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에 있는 사람들도 그제야 알았다. 진도하가 왜 한빛궁 대오를 따라왔는지 말이다. 알고 보니 진도하는 이미 한빛궁의 3단계 테스트를 넘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진도하를 몇 번 더 힐끔 쳐다봤다. 마음속으로 진도하의 신분을 추측했다.한빛궁의 3단계 테스트는 완성한 사람이 없었다. 1단계 테스트도 넘은 사람이 없었는데 진도하가 3단계를 다 넘어버린 것이다.이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조씨 집안의 수장 조원휘는 진도하라는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눈빛이 어두워졌다.“네가 진도하였구나. 허허... 내가 찾으려던 참인데 알아서 기어 왔네.”조원휘가 서늘하게 웃더니 시종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시종이 몰래 회의장에서 나갔다.진도하는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여 조원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다 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진도하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후배가 선배를 뵐 때 짓는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후생이 두렵다는 말이 맞네.”이주안의 할아버지가 감탄하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한빛궁의 3단계 테스트를 넘었다니, 정말 전례 없는 일이야. 주안이가 자네 같은 친구를 두다니 나도 시름이 놓이는구먼.”사람들 앞에서 칭찬받자 진도하는 난감한 듯 웃었다.이주안의 할아버지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대회가 끝나면 우리 이씨 가문에 초대하지. 마침 물어볼 게 있네.”“네, 어르신 꼭 가겠습니다.”진도하가 말했다.이주안의 할아버지가 왜 집으로 초대하는지 모르지만 이주안의 할아버지가 사람들에게 진도하가 이씨 집안의 손님이라는 걸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아무튼 이주안 할아버지가 무슨 뜻으로 얘기했든 간에 좋은 뜻으로 요청한 것이기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기타 가문과 종문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청년은 누구지? 한빛궁 3단계 테스트를 넘었다니.”“들어본 적 없는데. 그리고 아직 누가 한빛궁의 테스트를
현광서원 늙은이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언짢아하던 우락부락한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임장덕 어르신, 현광서원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수련자대회를 갑자기 앞당긴 거죠? 용천섬의 소식이 있다고 하셨는데 무슨 소식인가요?”우락부락한 남자의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누군가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용천섬의 소식을 알아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소식이에요?”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났다.“현광서원에서 자꾸 신비로운 척하는데 무슨 소식 있으면 빨리 얘기하세요.”회의장이 점점 소란스러워졌다.현광서원의 임장덕은 이런 상황에 느긋하게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장내가 조용해지자 임장덕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여러분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으니 먼저 이 늙은이가 떠드는 거 좀 들어주세요.”임장덕은 웃고 있었지만 진도하는 임장덕의 눈빛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임장덕은 속내가 깊고 꾀가 많은 늙은이였다.“어르신, 그럼 얘기해 보세요. 숨 꼴딱 넘어가겠네.”우락부락한 남자가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남자의 재촉에도 임장덕은 전혀 급해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그 남자를 쳐다봤다.“온유 씨, 너무 닦달하지 말고 일단 이 늙은이가 말하는 거 들어줄래요? 계속 이 늙은이를 재촉하는 게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잡아먹는 거예요.”온유는 그제야 조용해졌다.그는 근육으로 다져진 두 팔로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언짢은 표정이었다.온유가 조용해지자 임장덕은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더니 말했다.“여러분들 조급한 거 다 압니다. 용천섬의 소식을 듣고 싶어 하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이 늙은이도 소식은 모릅니다. 이 소식은 저희 원장님만 알고 있습니다.”이 말에 조용하던 회의장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온유가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어르신,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아까 저한테 일단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지금은 용천섬의 소식을 모른다고요?”다른 사람도 온유를 따라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진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자들에게서 용천섬의 소식을 듣고 싶으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니면 절대 용천섬의 비밀을 말해주지 않을 거예요.”진도하의 말을 들은 현지수는 고민에 빠졌다.이때 무대 위의 임장덕이 말을 이어갔다.“사실 우리 현광서원도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냥 여러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임장덕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큰 공덕이라도 베푸는 것처럼 눈빛에서 우리가 꼭 들어줄 거라는 자신감이 보였다.“현광서원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나 빨리 말해줘요. 여편네처럼 우물쭈물하지 말고.”온유가 이번에도 맨 처음 일어나 반박했다.사람들도 온유를 따라서 말했다.“현광서원 당신들 우리를 위해서 그런다는 핑계대지말고 어떻게 해야 용천섬의 비밀을 알려줄지나 말해요.”또 다른 자가 말했다.“무슨 꿍꿍이인지 그냥 말해요. 좋은 이미지 만들려고 하지 말고.”현광서원이 구린내가 난다는 건 대부분 사람은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 아무 대가 없이 용천섬의 정보를 알려줄 사람들이 아니었다.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거물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실눈을 뜬 채 무대에 선 임장덕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고 아무 의견도 발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뛰어난 감지력을 지닌 진도하는 현장에서 불만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다 이 거물들의 동의하에 이루어진 일이라는 걸 감지해 냈다.매번 먼저 불만을 쏟아내는 온유도 온씨 가문의 족장이 눈짓해야만 일어났다.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다 가문과 종문의 동의가 있어야 일어나 발언했다.아무 의견도 발표하지 않은 데가 한빛궁밖에 없었다.임장덕은 진작부터 사람들의 태도와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한 듯 느긋하게 설명했다.“여러분들께서 저희 현광서원을 오해하고 계신 듯합니다. 믿으시든 말든 간에 저희 현광서원을 여러분을 위해 이러는 겁니다.”“그래요?”온유가 콧방귀를 끼며
