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장로는 그제야 몸을 돌려 진도하를 바라보며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부상은 좀 어떠냐?”진도하는 남궁 장로가 자신의 부상을 걱정해서 부른 것임을 깨닫고는 급히 말했다.“이제 괜찮습니다!”그러면서 자신의 어깨뼈를 가볍게 두드렸다.남궁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용골은 완전히 네 몸에 융합되었어?”“네, 완전히 융합되었습니다.”진도하가 답했다.남궁 장로는 일어나 진도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말했다.“좋아. 회복도 잘 되었구나.”그렇게 말하며 남궁 장로는 진도하의 어깨를 툭 쳤는데 진도하는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됐어. 이제 가 봐!”남궁 장로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네?”진도하는 눈을 크게 뜨고 남궁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스승님, 저를 부르신 게 제 부상 상태만 확인하시려고 그러신 건가요? 다른 말씀은 없으신가요?”그는 남궁 장로가 자신의 부상을 확인한 뒤 시험에 대한 조언이나 주의를 당부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남궁 장로는 그저 부상만 확인하고 보내려는 듯했다.“딱히 할 말은 없어.”남궁 장로는 태연하게 말했다.진도하는 다시 물었다.“아니, 시험에 대해선 아무 말씀도 안 해주시나요?”남궁 장로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별로 말해줄 게 없어. 들어가 보면 다 알게 될 거다.”“근데 스승님께서 시험이 위험하다고 하셨잖아요? 주의할 점은 안 알려주시는 건가요?”진도하가 다시 물었다.“말할 건 이미 다 했어. 나머진 시험에서 몸소 겪어봐야지.”남궁 장로는 무심하게 손을 휘저었다.진도하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스승님, 저 진짜로 안에서 죽으면 어쩌려고 그러세요?”그러자 남궁 장로는 갑자기 진도하의 머리를 세게 한 대 때리며 말했다.“곧 시험에 나가면서 무슨 재수 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나가!”잠시 멈칫한 남궁 장로는 덧붙였다.“네가 죽으면 이번 시험에 참가한 사람 중에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야.”진도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를 문지르며 마지못해 밖으로 향했다.그는 남궁 장
남궁 장로가 잠시 떠나게 된다는 소식에 진도하는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웠다.남궁 장로는 몸을 돌린 채로 말했다.“자, 이제 그만 돌아가서 시험 준비나 해. 사흘 뒤 시험에 나가야 하지 않겠어.”남궁 장로의 태도를 보고 진도하는 그 역시 이별을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진도하는 가슴 속에 차오르는 이별의 슬픔을 억누르며 남궁 장로의 등을 향해 말했다.“스승님, 청룡성을 떠나실 때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배웅하러 가겠습니다.”남궁 장로의 몸이 순간 떨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남궁 장로의 등에 대고 깊은 절을 한 후 남궁 장로를 아쉬운 눈빛으로 한 번 더 바라보고는 도서관 뒷마당을 떠났다.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남궁 장로는 그에게 지극한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그의 목숨을 지켜줄 보물도 주었고 귀한 공법도 전수해주었다. 심지어 그의 어깨뼈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태초서원의 용골까지 내어주었다.이 은혜는 진도하의 마음속에 평생 남을 것이었다.도서관 밖으로 나오자 은소혜가 진도하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나왔어? 스승님이 뭐라고 하셨어?”“별말 안 하셨어.”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은소혜는 진도하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더는 묻지 않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때 진도하는 자신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자, 가자. 집에 가야지!”은소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지만 더는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도서관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다....도서관 뒷마당.진도하가 떠난 후 조용한 마당에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백발의 노인이었다.그는 남궁 장로의 뒤에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러는 게 정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가치 있죠.”남궁 장로가 대답했다.“단지 용골 하나를 위해 100
남궁 장로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제가 청룡성을 떠나면서 마음에 걸리는 건 저의 제자뿐입니다. 그래서...”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선배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하지만 남궁 장로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백발의 노인이 그를 막았다.“걱정 마. 내가 있는 한 그 애에게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네...”남궁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선배가 직접 약속했으니 진도하는 절대 무사할 것임을 확신했다. 이제 더 이상 근심할 필요는 없었다.두 사람은 그저 조용히 마당에 서 있었다. 말없이 서 있는 동안 산들바람이 불어와 달을 끌어당겼고 어느새 밤은 깊어만 갔다....한편 진도하는 마당에 앉아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도서관을 나온 후로 그의 마음은 내내 편치 않았다. 남궁 장로가 떠난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동시에 그는 원래 세계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이 떠올랐다.이제는 어디까지 성장했을지 모르는 이주안과 현지수. 그들은 그를 언제 찾아올 수 있을까?그리고 자양파의 발전은 얼마나 되었을까? 조풍무와 허 장로는 과연 수련자가 되었을까?또한 서 선생은 그가 남긴 기록을 통해 의술을 얼마나 발전시켰을지 궁금했다.강고수는 변신에 성공했을까? 어느 경지에 다다랐을까?이 모든 생각들이 진도하의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어느덧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진도하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을 떠올렸고 성운시로 돌아간 후 그의 곁을 지켜준 강유진을 떠올렸다.‘부모님은 지금 건강하실까? 유진 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유진 씨도 수련자가 되었을까?’그 생각에 진도하는 문득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유진 씨...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바람이 불었다. 달은 그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진도하의 눈에는 잠시 슬픔이 어렸다. 하지만 그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다.곧 그의 눈빛은 다시 단호해지며 결심이 서려 있었다.“유진 씨, 우리는 반드시
