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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작가: 김평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1 19:00:00
진도하가 현지수를 아래위로 훑으며 말했다.

현지수는 녹색 긴 원피스에 얼굴에는 연한 메이크업을 했지만 머리는 아직 젖어 있었다. 너무 급하게 내려와서 채 말리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현지수는 미안한 듯 웃었다.

“가요.”

진도하가 말했다.

“잠깐만요.”

하지만 현지수가 말렸다.

“왜요? 뭐 더 할 일이 남았어요?”

진도하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현지수를 보며 말했다.

현지수는 민망한 듯 말했다.

“제 여자 후배들 좀 기다려 주세요.”

진도하가 이를 듣더니 그제야 생각났다. 현지수가 기주도로 올 때 한빛궁의 여자 후배들도 데려왔다는 걸 말이다.

진도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호텔 로비의 소파에 도로 앉았다.

현지수는 진도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진 선생도 알죠. 여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이 많다는걸요...”

진도하는 난처하게 웃었다.

이내 그는 품에서 약병을 꺼내 현지수에게 건네주었다.

현지수가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건...?”

진도하가 대답했다.

“이건 지수 씨 스승님께 드리는 단약입니다. 3개월에 한 알씩 드시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거예요.”

현지수가 이를 듣더니 흥분하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 제련했다고요?”

진도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수는 너무 기뻐하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말하더니 현지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스승님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니 울다가도 웃음이 났다.

이때 현지수의 여자 후배들도 내려왔다.

현지수는 이를 보더니 몰래 눈물을 훔치고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가요.”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지수, 그리고 그 일행과 함께 호텔에서 나갔다.

호텔에서 나와 현지수는 그들을 이끌고 기주도 교외로 향했다.

가는 길에 현지수가 말했다.

“이번 수련자대회는 현광서원이 주최합니다. 대회를 현광서원이 교외에 있는 현광산장이라는 곳에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거기가 사람도 적고 조용하고 좋대요. 저번 수련자대회도 여기서 했어요.”

