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도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대장님, 앞마당에는 서경원의 제자들이 보이지 않고 서씨 가문 잔당들은 이미 제압했습니다.”부하의 보고에 고진성은 혼미 상태인 양희지를 힐끔 본 후 뒤를 돌아 지시를 내렸다.“너희 세 명은 이곳에 남아 사람들을 지키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 뒷마당으로 간다.”대원들은 그 말에 다시 한번 무장을 점검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치열한 싸움이 될 거라는 건 부하들도 고진성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신권문 제자라고 하면 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니까.고진성을 필두로 한 인원들이 조심스럽게 뒷마당에 도착했다.“기다려. 너희들은 밖에서 대기해.”제일 선두에 있던 고진성은 갑자기 지시를 변경한 후 어리둥절한 대원들을 뒤로한 채 혼자 안으로 걸어갔다.안쪽에 수십 구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피바다가 된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모두 신권문 자제들이라는 걸 그는 한눈에 알아봤다.고진성은 처참한 광경에 조금 흠칫하더니 이내 시체들을 피해 천천히 식당 입구 쪽으로 향했다.그러자 거기에는 그의 예상대로 늠름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사실 아까 이곳으로 오기 전 공혜리에게서 염무현이 이곳으로 향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염무현이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자신보다 더 일찍 도착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염무현은 일찍 도착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일마저도 다 해버린 것이었다.“오셨어요?”염무현은 마치 이 모든 것이 자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태연하게 물었다.고진성은 여유가 흘러넘치는 그의 태도에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빨리 온다고 했는데 역시 늦었네요. 경태 씨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모든 건 무현 님 뜻을 따르면 된다고."염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뒤처리 좀 부탁할게요. 대외적으로는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잘 아시죠?”“물론입니다! 서경운이 무고한 사람을 잡아들여 극악무도한 짓을 벌였고 투항을 거부한 탓에 수비대 대원들이 무력 진압으로 모두 소탕해 버린 것으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고 속으로 멋대로 납득했다.“이건 상처 회복에 좋은 약입니다. 따님한테 도움이 될 테니 반드시 써주세요.”고진성은 염무현의 지시를 완수한 후 핑계를 대고 이만 자리를 떠났다.한편, 그의 행동에 양문수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원래 양씨 부부는 생명의 은인이라는 걸 핑계 삼아 고진성과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했었다. 고진성은 수비대의 실세일 뿐만 아니라 진경태의 처남 되는 사람이니 기회를 봐 고진성을 통해 비즈니스적으로 진경태의 도움을 얻을 심산이기도 했다.그런 상황에서 고진성이 직접 약까지 주니 그들에게는 큰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설마 우리 딸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고진성이 거의 양문수와 비슷한 나이이기는 해도 사회적 지위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자신들 딸이 그와 결혼하면 어떻게든 남는 장사였다.그리고 고서은이 나이 많은 진경태에게 시집간 거에 비하면 고진성의 나이 따위는 양반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도훈은 양씨 부부 의중을 파악이라도 한 듯 안절부절못했다. 고진성이 제때 도착할 줄 알았으면 그런 말 따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남도훈은 지금 어떻게 해서든 양씨 부부 마음을 되돌려야만 한다.“저, 아버님, 어머님, 희지 씨는 좀 어때요?”서아란은 비굴한 태도로 다가오는 남도훈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치면서 비아냥거렸다.“어머님이라뇨. 제가 어떻게 감히 그 호칭을 받을 수 있겠어요.”그에 양문수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러게요. 저희 양씨 가문은 남씨 가문과는 달리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문이라 그런 호칭은 조금 부담스럽네요. 하지만 작은 가문이라고는 해도 주제 파악은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보지 말도록 하죠.”남도훈은 선을 긋는 두 사람의 태도에 조금 민망해진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다시 그들을 잡았다.“아까는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봐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번에는 절대 실망할 일 없게 할게요! 제가
