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진도하는 호기심에 한동안 마당의 구조를 살폈다.남궁 장로는 살림을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마당에는 여러 가지 꽃과 풀이 심어져 있을 뿐 아니라 어항도 있었고 그 안에는 종도 모르는 물고기 몇 마리가 있었다.진도하는 마당에 있는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날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남궁 장로는 눈을 떴다. 그리고 진도하를 본 남궁 장로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왜 아직도 여기 있어...?”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스승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 수 없었고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감히 떠날 수 없었다.남궁 장로는 귀찮은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빨리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게.”“알겠습니다, 스승님.”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도서관 뒷마당을 나와 조금 전에 왔던 길로 도서관 1층으로 돌아왔다.1층에 도착했을 때 옆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독고 청의가 보였다.진도하가 나오는 것을 본 독고 청의는 책을 치우며 물었다.“거기서 왜 그리 오래 있었어요? 남궁 장로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무 말씀도 없으셨어요.”“그럼 거기서 뭘 했어요?”독고 청의가 호기심에 물었다.진도하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뒷마당에서 남궁 장로님의 코고는 소리를 몇 시간 동안 듣고 있었다고 하면 믿겠어요?”그러자 독고 청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정말요?”“정말이에요!”진도하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남궁 장로가 자신을 불러 무슨 말을 하거나 정보라도 알려줄 줄 알았으나 결국 남궁 장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떤 암시도 없었다.독고 청의가 말했다.“혹시 남궁 장로님이 도하 씨를 시험하는 거 아니에요?”“모르겠어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뭐가 됐든 간에 남궁 장로님의 그 작은 마당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꽤 좋군요.”조금 전에 진도하는 그 작은 마당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당의 꽃과 풀에서
하현진은 진도하를 보자 놀라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하현진이 말했다.“이미 설명해 주신 대로 했습니다. 태초서원을 떠나시면 저를 찾지 못할까 봐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기다렸습니다.”진도하는 그때서야 하현진에게 저택을 구입하라고 지시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는 하현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고생했어. 이따가 주막에 가려고 했는데.”하현진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오늘 오후에 이미 일을 그만뒀어요.”“그럼 이제부터는 안심하고 내 옆에 있어도 되겠네.”진도하는 하현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그러고는 독고 청의에게 말했다.“청의 씨, 오늘은 안 되겠으니 내일 술 한잔 합시다.”“좋아요. 할 일이 있으면 먼저 일 봐요.”독고 청의가 손을 흔들었다.“그럼 먼저 갈게요.”진도하는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진도하는 하현진을 따라 함께 떠났다. 가는 길에 하현진은 앞에서 걷고 진도하는 뒤에서 따라갔다.곧 그들은 청룡시의 번화가에 도착했고 모퉁이를 몇 번 돌고 나서야 하현진은 멈췄다.그리고는 앞에 있는 마당을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여기예요.” 진도하는 고개를 들어 살펴봤다.눈앞에 있는 저택은 원래 세계에 있던 고대의 저택과 똑같았다. 입구에는 커다란 사자 두 마리가 있었는데 매우 웅장했다.하현진은 열쇠를 꺼내고 돌아서서 저택의 문을 열었다.찌익--문이 열렸고 하현진은 문 앞에 서서 진도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진도하는 걸음을 내딛고 문지방을 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 생생한 벽화가 새겨진 돌담이 있었다. 그리고 돌담을 돌자 마당에 도착했다.안뜰은 넓었고 그 안에는 가짜 바위산뿐만 아니라 몇 그루의 나무도 심어져 있었다.바위 뒤에는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하현진이 말했다.“형님, 여기가 앞마당이고 방이 총 6, 7개 있는데 모두 하인들이 살고 있어요.”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세계에 있을 때도 고대의 저택에 가본 적이 있어서 저택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앞마
하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아참, 생활용품 같은 건 다 있고 침구도 제가 다 준비했으니까 저 큰 방에서 지내시면 됩니다.”“그래.”진도하는 조금 전 방을 둘러보면서 어느 방이 자기 방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게다가 책장에는 아직 책이 없었지만 하현진이 자신을 위해 서재도 준비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마당에 머물렀고 하현진은 주머니에서 보라색 옥을 꺼내 진도하에게 건네며 말했다.“오늘 저택과 생활용품을 사고 남은 돈입니다.”진도하는 놀랐다. 아직 돈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이 세계 물가가 생각보다 낮았다.“이 돈은 네가 가지고 있어. 평소 우리 두 사람의 생활비나 네 월급으로 쓰고 부족하면 다시 달라고 해. 눈치 보지 말고.”진도하는 그 돈을 받지 않았다.그러자 하현진이 말했다.“돈이 너무 많아서... 오래 쓸 거예요.”“괜찮아.”진도하는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었다.남진에 들어간 이후 진도하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평소에는 돈을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 월급과 생활비가 어떻게 되는 지 몰랐다.어쨌든 진도하는 자신이 많이 줄수록 상대방이 더 만족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진도하가 그 자옥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을 보고 하현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진이 자옥을 다시 품에 넣는 것을 본 진도하는 물었다.“그런데 네 가족 문제는 다 처리했어?”“다 끝났어요.”하현진은 고마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백옥은 총 열 개를 썼는데 제가 다 적어 놨으니 이제 제 월급에서 깎아주세요.”“그럴 필요 없어.”진도하는 손을 저었다.진도하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단지 하현진의 집이 백옥 열 개가 모자라 하현진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주막에서 일해야 했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을 뿐이었다.하현진은 진도하에게 몇 가지 일을 더 보고한 후 앞마당으로 갔다.진도하는 하현진더러 뒷마당에서 지내라고 했다. 그러면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하현진은 집사와 하인들은 앞마당에서만 살
