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휙.한 그림자가 그의 눈앞에 번쩍 나타났다. 그 그림자는 다름 아닌 이형수들의 왕인 여섯 형상의 괴물이었다.진도하는 깜짝 놀랐다. 그 못생긴 여섯 형상의 괴물이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낼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은소혜에게 말을 보낼 새도 없이 진도하는 몸을 날려 다른 나무로 옮겨갔다.휙.그러나 여섯 형상의 괴물은 곧바로 진도하를 향해 발톱을 내질렀다. 진도하는 왼손을 뻗어 간신히 그 공격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섰다.그와 동시에 그는 환허보를 발동해 멀리 떨어진 나무 위로 몸을 숨겼다. 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를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그를 향해 빠르게 뛰어들었다.진도하는 용음검을 뽑아들고 여섯 형상의 괴물을 향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찔렀다. 그러나 여섯 형상의 괴물은 당황하지 않고 발톱을 뻗어 용음검을 받았다.쨍.여섯 형상의 괴물의 발톱과 용음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두 사람은 한 발짝씩 물러섰고 서로의 눈에서 놀라움을 읽을 수 있었다.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휙.진도하는 다시 검을 휘둘러 공격을 시도했다. 여섯 형상의 괴물 역시 침착하게 그 공격을 받아치더니 곧바로 역습을 시도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진도하를 향해 내리쳤다.발톱이 진도하에게 닿기도 전에 그는 그 발톱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었다. 속도 또한 무시무시하게 빨랐다.진도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검을 세워 막을 수밖에 없었다.쨍.또다시 불꽃이 튀었고 진도하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여섯 형상의 괴물은 계속해서 빠르게 진도하를 공격했다.쨍. 쨍. 쨍.몇십 번의 빠른 공격이 이어졌다. 진도하는 그저 연속으로 방어만 할 수밖에 없었다. 반격할 틈조차 없었다.진도하의 마음속엔 점차 짜증이 밀려들었다. 그가 여섯 형상의 괴물보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 여섯 형상의 괴물이 숲 속에서 싸우기에 매우 적합하다는 점이었다.마치 원숭이처럼 나무 위에서 날렵하게
진도하가 도망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힘으로 돌파하는 것.그는 더 이상 달아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용음검을 꽉 쥔 채 발걸음을 멈췄다.그가 멈추자 여섯 형상의 괴물과 땅에 있던 이형수들도 함께 멈춰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사납게 진도하를 바라보며 언제라도 덮쳐올 기세였다.진도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나를 만만하게 보나 본데, 난 참을 만큼 참았어.”여섯 형상의 괴물과 이형수들은 아무 말도 없이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진도하를 바라봤다. 마치 그를 곧 잡아먹을 듯한 눈빛이었다.진도하는 여러 번 위기를 겪어왔지만 이번 상황은 달랐다. 수천 마리의 이형수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광경에 등골이 서늘해졌다.특히 이형수들은 머리 꼭대기 외에는 약점이 없었고 그 외의 부위는 칼이나 창으로도 뚫기 어려웠다. 심지어 용음검으로도 그들의 두꺼운 가죽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오직 진도하가 검술을 사용할 때만이 그들의 가죽을 찢을 수 있었다. 이 생각이 진도하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하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그것들이 진도하를 죽이지 않더라도 지쳐 쓰러질 것은 진도하 자신이었다.결국 진도하는 결전을 결심하고 검을 들어올렸다.“안전한 스타트!”그는 자신이 만든 첫 번째 검술을 펼쳤다. 용음검을 휘두르자 칼날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그 순간 여섯 형상의 괴물과 이형수들은 그 소리에 놀라며 진도하를 쳐다보았다. 잠시 두려운 기색이 스쳤으나 이내 그것들은 다시 진도하를 향해 돌진했다.진도하는 거침없이 다가오는 수많은 이형수를 보면서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 검을 휘두르며 그는 끊임없이 검세를 쌓아갔다.“하나!”“둘!”“...”“아홉!”아홉 겹의 검세가 완성되자 진도하는 힘을 모아 한 번에 휘둘렀다.용음검은 마치 거대한 용처럼 날아올라 전방을 찌르며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공간을 뒤흔들었다.땅 위의 나무들조차 기울어지는 듯했고 이형수들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은 금방 정신을 차
진도하의 표정은 복잡하게 변했다.‘여섯 형상의 괴물이 말을 한다고? 진짜야?’믿기 어려운 광경에 진도하는 눈을 크게 뜨고 여섯 형상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놀라움은 곧바로 경계심으로 바뀌었다.여섯 형상의 괴물이 다시 입을 열었다.“날 따라와!”분명 여섯 형상의 괴물이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아이처럼 맑고 또렷했지만 한편으로는 날카롭게 들리기도 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데 익숙지 않은 듯했다.진도하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여섯 형상의 괴물은 몸을 날려 진도하를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진도하는 본능적으로 용음검을 들어 막으려 했으나 여섯 형상의 괴물의 발톱은 진도하를 빗겨가 옆 나무에 박혔다. 진도하는 이내 눈썹을 찌푸렸다.‘일부러 그런 건가?’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이 의도적으로 공격을 빗맞힌 것임을 눈치챘다. 분명 이렇게 될 리가 없었다.그 순간 여섯 형상의 괴물의 아이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나랑 가자. 걱정하지 마. 널 해치진 않을 테니까.”말을 마친 여섯 형상의 괴물은 두어 번 으르렁거렸고 그 소리에 맞춰 땅에 있던 이형수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를 돌아보고는 재빨리 다른 방향으로 뛰어갔다.진도하는 잠시 망설였으나 결국 그 뒤를 따랐다. 여섯 형상의 괴물이 왜 자신을 부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둘은 숲 속을 빠르게 누비며 약 20분가량을 이동했다. 드디어 여섯 형상의 괴물이 멈추자 진도하도 발걸음을 멈췄다. 여섯 형상의 괴물은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서로 탐색하듯 바라보며 말없이 시간이 흘렀다. 진도하는 이 여섯 형상의 괴물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이형수인지 궁금해졌다. 외형은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지만 이형수의 특징은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가까이서 보니 여섯 형상의 괴물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릴 때는 무서워 보였지만 지금처럼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순진해 보였다. 심지어 약간 귀여운 느낌까지 들었다.둘은 그렇게 1분가량
