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장로가 잠시 떠나게 된다는 소식에 진도하는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웠다.남궁 장로는 몸을 돌린 채로 말했다.“자, 이제 그만 돌아가서 시험 준비나 해. 사흘 뒤 시험에 나가야 하지 않겠어.”남궁 장로의 태도를 보고 진도하는 그 역시 이별을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진도하는 가슴 속에 차오르는 이별의 슬픔을 억누르며 남궁 장로의 등을 향해 말했다.“스승님, 청룡성을 떠나실 때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배웅하러 가겠습니다.”남궁 장로의 몸이 순간 떨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남궁 장로의 등에 대고 깊은 절을 한 후 남궁 장로를 아쉬운 눈빛으로 한 번 더 바라보고는 도서관 뒷마당을 떠났다.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남궁 장로는 그에게 지극한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그의 목숨을 지켜줄 보물도 주었고 귀한 공법도 전수해주었다. 심지어 그의 어깨뼈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태초서원의 용골까지 내어주었다.이 은혜는 진도하의 마음속에 평생 남을 것이었다.도서관 밖으로 나오자 은소혜가 진도하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나왔어? 스승님이 뭐라고 하셨어?”“별말 안 하셨어.”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은소혜는 진도하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더는 묻지 않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때 진도하는 자신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자, 가자. 집에 가야지!”은소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지만 더는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도서관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다....도서관 뒷마당.진도하가 떠난 후 조용한 마당에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백발의 노인이었다.그는 남궁 장로의 뒤에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러는 게 정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가치 있죠.”남궁 장로가 대답했다.“단지 용골 하나를 위해 100
남궁 장로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제가 청룡성을 떠나면서 마음에 걸리는 건 저의 제자뿐입니다. 그래서...”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선배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하지만 남궁 장로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백발의 노인이 그를 막았다.“걱정 마. 내가 있는 한 그 애에게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네...”남궁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선배가 직접 약속했으니 진도하는 절대 무사할 것임을 확신했다. 이제 더 이상 근심할 필요는 없었다.두 사람은 그저 조용히 마당에 서 있었다. 말없이 서 있는 동안 산들바람이 불어와 달을 끌어당겼고 어느새 밤은 깊어만 갔다....한편 진도하는 마당에 앉아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도서관을 나온 후로 그의 마음은 내내 편치 않았다. 남궁 장로가 떠난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동시에 그는 원래 세계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이 떠올랐다.이제는 어디까지 성장했을지 모르는 이주안과 현지수. 그들은 그를 언제 찾아올 수 있을까?그리고 자양파의 발전은 얼마나 되었을까? 조풍무와 허 장로는 과연 수련자가 되었을까?또한 서 선생은 그가 남긴 기록을 통해 의술을 얼마나 발전시켰을지 궁금했다.강고수는 변신에 성공했을까? 어느 경지에 다다랐을까?이 모든 생각들이 진도하의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어느덧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진도하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을 떠올렸고 성운시로 돌아간 후 그의 곁을 지켜준 강유진을 떠올렸다.‘부모님은 지금 건강하실까? 유진 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유진 씨도 수련자가 되었을까?’그 생각에 진도하는 문득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유진 씨...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바람이 불었다. 달은 그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진도하의 눈에는 잠시 슬픔이 어렸다. 하지만 그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다.곧 그의 눈빛은 다시 단호해지며 결심이 서려 있었다.“유진 씨, 우리는 반드시
방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은소혜는 발걸음을 멈췄다.그리고 진도하를 돌아보며 말했다.“다음번에는... 네가 이 질문에 답해주기를 바래.”그 말을 남긴 채 은소혜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진도하는 그 자리에 계속 가만히 앉아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으로 돌아갔다....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사흘이 지나갔다.이른 아침 진도하는 은소혜와 함께 태초서원에 도착했다. 서원 입구에서 독고 청의와 합류한 후 그들은 경기장으로 들어갔다.도착하자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모여 있었고 그들 세 명만 늦은 상태였다. 그들은 급히 대열에 합류했다.태초서원의 직원은 모든 인원이 모인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이제 시험 장소로 안내하겠습니다.”열 명의 참가자는 직원의 뒤를 따라 태초서원의 내부로 걸어갔고 곧 그들은 커다란 집 문 앞에 도착했다.직원이 문을 열자 그 안에는 거대한 진법이 펼쳐져 있었다. 직원은 진법 앞에 서서 말했다.“들어가시죠.”참가자들은 어리둥절해서 멍하니 서 있었다.이때 독고 청의가 물었다.“여기로 들어가면 시험 장소가 나오는 건가요?”“맞습니다. 들어가면 바로 시험이 시작됩니다.”직원은 간단히 설명했다.그러자 독고 청의는 직원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다시 물었다.“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뭔가 간단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말에 직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이미 들을 이야기는 다 들었을 텐데 저희가 괜히 여러분의 사기를 떨어뜨릴 필요는 없잖아요?”독고 청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누가 먼저 들어가죠? 아니면 다 같이 들어가나요?”직원이 말했다.“줄을 서세요. 한 번에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1분 간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그럼 내가 먼저 들어갈게요!”독고 청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그러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독고 청의에게 진법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독고 청의는 진도하와 은소혜를 향해 활짝 웃은 뒤 망설임 없이 바로 진법 안으로 들어섰다.순간 진법은 눈부신 빛을
