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아닌, 땅도 아닌 원초의 상태였다. 가까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저 용천섬이 지하에 있는 것보다 공중에 떠있다고만 판단할 수 있었다.진도하의 대답에 스승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뭐 또 발견한 거 없어?”진도하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여기가 예전에 전쟁터였나요?”스승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곳이 예전에 전쟁터이기는 했지.”‘역시나 맞혔군.’비록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용천섬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이 보였다.피의 흔적이 짙어졌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었다. 더욱이 여기저기 보이는 끊어진 뼈다귀와 무기들까지 보면 분명 전쟁이 발생했던 것이 확실했다.“그런데... 일부분만 맞혔어.”스승이 한마디 했다.진도하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그러자 스승이 피식 웃더니 설명했다.“여긴 전쟁터이기도 하고 두 공간을 연결시키는 포인트이기도 해.”“네?”진도하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아니... 무슨 뜻인지 몰랐다기보다 자기 생각이 확실하지 않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스승은 진도하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부드럽게 쳐다보았다.“생각하고 있는 거 말해도 상관없어.”진도하는 결국 자기 생각을 말했다.“여기가 혹시 미지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통로인가요?”평소에 소설을 많이 보는 진도하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스승이 말했던 것처럼 두 공간의 연결시키는 포인트라면 분명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인 것이 틀림없었다.스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맞아. 여기가 바로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길이야.”스승은 이어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아니, 미지의 세계보다 다른 땅으로 통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지.”스승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이쪽 세계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수련하고 있는데 그쪽 세계에서는 누구나 다 수련하거든.”스승의 눈빛은 순간 어두워졌다.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한숨을 내
이 물음에 스승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진도하는 시종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아니.”진도하는 멈칫하긴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이곳에 저희 할아버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것은 아직 살아계신다는 말씀인가요?”진도하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스승은 아무 말 없이 향에 불을 붙여 진도하에게 건네고는 제사를 지냈다.진도하가 이곳에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한 모양이다.진도하는 더는 캐묻지도 못하고 스승을 따라 차례대로 제사 지내기 시작했다.스승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스승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슬픈 표정을 하고 있길래 조상님들과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니면 무덤 앞에서 아무 말 없이 5분, 10분, 심지어 반시간 동안 서 있을 일도 없었다.스승은 진씨 가문의 조상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어떤 사이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한참 후, 제사를 마치고 공원묘지 입구에 서 있던 스승이 말했다.“도하야, 꼭 자주 뵈러 와야 해. 이분들은 일반인들을 보호하려고 희생하신 분들이야. 한치의 부끄럼 없이 사셨던 분들이야.”“네. 그럴게요.”진도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누가 자기 조상들을 죽였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스승은 그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가자. 너희 친구들 만나러. 다 모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줄게.”진도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저의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응.”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걸어갔다.걷는 속도가 느렸지만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뒤를 따를 뿐이었다.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이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렇게 느긋하게 걸을 수도 없었다.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던 스승은 말 한마디 없이 추억에 잠겼다.이와 반대로 진도하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부모님과 할아버지의 행방을 아는지, 진씨 가문의 조상들이 누구를 위해 싸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세 사람은 다름아닌 이주안, 현지수와 정이준이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누가 묶어놓은 거예요?”진도하는 당황한 나머지 순간 눈빛에 살기를 장착했다.특히 이주인이 피투성이 된 모습을 보고 순간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스승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도하가 이들을 구하려고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공중에 몸을 맡기자마자 스승이 다시 잡아 끌어당겼다.“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진도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스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답하는 대신 유심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진도하는 비록 마음이 급했지만 스승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어 그저 옆에서 따라서 쳐다볼 뿐이다.바로 이때, 누군가 나타나 이주안 등의 귀에 속삭였다.진도하는 그 사람이 바로 이주안 등을 잡아들인 범인이라고 생각했다.