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용천섬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정말 그런 느낌이 없어요?”이주안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네. 정말 없어요.”이들의 심각한 표정을 보면서 진도하도 신기했다.정말 용천섬이 뿜어내는 하얀빛이 눈부시다는 것 외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기 때문이다.이주안이 말했다.“저는 섬과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더 두근거리는 느낌이에요. 어릴 때 저희 이씨 가문의 사당으로 들어갈 때처럼요.”이주안의 말에 정이준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도 적소파 수장이 되기 전 전임 수장님 위패 앞에서 맹세했던 느낌이었어요.”진도하는 더욱더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말하다 보니 어느샌가 용천섬 변두리에 있는 매끈한 돌덩어리가 잘 보일 정도의 100미터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바로 이때, 천지개벽이 일어나면서 천둥·번개가 다시 기승을 부렸다.우르릉 쾅쾅!하늘에 마치 구멍이 난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그러다 수온이 점점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물이 끓고 있어요!”이주안이 소리 질렀다.그러자 정말 물이 끓는 느낌을 받았다.부글부글.이 상황을 지켜보던 진도하가 외쳤다.“얼른 용천섬 위로 올라가세요!”진도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파도가 덮쳐와 전부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파도가 지나가고, 진도하는 힘겹게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하지만 또다시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다시 한번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물속에서 그는 정말 물이 들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급히 에너지로 수온을 조절하면서 용천섬의 방향으로 헤염쳐 갔다.이러면 물 위의 파도를 무서워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때, 갑작스러운 거대한 회오리 때문에 갑자기 균형을 잃고 물속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에너지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아무리 원아경 레벨 9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 힘을 막을 수가 없었다.대자연 앞에서는 인간은 너무 무기력했다.진도하는 곧 어질어질해 나면서 방향
샤라락!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어 물살이 센 소리마저 들려왔다.“뭐지?”진도하는 머리가 깨지는 느낌에 서서히 눈을 떴다.그는 너비가 5, 6미터 되어 보이는, 물살이 센 강물 옆에 있는 큰 돌덩이 위에 누워있었다.주변이 온통 나무로 뒤덮여 하늘이 보이지도 않았다.주위가 고요한 것이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와 물살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여기가 어디지?”“용천섬인가?”진도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린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심지어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다들 어디 갔지?”진도하는 휘청거리면서 주위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이주안 씨!”“현지수 씨!”“정 수장님!”“어디 계세요?”진도하는 체내에 있는 에너지를 다해 외쳤다.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저 메아리일 뿐이었다.이때, 이들의 체내에 기호를 남겼던 것이 생각나 다시 에너지를 다해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강유진을 찾았을 때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진도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는 고통과 피로를 없애려고 품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먹었다.그리고선 계속 이주안, 현지수, 정이준의 행방을 찾기로 했다.강가를 따라 한참이나 걸었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진도하는 순간 불안함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설마 물살에 떠밀려 내려갔나?”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하류 쪽을 향해 또 한참이나 걸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이들의 행방 대신 멀지 않은 곳에서 비석 하나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그 위에는 “용천섬”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있었다.이 세 글자는 붉은 피로 물들여져 섬뜩하기 그지없었다.처음에 느껴졌던 친근함이 사라져서인지 진도하는 “용천섬” 세 글자를 봐도 별로 흥분되지 않았다.그저 마음이 무거울 뿐이었다.그는 비석을 지나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길은 유난히 험했다.반 시간쯤 지나서 높은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왜인지 진도하는 벌초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한번 든 생각은 멈출 수가 없었다.첫 번째 무덤부터 풀을 모조리 뽑고는 흙으로 다시 위를 덮었다.그렇게 이 무덤은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진도하는 만족스레 손을 툭툭 털고는 두 번째 무덤을 손보기 시작했다.두 번째 무덤 벌초가 끝났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말았다.“설마 이 공원묘지가 나랑 연관 있는 건가? 이분들이 설마 나의 조상님들이실까?”사실 잘 몰랐지만 그저 잘 정리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하루, 이틀, 삼일…일주일이 지나고, 공원묘지에 있는 300여 개의 무덤이 전부 깔끔해졌다.풀이 무성하던 곳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진도하는 만족스레 손을 툭툭 털고는 공원묘지 중앙으로 가더니 말했다.“저의 조상님들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진씨 가문으로서 벌초를 해드리는 건 응당한 도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향을 피우지 않았다고 탓하지 말아 주세요. 용천섬에 공원묘지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제 조상님들이시라면 저를 탓하진 않겠죠?”보슬비가 점점 더 커졌다.우르릉 쾅쾅!갑자기 번개가 기승을 부렸다.번쩍!어두웠던 하늘이 환해지면서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뭐지?”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들썩거리는 공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마치 무언가 땅을 뚫고 솟아오를 듯했다.진도하는 곧 하나의 비석이 서서히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완전한 비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하늘도 순식간에 맑아지고 비도 그쳤다.진도하가 다급히 달려가서 보았을 때 비석에는 일련의 글씨가 쓰여있었다.한 글자 한 글자 확인할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100자 정도 되는 내용은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진도하는 용천섬의 유래와 무덤에 파묻혀 있는 사람들의 신분을 알게 되면서 오랫동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용천섬은 곧 진씨 가문의 공원묘지였다.“그렇다면 선경에 날아갈 수 있다는 소문이 가짜였을까?
