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진도하는 망설였다. 어느 쪽이 정확한 길인지 그의 감지력으로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매번 모든 희망을 감지력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똑똑히 이 미궁을 파헤쳐 정확한 분별법을 익혀야만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 미궁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생각을 마친 진도하는 앞에 놓인 두 갈래 갈림길을 자세히 살펴봤다.하지만 몇 분을 보아도 다른 점을 찾지 못하고 구별할 수 있을 만한 좋은 방도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미궁 밖에서 한빛궁 제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또 갈림길이잖아. 도대체 어떻게 선택해야 해?”“몰라. 난 이 두 갈래 길이 대체 무슨 다른 점이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이 미궁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잘못 선택하면 그냥 끝이야. 끝이라는 건 곧 죽음을 말하는 거고.”누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맞아. 이 미궁의 제일 무서운 점이 바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거야. 아니면 엄청 쉬울 것 같은데?”제자들의 토론을 들은 현지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이 미궁의 제일 무서운 점은 되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니야.”“그럼, 뭔데요?”한빛궁 제자들이 일제히 그들의 대선배를 바라보자, 현지수가 말했다.“제일 무서운 건 바로 이 미궁이 매번 선택할 때마다 시간제한이 주어진다는 거야. 만약 시간이 다 되면 선택도 못 하고 길 입구에 변화가 생겨. 그러면 다시 선택해야 하지. 다시 말해 처음에 했던 생각을 모두 뒤엎고 다시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야.”대선배의 말을 들은 한빛궁 제자들은 모두 경악했다.“뭐야 이건 너무 공포스럽잖아요. 이건 움직이는 미궁이란 말이에요?”현지수는 말하지 않았다.한빛궁 제자들은 서로 시선을 한 번 맞추더니 진도하에게로 눈길을 돌리고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하지만 진도하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이 미궁의 허점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감지력에 기대볼 수도 계속 직감을 믿고 선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대체 어떻게 선택해
그러나 이것은 바로 진도하가 가장 능통한 것이었다. 눈을 감고 미궁에 들어온 뒤부터 일어난 모든 일을 떠올려 보자 이 미궁에서 사용한 팔괘진을 대략적으로 구분해 냈다.진도하에게 팔괘진은 아주 익숙했기 때문에 진형을 뚫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다만 미궁 속에서는 진형을 전체적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진형을 깨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이때 진도하는 문득 왼쪽과 바로 앞의 두 길에서 피가 마르고 남은 흔적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분명히 과거에 미궁에 들어왔다가 이 두 길에서 죽은 사람들이 남긴 피의 흔적이었다.즉, 핏자국이 없는 길이 바로 정확한 길이었다.이렇게 생각하고 핏자국이 없는 다른 길로 향하려던 진도하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곧 그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는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길로 갈 뻔했다.이 미궁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이전에 사람들이 갔던 길이 비록 막힌 길이었더라도 이번에는 정확한 길이 될 수 있고, 이전에 정확한 길이었던 길이 지금은 막힌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한빛궁의 제자들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고, 그중 몇몇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앞으로 가지 않는 거예요?”“글쎄요. 뭘 발견한 것 같아요.”이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켰다.제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한 후 그는 자신의 옷에서 천 조각을 찢은 다음 눈을 가렸다. 이 순간 눈앞의 모든 것이 보이지 않았다.이 장면을 보고 한빛궁의 제자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뭐 하는 거지? 왜 눈을 가리고 있는 걸까?”“글쎄, 직감을 따라 가려고 하는 건가?”누군가는 엉뚱한 추측을 했다.사실 그 말이 맞았다.진도하는 팔괘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감을 따라 가려고 했던 것이다.게다가 그는 지금 매우 자신감이 넘쳤고, 길어야 10여 분이면 이 미궁을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가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미궁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미궁이 움직인다는 것은 진형을 이루고 있다는
