 들으며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남도훈은 고개를 숙이며 도움을 청하는 양씨 일가의 애처로운 눈빛을 못 본 척했다.“그만 해요, 제가 알아요!”서아란이 외쳤다.양준우도 황급히 말했다.“멈춰요, 그놈이 어디 있는지 말할게요!”퍽!그럼에도 세 번째 채찍이 다가왔다.양희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더욱더 처절한 비명을 질렀고, 바닥은 그녀의 피로 얼룩졌다.양씨 일가 셋은 악에 받쳐 이를 악물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알았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지?”그제야 서경운은 느긋하게 멈추라고 지시하며 콧방귀를 뀌었다.“세 번째
히스턴 호텔 프레지던트 룸.갑자기 다급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무현 님, 방금 고 대인님께 연락이 왔는데, 서경운이 양희지 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잡아가서는, 지금 서씨 가문 장례식장에서 린치하고 있답니다.”공혜리의 전화였다.“그리고 서경운 측 사람들이 지금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무현 님을 찾아내겠다고 난리입니다. 힐튼에 사람을 보냈으니 안심하고 떠나세요. 고 대인님께서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가면서 잘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랍니다.”염무현은 인상을 찌푸렸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서씨 가문 위치를 보내주세요.”서씨 가문, 영당.서경운과 제자들은 식사하러 갔고, 서씨 가문에는 몇 사람만 남아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양문수와 남도훈 일행은 감히 도망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서경운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탈출할 생각이 없었다.“이게 무슨 일이야!”서아란은 등에 피를 흘리며 심하게 다친 딸을 바라보면서 울부짖으며 통곡했다.“불쌍한 내 딸, 어쩌다 이렇게 맞았어! 염무현 그놈이 한 짓이 분명한데 왜 우리가 이 꼴을 당해야 해.”양문수와 양준우도 마찬가지로 증오에 이를 갈았다.그들은 뻔뻔하게도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자기들이 일부러 숨기지만 않았다면, 염무현이 어디 있는지 양희지가 모를 리 없었다.그들이 요행을 바라면서 솔직하게 얘기할 기회를 놓치지만 않았어도 양희지가 세 번의 채찍을 맞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자신의 죄를 묻고,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었다.“망할 염무현, 왜 하필 서씨 어르신을 건드려서 우리 집안까지 망하게 해!”양문수는 이를 갈았다.“감히 서경철 같은 거물도 함부로 건드리다니,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양준우도 덧붙였다.“다 염무현 탓이야. 그 개자식 때문에 우리가 모두 피해를 보고 있어.”바로 그때, 어두운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봤어? 염무현인 것 같은데!”양문수
서운범은 비단 서경철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복수하고 싶었다.“그래, 조카가 원한다는데 못 가르쳐 줄 것도 없지!”서경운의 대답에 서운범은 눈을 반짝이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답했다.“고마워요, 삼촌!”바로 그때.쾅!식당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고, 곧 나무로 된 문이 큰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향해 날라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제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저 멍하니 먼지가 흩날리는 식당 입구를 바라봤다.거기에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있었고 곧 강력한 아우라가 좌중을 압도했다.염무현은 막 양희지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온 터라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녀와는 이미 이혼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멋대로 그녀를 괴롭히는 건 참아줄 수가 없었다.“삼촌, 저놈이에요!”서운범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염무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놈이 바로 양희지의 전남편이자 나와 형을 그 지경으로 만든 염무현이에요!”“고작 저런 놈이 뭐가 무섭다고. 지금도 봐라, 내 제자들한테 잡혀 온 꼴이지 않냐.”서경운은 태연한 목소리로 답을 하고는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염무현이 제자들에 의해 끌려온 거라면 왜 제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거지?게다가 서씨 가문 저택에서 히스턴 호텔까지 왔다 갔다 하려면 적어도 반 시간은 족히 걸릴 테고, 도착한 후 위층으로 올라가 사람을 잡는 시간까지 더하면 못 해도 한 시간은 걸려야 했다.서운범이 여유롭게 식사 제안을 한 것 또한 이 이유 때문이었다.그런데 고작 15분 정도 흐른 이 시점에 염무현이 모습을 드러내 버린 것이다!하지만 상황이 어찌 됐든 염무현이 이곳으로 온 이상 이제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서경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염무현을 아래위로 훑으며 물었다.“내 형인 서경철의 죽음에 관련이 있나?”“내가 죽였어.”염무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서경철뿐만 아니라 4대 천왕, 8대 금강까지 모두 내 손에 죽었다.”그 말에 서경운의 눈이 매섭게 변하더니 싸늘하게