이 목소리에 진도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방심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 뒤에 나타날 줄 몰랐다.홱!진도하가 급히 몸을 돌렸더니... 한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진도하는 그를 본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어떻게... 여기 계시는 거예요?”진도하는 한참 뒤에야 겨우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눈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바로 해저 감옥에서 끊어진 발 인대를 치료해 주고 무술을 가르쳐준 미스터리 스승이었다.그는 얼굴에 미소를 장착하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진도하를 부드럽게 쳐다보더니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면서 말했다.“이곳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저를 기다렸다고요?”진도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늘 스승의 행방을 찾아다녔지만 남진에 버려진 뒤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다시 스승을 만나니 뜨거운 눈물이 눈시울에 가득 찼다.다시 살아갈 수 있게 용기를 줬던 것도, 도를 닦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도 바로 이 사람이었다.진도하는 늘 그를 스승처럼 모셨다.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오늘 갑자기 용천섬에서 만날 줄 몰랐다.스승은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잘했어. 내 기대를 넘어섰을 정도야.”이 말에 진도하는 멈칫하고 말았다.스승이 계속해서 말했다.“놀랄 필요 없어. 최근 몇 년 동안 난 너를 늘 지켜봐 왔어. 남진에서도, 성운에 돌아와서도 늘 지켜봤어.”스승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역시 넌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진도하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니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울먹거렸다.스승은 다시 한번 그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었다.“의문이 많다는 것도 알아. 이따 하나하나 설명해 줄게. 일단 나랑 용천섬을 한 바퀴 구경하자고.”“네!”진도하는 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스승의 뒤에서 길 따라 한 걸음 한걸음 용천섬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이 과정에서 이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
물도 아닌, 땅도 아닌 원초의 상태였다. 가까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저 용천섬이 지하에 있는 것보다 공중에 떠있다고만 판단할 수 있었다.진도하의 대답에 스승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뭐 또 발견한 거 없어?”진도하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여기가 예전에 전쟁터였나요?”스승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곳이 예전에 전쟁터이기는 했지.”‘역시나 맞혔군.’비록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용천섬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이 보였다.피의 흔적이 짙어졌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었다. 더욱이 여기저기 보이는 끊어진 뼈다귀와 무기들까지 보면 분명 전쟁이 발생했던 것이 확실했다.“그런데... 일부분만 맞혔어.”스승이 한마디 했다.진도하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그러자 스승이 피식 웃더니 설명했다.“여긴 전쟁터이기도 하고 두 공간을 연결시키는 포인트이기도 해.”“네?”진도하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아니... 무슨 뜻인지 몰랐다기보다 자기 생각이 확실하지 않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스승은 진도하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부드럽게 쳐다보았다.“생각하고 있는 거 말해도 상관없어.”진도하는 결국 자기 생각을 말했다.“여기가 혹시 미지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통로인가요?”평소에 소설을 많이 보는 진도하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스승이 말했던 것처럼 두 공간의 연결시키는 포인트라면 분명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인 것이 틀림없었다.스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맞아. 여기가 바로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길이야.”스승은 이어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아니, 미지의 세계보다 다른 땅으로 통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지.”스승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이쪽 세계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수련하고 있는데 그쪽 세계에서는 누구나 다 수련하거든.”스승의 눈빛은 순간 어두워졌다.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한숨을 내
이 물음에 스승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진도하는 시종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아니.”진도하는 멈칫하긴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이곳에 저희 할아버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것은 아직 살아계신다는 말씀인가요?”진도하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스승은 아무 말 없이 향에 불을 붙여 진도하에게 건네고는 제사를 지냈다.진도하가 이곳에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한 모양이다.진도하는 더는 캐묻지도 못하고 스승을 따라 차례대로 제사 지내기 시작했다.스승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스승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슬픈 표정을 하고 있길래 조상님들과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니면 무덤 앞에서 아무 말 없이 5분, 10분, 심지어 반시간 동안 서 있을 일도 없었다.스승은 진씨 가문의 조상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어떤 사이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한참 후, 제사를 마치고 공원묘지 입구에 서 있던 스승이 말했다.