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락!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어 물살이 센 소리마저 들려왔다.“뭐지?”진도하는 머리가 깨지는 느낌에 서서히 눈을 떴다.그는 너비가 5, 6미터 되어 보이는, 물살이 센 강물 옆에 있는 큰 돌덩이 위에 누워있었다.주변이 온통 나무로 뒤덮여 하늘이 보이지도 않았다.주위가 고요한 것이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와 물살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여기가 어디지?”“용천섬인가?”진도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린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심지어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다들 어디 갔지?”진도하는 휘청거리면서 주위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이주안 씨!”“현지수 씨!”“정 수장님!”“어디 계세요?”진도하는 체내에 있는 에너지를 다해 외쳤다.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저 메아리일 뿐이었다.이때, 이들의 체내에 기호를 남겼던 것이 생각나 다시 에너지를 다해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강유진을 찾았을 때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진도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는 고통과 피로를 없애려고 품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먹었다.그리고선 계속 이주안, 현지수, 정이준의 행방을 찾기로 했다.강가를 따라 한참이나 걸었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진도하는 순간 불안함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설마 물살에 떠밀려 내려갔나?”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하류 쪽을 향해 또 한참이나 걸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이들의 행방 대신 멀지 않은 곳에서 비석 하나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그 위에는 “용천섬”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있었다.이 세 글자는 붉은 피로 물들여져 섬뜩하기 그지없었다.처음에 느껴졌던 친근함이 사라져서인지 진도하는 “용천섬” 세 글자를 봐도 별로 흥분되지 않았다.그저 마음이 무거울 뿐이었다.그는 비석을 지나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길은 유난히 험했다.반 시간쯤 지나서 높은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왜인지 진도하는 벌초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한번 든 생각은 멈출 수가 없었다.첫 번째 무덤부터 풀을 모조리 뽑고는 흙으로 다시 위를 덮었다.그렇게 이 무덤은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진도하는 만족스레 손을 툭툭 털고는 두 번째 무덤을 손보기 시작했다.두 번째 무덤 벌초가 끝났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말았다.“설마 이 공원묘지가 나랑 연관 있는 건가? 이분들이 설마 나의 조상님들이실까?”사실 잘 몰랐지만 그저 잘 정리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하루, 이틀, 삼일…일주일이 지나고, 공원묘지에 있는 300여 개의 무덤이 전부 깔끔해졌다.풀이 무성하던 곳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진도하는 만족스레 손을 툭툭 털고는 공원묘지 중앙으로 가더니 말했다.“저의 조상님들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진씨 가문으로서 벌초를 해드리는 건 응당한 도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향을 피우지 않았다고 탓하지 말아 주세요. 용천섬에 공원묘지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제 조상님들이시라면 저를 탓하진 않겠죠?”보슬비가 점점 더 커졌다.우르릉 쾅쾅!갑자기 번개가 기승을 부렸다.번쩍!어두웠던 하늘이 환해지면서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뭐지?”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들썩거리는 공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마치 무언가 땅을 뚫고 솟아오를 듯했다.진도하는 곧 하나의 비석이 서서히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완전한 비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하늘도 순식간에 맑아지고 비도 그쳤다.진도하가 다급히 달려가서 보았을 때 비석에는 일련의 글씨가 쓰여있었다.한 글자 한 글자 확인할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100자 정도 되는 내용은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진도하는 용천섬의 유래와 무덤에 파묻혀 있는 사람들의 신분을 알게 되면서 오랫동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용천섬은 곧 진씨 가문의 공원묘지였다.“그렇다면 선경에 날아갈 수 있다는 소문이 가짜였을까?