진도하는 이렇게 눈을 가린 채 세 개의 갈림길을 연달아 지나갔다. 갈림길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전혀 주저하지 않고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한빛궁의 제자들은 충격에 빠졌다.“뭐야... 목숨 걸고 하는 건가?”“눈 가리고 미궁에 도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오기라도 한 거야?”한빛궁의 제자들은 잔뜩 놀란 얼굴로 계속해서 감탄하며 미궁 속에 있는 진도하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봤다.묵묵히 진도하를 바라보는 현지수의 눈빛에도 놀라움이 묻어있었다.현지수는 한빛궁의 대선배로서, 평소에도 어르신들로부터 이 세 가지 테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하지만 진도하처럼 미궁을 헤쳐 나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진도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한가롭게 정원을 걸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자기 집 앞마당을 누비는 것 같았다.현지수도 한빛궁의 제자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진도하의 속도대로 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공하겠는걸?’하긴, 잠깐 사이에 진도하는 이미 절반 이상의 거리를 지나왔다. 그리고 미궁을 헤쳐가는 내내 위험에 부닥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두 갈래의 갈림길은 물론이고, 세 갈래, 네 갈래, 심지어 다섯 갈래로 나뉜 갈림길에서도 진도하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지나갔다.위로 가든, 아래로 가든, 진도하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심지어 강을 마주했을 때는 곧장 강으로 뛰어들어 강물을 타고 내려갔다.뭍에 오른 뒤 진도하는 눈을 가라고 있던 헝겊을 벗었다. 이때 세 개의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눈앞에 펼쳐진 세 개 통로를 보면서 진도하는 이것이 바로 한빛 미궁의 입구인 것을 알아차렸다. 이곳은 팔관문의 생문이며, 속칭 길문이라고도 했다.마지막 한 번의 선택이 남았다. 이번에도 정확한 선택을 한다면 한빛 미궁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망설임 없이 첫 번째 문 앞으로 걸어갔다.생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어떤 문이 진짜 생문인지 알아차렸던 진도하는 고민하지 않고 걸
현지수의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했다. 그녀는 진도하가 실패할까 봐 걱정했다. 진도하의 실패뿐만 아니라 사부님의 수명도 걱정하고 있었다.‘만약 진도하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사부님은 누가 구할까?’그 때문에 아마 현지수야말로 그 자리에서 진도하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일 것이다.게다가, 한빛궁 조상 대대로 물려져 온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숙명 때문만 아니었다면, 현지수도 진도하에게 구사일생에 가까운 이 세 가지 테스트를 모두 끝내라고 설득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빛궁의 규칙을 준수해야 했다. 무릇 한 개 테스트를 통과하면 한빛궁의 사람들은 모두 나서서 어떻게든 모든 테스트를 완료하도록 설득했다.스승님이 그녀에게 한빛궁의 비밀을 말해주기 전까지는 현지수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진도하에게 이 세 가지 테스트를 끝내라고 끈질기게 설득했고, 진도하의 실력이라면 반드시 이 세 가지 테스트를 끝낼 수 있다고 믿었다.현지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진도하는 이미 환상 세계 통로 안에 있었다. 현지수가 손을 흔들자, 통로 안의 화면이 나타났고 진도하가 어둠 속에 있는 것이 보였다.하지만 모든 사람이 통로 안의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대선배님, 저희는 안 보입니다.”당돌한 제자 한 명이 대선배인 현지수에게 물었다.현지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나도 어쩔 수 없어, 환상 세계는 원래 이런 곳이야. 지금 네가 볼 수 있다 해도, 진도하가 환상 세계에 들어간 후면 다시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거야.”현지수의 설명을 들은 사매들은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달리 환상 세계에 있는 진도하는 모든 것이 똑똑히 보았다.이 환상은 세계는 크지 않았다. 고작 10㎡ 정도 되는 작은 방이었다. 방안은 휑했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방 한가운데에 둥근 단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진도하는 방안을 한 번 훑어보니, 이 둥근 당상이 이 테스트를 완료하는 중요한 열쇠인 것 같았다. 진도하는 이 단상 위에 올라섰다.단상 위에 서