염무현은 자신을 감싼 서경운의 제자들이 마치 한낱 개미라도 되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시선을 오로지 서경운에게만 고정했다.3년 전, 염무현의 스승은 마승태를 데려와 염무현에게 삼천무기를 가르치도록 했고 그 보답으로 염무현은 마승태의 고질병을 치료해 주어 수명을 20년 정도 늘려주었다.마승태가 건강한 몸으로 그곳을 떠날 때 그는 이미 염무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는 염무현을 백 년에 한 번 나온다는 천재라 칭하며 그의 천부적 재능에 감탄했다.“양희지를 다치게 만든 게 너란 말이지? 미안한데 방금 했던 말은 철회해야겠어.”염무현은 말을 마친 후 바로 몸을 움직였다.이제는 마승태가 무릎 꿇고 빌어도 서경운을 용서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그는 왼쪽 발에 무게 중심을 둔 후 오른쪽 다리를 가볍게 휘둘렀고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잔상마저 보이는 듯했다. 곧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제자 중 한 명이 벽 쪽으로 날아갔고 벽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채 커다란 금이 가버렸다.발차기에 맞은 그 제자는 흉부에 커다란 자국과 함께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렸다.염무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옆에 있던 제자의 목을 정확하게 가격했다.우두둑.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명의 제자가 즉사해 버렸다.고착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벌써 두 명을 해치워버렸고 그게 신호탄이 된 듯 그는 수십 명의 제자를 하나하나 죽여나가기 시작했다.압도적인 힘 차이에서 제자들의 그 어떤 반항도 소용이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 기세 좋게 달려들던 제자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고 그중 목숨을 건진 이는 한 명도 없었다.“이, 이게 대체...”서운범은 말까지 더듬으며 눈앞의 참담한 광경에 식은땀이 멈출 줄을 몰랐다.서경운의 제자들은 서운범의 경호원들보다 강하고 실전경험도 풍부한 데다 지금은 수십 명이 고작 한 사람만 상대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전멸이었다!서운범은 두 눈으로 직접 이 상황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식당 입구 쪽
“크흑...”서경운은 검은 피를 토하며 흉부와 복부를 아우르는 기혈에 주먹을 꽉 쥐었다.미치도록 아프다!이것이 지금 그의 뇌를 지배하는 유일한 생각이었고 오직 아프다는 감각만 생생하게 남아있었다.그는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하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고 염무현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젊은이에게 이런 막강한 힘이 있을 줄은 아마 상상도 못 한 듯싶다.혼신의 힘을 다한 펀치였는데 상대에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을뿐더러 되레 자신이 중상을 입게 된 것이다.서경운은 신권문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로 그의 선배들조차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여 오늘처럼 실패의 맛을 보게 된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대체 이 녀석의 정체가 뭐지? 대체 이 괴물 같은 녀석은 누구란 말인가!서경운은 염무현의 일격으로 이미 전투능력을 상실했고 결국에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네가 강한 건 알겠다.”그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오늘 일은 모두 나 혼자 벌인 것으로 내 두 조카와는 상관없어. 그러니 죽이려거든 나만 죽이고 애들은 풀어주는 게 어떻겠나.”“그건 안 되겠어. 더는 쓸데없는 생각을 못 하게 싹을 잘라놔야 해서 말이야. 그리고 난 네 조카들에게 이미 충분한 기회를 준 거로 아는데?”염무현의 말투에는 일말의 타협의 여지도 없었다.“나, 난 죽기 싫어. 난 아직 어리고... 그리고... 그래, 이건 모두 삼촌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야. 그러니 나는 이만 풀어줘. 혹시 돈을 원해? 돈을 원한다면 전부 다 너한테 줄게!”어느새 정신을 차린 서운범은 선 채로 오줌을 지렸고 두 다리는 심하게 떨렸다. 서운혁도 마찬가지로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염무현은 비참한 몰골의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더니 빠르게 두 번 튕겼고 이내 은색 빛이 두 사람의 머리에 박혔다. 은색 빛이 나는 물건은 바로 은침으로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 머리로 향했다.두 사람은
고진성도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대장님, 앞마당에는 서경원의 제자들이 보이지 않고 서씨 가문 잔당들은 이미 제압했습니다.”부하의 보고에 고진성은 혼미 상태인 양희지를 힐끔 본 후 뒤를 돌아 지시를 내렸다.“너희 세 명은 이곳에 남아 사람들을 지키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 뒷마당으로 간다.”대원들은 그 말에 다시 한번 무장을 점검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치열한 싸움이 될 거라는 건 부하들도 고진성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신권문 제자라고 하면 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니까.고진성을 필두로 한 인원들이 조심스럽게 뒷마당에 도착했다.“기다려. 너희들은 밖에서 대기해.”제일 선두에 있던 고진성은 갑자기 지시를 변경한 후 어리둥절한 대원들을 뒤로한 채 혼자 안으로 걸어갔다.안쪽에 수십 구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피바다가 된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모두 신권문 자제들이라는 걸 그는 한눈에 알아봤다.고진성은 처참한 광경에 조금 흠칫하더니 이내 시체들을 피해 천천히 식당 입구 쪽으로 향했다.