진도하가 이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현광서원에 대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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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빛궁 대표 도착이요!”무거운 목소리가 회의장 안에 울려 퍼졌다.현지수가 멈칫하더니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진도하와 한빛궁의 다른 제자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간 뒤 현지수는 한빛궁으로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진도하는 현지수 옆에 앉았다.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한빛궁에 쏠렸다.진도하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았다. 그들은 왜 남자가 한빛궁의 대오와 같이 들어오는지 의아해하고 있을 것이다.진도하는 이미 사람들의 눈빛에 익숙한지라 우물쭈물하지 않고 덤덤하게 의자에 앉아 그들과 당당하게 마주했다.하지만 한빛궁의 다른 제자들은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불편해했다.이때 문 쪽에서 무거운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조씨 가문 대표 도착이요!”이 소리를 들은 진도하는 회의장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원래는 직접 조씨 가문으로 찾아가 복수할 생각이었는데 알아서 찾아왔다.“허허...”진도하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실눈을 뜬 채 얼굴에는 살기로 가득했다.조씨 가문 수장 조원휘가 조씨 가문 적자를 이끌고 회의장으로 들어왔다.들어와서는 바로 조씨 가문으로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한빛궁과 멀지 않은 구역이었다.진도하의 눈빛은 계속 조원휘를 주시하고 있었다.조원휘도 시선을 느꼈는지 진도하를 쳐다봤다. 하지만 조금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도하를 알아보지 못한 게 뻔했다.이 광경에 진도하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허허... 어떻게든 나를 죽이려 하는 사람이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조원휘가 진도하를 알아보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조원휘는 그저 의아했다. 남자가 왜 한빛궁 대오에 섞여 있는지 의문이었다. 한빛궁은 종래로 남자 제자를 받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진도하를 몇 번 훑어본 조원휘는 고개를 돌렸다.진도하도 시선을 거두었다.이때 무거운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이씨 가문 대표 도착이요!”곧이어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진도하는 회의장 입구를 바라봤다. 이주안이 한 늙은이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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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477화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도 그제야 알았다. 진도하가 왜 한빛궁 대오를 따라왔는지 말이다. 알고 보니 진도하는 이미 한빛궁의 3단계 테스트를 넘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진도하를 몇 번 더 힐끔 쳐다봤다. 마음속으로 진도하의 신분을 추측했다.한빛궁의 3단계 테스트는 완성한 사람이 없었다. 1단계 테스트도 넘은 사람이 없었는데 진도하가 3단계를 다 넘어버린 것이다.이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조씨 집안의 수장 조원휘는 진도하라는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눈빛이 어두워졌다.“네가 진도하였구나. 허허... 내가 찾으려던 참인데 알아서 기어 왔네.”조원휘가 서늘하게 웃더니 시종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시종이 몰래 회의장에서 나갔다.진도하는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여 조원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다 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진도하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후배가 선배를 뵐 때 짓는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후생이 두렵다는 말이 맞네.”이주안의 할아버지가 감탄하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한빛궁의 3단계 테스트를 넘었다니, 정말 전례 없는 일이야. 주안이가 자네 같은 친구를 두다니 나도 시름이 놓이는구먼.”사람들 앞에서 칭찬받자 진도하는 난감한 듯 웃었다.이주안의 할아버지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대회가 끝나면 우리 이씨 가문에 초대하지. 마침 물어볼 게 있네.”“네, 어르신 꼭 가겠습니다.”진도하가 말했다.이주안의 할아버지가 왜 집으로 초대하는지 모르지만 이주안의 할아버지가 사람들에게 진도하가 이씨 집안의 손님이라는 걸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아무튼 이주안 할아버지가 무슨 뜻으로 얘기했든 간에 좋은 뜻으로 요청한 것이기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기타 가문과 종문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청년은 누구지? 한빛궁 3단계 테스트를 넘었다니.”“들어본 적 없는데. 그리고 아직 누가 한빛궁의 테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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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광서원 늙은이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언짢아하던 우락부락한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임장덕 어르신, 현광서원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수련자대회를 갑자기 앞당긴 거죠? 용천섬의 소식이 있다고 하셨는데 무슨 소식인가요?”우락부락한 남자의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누군가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용천섬의 소식을 알아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소식이에요?”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났다.“현광서원에서 자꾸 신비로운 척하는데 무슨 소식 있으면 빨리 얘기하세요.”회의장이 점점 소란스러워졌다.현광서원의 임장덕은 이런 상황에 느긋하게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장내가 조용해지자 임장덕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여러분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으니 먼저 이 늙은이가 떠드는 거 좀 들어주세요.”임장덕은 웃고 있었지만 진도하는 임장덕의 눈빛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임장덕은 속내가 깊고 꾀가 많은 늙은이였다.“어르신, 그럼 얘기해 보세요. 숨 꼴딱 넘어가겠네.”우락부락한 남자가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남자의 재촉에도 임장덕은 전혀 급해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그 남자를 쳐다봤다.“온유 씨, 너무 닦달하지 말고 일단 이 늙은이가 말하는 거 들어줄래요? 계속 이 늙은이를 재촉하는 게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잡아먹는 거예요.”온유는 그제야 조용해졌다.그는 근육으로 다져진 두 팔로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언짢은 표정이었다.온유가 조용해지자 임장덕은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더니 말했다.“여러분들 조급한 거 다 압니다. 용천섬의 소식을 듣고 싶어 하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이 늙은이도 소식은 모릅니다. 이 소식은 저희 원장님만 알고 있습니다.”이 말에 조용하던 회의장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온유가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어르신,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아까 저한테 일단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지금은 용천섬의 소식을 모른다고요?”다른 사람도 온유를 따라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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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479화