화면이 바뀌었고 진도하는 어느새 포대기 속의 아이가 되어있었다.흰옷을 입은 여인이 포대기 속의 아이가 된 진도하를 안고 말했다.“아들아, 모든 것을 잊고, 모든 원한을 잊어라. 엄마 아빠는 네가 우리를 위해 복수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단지 네가 평범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이 말에 진도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친엄마가 양부모에게 자신을 맡길 때 했던 말일 텐데, 그때는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 진도하는 환상 세계에 처해 있으므로, 환상 세계가 진도하의 무의식까지 파고들어 머릿속을 읽고 재현해 냈다.진도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친어머니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얼굴을 들 수 없었고, 어머니의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진도하의 머릿속에 친부모님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은 탓에 환상 세계도 그 얼굴을 복원해 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바로 그 순간,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진도하는 해저감옥에 살면서 비인간적인 고통에 시달리다 죽을 뻔했는데, 미스터리 스승이 나타나 그를 구해줬다.그때, 진도하는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 미스터리 스승은 예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 미스터리 스승이 옆에서 그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오랜 세월 동안 진도하는 많은 일을 겪었기에, 미스터리 스승의 눈빛이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이 아니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화면이 나타나자, 진도하는 당시 자신을 가르쳤던 미스터리 스승이 자신을 알고 있거나 자기 부모를 알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한가해지면 반드시 해저 감옥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바로 이때 진도하는 새로운 문제를 깨달았다.이 환상 세계가 매번 바뀌는 것은 자신이 환상 세계인 것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환상 세계인 것을 스스로 깨닫기만 하면 그 안에 또 다른 환상 세계가 나타나 그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환상 세계로 빠져들지 않으면 화면은 바로
나중에 되어서야 그는 양부모가 그 음식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정 형편상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부모는 그 음식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진도하를 위해 남겨줬던 것이었다.진도하는 어린 시절의 일들이 다시 반복되자 이것이 환상 세계인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몰입했다. 어렸을 때 양부모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는지 보고 싶었다.사실 진도하는 줄곧 자기 양부모에게 친자식이든 아니든, 자신이 친부모를 찾고 있든 아니든 간에, 그의 마음속에서는 두 분이야말로 진정한 부모님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진도하는 양부모님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적셨다.환상 세계 밖에 있는 한빛궁의 제자들은 환상 세계를 볼 수 없지만 진도하가 어두운 방에 앉아 표정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진도하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한빛궁의 제자들이 걱정스럽게 소리쳤다.“설... 설마 환상 세계에 몰입한 건 아니겠죠?”“그렇게 되면 위험할 텐데...”“환상 세계에서는 반드시 정신을 차려야 해, 절대 무너져서는 안 돼.”한빛궁의 제자들은 안절부절못했다.진도하가 몰입한 것을 눈치챈 현지수도 잠시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대로라면 너무 위험했다. 그녀는 진도하에게 주의를 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상기시켜야 할지 몰라 두 손을 꼭 잡고 발만 동동 구르며 진도하의 표정 하나하나를 응시했다.반대편에서 이주안도 심상치 않은 진도하의 표정 변화를 보고 진도하에게 들리든 안 들리든 상관하지 않고, 정기까지 불러일으키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도하 형님, 정신 차려요. 그건 환상 세계입니다! 환상!”그러나 환상 세계에 있는 진도하에겐 이주안의 외침이 닿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환상에 잠겨 있었고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어렸을 때, 진도하는 매일 집에 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밥을 먹고 TV를 보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꼈다. 이제 다 컸으니 부모님 모시고 영화를 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밥 한 끼 먹은 적도 몇 번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진도하