“나는 자네 진심을 진작 알아봤네. 우리 희지한테 어떻게 자네 같은 복덩이가 붙었을까! 허허허.”양문수와 서아란은 눈빛을 주고받은 후 남도훈에게 아까와는 백팔십도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아까 내가 했던 말, 별 뜻 없는 거 알지? 그저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게 그만 말이 세게 나갔지 뭐야. 그런데 지금 보니 우리 딸이 남자 복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 호호호.”남도훈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미소를 지었다.“그럼요. 저는 다 이해해요. 그리고 앞으로는 친근하게 ‘도훈아’라고 불러주세요.”그때 양준우도 거들었다.“그럼 이제 매형이라고 부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하하하.”한편, 옆에 있던 수비대 대원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근데 엄마, 누나 회사 말이야, 지금 투자에 돌릴 돈이 있나?”양준우가 뭔가 떠오른 듯 서아란을 향해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10억이라는 거금을 공씨 가문에 보내는 게 아닌데, 쯧쯧.”“누가 아니래!”서아란도 혀를 끌끌 차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막 SJ그룹과의 계약을 따냈다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한 시간도 채 안 돼 태도가 급변했다.“돈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SJ그룹에서 보내온 돈이 있잖아요. 그거 지금 딱히 쓴 곳도 없으니까 ZW그룹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하지만 희지가 동의할까?”서아란이 걱정된다는 듯 얘기하자 양문수가 웃었다.“돈 버는 일을 누가 감히 거절하겠어? 그리고 우리 딸이 비즈니스 귀재인데 이 정도 안목도 없을까 봐? 희지가 깨면 아주 좋아할 거야!”그러자 서아란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그렇겠죠? 그러면 여보, 우리도 투자해요. 전 재산을 다 넣고 나서 그래도 적으면 친척들에게 조금 빌리고요.”“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양문수와 서아란의 호들갑에 옆에 있던 조윤미도 탐이 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실은 저도 묵혀둔 돈이 조금 있거든요. 많지는 않지만 어떻게 투자를 좀 할
갈 땐 가더라도 곧 태어날 조카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건 듣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코앞까지 다가와 더더욱 욕심이 났다.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공혜리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별장 양도 절차 다 끝내고 생필품들도 다 사들였습니다. 무현 님에게는 제가 연락하면 될까요?”진경태는 그녀의 속셈을 다 안다는 듯 피식 웃었다.“연락 한 통 넣는 일을 굳이 내게 물어보는 이유가 뭐냐? 혹시 무현 님하고 함께 살고 싶은 거냐? 하하하.”그 말에 공혜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이내 입을 삐죽거리며 답했다.“다 아시면서 짓궂게 왜 그러세요. 저도 체면이라는 게 있다고요.”“내 앞에서는 감출 필요 없다. 그리고 무현 님한테는 네가 연락하도록 해.”진경태의 허락에 공혜리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네!”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얼른 염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니요. 혜리 씨도 바쁠 텐데 그럴 필요 없어요. 나 혼자 가도 돼요.”염무현은 완곡히 거절했다. SJ그룹 2인자 공혜리에게 어떻게 이런 번거로운 일까지 시킬 수 있겠는가.“그럼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공혜리는 많이 아쉬운 듯 표정이 울적해졌고 그걸 보고 있던 진경태와 고진성은 크게 웃었다.“언제든지를 굳이 강조까지 해야겠냐? 그리고 털털하고 할 말은 다 하던 네가 어쩌다 이렇게 소심해졌나 그래.”진경태는 그녀를 놀리듯 말을 이었다.“다음에 무현 님을 만나거든 확실히 고백하는 게 어떠냐. 만약 승낙하면 여러모로 좋은 것이고 거절하면 그때 가서 다른 작전을 세우면 되잖냐.”그에 가뜩이나 빨간 공혜리의 얼굴이 이제는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자꾸 저 놀리지 마세요. 자꾸 이러시면...”“뭐, 내 아내한테 이르기라도 하게?”“네! 그럴 거예요!”“미안하지만 우리 마누라는 남편 말밖에 안 믿어.”진경태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를 계속 놀렸다.“내가 이러는 게 싫으면 어디 무현 님을 꼬셔 보아라.