진도하의 경계하는 눈빛을 본 여섯 형상의 괴물은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나는 너에게 악의를 품고 있지 않아.”진도하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그럼 왜 시험 참가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인 거야?”여섯 형상의 괴물은 차분하게 설명했다.“난 너를 끌어내려고 했을 뿐이야.”“뭐?”진도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나를 끌어내려고 했다고? 내가 누군지 안다는 거야?”여섯 형상의 괴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네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네 검의 소리를 들었어.”그렇게 말하며 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가 들고 있는 용음검을 가리켰다.진도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너 이 용음검을 알아?”여섯 형상의 괴물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 나는 그 검을 알진 못해. 다만 그 검에서 나는 소리가 아주 익숙했어. 예전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해.”여섯 형상의 괴물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무언가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그리고 그 소리가 나를 깨웠어. 내 머릿속에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올랐어.”여섯 형상의 괴물의 말에 진도하는 깜짝 놀랐다. 동시에 여러 가지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여섯 형상의 괴물이 먼저 말을 이었다.“아, 네 손에 낀 그것 말이야. 그것도 어디선가 본 듯해.”이번엔 여섯 형상의 괴물이 진도하의 손에 낀 반지를 가리켰다. 진도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네가 이 반지를 안다고?”여섯 형상의 괴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걸 알진 못해. 본 적도 없고. 하지만 그 반지의 용도는 알아.”“네가 이 반지의 용도를 안다고?”진도하는 눈을 크게 떴다. 이 반지의 비밀은 자신과 환상이밖에 몰랐다.그는 다시 물었다.“확실해?”여섯 형상의 괴물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해!”그러고는 진도하 옆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반지 안에는 공간이 있잖아. 맞지?”진도하는 놀란 눈으로 여섯 형상의 괴물을 쳐다보았다. 여섯 형상의 괴물이 어떻게 이 반지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내 부탁은 아주 간단해...”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를 바라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줬으면 해.”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너를 데리고 나가라고? 네가 스스로 나갈 수는 없어?”여섯 형상의 괴물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은 특수한 곳이야. 내가 스스로 나가려 하면 통로에서 바로 산산조각 나고 말 거야.”진도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지만 나도 너를 데리고 나갈 방법이 없어.”“아니야. 너에겐 방법이 있어!”여섯 형상의 괴물은 여전히 흥분한 채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게 방법이 있다고?”“그래!”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나를 네 반지 속 공간으로 들여보내 주면 나는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어.”그제야 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의 의도를 깨달았다. 여섯 형상의 괴물은 자신이 가진 링 공간을 이용해 이 시험장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었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가 망설이는 걸 보고는 간청하듯 말했다.“물론 무상으로 날 데려가 달라는 말은 아니야!”진도하는 말없이 여섯 형상의 괴물을 바라보았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계속해서 말했다.“네가 나를 데리고 나가 주기만 하면 네 친구들은 모두 무사할 거야. 이형수들도 더 이상 너희를 공격하지 않을 거고 남은 시간 동안 너희는 아주 안전할 거야.”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여섯 형상의 괴물이 얼마나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여기 있는 기연들도 네가 원한다면 모두 가져가도 좋아. 네가 원하는 건 다 줄게.”진도하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했다.그러자 여섯 형상의 괴물은 점점 초조해졌다. 도대체 진도하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답답해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고는 다시 물었다.“너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야? 말만 해 줘.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
