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엔 환상이가 당황했다. 진도하가 이렇게 빨리 동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그...”환상이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그래. 네가 위험해지면 내가 도울게!”“약속 지켜!”진도하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조씨 가문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은 데는 사실 환상이의 역할이 컸다.환상이는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너무 신비로워 보였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어서 더 신비로웠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지금 한 몸이기 때문에 이기면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이고 지면 함께 결과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만약 진도하가 정말 위험에 처하게 되면 환상이는 무조건 그를 도와줄 것이다.그리고... 환상이의 말투에서 그가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들을 경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그 대부들이 환상이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래서 진도하는 환상이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아참, 너 무조건 내 기운을 흡수해야 하는 거야? 내가 단약을 너에게 주면 그걸 흡수하면 안 돼?”진도하가 물었다.“안돼.”환상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적어도 지금은 안돼. 내 본체가 훼손됐기 때문에 그건 안돼.”“본체가 훼손됐다고?”진도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환상이는 한 글자만 대답했다.그러자 진도하는 환상이가 이 화제를 언급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눈치채고 아예 입을 다물고 계속해서 조씨 가문으로 향했다.결국 그는 3시간을 달려서야 조씨 가문이 위치한 산골짜기에 도착했다.지도에 표시한 대로 산골짜기의 이 길을 따라서 30분만 더 가면 조씨 가문 저택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눈앞에 있는 유일한 통로를 보고 진도하는 코를 만지작거렸다.수련자 가문과 종파들은 모두 이런 사람이 적은 곳에서 살기 좋아하는 것 같았다.조씨 가문도 그렇고 며칠 전에 갔던 이씨 가문과 한빛궁도 그렇다. 전부 사람이 드문 곳에 있었다. 다른 가문과 종파들도 다 그럴 것이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산골짜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몇
진도하의 마음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자신을 도우러 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게다가 조씨 가문 사람들의 실력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저 없이 도우려 하다니. 솔직히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진도하는 이주안의 의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친구를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주안 씨의 마음만은 고맙게 받을 게요. 그런데 얼른 돌아가세요. 주안 씨는 이씨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인데 만약 주안 씨가 나서게 되면 조씨 가문은 이씨 가문이 자신들과 맞서려고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하지만 이주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모든 대비를 마치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그러면서 천 하나를 꺼내어 목에 두르면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았다.“어때요? 이래도 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이주안이 기뻐하며 말했다.진도하는 이주안의 이런 모습을 보자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러면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일에 주안 씨는 나서지 말아요!”이주안의 의리는 잘 알겠지만 그래도 친구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조씨 가문은 실력 있는 수련자 집안이기 때문에 자신이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약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 몇 명이 나오면 이씨 가문은 조씨 가문의 무자비한 보복을 받을 것이 아닌가?아무리 이현수도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이고 이씨 가문도 실력이 있다고 해도 조씨 가문의 보복 앞에서는 큰 손실을 당할 것이다. 그래서 진도하는 절대 이주안이 이번 일에 나서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진도하는 혼자이기 때문에 조씨 가문에서 보복하려 하면 그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주안은 진도하가 걱정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고 이미 모든 가능성을 고려한 듯했다.이주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도하 형님, 그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저는 이대로 가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친구 사이인데 당연히 어려울 때 도와야지요!”진
이주안의 말을 듣자 진도하는 진심으로 감동받았다.이현수가 자신을 도우려 친손자를 보냈을 줄도 몰랐지만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물건도 줬을 줄은 몰랐다.“이건...”순간 진도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감사한 마음을 도저히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랐다.이현수 자신도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라 조씨 가문의 그 대부들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진도하를 도우려고 자신의 손자를 보낸 것이다.어떻게 감동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이때 이주안이 옆에서 말했다.“도하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고마워할 필요도 없어요. 얼른 조씨 가문으로 갑시다. 아니면 그들이 우리가 겁나서 안 가는 줄로 생각할 거예요.”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더 이상 다른 말은 안 하겠어요.”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도우려 하는 사람에게 말로 그 감사한 마음을 다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도하는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더니 그제야 발걸음을 옮겨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이주안도 그 뒤를 바싹 따랐다.