“야, 너 지금 경비원 무시해? 솔직히 이곳 경비원도 너한테는 감지덕지야. 죄짓고 감방 갔다 나온 놈이 얼른 현 상황을 직시해야지. 아니면 너 설마 취직하러 왔다가 괜히 나 때문에 쪽팔려서 그러냐? 그럴 필요 없어, 인마.”염무현은 이제야 상대방이 누구인지 생각이 난 듯 싸늘하게 말했다.“누가 그래? 내가 여기 취직하러 왔다고.”“그러면 네가 이혼한 마당에 취직 말고 이곳에 무슨 볼일이 있는데? 쪽팔리게 네 전 마누라 회사에 취직할 건 아닐 거 아니야.”뚱뚱한 남자가 이죽거렸다.“그보다 우리 캠퍼스 여신 정말 대단하지 않냐? 어떻게 졸업하고 4년 만에 회사 대표가 되냐? 부럽다. 나는 뭐 성적도 꾸준히 안 좋아서 졸업하고 아빠 자리를 이어받는 것밖에 못 하는데.”누가 봐도 자랑하려는 목적이 다분했다.이 뚱뚱한 남자의 이름은 박동하로 염무현의 대학교 동창이다. 잘사는 집안 자제인 그는 대학교 시절 오늘 타고 온 BMW 승용차로 염무현의 첫사랑을 뺏은 적이 있다.물론 염무현은 첫사랑을 포기한 후 얼마 안 가 캠퍼스 여신 양희지와 사귀며 보기 좋게 박동하의 코를 납작하게 짓눌렀다.해당 일화는 아직도 동창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며 이제는 대학교 후배들까지 두 사람의 사연을 알게 됐다.“내가 이혼한 건 어떻게 알았어?”염무현이 묻자 박동하가 통화기록을 보여주며 말했다.“양희지가 자기 입으로 얘기하던데? 너 설마 재결합 노리고 있는 건 아니지? 정신 좀 차려. 사내자식이 주제 파악은 할 줄 알아야지. 희지는 지금 회사 대표고 너는 전과자야. 하늘과 땅 차이라고. 네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봐, 네가 정말 우리 캠퍼스 여신과 어울리는지!”염무현은 그의 말이 시끄러운 듯 영혼 없는 얼굴로 답했다.“내 일에 신경 꺼.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 여기 취직하러 온 거 아니야.”“그럼 네가 뭐, 집 보러 왔다고? 하하하, 야, 너 여기가 리버타운 부동산인 건 아냐? 원룸 월세나 알아보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 이곳은 매매가가 몇십억은 훌쩍 넘는 곳이라고.
“좋아.”생각보다 빠르게 계약이 성사될 것 같은 생각에 그녀는 한껏 들떠 있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집 보러 오셨어요?”문이 열리고 염무현을 맞이한 건 어린 나이의 예쁜 여성이었다. 그녀는 신입인 듯 어딘가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인사말에서도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염무현은 그녀를 안심시키듯 사람 좋은 미소로 답했다.“집 받으러 왔어요.”“아, 네. 집 보러 오셨군요. 이쪽으로 오세요!”그녀는 긴장한 나머지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염무현은 상관없다는 듯 그녀가 이끄는 대로 걸어갔다.그렇게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려는데 누군가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 서요!”손세나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은서 씨 지금 뭐 하는 거야? 고객을 함부로 받으면 어떡해?!”그녀는 대뜸 화부터 내기 시작했다.“은서 씨 눈은 장식이야?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 사람을 마음대로 들여보내면 어쩌자는 거야!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정말 몰라서 그래?”이은서는 깜짝 놀란 듯 얼굴까지 빨개져서는 다급하게 변명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매뉴얼 숙지가 안 됐습니다. 하지만 팀장님... 이분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요...”그러자 손세나가 그녀를 무섭게 째려봤다.“나쁜 사람은 ‘나 나쁜 사람이에요’ 하고 이마에 쓰고 다녀? 은서 씨, 여기가 학교야? 내가 이런 것까지 가르쳐 줘야 해? 멍청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거 아니야. 이건 뭐, 눈치도 없고 요령도 없고, 쯧쯧, 이런 걸 왜 뽑아서는. 은서 씨가 이러면 내가 사장님한테 욕먹는다고, 알아?”이은서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네, 팀장님. 죄송합니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염무현에게도 사과했다.“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그러자 손세나가 허리까지 숙이려는 이은서를 제지했다.“잠깐만, 은서 씨 뭐 하는 거야? 지금 고객도 아닌 사람한테 고개까지 숙이려고 했어? 내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우리는 이 리버타운
