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보던 진도하는 자우각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들은 같은 종파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구별할 마음도 없었다. 그들의 각주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태도를 보였을지 궁금했다.말을 마친 후 소원은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옷을 털고는 앞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진도하의 옆을 지나면서 코웃음을 쳤다.진도하도 전혀 지지 않는 기세로 소원을 바라보았다.원래 진도하는 현광서원 사람들이 비록 목적성이 강하긴 하지만 인품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 모습을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현광서원의 사람들은 목적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이면서도 이기적이었고 뼛속까지 나쁜 사람들이었다. 자비심과 도덕성은 온데간데없고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비열하기 짝이 없었다.진도하는 고개를 젓고 이곳을 떠나려다가 소원 뒤에서 청년과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는 무리를 보았다.그는 그 사람들에게 당부했다.“시신을 수습할 때는 숨을 참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똑같이 위험할지도 몰라요.”진도하는 좋은 의도로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들은 적어도 금단경 고수들인데 여기서 죽으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진도하의 이 말을 들은 이들은 즉시 멀리 숨어버렸고, 더 이상 시체를 수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시체에서 나온 독이 우리에게 전염될지도 모르니 다시는 이 두 시체를 건드리지 맙시다. 안 그러면 우리는 끝장이에요.”“그래요. 손도 대지 마요. 어차피 이미 죽었으니 시체를 수습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요.”사람들은 여전히 겁이 나서 떨며 말했다.이제 그들은 진도하의 말을 확실하게 믿었다. 조금 전 그런 광경을 목격했으니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진도하는 그들이 모두 멀리 도망간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어휴...”진도하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현지수와 이주안의 곁으로 돌아왔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요? 저 꽃은 왜 이렇게 독성이 강한 거예요?”이주안과 현지
수련자 대회에서 진도하는 가장 강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소원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가 원아경까지 돌파했으니 말이다.다른 가문의 가주들과 종파의 종주들은 모두 소원만큼 강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당시 이현수도 강한 기운을 보이지 않았었다. 나중에 이씨 가문에 손님으로 갔을 때, 진도하는 이주안 할아버지의 실력이 소원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벌써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가 되어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이현수가 동맹에 가입한 의도가 때를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이현수는 분명 누구보다 실력이 강했지만 먼저 손을 쓸 생각은 없었고, 옛길에 다녀온 적도 있고 소원의 강요를 받을 필요도 없을 텐데 일부러 소원에게 혼돈 병사가 무엇인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당시 그 자리에 이현수보다 옛길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처음에 진도하는 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그는 이현수가 때를 기다리면서 서둘러 이씨 가문을 대표해서 주목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이주안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때를 기다리기 위함이라고요? 우리 이씨 가문이 왜 때를 기다려야 하나요?”이주안은 할아버지의 가장 사랑받는 손자이자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지명되었지만, 가문의 모든 상황은 물론 가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심지어 오늘 이씨 가문에서 아무도 옛길에 들어오지 않은 정확한 이유도 몰랐다. 진도하는 이주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했다.“가장 높은 나무가 먼저 바람에 의해 무너지기 마련이에요.”딱히 이주안의 궁금증에 대한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짧은 한마디였지만 진도하의 뜻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이때 현지수가 말했다.“저희 스승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소원은 꼭두각시이자 소인일 뿐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번에 저희 한빛궁도 동맹에 가입했지만 저 외에는 다른 사람을 옛길에 보내지 않았어요.”이주안도 옆에서 말했다.