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엿듣고 싶어 감지력을 동원했지만 거리가 멀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바로 이때, 스승이 손을 휙 젓자 진도하는 눈앞이 어지러워지면서 미지의 공간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순간 공간이 바뀌면서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똑똑히 듣고 볼 수 있었다.진도하는 놀라운 눈빛으로 스승을 쳐다보았다. 스승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실력이 놀라울 줄은 몰랐다.손을 휙 젓자 주위 공간이 확 바뀔 정도였으니 말이다.아무리 몇 년을 더 수련한다고 해도 스승의 실력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스승은 진도하의 놀라운 눈빛을 읽고 으쓱하면서 말했다.“자식, 그렇게 놀라워? 아무것도 아니야. 배우고 싶어?”진도하가 냉큼 대답했다.“네!”그런데 스승이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안 가르쳐줄 거야. 알아서 배워!”진도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해저 감옥에 있을 때도 스승이 가르쳐주기 싫다는 것을 아무리 애원해도 쓸모없었다.하지만 정말 배워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직접 보고 느껴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가르쳐줘도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
진도하가 의문에 잠겨있을 때, 소원이 피식 웃더니 이주안에게 물었다.“말해, 이주안이 어디 있는지!“이주안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하하… 절대 말하지 못해!”소원은 분노가 가득한 모습으로 이주안의 배를 걷어찼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못 찾을 것 같아?”이주안은 아파서 이마에서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이 모습을 보고 눈을 부라렸다.“이주안 씨, 왜 그렇게 어리석어요! 아무 이유라도 대면 되지. 왜 말 못 한다고 버티고 있어요!”진도하는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이주안이 일부러 그런 거 알고 있었다. 분명 모른다거나, 아무 주소라도 대면 되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아마도 일부러 소원을 자극시켜 현지수와 정이준한테서 관심을 끄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소원도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냉랭하게 말했다.“말 안 해도 돼. 다른 두 사람을 물어보면 되지. 세 명 다 언제까지 버틸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이때 이주안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 어디 계시는지 알아냈다고 해도 도하 형님의 상대가 되긴 하겠어?”소원은 이 한마디에 냉정함을 잃고 흥분하기 시작했다.계속 신경 쓰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짝!소원은 미친 듯이 이주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왜 내가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져준 걸 가지고.”“그래?”이주안은 또 콧방귀를 꼈다.“핑계 좀 대지 마. 상대도 안 되면서.“이 말에 소원은 더는 참지 못하고 이주안을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가슴 아프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참지 못하고 스승에게 물었다.“언제면 구하러 갈 수 있을까요?”스승은 진도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잠깐만 더 기다려 봐.”“왜요?”진도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스승을 쳐다보았다.스승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고개 들어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5분만 더 기다려 봐.”진도하는 스승이 왜 5분을 더 기다리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아마도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
“하하…”이주안은 비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원이 손을 휘젓더니 말했다.“군말 필요 없고 진도하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살려줄게. 안 그러면 똑같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야.”이주안 등 3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원은 한 사람 한 사람 가리키더니 말했다.“그래도 말하지 않겠다고? 그러면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지.”소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혼돈의 물체 몇 마리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이때 소원이 명령했다.“말할 때까지 죽도록 패!“혼돈의 물체는 소원의 명령대로 이주안, 현지수와 정이준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이들은 죄다 원아경이라 가죽이 두꺼워 맞을 때마다 철 방망이에 맞는 느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상을 입은 이주안 등은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이주안은 억지로 고통을 참으면서 말했다.“소원. 당장 이놈을 멈추게 해. 우리는 정말 도하 형님이 어디 계시는지 모른다고. 알고 있다면 왜 말하지 않았겠어.”소원이 냉랭하게 말했다.“맨날 붙어있었으면서 어떻게 어디 있는지 모를 수 있어?”소원은 말하다 잠깐 멈칫했다.“모른다고 해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 없어?”이주안이 고개를 흔들었다.“없어.”이주안은 일부러 소원에게 말 걸어 혼돈의 물체가 더는 때리지 못하게 시간을 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해서 생각도 없는 혼돈의 물체에 맞는다면 죽는 건 한순간의 일이었다.소원은 이주안이 말하려 하지 않는 목적을 알고 피식 웃더니 현지수한테 시선을 돌렸다.현지수는 애써 못 본 척하려고 눈을 감았다.소원은 전혀 화내지 않고 다시 정이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뚱땡이. 당당히 적소파 수장이라는 사람이 왜 이놈들이랑 섞여 있는 거야?“정이준은 침을 칵 뱉더니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인데!“소원은 정이준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흠. 옛길에서 구해줬기 다행이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는 혼돈의 물체로 변해버렸을 거야.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무슨 태도야