사과? 그것도 당장?손세나는 기가 막힌 듯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염무현의 정체를 몰랐으면 그의 싸늘한 시선에 흠칫 몸이 떨리기라도 했었을 테지만 그가 막 출소한 인간이라는 걸 안 이상 두려워할 건 없었다.“나는요 이곳 리버타운에 입성할 고객님들의 요구라면 그게 얼마나 무리한 부탁이든 다 들어줄 수 있어요. 그러니 당신도 나한테 뭔가를 부탁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제일 저렴한 집이라도 구매해 보지 그래요? 그러면 사죄는 물론이고 무릎까지 꿇을게요. 뭐, 그쪽이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손세나는 마치 이곳 주인이라도 된 듯 염무현을 하대했다.“현재 제일 저렴하게 내놓은 집이 한 40억 정도 하거든요? 어디, 이곳 화장실 살 돈은 있겠어요? 못해도 몇천은 할 텐데.”염무현은 말이 통하지 않고 초면에 적개심 가득한 태도를 보이는 손세나를 보면서 점점 더 표정이 굳어갔다.“이게 지금 무슨 소란이죠?”그때 깔끔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이곳으로 걸어오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이 남자는 리버타운 부동산 책임자이자 실장인 전우식이다.그는 몇 분 전 윗선에서 염씨 성을 가진 남자의 집 수속을 무사히 마치라는 당부 명령을 받았다. 하여 아까부터 계속 입구 쪽만 보고 있을 차에 해당 소란을 목격했고 곧 있으면 도착할 중요한 고객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황급히 달려온 것이다.“실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여기 이 딱 봐도 범죄자처럼 생각 남자가 자꾸 이곳에 볼일이 있다지 뭐예요.”손세나는 씩씩거리며 일러바쳤다.“나한테 딱 걸렸으니 망정이지. 그리고 나한테 뻔뻔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거 있죠?”염무현은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범죄자? 지금 말 다 했습니까?”“또 꼴에 기분은 나쁜가 보죠? 이보세요, 그쪽 같은 사람 나 많이 봤어요. 사회에 섞이지도 못하는 패배자거나 이제 막 출소한 전과자거나. 내 말이 맞죠? 만약 아니라면 지금 당장 정중히 사과하죠.”전우식은 손세나의 말에 미간을 사정없이 찌푸렸다. 부동산 중개인도 엄연한 서
“아니요.”염무현이 바로 부정했다.그러자 손세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비웃었다.“뭐 하는 거예요? 우리 전 실장님이 당신한테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한 건 당신의 행운이에요. 전 실장님, 우리가 경비를 못 찾는 것도 아닌데 왜 고마운 줄도 모르는 자식을 고용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럼 어디 한 번 들어나 봅시다. 뭐 하러 온 거예요?”말하던 손세나는 일부러 오버하며 얘기했다.“설마 집을 사러 온 건 아니겠죠? 내가 팀장으로 일하면서 사람을 잘 못 본 적은 없었는데? 그래요, 어디 한 번 크게 창피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박동하가 얘기했었다. 이 자식은 감옥에서 나온 전과자라고.염무현은 정색하고 얘기했다.“집을 사러 온 게 아니라 산 집을 받으러 온 겁니다.”“하하하, 여러분 들었어요? 집을 받으러 왔대요. 언제 여기서 집을 산 건데요?’손세나는 더욱더 오만해져서 얘기했다.“설마 친구 대신 왔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우리는 오직 본인이나 배우자만이 수속할 수 있게 엄격히 규정했다고요. 친구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전우식도 웃긴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무언가를 떠올린 그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생각에 물었다.“혹시 성이 어떻게 되십니까?”그는 그렇게 질문하면서도 이 질문이 쓸데없다고 생각했다.눈앞의 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상사가 얘기한 ‘귀인’ 같지 않았으니까.“염씨입니다. 이름은 염무현이고요.”염무현이 대답했다.이건 그의 마지막 인내심이었다.만약 상대방이 여전히 이런 태도라면 염무현은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리버타운에는 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요. 난 확신할 수 있어요. 아직도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손세나는 이틀 전에 판매 리스트를 본 적이 있었기에 경멸하며 얘기했다.“사기를 쳐도 상대를 잘못 골랐어요. 감히 우리 부동산을 건드려요? 감옥에서 헛살았어요? 머리도 나쁜 게, 당장 꺼지지 못해요? 걸리적거리니까...”짝.염무현이 바로 손을 들어 손세나의 뺨을 쳤다. 그러자 손세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