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마자 김민식은 거대한 힘으로 손바닥을 내질렀다.하지만 진도하도 결코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주먹을 내지르며 맞섰다.퍽.손바닥과 주먹이 다시 한번 부딪혔고 엄청난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졌다.진도하는 체내의 피가 요동치는 것을 억누르며 공중에서 세 번 뒤로 공중제비를 돌고 나서야 자세를 안정시켰다.이번에는 김민식이 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는 놀란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대부경 2단계, 많아 봐야 3단계 수준일 텐데 자신은 대부경 7단계였다. 비록 막 돌파한 경지이긴 하지만 진도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여러 번 공격했는데도 그를 제압하지 못한 걸까?그 순간 김민식은 검을 꺼내 들었다.쉭.그는 검을 들고 진도하를 겨누며 말했다.“이 검으로 반드시 네 목을 베어 내 아들의 한을 풀겠어!”진도하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용음검을 뽑아 들었다.쉭.용음검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주변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실제로 용이 나타난 줄 알고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김민식은 냉소했다.“하찮은 술수 같으니라고! 절대적인 힘 앞에 모든 것은 거품일 뿐이야!”김민식은 말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오늘 내가 대부경 7단계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어! 목숨을 앗아가는 세 검!”말이 끝나자 김민식이 공격을 시작했다.공중에 갑자기 세 개의 검 그림자가 나타나 진도하를 향해 내려쳤다.진도하는 이를 악물고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오늘 내가 어떻게 경지를 뛰어넘어 그쪽을 베는지 보여주겠어요!”진도하의 기세가 그 순간 폭발했다.이를 본 주변 사람들은 이제야 진도하가 대부경 4단계임을 깨달았다.“그렇다면 진도하가 김민식을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진도하는 천재니까 대부경에서도 경지를 넘을 수 있잖아!”이렇게 생각하자 주변 사람들은 더욱 흥분하며 진도하와 김민식의 결투를 지켜보았다.김민식 역시 놀란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그는 진도하가 대부경
진도하의 검술은 이미 기력이 소진되어 있는 상태지만 세 개의 검 그림자는 여전히 거대하고 기세가 맹렬했다.쨍.진도하의 손에서 용음검이 떨어졌다.“어?”멈칫한 진도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번이 처음으로 ‘안전한 스타트’를 사용해 실패한 것이었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검이 충격으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었다.용음검이 땅에 떨어지자 검신 위에 한 마리 용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고 검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진도하가 잠시 멍해 있는 사이 김민식의 세 개의 검 그림자가 진도하의 몸에 직격했다.쾅.세 개의 검 그림자가 진도하의 호신 기운에 부딪혀 엄청난 소리가 났다. 다음 순간 진도하의 호신 기운이 부서지고 그의 몸도 검 그림자에 의해 땅에 쓰러졌다.쿵.진도하의 몸이 무겁게 땅에 떨어지며 옷이 피로 물들었다.김민식은 검을 거두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이제 너와 나의 차이를 알겠어?”진도하는 간신히 말을 꺼내려 했지만 피 한 모금이 입에서 쏟아졌다.“푸우!”이번 부상은 그가 수련을 시작한 이래 가장 심각한 것이었다.김민식은 이 모습을 보며 오만하게 웃었다.“하하하! 네가 무슨 천재란 거야?”말을 돌리며 김민식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천재도 성장하지 못하면 쓰레기일 뿐이야!”쉭.김민식의 검이 진도하의 목을 겨누었다.“이제 너를 저 세상으로 보내주마. 그리고 네 머리를 잘라 성벽에 걸어두겠어. 하하하!”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민식의 검이 앞으로 나아갔다.“멈춰!”은소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곧바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몸놀림은 매우 빨랐다.팅팅팅.그녀는 순식간에 김민식 옆에 나타나 칼을 들어 김민식을 향해 내리쳤다.김민식은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아냈다. 그 순간 진도하는 기회를 잡고 땅에서 일어섰다.쨍.칼과 검이 맞부딪혔다. 은소혜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김민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너 저놈을 돕겠다는 거냐?”김민식은 은소혜를 비웃으며 말했다.은소혜가 대답하려던 찰나 진도하는 재빨
“하하...”진도하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혹시 그쪽이 우리 스승님을 무서워하는 거 아니에요?”김민식은 잠시 멈칫하며 얼굴에 분노가 스쳤다. 사실 그는 남궁 장로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의 원수를 지금까지 참았을 리가 없다.하지만 이제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그는 이미 남궁 장로가 일주일 전 청룡성을 떠났다는 확실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역시 우리 스승님을 무서워하는 거네요.”진도하는 입가에 피가 맺힌 채로 웃으며 말했다.김민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음산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노려보았다.진도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생각해 봐요. 우리 사이에 앙금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스승님이 왜 굳이 이 시점에 청룡성을 떠났겠어요?”김민식은 순간 당황했다.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그러게. 남궁 장로는 나와 진도하의 관계를 알고 있는데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청룡성을 떠났을까?’“혹시 우리 스승님이 떠나기 전에 그쪽을 없앨 수 있는 무언가를 내게 주고 가지 않았을까요?”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민식은 진도하를 흘깃 보았다. 마음속의 불길한 예감은 더욱 강해졌다.사실 진도하는 김민식을 겁주고 있는 것뿐이었다. 시간을 끌고자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남궁 장로는 그에게 김민식을 상대할 만한 무언가를 주고 간 적이 없었다.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김민식이 무작정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또 하나는 체내에서 미친 듯이 기운을 돌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곧 진도하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김민식은 진도하의 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남궁 장로가 그에게 무엇을 남겨주었는지 확인하려 했다.진도하는 김민식의 반응을 보며 웃었다.“겁낼 것 없어요. 그냥 기운을 보충하는 약일 뿐이에요.”그렇게 말하며 진도하는 약병을 열어 약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었다.사실 이마저도 김민식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먹은 약은 부상 치료용이었다. 아까 김민식의 여러 차례 공