방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은소혜는 발걸음을 멈췄다.그리고 진도하를 돌아보며 말했다.“다음번에는... 네가 이 질문에 답해주기를 바래.”그 말을 남긴 채 은소혜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진도하는 그 자리에 계속 가만히 앉아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으로 돌아갔다....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사흘이 지나갔다.이른 아침 진도하는 은소혜와 함께 태초서원에 도착했다. 서원 입구에서 독고 청의와 합류한 후 그들은 경기장으로 들어갔다.도착하자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모여 있었고 그들 세 명만 늦은 상태였다. 그들은 급히 대열에 합류했다.태초서원의 직원은 모든 인원이 모인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이제 시험 장소로 안내하겠습니다.”열 명의 참가자는 직원의 뒤를 따라 태초서원의 내부로 걸어갔고 곧 그들은 커다란 집 문 앞에 도착했다.직원이 문을 열자 그 안에는 거대한 진법이 펼쳐져 있었다. 직원은 진법 앞에 서서 말했다.“들어가시죠.”참가자들은 어리둥절해서 멍하니 서 있었다.이때 독고 청의가 물었다.“여기로 들어가면 시험 장소가 나오는 건가요?”“맞습니다. 들어가면 바로 시험이 시작됩니다.”직원은 간단히 설명했다.그러자 독고 청의는 직원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다시 물었다.“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뭔가 간단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말에 직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이미 들을 이야기는 다 들었을 텐데 저희가 괜히 여러분의 사기를 떨어뜨릴 필요는 없잖아요?”독고 청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누가 먼저 들어가죠? 아니면 다 같이 들어가나요?”직원이 말했다.“줄을 서세요. 한 번에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1분 간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그럼 내가 먼저 들어갈게요!”독고 청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그러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독고 청의에게 진법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독고 청의는 진도하와 은소혜를 향해 활짝 웃은 뒤 망설임 없이 바로 진법 안으로 들어섰다.순간 진법은 눈부신 빛을
“뭐라고요?”진도하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남궁 장로님은 이미 청룡성을 떠나셨다고요.”직원은 다시 한번 말했다.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직원에게 물었다.“남궁 장로님은 언제 떠나신 거죠?”“삼 일 전에 떠나셨습니다.”직원은 진도하를 흘끗 쳐다보며 대답했다.진도하는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크게 당황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스승님, 분명 떠나시기 전에 저한테 알려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아무 말도 없이 떠나실 수 있습니까? 제자에게 작별 인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시고... 스승님, 도대체 어디로 가신 겁니까?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신 건가요?”진도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직원은 옆에서 재촉했다.“진도하 씨, 더 늦기 전에 들어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시험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은소혜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먼저 들어가. 나는 곧 따라갈게.”그러자 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법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 지 1분 후 진도하도 진법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곧이어 진법은 다시 눈부신 빛을 발하며 작동했고 진도하는 의식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낯선 공간에 와 있었다.진도하는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울창한 숲이었고 그가 서 있는 곳은 한 제단이었다.제단 위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대략 삼사십 명 정도 되어 보였다. 진도하는 그들이 아마도 네 개의 주요 도시에서 온 시험 참가자들이라고 짐작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로 전송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문득 그는 생각났다.‘청의 씨와 소혜는 어디에 있지?’그 순간 저 멀리서 은소혜와 독고 청의가 한쪽 구석에 앉아 그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도하는 그들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그쪽으로 다가갔다.그들의 곁에 다다른 진도하는 그 옆