여기까지 말한 임장덕은 멈칫하더니 현장을 쓱 훑어봤다.“무슨 결정인데요. 말해보세요.”온유가 이때 다시 일어나 재촉했다.임장덕은 온유가 물어보길 기다린 사람처럼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하여 저희 현광서원에서는 연맹을 결성하려 합니다.”이 말에 현장이 술렁였다.“연맹이라니?”“무슨 말이야?”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 듯이 토론했다.그러더니 다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무대에 선 임장덕을 올려다봤다.임장덕은 조급해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회의장에서 토론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조용해지자 입을 열었다.“연맹이란 저희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연맹을 맺고 파벌마다 연맹의 의지를 우위에 놓는 것입니다.”이 말에 회의장이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연맹에 관한 일을 토론했다.임장덕은 인내심 있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헴.”약 5분 뒤, 임장덕이 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생각해 보세요. 만약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연맹을 맺고 한마음 한뜻으로 용천섬을 찾는다면 식은 죽 먹기 아닐까요?”회의장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흥, 그때도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연맹을 맺었는데 결국 실패했잖아요.”이번에도 온유가 나서서 말했다.임장덕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는 온유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자꾸만 나서서 이 늙은이를 도발하는데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온유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저희 온씨 집안은 그저 용천섬의 소식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다른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임장덕이 웃으며 말했다.“온씨 가문에서는 연맹을 맺고 싶지 않으면 그만 가주세요. 용천섬에 관한 소식은 동맹자에게만 공유합니다.”이 말은 온씨 가문을 외면한 거나 다름없었다.온유는 판단이 서지 않자 바로 온씨 가문의 수장을 바라봤다.온씨 가문의 수장 오세호가 온유를 노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어르신, 노여움을 푸세요. 저희 온씨 가문은 동맹에 가입
하지만 임장덕은 알면서도 사실 그대로 말하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한마디 했다.“세호 동생, 우리 현광서원이 연맹을 제의한 이상 당연히 그만한 계획을 갖고 있어. 내가 자세히 말하지.”“형님, 말씀하세요...”온세호가 임장덕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임장덕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애초에 연맹이 실패한 것은 우리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협력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물론 더 중요한 이유는 연맹을 맺고 맹주를 선정하지 않아 아무도 자기의 역할을 몰랐기에 더욱 소란스러웠었지. 그러다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어. 그래서 우리 현광서원 원장의 뜻은 이번에 연맹을 결성한 가문과 종문에서 맹주를 뽑아 우리 연맹을 지휘하자는 것이야.”말을 마친 임장덕은 뜨거운 눈빛으로 무대 아래를 바라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회의장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이번에는 거물들조차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 채 눈에 불타오르는 욕망을 비추고 있었다.8대 가문과 6대 종문 사이의 맹주, 이 얼마나 매혹적인 자리인가!하지만 한빛궁의 현지수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스승님이 없어 그녀가 대신 수련자 대회에 참가하러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한빛궁은 이 연맹에 동의해야 할까...’그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고 스승님 대신 결정할 엄두는 더더욱 내지 못했다.한참 고민하던 현지수는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우리 한빛궁은 연맹에 동의해야 할까요?”그러자 진도하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당연히 동의하지 말아야죠.”진도하의 말에 현지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원인을 물어봐도 될까요?”진도하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현광서원의 목적이 과연 연맹일까요?”“네? 연맹이 아니면 뭐죠?”현지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 진도하의 말이 도저히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진도하는 현지수같이 영리한