이 목소리에 진도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방심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 뒤에 나타날 줄 몰랐다.홱!진도하가 급히 몸을 돌렸더니... 한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진도하는 그를 본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어떻게... 여기 계시는 거예요?”진도하는 한참 뒤에야 겨우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눈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바로 해저 감옥에서 끊어진 발 인대를 치료해 주고 무술을 가르쳐준 미스터리 스승이었다.그는 얼굴에 미소를 장착하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진도하를 부드럽게 쳐다보더니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면서 말했다.“이곳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저를 기다렸다고요?”진도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늘 스승의 행방을 찾아다녔지만 남진에 버려진 뒤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다시 스승을 만나니 뜨거운 눈물이 눈시울에 가득 찼다.다시 살아갈 수 있게 용기를 줬던 것도, 도를 닦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도 바로 이 사람이었다.진도하는 늘 그를 스승처럼 모셨다.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오늘 갑자기 용천섬에서 만날 줄 몰랐다.스승은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잘했어. 내 기대를 넘어섰을 정도야.”이 말에 진도하는 멈칫하고 말았다.스승이 계속해서 말했다.“놀랄 필요 없어. 최근 몇 년 동안 난 너를 늘 지켜봐 왔어. 남진에서도, 성운에 돌아와서도 늘 지켜봤어.”스승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역시 넌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진도하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니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울먹거렸다.스승은 다시 한번 그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었다.“의문이 많다는 것도 알아. 이따 하나하나 설명해 줄게. 일단 나랑 용천섬을 한 바퀴 구경하자고.”“네!”진도하는 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스승의 뒤에서 길 따라 한 걸음 한걸음 용천섬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이 과정에서 이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
물도 아닌, 땅도 아닌 원초의 상태였다. 가까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저 용천섬이 지하에 있는 것보다 공중에 떠있다고만 판단할 수 있었다.진도하의 대답에 스승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뭐 또 발견한 거 없어?”진도하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여기가 예전에 전쟁터였나요?”스승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곳이 예전에 전쟁터이기는 했지.”‘역시나 맞혔군.’비록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용천섬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이 보였다.피의 흔적이 짙어졌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었다. 더욱이 여기저기 보이는 끊어진 뼈다귀와 무기들까지 보면 분명 전쟁이 발생했던 것이 확실했다.“그런데... 일부분만 맞혔어.”스승이 한마디 했다.진도하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그러자 스승이 피식 웃더니 설명했다.“여긴 전쟁터이기도 하고 두 공간을 연결시키는 포인트이기도 해.”“네?”진도하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아니... 무슨 뜻인지 몰랐다기보다 자기 생각이 확실하지 않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스승은 진도하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부드럽게 쳐다보았다.“생각하고 있는 거 말해도 상관없어.”진도하는 결국 자기 생각을 말했다.“여기가 혹시 미지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통로인가요?”평소에 소설을 많이 보는 진도하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스승이 말했던 것처럼 두 공간의 연결시키는 포인트라면 분명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인 것이 틀림없었다.스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맞아. 여기가 바로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길이야.”스승은 이어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아니, 미지의 세계보다 다른 땅으로 통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지.”스승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이쪽 세계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수련하고 있는데 그쪽 세계에서는 누구나 다 수련하거든.”스승의 눈빛은 순간 어두워졌다.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한숨을 내
이 물음에 스승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진도하는 시종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아니.”진도하는 멈칫하긴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이곳에 저희 할아버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것은 아직 살아계신다는 말씀인가요?”진도하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스승은 아무 말 없이 향에 불을 붙여 진도하에게 건네고는 제사를 지냈다.진도하가 이곳에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한 모양이다.진도하는 더는 캐묻지도 못하고 스승을 따라 차례대로 제사 지내기 시작했다.스승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스승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슬픈 표정을 하고 있길래 조상님들과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니면 무덤 앞에서 아무 말 없이 5분, 10분, 심지어 반시간 동안 서 있을 일도 없었다.스승은 진씨 가문의 조상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어떤 사이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한참 후, 제사를 마치고 공원묘지 입구에 서 있던 스승이 말했다.“도하야, 꼭 자주 뵈러 와야 해. 이분들은 일반인들을 보호하려고 희생하신 분들이야. 한치의 부끄럼 없이 사셨던 분들이야.”“네. 그럴게요.”진도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누가 자기 조상들을 죽였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스승은 그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가자. 너희 친구들 만나러. 다 모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줄게.”진도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저의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응.”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걸어갔다.걷는 속도가 느렸지만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뒤를 따를 뿐이었다.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이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렇게 느긋하게 걸을 수도 없었다.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던 스승은 말 한마디 없이 추억에 잠겼다.