바로 그때, 흰옷을 입은 여인이 갑자기 몸을 돌려 비수로 진도하를 찔렀다.진도하는 비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모든 관심은 온통 흰 옷을 입은 여자의 얼굴에 쏠려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싶었지만, 점점 더 흐릿하게만 보여 도무지 똑똑히 볼 수가 없었다.다음 순간, 진도하는 욱신욱신 쑤셔오는 고통에 고개를 숙이고 보니 그제야 몸에 꽂힌 비수를 발견했다.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젖히고 큰 소리로 웃었다.환상 세계 밖에서 현지수를 포함한 한빛궁의 제자들은 환상 세계에 앉아 있는 진도하가 끙끙거리다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흠칫했다.“설마 다치진 않았겠지?”한빛궁의 어린 제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봤을 때 한 방 맞은 것 같은 반응이었는데...”또 다른 제자가 대답했다. 현지수는 걱정스러운 듯 진도하를 한 번 보고, 속으로 속으로 중얼거렸다.“마지막 관문이니, 꼭 좀 버텨주세요.”진도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아직 환상 세계에 잠겨 있었다. 그는 몸에 박힌 비수를 부여잡고 넋을 잃은 표정으로 흰옷 차림의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내 친엄마가 아니었어.”실망이 말투에 배어 있었다.흰옷 차림의 여인은 진도하의 말을 못 들은 듯 여전히 넋을 잃고 웃고 있었다.진도하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허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차례죠.”진도하의 눈빛이 맑은 것으로 보아 아직 환상 세계에 빠지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진도하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이 환상 세계인 것을 시종일관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친어머니의 모습을 똑똑히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앞으로 친어머니를 찾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환상 세계 속에서 친어머니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진도하는 더 이상 몰입한 척하지 않았다.다음 순간, 환상 세계는 다시 한번 바뀌었다. 이번에는 진도하의 앞에 나타난 강유진이 진도하를 꼭 껴안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예요?
여기까지 생각하자 진도하는 ‘쏴”하고 눈을 번쩍 떴다.등 뒤는 식은땀으로 가득 찼다.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 이 환상 세계가 사람을 알게 모르게 환상 세계로 빠지게 만든다면, 자신이 환상 세계의 통로에 발을 디딘 순간 이미 환상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방석 위에 앉았을 때 환상 세계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여기까지 생각되자 진도하는 환상 세계 속에서 의식을 되찾았다.다음 순간, 그의 의식은 처음으로 돌아갔다.그는 방석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깜깜한 환상 세계 속으로 돌아갔다.진도하가 자신이 환상 세계 속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의심하고 있을 때 문득 앞에 문이 나타났다.그는 이 문을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통과를 의미하는 문이다. 이 문을 나서기만 하면 진도하는 환상 세계를 벗어나 테스트를 마친 셈이 된다.이윽고 진도하는 망설임 없이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그러나 그가 문에 발을 디딘 순간, 갑자기 살기를 느꼈다.쏴아!머리가 갑자기 매우 맑아졌다.그는 급히 발을 회수했다.“아니야, 들어갈 수 없어. 나는 아직 환상 세계 속에 있어.”진도하는 청명한 눈빛으로 말했다.왜냐하면 무심코 고개를 숙였을 때 자신의 몸에 두 개의 상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의 의식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환상 세계의 화면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식은땀이 점점 더 많이 흐르기 시작했다.‘이 문으로 나간다면, 정말 이주안은 물론 한빛궁의 수많은 여제자를 볼 수 있을 텐데.’다만, 이것은 진도하가 그 후로 완전히 환상 세계 속에 빠져 다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그 안에 살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진도하는 마음을 추스른 후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그는 환상 세계 속에 들어갔던 순간들을 차근차근 회상하며 어떻게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지, 어떻게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환상 세계의 화면이 계속 바뀌게 두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더군다나 이 환상 세계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