그러자 거기에는 그의 예상대로 늠름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사실 아까 이곳으로 오기 전 공혜리에게서 염무현이 이곳으로 향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염무현이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자신보다 더 일찍 도착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염무현은 일찍 도착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일마저도 다 해버린 것이었다.“오셨어요?”염무현은 마치 이 모든 것이 자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태연하게 물었다.고진성은 여유가 흘러넘치는 그의 태도에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빨리 온다고 했는데 역시 늦었네요. 경태 씨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모든 건 무현 님 뜻을 따르면 된다고."염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뒤처리 좀 부탁할게요. 대외적으로는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잘 아시죠?”“물론입니다! 서경운이 무고한 사람을 잡아들여 극악무도한 짓을 벌였고 투항을 거부한 탓에 수비대 대원들이 무력 진압으로 모두 소탕해 버린 것으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고 속으로 멋대로 납득했다.“이건 상처 회복에 좋은 약입니다. 따님한테 도움이 될 테니 반드시 써주세요.”고진성은 염무현의 지시를 완수한 후 핑계를 대고 이만 자리를 떠났다.한편, 그의 행동에 양문수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원래 양씨 부부는 생명의 은인이라는 걸 핑계 삼아 고진성과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했었다. 고진성은 수비대의 실세일 뿐만 아니라 진경태의 처남 되는 사람이니 기회를 봐 고진성을 통해 비즈니스적으로 진경태의 도움을 얻을 심산이기도 했다.그런 상황에서 고진성이 직접 약까지 주니 그들에게는 큰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설마 우리 딸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고진성이 거의 양문수와 비슷한 나이이기는 해도 사회적 지위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자신들 딸이 그와 결혼하면 어떻게든 남는 장사였다.그리고 고서은이 나이 많은 진경태에게 시집간 거에 비하면 고진성의 나이 따위는 양반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도훈은 양씨 부부 의중을 파악이라도 한 듯 안절부절못했다. 고진성이 제때 도착할 줄 알았으면 그런 말 따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남도훈은 지금 어떻게 해서든 양씨 부부 마음을 되돌려야만 한다.“저, 아버님, 어머님, 희지 씨는 좀 어때요?”서아란은 비굴한 태도로 다가오는 남도훈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치면서 비아냥거렸다.“어머님이라뇨. 제가 어떻게 감히 그 호칭을 받을 수 있겠어요.”그에 양문수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러게요. 저희 양씨 가문은 남씨 가문과는 달리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문이라 그런 호칭은 조금 부담스럽네요. 하지만 작은 가문이라고는 해도 주제 파악은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보지 말도록 하죠.”남도훈은 선을 긋는 두 사람의 태도에 조금 민망해진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다시 그들을 잡았다.“아까는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봐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번에는 절대 실망할 일 없게 할게요! 제가
“나는 자네 진심을 진작 알아봤네. 우리 희지한테 어떻게 자네 같은 복덩이가 붙었을까! 허허허.”양문수와 서아란은 눈빛을 주고받은 후 남도훈에게 아까와는 백팔십도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아까 내가 했던 말, 별 뜻 없는 거 알지? 그저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게 그만 말이 세게 나갔지 뭐야. 그런데 지금 보니 우리 딸이 남자 복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 호호호.”남도훈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미소를 지었다.“그럼요. 저는 다 이해해요. 그리고 앞으로는 친근하게 ‘도훈아’라고 불러주세요.”그때 양준우도 거들었다.“그럼 이제 매형이라고 부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하하하.”한편, 옆에 있던 수비대 대원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근데 엄마, 누나 회사 말이야, 지금 투자에 돌릴 돈이 있나?”양준우가 뭔가 떠오른 듯 서아란을 향해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10억이라는 거금을 공씨 가문에 보내는 게 아닌데, 쯧쯧.”“누가 아니래!”서아란도 혀를 끌끌 차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막 SJ그룹과의 계약을 따냈다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한 시간도 채 안 돼 태도가 급변했다.“돈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SJ그룹에서 보내온 돈이 있잖아요. 그거 지금 딱히 쓴 곳도 없으니까 ZW그룹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하지만 희지가 동의할까?”서아란이 걱정된다는 듯 얘기하자 양문수가 웃었다.“돈 버는 일을 누가 감히 거절하겠어? 그리고 우리 딸이 비즈니스 귀재인데 이 정도 안목도 없을까 봐? 희지가 깨면 아주 좋아할 거야!”그러자 서아란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그렇겠죠? 그러면 여보, 우리도 투자해요. 전 재산을 다 넣고 나서 그래도 적으면 친척들에게 조금 빌리고요.”“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양문수와 서아란의 호들갑에 옆에 있던 조윤미도 탐이 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실은 저도 묵혀둔 돈이 조금 있거든요. 많지는 않지만 어떻게 투자를 좀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