“뭐라고요?”진도하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남궁 장로님은 이미 청룡성을 떠나셨다고요.”직원은 다시 한번 말했다.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직원에게 물었다.“남궁 장로님은 언제 떠나신 거죠?”“삼 일 전에 떠나셨습니다.”직원은 진도하를 흘끗 쳐다보며 대답했다.진도하는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크게 당황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스승님, 분명 떠나시기 전에 저한테 알려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아무 말도 없이 떠나실 수 있습니까? 제자에게 작별 인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시고... 스승님, 도대체 어디로 가신 겁니까?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신 건가요?”진도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직원은 옆에서 재촉했다.“진도하 씨, 더 늦기 전에 들어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시험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은소혜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먼저 들어가. 나는 곧 따라갈게.”그러자 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법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 지 1분 후 진도하도 진법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곧이어 진법은 다시 눈부신 빛을 발하며 작동했고 진도하는 의식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낯선 공간에 와 있었다.진도하는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울창한 숲이었고 그가 서 있는 곳은 한 제단이었다.제단 위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대략 삼사십 명 정도 되어 보였다. 진도하는 그들이 아마도 네 개의 주요 도시에서 온 시험 참가자들이라고 짐작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로 전송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문득 그는 생각났다.‘청의 씨와 소혜는 어디에 있지?’그 순간 저 멀리서 은소혜와 독고 청의가 한쪽 구석에 앉아 그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도하는 그들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그쪽으로 다가갔다.그들의 곁에 다다른 진도하는 그 옆
그중 얼굴에 흉터가 있는 키 큰 남자가 오만한 태도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진도하 맞지?”“그래, 나다.”진도하는 그 남자를 흘끗 쳐다보고는 차분하게 대답했다.그 남자의 얼굴에 있는 흉터는 칼이나 검에 베인 것 같지 않고 마치 동물에게 물린 듯한 상처였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흉터가 움찔거려 더욱 기괴한 인상을 주었다.남자는 말을 이었다.“석 달 후에 우리 고풍서원의 모든 사람을 상대로 도전하겠다고 말한 게 너 맞아?”그 말을 듣자 진도하는 세 사람이 고풍서원 출신임을 눈치챘다.자신이 고풍서원을 찾아가기 전에 고풍서원 사람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러 온 셈이었다.진도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그랬어.”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고풍서원의 세 사람이 움직였다.쓱!그들은 동시에 긴 검을 뽑아 진도하를 겨누었다.“오늘 내가 너에게 고풍서원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마.”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은 분노에 찬 공격을 퍼부었다.진도하는 조금 놀랐다. 이렇게 말도 없이 곧바로 싸움을 거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만나자마자 바로 싸움이라니.하지만 그는 이런 직설적인 대결이 마음에 들었다. 놀람을 뒤로 하고, 진도하는 환허보를 펼쳤고 그는 곧 세 사람의 등 뒤로 이동했다.하지만 세 사람은 마치 그의 보법을 알고 있는 듯 그가 등 뒤에 나타나자마자 동시에 검을 뒤로 휘둘러 진도하를 겨냥했다.‘뭐지?’진도하는 더욱 놀랐다. 환허보를 펼친 후에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쫓아올 수 있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쓱.진도하는 용음검을 뽑아 방어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독고 청의가 큰 소리로 외쳤다.“내가 맡을게요!”곧이어 독고 청의는 고풍서원의 세 사람 뒤로 나타났고 그는 긴 검을 휘둘러 그들을 찔렀다.세 사람은 깜짝 놀라 서둘러 검을 거두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나도 있어!”이번엔 은소혜가 긴 칼을 손에 들고 전장으로 뛰어들었다.쾅.불길이 일렁이는 그녀의 칼
흉터 있는 남자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진도하는 무심하게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좋아. 그럼 첫 번째로 너부터 상대해주지.”그 말을 마치고 진도하의 전투 의지는 최고조에 달했다.이미 고풍서원과 원수 관계가 된 만큼 진도하는 더 많은 고풍서원 사람을 혼내주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흉터 있는 남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 긴 검을 휘둘러 진도하를 향해 찔러오며 외쳤다.“오늘 난 나의 후배 선우 문호를 위해 복수하겠어!”그제야 진도하는 흉터 있는 남자가 자신을 찾은 이유를 깨달았다. 이 남자는 선우 문호의 선배였다.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선우 문호를 쓰러뜨렸듯 이 흉터 있는 남자도 똑같이 쓰러뜨리면 될 일이었다.진도하는 차갑게 말했다.“복수하고 싶으면 어디 한번 해봐.”그러면서 그 역시 긴 검을 뽑아 흉터 있는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챙.