“에이, 설마요?”이주안은 고개를 저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현지수가 옆에서 말했다.“주안 씨는 정말 모르겠어요? 저는 곧 위험이 다가오는 게 느껴져요.”“정말요?”이주안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별거 없는데요? 제 눈엔 여기가 아주 평화로워 보여요.”그가 말하자마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탁탁탁.그 소리는 옛길 전체를 뒤흔들었다.발소리 외에 많은 사람들의 외침도 섞여 있었다.“뛰어!”“얼른 뛰어!”현지수와 이주안은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진도하는 분명히 들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감지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급히 외쳤다.“뛰어요!”그렇게 말한 후, 그는 아직 멍해 있는 이주안과 현지수를 끌어당겨 뒤쪽으로 달려갔다.동시에 소원을 따르던 사람들은 모두 앞쪽에서 다시 뒤로 도망쳤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하고 두려움으로 가득했다.이에 이주안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금단경의 고수들인데, 도대체 무엇을 보고 이렇게 겁을 먹은 걸까?“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이주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필사적으로 뒤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이주안도 진도하가 끌어당기는 대로 뒤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다만 가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곤 했다.그는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까?심지어 그들은 진도하, 현지수, 이주안 세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달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그런데 바로 이 순간, 앞에서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충격에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무슨 일이에요?”이주안은 목을 빼 들고 앞 상황을 확인했다.곧바로 이주안은 소름이 끼쳐서 몸을 벌벌 떨었다.사람들 앞에는 마치 좀비처럼 무수히 많은 검은 실루엣이 서 있었는데, 분명 사람처럼 생기긴 했지만 한눈에 봐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사실 소원도 그들보다 나을 게 없었다.그는 옛길에 혼돈 병사가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혼돈 병사가 한꺼번에 와서 그들을 막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가 아무리 원아경 실력자라 해도 이 혼돈 병사와는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혼돈 병사에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얻어맞을 수도 있다.소원은 이마를 문지르며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켰다.마음속으로 생각했다.‘저들을 뿌리칠 기회를 찾아야 할 것 같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같이 움직이다가 옛길에서 너무 큰 방해가 될 것 같아.’그러나 그가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달랐다.“모두 당황하지 마세요. 이 혼돈 병사는 수는 많지만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저항하는 한 반드시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반드시 여러분을 보호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소원이 있는 한 여러분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테니까요!”이렇게 말한 후 소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탈출로를 찾았다.사람들은 소원에 대해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말을 듣고는 크게 안도했다.“네, 소원 원장님이 여기 계시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원장님은 무려 원아경 실력자이십니다! 이 혼돈 병사를 섬멸하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현광서원의 한 사람이 말했다.그 말을 듣고 그들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다. 이제 혼돈 병사를 바라보면서 조금 전에 가졌던 두려움도 사라졌다.“안 되면 싸우지, 뭐!”이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었다....사람들은 소원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진도하는 분명히 보아냈다.그는 소원이 다른 사람들이 혼돈 병사를 붙들고 있으면 탈출할 기회를 잡으려는 게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러자 진도하는 마음속으로 소원의 이런 태도를 경멸했다.하지만 조금 전 사람들에게 신비한 꽃이 독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가 오히려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는 진도하는 교훈을 얻은 후 이번에는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지수를 바라보았고, 현지수 역시 진도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수는 분명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곧이어 진도하가 말했다.“내가 셋을 세면 같이 달려요!”“네!”이주안과 현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진도하는 혼돈 병사를 흘끗 보았지만 그들은 아직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집결하고 있는 듯했다.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뚫고 나가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알았다.“나를 꼭 따라와요!”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하기 전에 다시 말했다.“삼!”소원과 다른 사람들이 진도하를 발견하고 급히 말리면서 말했다.“당신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수적으로 저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지금 덤벼드는 건 도발하는 거 아니에요?”진도하는 소원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그럼 여기 남아서 당신과 함께 죽을까요?”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소원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숫자를 세었다.“삼!”“이!”“일!”진도하의 입에서 “일”이 나오자마자 그는 서둘러 제일 앞으로 달려갔다.이주안과 현지수도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진도하가 달려 나가는 순간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한 명씩 따라갔다.이 장면을 본 소원은 이미 진도하 일행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어리석은 놈!”소원은 진도하 일행이 밖에 있는 수많은 혼돈 병사를 뚫고 지나갈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도하 일행 세 사람이 돌진하자 방어하고 있던 다른 이들의 마음이 흔들렸다.“아니면... 우리도 돌격하는 건 어때요? 돌격하면 최소한 싸워 볼 수는 있는데, 여기 있으면 나중에 죽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이 말을 듣고 소원이 입을 열었다.“돌진하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진도하 일행을 따라가세요. 내가 이 말은 먼저 할게요. 설사 당신들이 죽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마요. 당신들도 방금 얼마나 많은 혼돈 병사가 당신들을 쫓고 있었는지 알잖아요.”