현광서원의 임장덕의 말은 확실히 이치에 맞는 정확한 말이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맹주가 되는 것, 아주 공평하네요!”선비 같은 사람은 한마디 감탄을 내뱉고 자리에 앉았다.회의장은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자기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들뜨고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거물들조차 마음이 흔들리는 게 눈에 선명히 보일 정도였다.“8대 가문, 6대 종문의 맹주가 될 수 있다면 분명 자신의 가문과 종문에 유리할 거예요.”“게다가 각 가문과 파벌 모두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권리입니까? 만약 기회를 틈타 그들이 전부 맹주와 한 팀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큰 이익이 어디 있겠어요?”각 가문의 가주, 장로들, 그리고 종문의 수장과 장로들은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지를 계산하고 있었다.바로 이때 임장덕이 또 한 번 듣기에 공평한 것 같은 말을 했다.“연맹을 맺고 용천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이상, 그 누구든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요. 당신이 가문의 자제든 아니면 종문의 제자든, 충분한 자신감만 있으면 그 누구든 앞으로 나와 겨룰 수 있어요.”여기까지 말한 임장덕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회의장 안을 한번 쓱 둘러봤다.그러고는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다들 제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그때 누군가가 일어나서 맞장구를 쳤다.“그렇게 하면 충분히 공평하게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괜찮다고 봅니다.”또 누군가가 일어서더니 한마디 보탰다.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일어나서 호응하는 것을 본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허허...”주위 사람들이 진도하를 쳐다보며 불쾌한 내색을 드러냈지만 진도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옆에 있는 현지수는 진도하가 사람들의 화를 불러일으킬까 봐 그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왜 웃어요?”진도하는 손으로 코를 한번 만지더니 이내 대답했다.“사람들이 너무 어리석어서요.”“네? 왜요?”현지수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진도하가 대답했다.“각 가문과 종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은 현광서원이 장악하고 있는 거죠.”현지수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진도하가 모든 내용을 다 말하자 현지수는 드디어 그 내부에 있는 그들의 속셈을 알게 되었다.진도하의 말처럼 현광서원에 아무런 좋은 점이 없다면 그들은 굳이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현지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그럼 우리 한빛궁은 연맹에 동의해야 할까요? 무술을 겨루는 데에 참가해야 할까요?”진도하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했다.“만약... 모든 가문과 종문이 연맹에 동의하면 한빛궁도 동의하는 게 좋을 거예요.”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현지수는 진도하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렸다.이어 진도하가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무술을 겨루는 건 좀 이따 제가 나갈게요...”진도하는 피식 웃더니 한마디 덧붙였다.“맹주가 되어 재미라도 한번 볼까요...”현지수는 진도하의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혼잣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웃음을 보고 덩달아 같이 웃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만약 진도하가 나간다면... 현광서원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바로 이때 임장덕이 무대에 오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이제 모든 설명을 마쳤으니 여러분도 어느 정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가 연맹을 맺은 목적과 맹주를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 이제... 다 같이 선택해보죠. 연맹의 결성을 원하는 가문과 종문은 남으시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현광서원도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미안하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주세요.”임장덕의 말에 회의장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그들은 모두 연맹을 맺을지 말지를 논의하고 있었다.물론 이 사람들은 모두 가문의 자제와 종문의 제자들로 그저 마음속의 생각을 말하고 서로 토론할 뿐 정작 실제 결정을 내릴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이들도 이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열렬히 토론은 하지만 결정은 결국 집안의 가주와 파벌의 수장에게
“네, 시작합시다! 우리 모두 연맹의 결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주위의 누군가가 재촉했지만 임장덕은 그 재촉에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다들 경기장으로 이동해 주세요.”말을 마친 그는 무대에서 내려온 후 대회장을 걸어 나갔다.8대 가문과 6대 종문 사람들도 모두 일어나 임장덕을 따라 대회장을 나섰다.현지수와 진도하는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사람이 일어나자마자 조원휘는 조씨 집안의 자제들을 이끌고 진도하 앞으로 가더니 진도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아니꼬운 내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독기 서린 눈빛만 내보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도 조원휘를 똑바로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서로 들끓는 분노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자네가 진도하인가?”조원휘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렇다만.”진도하가 아무런 표정 없이 대답했다.“자네가 내 아들의 결혼을 망쳤다지?”조원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도하를 쳐다보며 물었다.하지만 진도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되레 물었다.“사람을 보내 나를 죽이려 한 사람이 당신인가?”조원휘 역시 진도하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살기가 가득했다.진도하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원휘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조원휘가 지금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자기를 공격할 거라는 것을 진도하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는 진작부터 속으로 수련자 대회가 끝나고 용천섬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조씨 가문을 찾아가 지난번 일을 따지기로 계획하고 있었다.“가죠, 저희도 가보죠.”진도하가 현지수를 보며 말하자 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도하를 따라 대회장을 나섰다.가는 길에 현지수는 몇 번이고 진도하에게 조씨 집안의 일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