    진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자들에게서 용천섬의 소식을 듣고 싶으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니면 절대 용천섬의 비밀을 말해주지 않을 거예요.”진도하의 말을 들은 현지수는 고민에 빠졌다.이때 무대 위의 임장덕이 말을 이어갔다.“사실 우리 현광서원도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냥 여러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임장덕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큰 공덕이라도 베푸는 것처럼 눈빛에서 우리가 꼭 들어줄 거라는 자신감이 보였다.“현광서원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나 빨리 말해줘요. 여편네처럼 우물쭈물하지 말고.”온유가 이번에도 맨 처음 일어나 반박했다.사람들도 온유를 따라서 말했다.“현광서원 당신들 우리를 위해서 그런다는 핑계대지말고 어떻게 해야 용천섬의 비밀을 알려줄지나 말해요.”또 다른 자가 말했다.“무슨 꿍꿍이인지 그냥 말해요. 좋은 이미지 만들려고 하지 말고.”현광서원이 구린내가 난다는 건 대부분 사람은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 아무 대가 없이 용천섬의 정보를 알려줄 사람들이 아니었다.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거물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실눈을 뜬 채 무대에 선 임장덕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고 아무 의견도 발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뛰어난 감지력을 지닌 진도하는 현장에서 불만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다 이 거물들의 동의하에 이루어진 일이라는 걸 감지해 냈다.매번 먼저 불만을 쏟아내는 온유도 온씨 가문의 족장이 눈짓해야만 일어났다.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다 가문과 종문의 동의가 있어야 일어나 발언했다.아무 의견도 발표하지 않은 데가 한빛궁밖에 없었다.임장덕은 진작부터 사람들의 태도와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한 듯 느긋하게 설명했다.“여러분들께서 저희 현광서원을 오해하고 계신 듯합니다. 믿으시든 말든 간에 저희 현광서원을 여러분을 위해 이러는 겁니다.”“그래요?”온유가 콧방귀를 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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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480화

    여기까지 말한 임장덕은 멈칫하더니 현장을 쓱 훑어봤다.“무슨 결정인데요. 말해보세요.”온유가 이때 다시 일어나 재촉했다.임장덕은 온유가 물어보길 기다린 사람처럼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하여 저희 현광서원에서는 연맹을 결성하려 합니다.”이 말에 현장이 술렁였다.“연맹이라니?”“무슨 말이야?”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 듯이 토론했다.그러더니 다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무대에 선 임장덕을 올려다봤다.임장덕은 조급해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회의장에서 토론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조용해지자 입을 열었다.“연맹이란 저희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연맹을 맺고 파벌마다 연맹의 의지를 우위에 놓는 것입니다.”이 말에 회의장이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연맹에 관한 일을 토론했다.임장덕은 인내심 있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헴.”약 5분 뒤, 임장덕이 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생각해 보세요. 만약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연맹을 맺고 한마음 한뜻으로 용천섬을 찾는다면 식은 죽 먹기 아닐까요?”회의장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흥, 그때도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연맹을 맺었는데 결국 실패했잖아요.”이번에도 온유가 나서서 말했다.임장덕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는 온유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자꾸만 나서서 이 늙은이를 도발하는데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온유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저희 온씨 집안은 그저 용천섬의 소식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다른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임장덕이 웃으며 말했다.“온씨 가문에서는 연맹을 맺고 싶지 않으면 그만 가주세요. 용천섬에 관한 소식은 동맹자에게만 공유합니다.”이 말은 온씨 가문을 외면한 거나 다름없었다.온유는 판단이 서지 않자 바로 온씨 가문의 수장을 바라봤다.온씨 가문의 수장 오세호가 온유를 노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어르신, 노여움을 푸세요. 저희 온씨 가문은 동맹에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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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481화