독고 청의의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진도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그러자 독고 청의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말했다.“현무시 사람들이 도하 씨의 행적을 듣고 와서 도전하고 싶어 해요.”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청의 씨, 나한테 겁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냥 도전이니까 내가 받아들이거나 거절하거나 내 마음이잖아요.”진도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하지만 진도하가 가장 궁금한 것은 자신의 일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현무시까지 퍼졌는지, 그리고 현무시 사람들이 왜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것인지였다.독고 청의는 진도하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자신이 더욱 불안해하며 말했다.“도하 씨에게 도전하러 온 저 사람은 현무시 젊은 세대 중 최고의 고수예요! 게다가 어제 대부경 1단계에 도달했다고 해요.”진도하는 여전히 무심하게 말했다.“대부경 1단계는 겁낼 것 없어요.”이렇게 말한 뒤 독고 청의의 어깨를 토닥였다.“됐어요. 걱정하지 마요. 때가 되면 거절할 테니까.”그렇게 말하며 진도하는 서원 안으로 들어갔다.독고 청의는 진도하를 쫓아가 힘없이 말했다.“거절할 수 없을 거예요.”“왜요?”진도하는 믿기지 않는 듯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독고 청의가 말했다.“그 사람이 도하 씨를 찾으러 태초서원에 오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도하 씨가 거절하면 다른 사람들이 도하 씨를 업신여기고 태초서원을 업신여기게 될 것이에요. 태초서원의 일원으로서 태초서원의 명예를 지켜야 하니 때가 되면 싸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게다가 그 사람은 도하 씨만 죽이는 게 아니라 태초서원의 천재들을 모두 몰살시킬 거라는 말을 내뱉었어요. 그리고 태초서원의 4대 서원 중 최고 자리를 내주게 만들 것이라고요.”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그 사람은 너무 미친 듯이 나오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독고 청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예요?”독고 청의는 침
진도하는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왼쪽 가슴에 달린 학생증을 보니 3학년 학생이라는 것을 알았다.이름은 장현이었다.태초서원 3학년도 왔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진도하는 깜짝 놀랐다.진도하가 막 말을 하려던 참에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진도하 씨, 꼭 이겨야 합니다, 이건 도하 씨의 명예뿐만 아니라 우리 태초서원의 명예도 걸린 문제입니다.”진도하는 그 학생의 학생증을 흘끗 쳐다보았다.유보검이라는 2학년 학생이었다.“그래요. 도하 씨가 이기면 태초서원 3학년 학생들을 대표해 나 장현이 올해 자원의 절반을 도하 씨에게 줄게요.”장현이 덧붙였다.진도하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장현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2학년 학생인 유보검도 즉시 말했다.“저도 2학년 학생을 대표해서 올해 자원의 절반을 줄 수 있어요.” “네. 기꺼이 하겠습니다!”2학년이든 3학년이든 주변 모든 학생이 그렇게 말했다.그들은 흥분했다.“일반 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선우 문호라는 놈을 때려잡으면 모든 자원을 기꺼이 다 줄 수 있어요!”진도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 태초서원의 명성을 그토록 신경 쓸 뿐만 아니라 수련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자신에게 주겠다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독고 청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우리 1학년 신입생들도 자원의 절반을 기꺼이 나누겠습니다! 맞죠?”“네. 기꺼이 하겠습니다!”주위에 있던 신입생들도 모두 흥분해서 외쳤다.진도하는 이 순간 완전히 감동했다.자원을 나누겠다고 한 것 때문이 아니라 여기서 전에 없던 단결력을 느꼈기 때문이다.그러자 진도하의 가슴에는 전투의지가 솟구쳤다.자신을 위한 싸움이 아니고 태초서원 학생들을 위한 싸움이었다.‘선우 문호가 나를 싸우고 싶은 사람으로 지목했으니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같은 경지에서 진정한 무적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고 싶었다.진도하는 마음속의 전투의지를 억누른 후 사람들에게 말했다.“여
추기훈은 한 발짝 물러나 독고 청의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은 말썽 일으키러 온 게 아닙니다.” “그럼 왜 왔어요?”독고 청의는 추기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추기훈은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이 몇 가지 있어서요.”“그럼 여기서 얘기해요.”독고 청의가 추기훈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러자 추기훈은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추기훈은 애써 참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사흘 뒤에 예정되었던 우리 대결은 취소되었으니 고풍서원 선우 문호의 도전에 맞설 준비나 해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독고 청의는 깜짝 놀랐고 주변 사람들도 멈칫했다.모두 사흘 뒤 진도하와 추기훈의 대결 소식을 들었었는데 진 쪽이 태초서원을 떠난다는 얘기도 들었다.“왜요? 겁 나요?”독고 청의가 추기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하지만 추기훈은 독고 청의를 쳐다보지 않고 진도하에게 말했다.