두 사람의 몸에서 강렬한 전투 의지가 풍겼다.그들이 5분쯤 걸었을 때 뒤에서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날 기다려요...”진도하와 이주안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검을 차고 걸어왔다.“지수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진도하는 그녀가 한빛궁 대선배인 현지수인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현지수는 진도하와 이주안 앞에 다가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도하 씨를 도우러 왔죠!”그 목소리는 유쾌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가득했다.진도하의 마음은 따뜻해졌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지수 씨... 얼른 돌아가요! 지수 씨는 한빛궁의 대선배잖아요!”그는 이미 이주안이 도우려는 것도 꺼려했는데 이제 현지수까지 개입했으니... 진도하는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이번 일에 연루되는 것을 정말 원치 않았다.현지수도
진도하는 조원휘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만약 마지막에 그가 조원휘를 이기면 조원휘의 성격상 순순히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원휘의 태도로 보아 절대 그에게 덫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럴 필요도 없다.조씨 가문은 실력이 강한 수련자 가문인데 진도하가 아무리 원아경이라고 해도 그들의 상대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진도하는 이주안의 추측에 동의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가서 살펴볼게요.”진도하는 이주안과 현지수에게 당부하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바로 조씨 가문 저택 앞으로 갔다.“조원휘, 어서 튀어나와!”진도하는 체내의 기운을 끌어올려 대문 앞에서 소리쳤다.구름 위로 곧장 올라간 소리에 주변 나무에 있던 새들이 겁을 먹고 떼를 지어 날아갔다.하지만 조씨 집안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뭐지?’진도하는 눈썹을 치켜뜨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건 너무 이상한데?’그는 조씨 가문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갔다.진도하가 들어가는 것을 본 이주안과 현지수는 그 뒤를 바짝 따라붙어 들어갔다.세 사람은 조씨 가문의 마당 안으로 들어갔지만 넓은 마당은 텅 비어 있었다.“어떻게 아무도 없을 수 있죠?”이주안은 의심하면서 물었다.“조씨 가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거죠?”“혹시 조씨 가문 사람들이 오늘 도하 씨가 오는 걸 알고 미리 도망간 걸까요?”현지수가 말했다.지금 조씨 가문의 저택은 이상할 만큼 너무 조용했다. 조원휘 다른 사람들은 없다고 쳐도 조씨 가문의 자제들과 아랫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현지수도 꽤 많은 가문과 종문을 방문했었지만 이렇게 조용한 가문이나 종문을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조씨 가문은 가족 수가 많고 가세가 흥성한 집안인데 어떻게 아무도 없을 수 있을까?유일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진도하가 오늘 온다는 것을 알고 미리 도망쳤다는 것뿐이었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그럴 리가요! 어떻게 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도망
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 동시에 조씨 가문의 뒷마당을 바라보았다.“여기서 피 냄새가 나는데요!”“맞아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부는 순간 이미 피비린내의 근원을 알았다.그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곧장 조씨 가문의 뒷마당으로 향했다.이를 본 이주안과 현지수도 서둘러 몸의 기운을 동원해 뒤를 따랐다.곧이어 뒷마당에서 그 장면을 본 세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다.“우웱...”이주안은 견딜 수 없어 한쪽으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웁...”현지수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주안 옆으로 달려가 토했다.진도하만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도 속이 안 좋긴 마찬가지였다.남진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와 피바다를 보는 데 익숙했던 진도하였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조씨 가문 뒷마당에는 사방에 시체가 널려 있었고 뒷마당을 꾸미려 놓은 산 모형물보다 더 높이 쌓여 있었다.그들의 시체는 아주 비참했는데 대부분 머리가 잘려 있었다. 피가 사방으로 흘렀고 이미 말라서 검게 변했다.사방에는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었고 죽은 지 오래된 것이 분명했다.진도하는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조씨 가문의 자제들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죠? 왜 다들 죽은 거죠?”구토를 하고 돌아온 이주안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모르겠어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는 지금 정신이 멍해져 있었는데, 누군가 자기보다 먼저 조씨 가문에 와서 조씨 가문의 자제들을 모두 죽였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진도하는 의아해했다.이때 현지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이 사람들 표정 봐요...”진도하와 이주안은 그 말을 듣고 현지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런데 모든 시체의 얼굴에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 가득했다.“얼마나 끔찍한 광경을 봤으면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요!”이주안이 엄숙하게 말했다.“네,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을