“도하야, 꼭 자주 뵈러 와야 해. 이분들은 일반인들을 보호하려고 희생하신 분들이야. 한치의 부끄럼 없이 사셨던 분들이야.”“네. 그럴게요.”진도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누가 자기 조상들을 죽였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스승은 그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가자. 너희 친구들 만나러. 다 모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줄게.”진도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저의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응.”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걸어갔다.걷는 속도가 느렸지만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뒤를 따를 뿐이었다.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이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렇게 느긋하게 걸을 수도 없었다.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던 스승은 말 한마디 없이 추억에 잠겼다.이와 반대로 진도하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부모님과 할아버지의 행방을 아는지, 진씨 가문의 조상들이 누구를 위해 싸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세 사람은 다름아닌 이주안, 현지수와 정이준이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누가 묶어놓은 거예요?”진도하는 당황한 나머지 순간 눈빛에 살기를 장착했다.특히 이주인이 피투성이 된 모습을 보고 순간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스승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도하가 이들을 구하려고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공중에 몸을 맡기자마자 스승이 다시 잡아 끌어당겼다.“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진도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스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답하는 대신 유심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진도하는 비록 마음이 급했지만 스승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어 그저 옆에서 따라서 쳐다볼 뿐이다.바로 이때, 누군가 나타나 이주안 등의 귀에 속삭였다.진도하는 그 사람이 바로 이주안 등을 잡아들인 범인이라고 생각했다.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엿듣고 싶어 감지력을 동원했지만 거리가 멀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바로 이때, 스승이 손을 휙 젓자 진도하는 눈앞이 어지러워지면서 미지의 공간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순간 공간이 바뀌면서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똑똑히 듣고 볼 수 있었다.진도하는 놀라운 눈빛으로 스승을 쳐다보았다. 스승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실력이 놀라울 줄은 몰랐다.손을 휙 젓자 주위 공간이 확 바뀔 정도였으니 말이다.아무리 몇 년을 더 수련한다고 해도 스승의 실력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스승은 진도하의 놀라운 눈빛을 읽고 으쓱하면서 말했다.“자식, 그렇게 놀라워? 아무것도 아니야. 배우고 싶어?”진도하가 냉큼 대답했다.“네!”그런데 스승이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안 가르쳐줄 거야. 알아서 배워!”진도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해저 감옥에 있을 때도 스승이 가르쳐주기 싫다는 것을 아무리 애원해도 쓸모없었다.하지만 정말 배워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직접 보고 느껴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가르쳐줘도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
진도하가 의문에 잠겨있을 때, 소원이 피식 웃더니 이주안에게 물었다.“말해, 이주안이 어디 있는지!“이주안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하하… 절대 말하지 못해!”소원은 분노가 가득한 모습으로 이주안의 배를 걷어찼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못 찾을 것 같아?”이주안은 아파서 이마에서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이 모습을 보고 눈을 부라렸다.“이주안 씨, 왜 그렇게 어리석어요! 아무 이유라도 대면 되지. 왜 말 못 한다고 버티고 있어요!”진도하는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이주안이 일부러 그런 거 알고 있었다. 분명 모른다거나, 아무 주소라도 대면 되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아마도 일부러 소원을 자극시켜 현지수와 정이준한테서 관심을 끄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소원도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냉랭하게 말했다.“말 안 해도 돼. 다른 두 사람을 물어보면 되지. 세 명 다 언제까지 버틸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이때 이주안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 어디 계시는지 알아냈다고 해도 도하 형님의 상대가 되긴 하겠어?”소원은 이 한마디에 냉정함을 잃고 흥분하기 시작했다.계속 신경 쓰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짝!소원은 미친 듯이 이주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왜 내가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져준 걸 가지고.”“그래?”이주안은 또 콧방귀를 꼈다.“핑계 좀 대지 마. 상대도 안 되면서.“이 말에 소원은 더는 참지 못하고 이주안을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가슴 아프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참지 못하고 스승에게 물었다.“언제면 구하러 갈 수 있을까요?”스승은 진도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잠깐만 더 기다려 봐.”“왜요?”진도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스승을 쳐다보았다.스승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고개 들어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5분만 더 기다려 봐.”진도하는 스승이 왜 5분을 더 기다리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아마도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