용음검은 그동안 진도하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스스로 적을 향해 공격했다.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최소한 진도하가 직접 사용할 때보다 몇 배는 강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소환해도 용음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진도하는 속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식의 검이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는 지금, 그는 절박해졌다.“죽어라!”김민식이 크게 외치며 진도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그때였다.쓱.용음검이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땅에서 튕겨 올라와 진도하의 손에 날아들었다.진도하는 답답한 표정으로 용음검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알아서 저 사람을 공격하라는 뜻이었는데 내 손에 오면 뭐 하자는 거야? 나도 저 사람 이길 방법이 없어!”그렇게 말하면서도 진도하는 어쩔 수 없이 용음검을 휘둘러 김민식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김민식의 이번 검격은 특별한 검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휘두르는 것뿐이었다.쨍.두 사람의 검이 부딪치자 진도하는 손목에 마비가 오는 것을 느꼈고 용음검은 다시 땅에 떨어졌다.이 모든 것은 진도하가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공격을 막자마자 곧바로 환허보를 펼쳐 김민식과 20미터 떨어진 곳으로 몸을 이동시켰다.김민식은 크게 분노했다.“도망가려고? 죽어버려!”김민식은 다시 검을 들고 진도하에게 공격을 개시했다. 이제 그는 남궁 장로가 진도하에게 아무런 도움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진도하가 대부경 4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경 7단계인 그에게 진도하는 그저 미약한 존재일 뿐이었다.그를 죽이는 데 검술을 쓸 필요도 없었다. 물론 진도하가 겨우 세 달 만에 대부경 4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뭐? 김민식은 감히 자신의 아들을 죽인 그를 오늘 반드시 없애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진도하가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김민식의 검이 진도하에게 점점 가까워졌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있었고 모두가 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듯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 씨... 저 사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지 않아요?”“검이 당장 몸에 닿으려 하는데도 웃고 있잖아요?”“혹시 저 검의 위력을 모르는 게 아닐까요?”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진도하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고 그가 곧 죽을 것이라며 비웃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아예 무관심하게 고개를 저으며 지켜볼 뿐이었다.“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마!”김민식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다시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높였다.“날 겁주려고 해봤자 소용없어!”“난 대부경 7단계지만 너는 고작 대부경 4단계에 불과하잖아!”“어떤 수를 쓰더라도 오늘은 네 목숨을 거두겠어!”김민식은 이제 확신했다. 진도하가 무슨 비장의 수를 숨기고 있든 상관없다고 여겼다. 진짜 무언가가 있었다면 진작에 사용했을 것이 아닌가? 굳이 죽음이 목전에 닥친 이 순간까지 미룰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설사 그가 정말로 무언가를 준비해 두었더라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검이 이미 진도하의 몸에 닿았으니까.김민식의 검이 진도하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기운에 닿자 진도하의 눈에 미묘한 아쉬움이 스쳤다.“내 스승님이 분명 그쪽을 상대할 무언가를 주셨다니까...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라고.”진도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왜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그가 차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한 뒤 그의 눈빛에 아쉬움이 더 깊어졌다.“쓸데없는 짓 그만해! 빨리 죽어버려!”김민식은 진도하가 뭐라 말하든 믿지 않았다. 비록 진도하에게 무슨 수가 있다고 해도 과연 자신의 검보다 빠를 수 있을까?하지만 바로 그 순간 김민식의 검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너... 너도 절대 영역을 쓸 줄 알아?”“몰랐어?”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김민식을 바라보았다.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했다. 그저 김민식의 검이 진도하의 목 바로 앞에 멈춰서
훽.그 순간 상자에서 갑자기 황금빛이 번쩍였다.김민식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이미 늦었다. 한 줄기 빛이 그의 몸을 강타한 것이다.펑.김민식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마지막에 비명 한 번 지를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며 이 믿기지 않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 광경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분명 김민식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는데 왜 그가 죽음을 맞이한 것일까?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제대로 본 이가 없었다.진도하는 김민식의 시신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다만 손에 들고 있는 네모난 상자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이 상자는 그의 스승 남궁 장로가 그에게 준 보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법기였다. 