진도하는 용음검의 변화를 감지하고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네가 약하다곤 안 했어...”쓱!용음검이 다시 한번 용의 포효를 내뿜었다.이 소리는 옛길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혼돈 병사들은 모두 잠시 당황했다가 진도하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진도하 일행 세 사람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용음검이 내는 용의 포효 소리가 그들의 주의를 끌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특히 그들의 초록색 눈이 빨갛게 변하는 것을 본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용음검, 소리 내지 마라. 너 그러다가 저 혼돈 병사들을 끌어올 거야.”하지만 진도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용음검은 다시 한번 불만을 품은 듯 용의 포효를 내뱉었다.쓱!이 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더 크게 들렸고, 혼돈 병사의 눈은 완전히 빨갛게 변했다.진도하는 자기 이마를 때리며 망했다고 외쳤다.곧바로 혼돈 병사는 진도하와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이런 젠장!”진도하는 용음검을 들고 공격 자세를 취한 뒤, 맨 앞에서 달려오는 혼돈 병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샥!용음검에 의해 눈앞에 있던 혼돈 병사가 두 동강이 나며 초록색 피를 공중에 흩날렸다.“잘했어, 용음검!”진도하가 칭찬했다.그러자 용음검은 다시 한번 용의 포효를 내뿜었다.쓱!더 많은 혼돈 병사가 진도하를 향해 돌진했다.이렇게 되자 오히려 이주안과 현지수의 부담은 줄어들었다.좀비 같은 이 괴물들은 예상치 못하게 모두 진도하를 공격했고, 이주안과 현지수는 어쩔 수 없이 혼돈 병사를 쫓아가다가 뒤에서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들은 이주안과 현지수에 의해 연이어 칼에 찔린 후에도 마치 두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여전히 진도하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이 장면을 본 진도하는 쓴웃음을 지었다.용음검이 내는 용의 포효가 오히려 그들의 증오를 불러일으킬 줄이야.이에 진도하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하지만 용음검은 불쾌한 듯 계속 용의 포효 소리를 냈다.쓱!무시무시한 기운이 검 주위를
진도하는 현지수와 이주안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두 사람은 도망가요. 나는 걱정하지 말고 이제 앞에서 다시 만나요!”진도하의 목소리를 듣고 이주안과 현지수 두 사람은 걱정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들은 진도하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 손에 든 검을 힘껏 휘둘렀다.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무기는 한 번에 한 사람을 베어 죽일 수 있는 용음검이 아니라 힘들었다. 혼돈 병사를 죽이려면 네다섯 번씩 검을 휘둘러야 했다. 게다가 정확히 급소를 찔러야 했다.“우린 먼저 가지 않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가야죠!”이주안이 외쳤다.“도하 형님, 조금만 참으세요. 곧 형님 옆으로 갈게요.”그렇게 외친 후 이주안은 검으로 가장 가까운 혼돈 병사를 찔렀다.이주안의 목소리를 들은 진도하는 불안한 마음에 말했다.“지금 나를 죽이려고 그래요? 빨리 떠나요! 저들이 공격하지 않을 때 빨리 가라고요. 주안 씨와 지수 씨가 먼저 가면 나도 도망칠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가다가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할 거예요.”진도하는 현지수와 이주안으로부터 5, 6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몸은 이미 온통 초록색 피로 물든 지 오래였다.마치 온몸에 초록색 물감을 뿌린 것 같았다.이주안은 진도하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때 현지수가 즉시 단호하게 결정 내렸다.“우리 둘이 먼저 후퇴해요!”말을 마치자마자 현지수는 이주안을 끌어당겨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이렇게 도하 형님을 두고 가도 돼요?”이주안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그들 세 사람이 끝까지 함께 싸우고 죽어도 함께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먼저 떠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현지수는 이주안보다 이성적이었고 그가 떠나려 하지 않는 이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도하가 그들더러 먼저 가라고 한 이유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현지수는 즉시 말했다.“지금 혼돈 병사의 목표는 도하 씨예요. 우리는 여기서 도하 씨를 도
사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그들을 ‘혼돈의 물체’라고 부르는 게 적합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협동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매개 혼돈의 물체는 마치 이성을 잃은 것처럼 진도하를 향해 공격했다. 아니, 사실 원래부터 그들은 비이성적이고 어수선했다.정확히 말하자면 혼돈의 물체들은 용음검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곧 이 혼돈의 물체들은 진도하를 덮쳐 그의 몸을 짓눌렀고, 갑자기 진도하가 있던 옛길은 꽉 막혀 버렸다.이주안은 이 장면을 보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현지수는 급히 이주안을 잡아끌며 말했다.“지금 돌아가면 도하 씨에게 방해만 돼요. 도하 씨가 일부러 용음검에서 용의 포효 소리를 내도록 하여 저 혼돈의 물체들을 유인한 걸 보지 못했어요?”이 말을 들은 이주안은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억지로 참았다.그는 발을 힘차게 구르며 계속 멀리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이 혼돈의 물체들은 모두 진도하의 유인에 걸려들었다. 길에서 현지수와 이주안을 만난 많은 혼돈의 물체들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필사적으로 진도하를 향해 달려들었다.현지수는 이성적이었지만, 이 장면을 보고 진도하를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그녀는 진도하가 두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도 진도하와 함께 끝까지 싸우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의 말을 따라야만 그가 살아날 수 있는 희미한 기회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현지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도하 씨, 반드시 살아서 나와야 해요! 반드시! 만약 당신이 나오지 못한다면 내가 다시 돌아와서 당신과 함께 끝까지 싸울 거예요.”현지수는 이따가 진도하가 위험에 부닥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돌아와서 그와 함께 싸우기로 이미 결심했다.게다가 그녀는 기꺼이 진도하가 살면 살고, 진도하가 죽으면 같이 죽으려는 진도하의 수호자였다.길을 가로막는 혼돈의 물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주안과 현지수는 곧 갈림길에 도달했는데, 한 길에는 혼돈의 물체가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