두 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흉터 있는 남자는 손끝이 저려오며 검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는 진도하가 3개월 만에 이렇게까지 강해졌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의 후배인 선우 문호조차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의 검을 떨어뜨리지는 못했었는데 말이다.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진도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낀 흉터 있는 남자는 더욱 당황해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속도는 진도하를 따라갈 수 없었다.진도하는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다가가 번개처럼 빠르게 검을 남자의 목으로 겨누었다. 그 속도는 너무도 빨랐다.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고 목구멍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땀이 등 뒤로 주르륵 흘러내렸다.“멈춰!”바로 그때 멀리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일곱 명의 사람들이 진도하 앞에 나타났다.진도하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말을 한 사람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역시 오만한 태도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봐서 그만두는 게 어때?”진도하는 눈살을 찌푸
이 상황에 진도하는 무척 놀랐다. 독고 청의와 은소혜뿐만 아니라 청룡성의 다른 사람들까지 자신을 위해 나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도움이 필요 없다고는 해도 그들의 호의는 진도하를 감동하게 했다.진도하는 고마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추기훈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반면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 최동민은 이를 갈며 추기훈과 그의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너희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일을 벌이는 거야?”그러자 추기훈은 비웃으며 말했다.“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날 건드렸을 때의 대가는 내가 아주 잘 알지.”추기훈의 말에 최동민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내 침착해졌다.만약 그들이 열 명이서 진도하와 그의 일행 셋을 상대하는 거라면 승산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열 명 대 열 명이라면 그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최동민은 분노를 억누르며 진도하를 가리켰다.“정말 내 면을 안 세워줄 거야?”진도하는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뭔데 내가 네 면을 세워줘야 하지?”말이 끝나자마자 진도하는 검을 휘둘러 흉터 있는 남자의 목을 베었다.피가 솟구쳤다.툭.그렇게 흉터 있는 남자는 땅에 쓰러져 눈을 뜬 채 죽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진도하가 최동민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을 죽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최동민은 그 장면을 보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진도하를 향해 소리쳤다.“그래! 내가 오늘의 이 치욕을 꼭 기억해두겠어! 너희 모두 잊지 않겠어!”하지만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또 두 사람이 쓰러졌다.툭.툭.은소혜, 독고 청의와 싸우던 고풍서원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처리한 은소혜와 독고 청의는 진도하 옆으로 다가왔다.둘은 마침 최동민이 하는 말을 들었다. 독고 청의는 비웃으며 말했다.“헛소리 말고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너도 죽여버릴 테니까.”최동민은 그 말을 듣고 도저히 분노를 참지 못했다.현무성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우러러보는 시선 속에서 자랐던 그로서는 이런 모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그는
진도하와 그의 일행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독고 청의가 의아한 듯 물었다.“이게 무슨 소리죠?”“모르겠어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마도 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네요.”“나도 그렇게 생각해.”은소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바로 그때 숲 속으로 달려갔던 사람들이 다시 허겁지겁 튀어나왔다.“뒤쪽 숲에도 있어!”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곧이어 제단은 혼란에 빠졌다. 사람들은 좌우로 우왕좌왕하며 달아났지만 결국 다시 제단으로 돌아오고 말았다.사방의 숲에서 들려오는 포효와 발소리에 더 이상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다시 이곳으로 모여들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저건 도대체 뭐야?”“왜 이렇게 무서운 거지?”겁이 많은 사람들이 점점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그 소리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수많은 포효와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등을 맞대고 사방을 주시했다.쿵. 쿵. 쿵.엄청난 덩치의 괴물들이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처음에 진도하는 그것들이 숲속의 동물들인 줄 알았지만 이제 보니 그것들은 동물이 아닌 괴물들이었다.괴물들은 눈이 녹색으로 빛났고 표정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그것들의 몸을 덮고 있는 가죽은 매우 두꺼워 보였으며 어떤 괴물의 가죽에는 손바닥 크기의 살덩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심지어 가장 작은 괴물조차 원래 세계의 코끼리보다 훨씬 컸다.그들이 한 발짝씩 내딛을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산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건 이형수예요! 이형수라고요!”독고 청의가 가장 먼저 이 괴물들을 알아보고 얼굴이 굳어졌다.진도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독고 청의를 바라보며 물었다.“이형수요?”“그래요! 이건 이형수예요!”독고 청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설에 따르면 이형수들은 이계에서 사는 괴물들인데 피에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