“꼭 이겨야 해요.”그 말과 함께 추기훈은 돌아서서 걸어갔다.몇 발짝 안 가서 추기훈 옆에 있던 사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형님, 왜 대결을 취소했어요? 진도하가 더 성장하기 전에 때려눕히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추기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도하를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태초서원의 명예가 더 중요해.”추기훈이 떠난 후 독고 청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추기훈이 왜 저러죠?”“선우 문호 때문이겠죠.”진도하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추기훈 같은 사람도 태초서원의 명성을 신경 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자 진도하는 추기훈을 전처럼 싫어하지는 않았다.이때 진도하는 약간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진도하가 자신만 대표할 뿐이었다면 승패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태초서원에 묶여 있었다.이것은 영광과 패배의 문제였다. 그래서 진도하는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약간의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됐어요. 이제 며칠 동안은 우리 모두 도하 씨를 방해하면 안 돼요! 도하 씨가 제대로 수련할 수 있게 해주
하지만 진도하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메시지를 전달하던 2학년 학생에게 말했다.“네, 선배님. 알겠습니다.”그러자 그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하 씨, 선우 문호는 너무 거만하니까 좀 혼내줘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진도하는 빙그레 웃고는 돌아서서 도서관으로 들어갔다.도서관에 들어선 진도하는 바로 뒷마당으로 걸어갔다.남궁 장로는 여전히 안락의자에 누워 자는 척하고 있었다.진도하는 다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았다.이번에도 남궁 장로는 눈을 뜨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코를 골았다.옆에 있는 진도하는 너무 심심했지만 남궁장로를 깨우기에는 너무 미안해서 그냥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이번에는 마음이 너무 불안했고 어제와 같은 평온함이 없었다.모두 선우 문호 때문이었다.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졌을 때 이렇게 빨리 누군가 자신에게 도전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이에 진도하는 매우 화가 났다.‘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현무시에서 청룡시까지 와서 도전장을 내미다니.’이때 진도하는 결심을 했다. 선우 문호가 찾아오면 걸어서 왔다가 기어서 나가게 할 것이라고.선우 문호는 진도하를 공격해서 4대 서원 중 최고인 태초서원의 명성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진도하는 이번 기회에 선우 문호를 혼내어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자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 게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수고도 덜 수 있다.이것이 진도하가 불안한 이유이기도 했다. 진도하는 이번 기회에 더 수련하고 싶었다.선우 문호가 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남궁장로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그래서 진도하는 밤에 집에 돌아가서 링에 들어가 수련할 수밖에 없었다.선우 문호가 다시 찾아오기 전에 대부경 1단계로 돌파하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진도하의 실력은 수십, 수백 배로 늘어날 것이었다.다음 날.진도하는 다시 남궁 장로를 찾아왔다.남궁 장로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도하는 무의식적으로 이마를 찡그렸다.‘이게 무슨 일이야?’이때 진도하는 갑자기 마당에서 자라는 꽃과 식물의 흔적을 보았다.예를 들어, 세 번째 줄에 있는 꽃꽂이에서 첫 번째 꽃이 막 피기 시작했는데 그 꽃이 피는 순간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것 같았고 심지어 그 꽃이 어떻게 시들어 가는지도 볼 수 있었다.바로 이때 벌 한 마리가 화분으로 날아들었다. 벌은 꿀을 모으고 있었다.이때 진도하는 문득 이 마당의 시간이 바깥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진도하가 막 왔을 때 밖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는 벌써 꽃이 피고 꿀을 모으는 벌들까지 있을까?이곳의 시간이 바깥 세상과 다르다고 판단한 진도하는 곧바로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니야!’이 마당만 바깥 세상과 다른 것만이 아니었고 자신의 눈도 달라진 것 같았다.진도하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느려졌다. 꿀을 따는 벌들의 움직임이 보이고 벌들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감지할 수 있었으며 꽃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모든 세부적인 것들을 볼 수 있었다.진도하는 매우 놀랐다. 마치 자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느려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심지어 어항 속 물고기의 움직임도 그의 눈에는 아주 느리게 보였다. 물속의 미세한 박테리아를 볼 수 있었고,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흔적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물고기가 거품을 뱉는 것도 거품이 생기는 궤적과 거품이 사라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진도하는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보았다.이때 진도하는 충격을 받았고 저도 모르게 평소처럼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남궁 장로를 돌아보았다. 옆에 있는 새장 속의 작은 새도 짹짹거렸다.이틀 전만 해도 진도하는 새의 지저귐이 성가시게 느껴졌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새의 지저귐이 너무나도 선율적이고 귀에 듣기 좋았다. 새가 어떻게 지저귀는지, 언제 지저귀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그러다 진도하의 시선은 다시 돌탁 위에 놓인 주전자 옆의 두 잔의 컵으로 옮겨졌다. 그때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