이와 반대로 진도하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부모님과 할아버지의 행방을 아는지, 진씨 가문의 조상들이 누구를 위해 싸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세 사람은 다름아닌 이주안, 현지수와 정이준이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누가 묶어놓은 거예요?”진도하는 당황한 나머지 순간 눈빛에 살기를 장착했다.특히 이주인이 피투성이 된 모습을 보고 순간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스승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도하가 이들을 구하려고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공중에 몸을 맡기자마자 스승이 다시 잡아 끌어당겼다.“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진도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스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답하는 대신 유심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진도하는 비록 마음이 급했지만 스승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어 그저 옆에서 따라서 쳐다볼 뿐이다.바로 이때, 누군가 나타나 이주안 등의 귀에 속삭였다.진도하는 그 사람이 바로 이주안 등을 잡아들인 범인이라고 생각했다.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엿듣고 싶어 감지력을 동원했지만 거리가 멀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바로 이때, 스승이 손을 휙 젓자 진도하는 눈앞이 어지러워지면서 미지의 공간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순간 공간이 바뀌면서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똑똑히 듣고 볼 수 있었다.진도하는 놀라운 눈빛으로 스승을 쳐다보았다. 스승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실력이 놀라울 줄은 몰랐다.손을 휙 젓자 주위 공간이 확 바뀔 정도였으니 말이다.아무리 몇 년을 더 수련한다고 해도 스승의 실력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스승은 진도하의 놀라운 눈빛을 읽고 으쓱하면서 말했다.“자식, 그렇게 놀라워? 아무것도 아니야. 배우고 싶어?”진도하가 냉큼 대답했다.“네!”그런데 스승이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안 가르쳐줄 거야. 알아서 배워!”진도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해저 감옥에 있을 때도 스승이 가르쳐주기 싫다는 것을 아무리 애원해도 쓸모없었다.하지만 정말 배워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직접 보고 느껴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가르쳐줘도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
진도하가 의문에 잠겨있을 때, 소원이 피식 웃더니 이주안에게 물었다.“말해, 이주안이 어디 있는지!“이주안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하하… 절대 말하지 못해!”소원은 분노가 가득한 모습으로 이주안의 배를 걷어찼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못 찾을 것 같아?”이주안은 아파서 이마에서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이 모습을 보고 눈을 부라렸다.“이주안 씨, 왜 그렇게 어리석어요! 아무 이유라도 대면 되지. 왜 말 못 한다고 버티고 있어요!”진도하는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이주안이 일부러 그런 거 알고 있었다. 분명 모른다거나, 아무 주소라도 대면 되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아마도 일부러 소원을 자극시켜 현지수와 정이준한테서 관심을 끄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소원도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냉랭하게 말했다.“말 안 해도 돼. 다른 두 사람을 물어보면 되지. 세 명 다 언제까지 버틸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이때 이주안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 어디 계시는지 알아냈다고 해도 도하 형님의 상대가 되긴 하겠어?”소원은 이 한마디에 냉정함을 잃고 흥분하기 시작했다.계속 신경 쓰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짝!소원은 미친 듯이 이주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왜 내가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져준 걸 가지고.”“그래?”이주안은 또 콧방귀를 꼈다.“핑계 좀 대지 마. 상대도 안 되면서.“이 말에 소원은 더는 참지 못하고 이주안을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가슴 아프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참지 못하고 스승에게 물었다.“언제면 구하러 갈 수 있을까요?”스승은 진도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잠깐만 더 기다려 봐.”“왜요?”진도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스승을 쳐다보았다.스승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고개 들어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5분만 더 기다려 봐.”진도하는 스승이 왜 5분을 더 기다리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아마도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
“하하…”이주안은 비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원이 손을 휘젓더니 말했다.“군말 필요 없고 진도하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살려줄게. 안 그러면 똑같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야.”이주안 등 3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원은 한 사람 한 사람 가리키더니 말했다.“그래도 말하지 않겠다고? 그러면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지.”소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혼돈의 물체 몇 마리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이때 소원이 명령했다.“말할 때까지 죽도록 패!“혼돈의 물체는 소원의 명령대로 이주안, 현지수와 정이준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이들은 죄다 원아경이라 가죽이 두꺼워 맞을 때마다 철 방망이에 맞는 느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상을 입은 이주안 등은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이주안은 억지로 고통을 참으면서 말했다.“소원. 당장 이놈을 멈추게 해. 우리는 정말 도하 형님이 어디 계시는지 모른다고. 알고 있다면 왜 말하지 않았겠어.”소원이 냉랭하게 말했다.“맨날 붙어있었으면서 어떻게 어디 있는지 모를 수 있어?”소원은 말하다 잠깐 멈칫했다.“모른다고 해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 없어?”이주안이 고개를 흔들었다.“없어.”이주안은 일부러 소원에게 말 걸어 혼돈의 물체가 더는 때리지 못하게 시간을 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해서 생각도 없는 혼돈의 물체에 맞는다면 죽는 건 한순간의 일이었다.소원은 이주안이 말하려 하지 않는 목적을 알고 피식 웃더니 현지수한테 시선을 돌렸다.현지수는 애써 못 본 척하려고 눈을 감았다.소원은 전혀 화내지 않고 다시 정이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뚱땡이. 당당히 적소파 수장이라는 사람이 왜 이놈들이랑 섞여 있는 거야?“정이준은 침을 칵 뱉더니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인데!“소원은 정이준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흠. 옛길에서 구해줬기 다행이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는 혼돈의 물체로 변해버렸을 거야.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무슨 태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