    하지만 임장덕은 알면서도 사실 그대로 말하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한마디 했다.“세호 동생, 우리 현광서원이 연맹을 제의한 이상 당연히 그만한 계획을 갖고 있어. 내가 자세히 말하지.”“형님, 말씀하세요...”온세호가 임장덕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임장덕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애초에 연맹이 실패한 것은 우리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협력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물론 더 중요한 이유는 연맹을 맺고 맹주를 선정하지 않아 아무도 자기의 역할을 몰랐기에 더욱 소란스러웠었지. 그러다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어. 그래서 우리 현광서원 원장의 뜻은 이번에 연맹을 결성한 가문과 종문에서 맹주를 뽑아 우리 연맹을 지휘하자는 것이야.”말을 마친 임장덕은 뜨거운 눈빛으로 무대 아래를 바라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회의장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이번에는 거물들조차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 채 눈에 불타오르는 욕망을 비추고 있었다.8대 가문과 6대 종문 사이의 맹주, 이 얼마나 매혹적인 자리인가!하지만 한빛궁의 현지수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스승님이 없어 그녀가 대신 수련자 대회에 참가하러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한빛궁은 이 연맹에 동의해야 할까...’그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고 스승님 대신 결정할 엄두는 더더욱 내지 못했다.한참 고민하던 현지수는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우리 한빛궁은 연맹에 동의해야 할까요?”그러자 진도하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당연히 동의하지 말아야죠.”진도하의 말에 현지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원인을 물어봐도 될까요?”진도하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현광서원의 목적이 과연 연맹일까요?”“네? 연맹이 아니면 뭐죠?”현지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 진도하의 말이 도저히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진도하는 현지수같이 영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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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광서원의 임장덕의 말은 확실히 이치에 맞는 정확한 말이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맹주가 되는 것, 아주 공평하네요!”선비 같은 사람은 한마디 감탄을 내뱉고 자리에 앉았다.회의장은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자기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들뜨고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거물들조차 마음이 흔들리는 게 눈에 선명히 보일 정도였다.“8대 가문, 6대 종문의 맹주가 될 수 있다면 분명 자신의 가문과 종문에 유리할 거예요.”“게다가 각 가문과 파벌 모두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권리입니까? 만약 기회를 틈타 그들이 전부 맹주와 한 팀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큰 이익이 어디 있겠어요?”각 가문의 가주, 장로들, 그리고 종문의 수장과 장로들은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지를 계산하고 있었다.바로 이때 임장덕이 또 한 번 듣기에 공평한 것 같은 말을 했다.“연맹을 맺고 용천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이상, 그 누구든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요. 당신이 가문의 자제든 아니면 종문의 제자든, 충분한 자신감만 있으면 그 누구든 앞으로 나와 겨룰 수 있어요.”여기까지 말한 임장덕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회의장 안을 한번 쓱 둘러봤다.그러고는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다들 제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그때 누군가가 일어나서 맞장구를 쳤다.“그렇게 하면 충분히 공평하게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괜찮다고 봅니다.”또 누군가가 일어서더니 한마디 보탰다.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일어나서 호응하는 것을 본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허허...”주위 사람들이 진도하를 쳐다보며 불쾌한 내색을 드러냈지만 진도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옆에 있는 현지수는 진도하가 사람들의 화를 불러일으킬까 봐 그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왜 웃어요?”진도하는 손으로 코를 한번 만지더니 이내 대답했다.“사람들이 너무 어리석어서요.”“네? 왜요?”현지수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진도하가 대답했다.“각 가문과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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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은 현광서원이 장악하고 있는 거죠.”현지수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진도하가 모든 내용을 다 말하자 현지수는 드디어 그 내부에 있는 그들의 속셈을 알게 되었다.진도하의 말처럼 현광서원에 아무런 좋은 점이 없다면 그들은 굳이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현지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그럼 우리 한빛궁은 연맹에 동의해야 할까요? 무술을 겨루는 데에 참가해야 할까요?”진도하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했다.“만약... 모든 가문과 종문이 연맹에 동의하면 한빛궁도 동의하는 게 좋을 거예요.”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현지수는 진도하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렸다.이어 진도하가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무술을 겨루는 건 좀 이따 제가 나갈게요...”진도하는 피식 웃더니 한마디 덧붙였다.“맹주가 되어 재미라도 한번 볼까요...”현지수는 진도하의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혼잣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웃음을 보고 덩달아 같이 웃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만약 진도하가 나간다면... 현광서원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바로 이때 임장덕이 무대에 오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이제 모든 설명을 마쳤으니 여러분도 어느 정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가 연맹을 맺은 목적과 맹주를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 이제... 다 같이 선택해보죠. 연맹의 결성을 원하는 가문과 종문은 남으시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현광서원도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미안하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주세요.”임장덕의 말에 회의장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그들은 모두 연맹을 맺을지 말지를 논의하고 있었다.물론 이 사람들은 모두 가문의 자제와 종문의 제자들로 그저 마음속의 생각을 말하고 서로 토론할 뿐 정작 실제 결정을 내릴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이들도 이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열렬히 토론은 하지만 결정은 결국 집안의 가주와 파벌의 수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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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31화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30화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9화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8화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7화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6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5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4화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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