대부경 9단계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이 상자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진도하는 이 상자를 무척 아꼈고 고풍서원이나 대초에 도착해서 큰 위험이 닥쳤을 때나 쓰려 했었다. 그러나 김민식의 날카로운 검술에 중상을 입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이 상자를 꺼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자신의 목숨이 남아있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진도하가 또다시 일부러 용음검을 버렸던 것도 김민식을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김민식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면 절대 영역을 사용해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이 상자를 꺼낼 계획이었다.그의 예상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이 상자는 단순히 방어만이 아니라 반격할 수 있는 힘도 있었다.진도하는 스승님이 주신 물건이 아무런 쓸모가 없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승님이 이토록 자신을 믿고 청룡성을 떠난 것도 그 덕분이었다.진도하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넣고 산산조각이 난 김민식의 시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거짓말 안 했지? 스승님이 내게 남긴 게 있다고 했잖아.”그때 은소혜와 하현진, 그리고 여섯 형상의 괴물이 진도하에게 달려왔다.“도하야, 괜찮아?”은소혜가 다급하게 물었다.“응,
멀리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빛 갑옷을 입은 그 인물은 위엄이 넘쳤다.진도하는 그 사람을 바라보며 그가 누구인지 추측했다. 김민식의 가병들은 그를 보자마자 몸을 떨며 즉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성주님을 뵙겠습니다!”주변에서 구경하던 일반인들도 모두 땅에 엎드리며 ‘성주님’이라고 중얼거렸다.진도하는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을 잡으려는 이 사람은 바로 청룡성의 성주 하도현이었다.그와 김민식의 결투가 공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도현은 왜 나서서 복수를 하려는 걸까? 하지만 성주와 부성주인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였을 것이니, 하도현이 김민식을 위해 나서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진도하는 전투를 대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일어나라!”하도현은 무릎 꿇고 있는 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김민식 가병들의 포위망 앞까지 걸어 나갔다.그리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너희 주인을 죽인 범인을 잡아들이지 못해?”“알겠습니다!”하도현의 명령에 가병들은 긴 창을 움켜쥐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포위망이 점점 좁혀졌다.은소혜는 칼을 빼들고 진도하 앞을 막아섰고 하도현을 향해 외쳤다.“성주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도하와 김민식의 결투는 공정한 싸움이었습니다! 모든 규정을 준수했어요. 그런데 다들 무슨 권리로 도하를 잡으려 하는 겁니까?”그러자 하도현은 은소혜를 힐끔 보며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무슨 권리? 좋아, 알려주지. 진도하는 결투 중 비열한 수법을 썼고 나는 청룡성의 성주이기 때문이야!”이에 은소혜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청룡성의 성주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거예요?”하도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은소혜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눈으로 직접 봤어. 진도하가 암기를 사용해 김민식 부성주를 살해한 것을. 그건 결투 규정을 어긴 거라고! 그러니 진도하를 잡는 것이 당연하지 않아?”“하하...”은소혜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누가 당신과 김민식이 한통
하도현은 은소혜를 향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나의 공무를 방해하려 든다면 네가 아무리 여자라 해도 너를 꺾는 것쯤은 가차 없이 할 테니 그리 알아!”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도현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대부경 8단계!”“성주님이 대부경 8단계의 고수였어!”주위의 모든 이들이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은소혜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은소혜는 여전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대부경 8단계가 뭐 대단하다고 그래요?”하도현은 평온하게 대답했다.“뭐 별 거 없지. 하지만 너를 죽이기에는 충분해.”그러고는 덧붙였다.“네가 태초서원의 무신이라 해서 내가 감히 손을 못 댈 거라 생각하지 마.”곧 은소혜는 반박하려 입을 열었으나 진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만류했다.“소혜야, 너는 물러서.”은소혜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결국 진도하의 곁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듯 그녀의 손에 든 칼은 거두어지지 않았다.진도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로 죽은 사람을 위해 복수할 생각이야?”진도하는 도무지 하도현이 왜 지금 이 순간에 나서서 자신을 잡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김민식의 복수를 위해서일까? 정말로 그 이유뿐이라면 하도현은 즉시 공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자신을 잡으려 하는 이유가 뭘까?하도현은 진도하를 쳐다보지도 않고 엄숙하게 말했다.“나는 그저 법대로 하는 것일 뿐이야! 네가 김민식과의 결투에서 암기를 사용한 것을 똑똑히 봤거든. 그건 분명 규정을 어긴 행위야.”잠시 말을 멈춘 하도현은 다시 이어갔다.“넌 오늘 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네가 대부경 8단계의 힘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말이야.”“하지만 너는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지. 그러니 넌 내 충고를 받아들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거야.”그러자 진도하는 미소를 지은 채 은소혜와 하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너희는 잠시 밖에서 기다려줘.”“그럼 너는?”“형님은요?”은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