그중 얼굴에 흉터가 있는 키 큰 남자가 오만한 태도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진도하 맞지?”“그래, 나다.”진도하는 그 남자를 흘끗 쳐다보고는 차분하게 대답했다.그 남자의 얼굴에 있는 흉터는 칼이나 검에 베인 것 같지 않고 마치 동물에게 물린 듯한 상처였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흉터가 움찔거려 더욱 기괴한 인상을 주었다.남자는 말을 이었다.“석 달 후에 우리 고풍서원의 모든 사람을 상대로 도전하겠다고 말한 게 너 맞아?”그 말을 듣자 진도하는 세 사람이 고풍서원 출신임을 눈치챘다.자신이 고풍서원을 찾아가기 전에 고풍서원 사람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러 온 셈이었다.진도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그랬어.”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고풍서원의 세 사람이 움직였다.쓱!그들은 동시에 긴 검을 뽑아 진도하를 겨누었다.“오늘 내가 너에게 고풍서원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마.”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은 분노에 찬 공격을 퍼부었다.진도하는 조금 놀랐다. 이렇게 말도 없이 곧바로 싸움을 거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만나자마자 바로 싸움이라니.하지만 그는 이런 직설적인 대결이 마음에 들었다. 놀람을 뒤로 하고, 진도하는 환허보를 펼쳤고 그는 곧 세 사람의 등 뒤로 이동했다.하지만 세 사람은 마치 그의 보법을 알고 있는 듯 그가 등 뒤에 나타나자마자 동시에 검을 뒤로 휘둘러 진도하를 겨냥했다.‘뭐지?’진도하는 더욱 놀랐다. 환허보를 펼친 후에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쫓아올 수 있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쓱.진도하는 용음검을 뽑아 방어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독고 청의가 큰 소리로 외쳤다.“내가 맡을게요!”곧이어 독고 청의는 고풍서원의 세 사람 뒤로 나타났고 그는 긴 검을 휘둘러 그들을 찔렀다.세 사람은 깜짝 놀라 서둘러 검을 거두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나도 있어!”이번엔 은소혜가 긴 칼을 손에 들고 전장으로 뛰어들었다.쾅.불길이 일렁이는 그녀의 칼
흉터 있는 남자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진도하는 무심하게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좋아. 그럼 첫 번째로 너부터 상대해주지.”그 말을 마치고 진도하의 전투 의지는 최고조에 달했다.이미 고풍서원과 원수 관계가 된 만큼 진도하는 더 많은 고풍서원 사람을 혼내주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흉터 있는 남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 긴 검을 휘둘러 진도하를 향해 찔러오며 외쳤다.“오늘 난 나의 후배 선우 문호를 위해 복수하겠어!”그제야 진도하는 흉터 있는 남자가 자신을 찾은 이유를 깨달았다. 이 남자는 선우 문호의 선배였다.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선우 문호를 쓰러뜨렸듯 이 흉터 있는 남자도 똑같이 쓰러뜨리면 될 일이었다.진도하는 차갑게 말했다.“복수하고 싶으면 어디 한번 해봐.”그러면서 그 역시 긴 검을 뽑아 흉터 있는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챙.두 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흉터 있는 남자는 손끝이 저려오며 검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는 진도하가 3개월 만에 이렇게까지 강해졌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의 후배인 선우 문호조차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의 검을 떨어뜨리지는 못했었는데 말이다.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진도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낀 흉터 있는 남자는 더욱 당황해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속도는 진도하를 따라갈 수 없었다.진도하는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다가가 번개처럼 빠르게 검을 남자의 목으로 겨누었다. 그 속도는 너무도 빨랐다.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고 목구멍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땀이 등 뒤로 주르륵 흘러내렸다.“멈춰!”바로 그때 멀리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일곱 명의 사람들이 진도하 앞에 나타났다.진도하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말을 한 사람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역시 오만한 태도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봐서 그만두는 게 어때?”진도하는 눈살을 찌푸
이 상황에 진도하는 무척 놀랐다. 독고 청의와 은소혜뿐만 아니라 청룡성의 다른 사람들까지 자신을 위해 나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도움이 필요 없다고는 해도 그들의 호의는 진도하를 감동하게 했다.진도하는 고마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추기훈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반면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 최동민은 이를 갈며 추기훈과 그의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너희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일을 벌이는 거야?”그러자 추기훈은 비웃으며 말했다.“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날 건드렸을 때의 대가는 내가 아주 잘 알지.”추기훈의 말에 최동민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내 침착해졌다.만약 그들이 열 명이서 진도하와 그의 일행 셋을 상대하는 거라면 승산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열 명 대 열 명이라면 그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최동민은 분노를 억누르며 진도하를 가리켰다.“정말 내 면을 안 세워줄 거야?”진도하는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뭔데 내가 네 면을 세워줘야 하지?”말이 끝나자마자 진도하는 검을 휘둘러 흉터 있는 남자의 목을 베었다.피가 솟구쳤다.툭.그렇게 흉터 있는 남자는 땅에 쓰러져 눈을 뜬 채 죽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진도하가 최동민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을 죽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최동민은 그 장면을 보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진도하를 향해 소리쳤다.“그래! 내가 오늘의 이 치욕을 꼭 기억해두겠어! 너희 모두 잊지 않겠어!”하지만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또 두 사람이 쓰러졌다.툭.툭.은소혜, 독고 청의와 싸우던 고풍서원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처리한 은소혜와 독고 청의는 진도하 옆으로 다가왔다.둘은 마침 최동민이 하는 말을 들었다. 독고 청의는 비웃으며 말했다.“헛소리 말고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너도 죽여버릴 테니까.”최동민은 그 말을 듣고 도저히 분노를 참지 못했다.현무성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우러러보는 시선 속에서 자랐던 그로서는 이런 모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