소원은 잠깐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들켜버렸네. 그래, 내가 한 거 맞긴 한데 날 탓하면 안 되지. 나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소원의 표정은 후회와 광기가 뒤섞어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그는 냉정해지려고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악!”외침 끝에 그의 눈빛은 악독스러움만 남아 다른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이주안은 이 모습을 보고 침묵했다.소원은 이들의 앞으로 서서히 걸어가더니 말했다.“마지막으로 10초 셀 동안 진도하가 어디 있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소원은 말을 마치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다.“진도하. 어디 숨어서 보고 있지만 말고 얼른 나와. 아니면 한 사람 한 사람 죽여버릴 거니까.”이주안 등은 서로 쳐다만 볼 뿐이다.이때 이주안이 소리쳤다.“도하 형님, 절대 나오지 마세요. 곳곳에 함정이 숨겨져 있어요. 절대 나오면 안 돼요!”이어 현지수, 정이준도 따라서 외쳤다.진도하는 걱정 해주는 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스승을 쳐다보게 되었다.스승이 아까 나서지 말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곳곳에 숨겨진 함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진도하는 다시 이주안 등을 쳐다보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아직 시간 남았어요. 조금만 더 버텨보세요. 시간이 되는대로 구하러 갈게요.”소원은 이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그렇게 소리쳐봤자 무슨 소용 있어! 주위에 있다면 곧 모습을 나타내겠지. 하하.”소원은 진도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이때 카운트하기 시작했다.“10! 9! 8...”카운트는 어느새 막바지에 달했다.“3! 2! 1!”소원은 이렇게 냉랭하게 말했다.“아무도 말하지 않겠다? 그러면 한 놈 먼저 죽여볼까?”소원은 칼을 꺼내 이주안, 현지수와 정이준을 가리키면서 약 올렸다.“먼저 누구부터 죽여볼까?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건 어때?”정이준은 침을 칵 뱉었다.“필요 없어. 나부터 죽여. 난 살 만큼 살았으니까.”정이준의 도발에도 소원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그래. 굳이 죽겠다는데 그러면
샤샤샥!정이준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실실 웃을 뿐이다.이주안이 소리쳤다.“소원! 그만해! 이제 멈춰!”소원이 냉랭하게 말했다.“이미 기회를 줬는데 너희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 뿐이야.”소원은 여전히 칼날을 정이준에게 향했다.진도하는 조급한 나머지 또 스승을 쳐다보았다.이때 스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시간 됐어. 이제 가도 돼!”스승이 손을 휘젓자 사방이 깜깜하게 어두워졌다.진도하 역시 용음검을 쥔 채 바로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소원! 그만 멈춰!”소원은 진도하가 모습을 나타내자 멈칫하고 말았다.진도하는 이 기회를 빌어 용음검으로 그의 칼을 쳐냈다.소원은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기쁜 모습이었다.“하하, 역시 나타날 줄 알았어. 너는 사람이 죽는 꼴을 못 보지!”소원은 이주안, 현지수와 정이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어때, 내가 말했잖아. 나타날 거라고.”정이준은 어두운 안색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왜 나타나셨어요? 저는 죽어도 상관없어요. 이 사람의 목적이 제가 아니라 도하 씨라는 거 알잖아요!”이주안이 말했다.“형님, 저희가 한 말을 못 들었어요? 이곳에 함정이 숨겨져 있다고요! 함정이!”현지수는 진도하를 힐끔 쳐다보고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진도하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소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자신들을 구하러 왔다가 함정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친구 사이에 이대로 죽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진도하가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함정 따위 두렵지도 않아요.”진도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지켜보고 있는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비록 스승이 도와주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이것이 바로 함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였다.“하하하하!”소원은 또다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원아경 레벨 9인
소원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소원은 그 바람에 무서운 힘이 담겨 있음을 느끼고 황급히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진도하 역시 마찬가지로 그 바람에서 무서운 기운을 느꼈다. 그는 이 바람 역시 소원 일행의 함정이라고 생각했다.진도하는 이주안과 일행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에 서둘러 그들 앞에 섰다.하지만 바로 그 순간, 바람이 사라졌다. 마치 한 번도 바람이 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진도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소원도 깜짝 놀라 사라지는 바람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이때였다.모두 깜짝 놀랐다.합도경 혼돈의 생물체 십여 마리가 바닥에 누워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들의 녹색 피가 발밑으로 흘러내렸다.소원은 크게 놀라며 외쳤다.“누구야! 빨리 나와!”그는 고개를 기울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자신의 코앞에서 이 수십 마리 혼돈의 생물체를 모두 죽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소원의 울부짖는 소리에 새벽이 밝아왔다.진도하는 소원을 장난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이런 것도 함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각보다 너무 하수인데요?” 소원은 진도하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너구나, 네가 그런 거지? 방금 무슨 수를 쓴 거야?” 진도하는 무심하게 소원을 쳐다보며 아무 말 없이 코웃음만 쳤다.물론 이건 그가 한 짓이 아니었다.진도하도 처음에는 누가 이런 혼돈의 생물체를 자신도 모르게 처리한 것인지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하지만 그는 금방 알아챘다. 스승이 한 짓이 틀림없다.또한 그는 스승이 자신에게 5분만 기다렸다가 공격하라고 한 이유도 대개 이해했다.아마도 스승은 다른 매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날이 갑자기 어두워진 후에야 손을 썼을 것이다. 스승은 이 합도경 혼돈의 생물체들을 해결하고는 조용히 떠났다.이렇게 생각하자 진도하는 스승의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