진도하는 이주안의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쌓여 있는 시체들을 향해 걸어가 조씨 가문 고위층의 시체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예를 들어 조원휘와 그의 아들, 또는 조씨 가문의 장로나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들 말이다.그러나 그는 시체 더미 주위를 여러 번 돌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조씨 가문 고위층들은 도망쳤거나 시체가 다른 곳에 있는 게 분명했다.이런 생각을 하며 그는 뒷마당에서 걸어 나왔다.“도하 형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이주안이 물었다.“조씨 가문 가주와 장로들,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들의 시체를 찾을 거예요.”진도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좋아요, 그럼 흩어져서 따로 찾아보죠.”이주안과 현지수가 말했다.두 사람은 동시에 뒷마당을 걸어 나갔다. 감히 혼자서 뒷마당에 남을 용기가 없었다.뒷마당에서 나온 후 진도하는 여러 곳을 차례로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심지어 조원휘의 서재에도 가보았지만 텅 비어 있었다.‘도망쳤나? 아니면 죽은 걸까?’진도하는 짐작할 수 없었다.뒷마당을 제외하고는 조씨 집안 전체에 싸움을 벌인 흔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갑자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이런 젠장!”조용한 조씨 가문 저택에서 그 목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진도하는 그것이 이주안의 목소리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그는 급히 온몸의 기운을 동원해 이주안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그러자 이주안이 깜짝 놀라 겁에 질린 채 조씨 가문 뒤편에 있는 동굴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뭘 찾았어요?”이때 현지수도 달려와 이주안의 곁에 다가가 물었다.진도하와 현지수가 도착하자 이주안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침을 삼킨 후 말했다.“아... 안에 시체가 있어요!”진도하는 망설임 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동굴 안에는 십여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이주안이 충격받고 비명을 질렀던 이유는 시체들의 얼굴이 모두 지저분하게 칼에 긁혀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바로 이때 이주안은 발
진도하는 미간을 찡그렸다.그는 조원휘가 죽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보다는 극도로 당황한 표정이었다.도대체 어떤 장면을 봤기에 저렇게 복잡하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을까?그리고 살인자는 무슨 짓을 했기에 금단경 수련자를 산 채로 겁에 질려 죽게 만들었을까?진도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범인이 누구인지였다. 조씨 가문 사람들이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를 깨우기도 전에 그들을 죽였다니.동굴 안의 핏자국으로 보아 뒷마당에서 죽은 사람들보다 조금 더 일찍 죽은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이현수가 말한 대로 조씨 가문 사람들이 가사 상태에 빠진 대부들을 깨우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가문이 생사의 기로에 섰음을 감지하면 스스로 깨어났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의 눈을 보면 깨어나기도 전에 죽임을 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이것을 통해 그들을 죽인 사람이 그들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의 경지는 무엇이었을까?또한 그는 왜 조씨 가문을 몰살하려 했을까? 조씨 가문에 원한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진도하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고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환상아, 넌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진도하는 환상이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다. 환상이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진도하가 묻자마자 환상이는 즉시 대답했다.“나도 발견한 게 없어.”“알았어!”진도하는 환상이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자신은 더더욱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동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도운의 기운을 느꼈어. 조씨 가문을 몰살시킨 이 사람이 도운이 깃든 검을 들고 있는 것 같아.”환상이가 갑자기 덧붙였다.진도하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도운이 깃든 검이라고?”“그래!”환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시체들의 상처를 보면 범인이 검을 사용한 게 틀림없어. 그리고 부러진 무기와 주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죽은 사람들 중 절반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조씨 가문에서 심부름하던 하인들이었기 때문이다.만약 진도하가 조씨 가문과 싸웠다면 이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을 텐데 이제 이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죽었으니 진도하는 마음이 불편했다.또 다른 이유는 진도하가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에 들어간 것처럼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타인의 통제 아래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물론 이것은 단지 진도하의 느낌일 뿐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진도하에게 그 이유를 말하게 한다면 그는 자신의 직감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누가 조씨 가문의 사람들을 죽였을까요? 조씨 가문에 원한이 있는 사람일까요?”현지수가 갑자기 물었다.“저도 모르지만 제가 아는 조씨 가문은 항상 강압적이어서 원수들이 확실히 많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조씨 가문 사람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이주안이 말했다.“더구나 8대 가문과 6대 종문에서도 혼자서 조씨 가문 전체를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아요?” 이주안의 말을 들은 현지수는 침묵을 지켰다.사실 그녀 역시 혼자서 조씨 일가를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렇다면 우리가 추측한 것이 틀렸고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 또는 세력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현지수가 의심하면서 물었다.혼자서 조씨 일가를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아니에요. 분명 한 사람일 겁니다.”이주안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도하 형님의 말을 듣고 그 사람들의 상처를 살펴본 결과 같은 사람, 같은 무기에 의해 죽은 것이 확실합니다.”현지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추측하지 않았다.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까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람들이 다 죽었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죠. 그냥 가요.”그는 조씨 일가와 싸워서 죽을 각오로 이곳에 왔지만 이런 장면을 볼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