여섯 형상의 괴물의 설명을 들은 진도하는 일단은 그 말을 믿기로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계속 이야기해봐.”여섯 형상의 괴물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내가 처음 깨어났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 머릿속이 텅 비었고 몸집도 아주 작았지. 그래서 한 나무 속에 숨어 있었어. 그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왜 그 나무 속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지. 수백 년 전 누군가 나를 동굴에 봉인했고 그 결과 나는 깊은 잠에 빠져 일부 기억을 잃었던 거야.”이때 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의 용음검을 가리키며 말했다.“나를 봉인한 사람이 들고 있던 검이 바로 이 검이었던 것 같아.”여섯 형상의 괴물의 말에 진도하는 깜짝 놀랐다.‘용의 후예와 여섯 형상의 괴물이 관련이 있는 걸까?’여섯 형상의 괴물은 진도하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시간이 흐르면서 내 몸에 걸린 봉인은 점점 약해졌어. 그러던 어느 날 내 머릿속에 수련법이 떠올랐고 나는 날마다 그 수련법을 익히기 시작했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그 수련법을 완전히 터득했어. 그 순간 봉인이 풀렸고 나는 나무 속에서 나올 수 있었어.”“나왔을 때는 몸집이 너무 작고 경지 또한 낮아서 이형수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어. 나는 숨으면서 수련을 계속했지. 도망 다니는 동안 인간들이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내가 강해지자 이형수들에게 복수를 시작했어. 결국 이형수들은 모두 나한테 졌고 그들은 살기 위해 나를 이형수 왕으로 모셨어.”여섯 형상의 괴물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이형수들이 나를 왕으로 모신 뒤 나는 꽤 오랫동안 만족스러웠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곳이 나갈 수 없는 특수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이 긴 세월 동안 계속해서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까지 이곳에 시험을 치
“응, 나 깨어났어.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1분밖에 없으니 내 말을 잘 들어.”환상이가 약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진도하는 흥분되었던 마음이 순간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1분밖에 시간이 없다고?”“그래. 넌 내 말만 잘 들으면 돼.”환상이가 말했다.“알겠어. 말해봐.”진도하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듯 재빨리 답했다.환상이가 말했다.“날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그저 한동안 깊은 잠에 들어야 할 뿐이야.”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비로소 안심했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환상이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다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환상이가 말을 이어갔다.“네 앞에 있는 저 여섯 형상의 괴물을 데리고 나가도 좋아. 저 괴물은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다만 조건이 있어. 저 괴물을 네게 굴복시키고 영혼 계약을 맺어야 해. 저 괴물이 기꺼이 따르겠다고 하면 데리고 나가고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데리고 나가선 안 돼.”“알겠어.”진도하는 간단히 알겠다고 대답하고 환상이의 말을 가슴속에 새겼다. 그리고 곧바로 덧붙였다.“그런데 영혼 계약은 어떻게 맺는 거야?”환상이가 대답했다.“이미 네 머릿속에 영혼 계약을 맺는 방법을 전했으니 나중에 필요할 때 직접 확인해 봐.”“알겠어!”환상이는 한숨을 크게 쉬고 나서 말했다.“이제 더 할 말은 없어. 난 다시 잠에 들어야 해. 나는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을 잘 챙기도록 해.”이 말을 끝으로 환상이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환상아?”진도하는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진도하는 환상이가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사실을 깨닫자 진도하는 왠지 모르게 허탈해졌다.‘하, 도대체 환상이가 언제쯤 정상으로 돌아올까?’그는 이미 환상이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었고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로 환상에게 물어보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 환상이는 매번 그에게 정확한 답을 줬으니 말이다.솔직히 말해 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은 몹시 갈등하고 있었다.한편으로는 영혼 계약을 맺는 이득과 손해를 따져보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험장에 계속 남아있었을 때 마주할 결과를 생각했다.결국 여섯 형상의 괴물은 이를 악물고 발톱으로 나뭇가지를 잡아 몇 그루의 나무를 뛰어넘더니 진도하를 따라잡고 말했다.“잠깐!”진도하는 그제야 발걸음을 멈췄으나 뒤돌아보지는 않았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알겠어. 네가 이겼어.”진도하는 그제야 뒤돌아서 여섯 형상의 괴물을 바라보았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다시 한번 말했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영혼 계약으로 내가 원치 않는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겠어?”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나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절대 영혼 계약을 이용해 네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않을 거야.”진도하의 말을 듣고 여섯 형상의 괴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영혼 계약을 맺자.”여섯 형상의 괴물은 그렇게 말하고 진도하 앞에 다가와 고개를 쳐들고는 마치 죽음을 각오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의 표정을 보자 웃음이 나올 뻔했다. 마치 영혼 계약을 맺는 게 그 녀석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사실 영혼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진도하가 여섯 형상의 괴물을 길들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섯 형상의 괴물은 이후로 진도하의 말을 들어야 했고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진도하가 영혼 계약을 통해 여섯 형상의 괴물을 통제할 수 있었다.하지만 진도하가 여섯 형상의 괴물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여섯 형상의 괴물에게 고통을 가하여 길들일 수 있었다.이것이 여섯 형상의 괴물이 영혼 계약을 맺기 꺼려했던 이유이기도 했다.진도하는 머릿속에 떠오른 환상이가 남긴 영혼 계약에 대한 설명과 절차를 떠올렸다. 모든 과정을 확인한 후 그는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먼저 진도하는 기를 모아 손에 인을 맺고 조심스럽게 여섯 형상의 괴물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