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가 말을 마치자 그의 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그의 몸에서 공격적인 기운은 사라지고 대신 안개가 자욱한 선기가 감돌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하고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없게 했다.그러나 꽃가마 안에 앉아 있던 강유진은 진도하의 말을 듣고 감동받아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특히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때 한 남자가 나서서 그런 말을 해줬으니 그녀가 어떻게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만약 점혈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지 않았다면 강유진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 나가 진도하를 꼭 껴안을 것이다.진도하는 당연히 강유진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그저 공중에 당당히 서서 몸에서 선기를 뿜어냈다.임주란은 진도하의 말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는 진도하에게서 남편의 모습을 봤다. 강씨 어르신은 젊었을 때 진도하처럼 하늘이 정해준 운명 같은 걸 믿지 않았다. 또한 진도하처럼 자신감 넘치고 고집이 세며 책임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가 맞다고 생각한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이때 임주란의 마음은 살짝 흔들렸다.정말 강씨 가문의 이익 때문에 손녀 강유진의 행복을 희생해야 한단 말인가?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동시에 그녀는 망설이는 자신이 의아하기도 했다.전에 임주란은 강씨 가문의 이익을 원칙으로 했고, 이것이 그녀가 굳건히 지켜온 한계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임주란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조 장로가 웃으며 말했다.“진도하, 네가 정말 유진 아가씨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충고하는데, 얼른 꿈 깨! 유진 아가씨와 우리 조씨 가문의 도련님은 천생연분이라 누구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어.”“그래요? 그럼 유진 씨는 왜 그걸 원하지 않죠?”진도하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조 장로를 바라보았다.조 장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유진 아가씨가 원하지 않는 건 아직 우리 집 도련님을 만나보지
조 장로는 이내 이 생각을 부정했다.만약 진도하가 자신을 위협하려 했다면 아까 자신이랑 겨룰 때 그렇게 여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설마 그는 모든 것을 거짓으로 꾸며냈다는 말인가?조 장로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순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때 그는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만약 오늘 자신이 강유진 아가씨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그가 장로라고 한들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그렇기에 그는 절대 진도하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는 기필코 강유진을 데려갈 것이다!아니면 도련님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도 책망할 게 뻔했다.이 것을 깨달은 조 장로는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진도하, 네가 고수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쩌겠어? 조씨 가문의 앞길을 막는다면 필히 멸할 수밖에! 우리 조씨 가문이 오만방자하다고 생각하지 마. 그저 우리 조씨 가문 일 처리 방식이 항상 이랬을 뿐이니까.”진도하는 그의 말을 듣고 웃으며 받아쳤다.“그렇다면 조 장로님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말이 끝나자, 진도하는 조 장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이번에 그는 조 장로와 멀리 떨어지지 않고 가까이에 붙어서 공격했다.진도하의 속도는 아주 빨랐고 그는 조장로와 반 미터 가까이에서 끊임없이 주먹으로 공격을 날렸다.조 장로는 태연하게 피하고 막아냈다.처음에 조 장로는 아주 여유롭고 자신만만해했지만 몇십 번의 주먹을 받아친 후로 안색이 급변했다.왜냐하면 진도하의 주먹이 점점 더 무거워졌기 때문이다.조 장로가 제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진도하의 신령스러운 기운은 한계가 없는 것처럼 매번 공격해 오는 주먹에 기운이 충만해 있었다.20번째 날아드는 주먹을 조 장로는 끝내 막아낼 수 없었고 진도하의 주먹은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조 장로의 몸은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곧이어 진도하는 삽시에 앞으로 날아가 조 장로의 몸을 향해 또 한 주먹 때려치웠다.진도하는 공격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 장
꽃가마 옆에선 진도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꽃가마의 커튼을 열었다.꽃가마에 앉아있던 강유진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진도하는 강유진의 눈물을 보자 마음이 몹시 아파져 왔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진 씨, 무서워하지 말아요. 제가 왔어요.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강유진의 눈에는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몹시 진도하의 품으로 뛰어들어 그를 안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점혈을 당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진도하도 강유진이 움직일 수 없단 사실을 알아채고 앞으로 다가가 강유진을 도와 몸을 살펴보고는 그녀가 점혈을 당한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강유진의 점혈을 풀어줬다.강유진의 온몸이 움칫하더니 고개가 밑으로 떨어지려고 하자, 진도하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강유진의 어깨를 떠받들었다. 그리고 강유진을 꽃가마에서 안고 나왔다.강유진은 손을 진도하의 목에 둘렀다.지금 그녀는 말할 수 있었지만,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다시 목구멍으로 집어삼켰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진도하는 미소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아니까.”강유진은 목 메어 울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리를 진도하의 가슴에 묻었다.그녀는 자칫 이대로 꼼짝없이 조씨 가문에 끌려가는 줄 알았다. 만일 진짜로 조씨 가문에 끌려갔다면 그녀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진도하가 왔기에 그녀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이제 누구도 그녀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도록 강박할 수 없다.그녀의 마음은 점점 안정되어 갔다.진도하가 강유진을 안고 앞으로 몇 발 걸어가자, 조씨 가문 호위들이 다시 그들 주위를 둘러쌌다.진도하는 그런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었고 호위들은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만약 진도하가 무술 고수거나 무성경이었다면 이 호위 중 아무라도 진도하를 사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다.이게 바로 무술 고수와
“내가 무서워할 거로 생각해요?”진도하가 무심한 얼굴로 말을 하자 조 장로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확실히 진도하가 무서움을 느꼈다면 여기에 서서 그를 막지 않았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조 장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저 좋은 뜻에서 경고 한마디 한 거야.”“그 호의에 감사드리죠.”진도하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는 계속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세 걸음을 옮긴 그는 다시 걸음을 멈춘 후 한 번 미소를 씩 짓더니 조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돌아가서 조씨 집안 도련님께 얘기하세요. 강유진은 저 진도하의 여자이니 만약 다시 한번 내 여자의 심기를 건드리면 그때는 내가 직접 조씨 가문을 박살 낼 거라고!”조 장로는 ‘푸' 소리를 내더니 피를 토하며 온몸을 떨었다.진도하의 말에 화가 났음이 분명하다. 조 장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진도하를 삿대질하며 말했다.“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 장로는 의식을 잃었다.사실 진도하는 조 장로가 주먹 한 방에 이렇게 쉽게 넘어갈 줄 몰랐다. 아직 가진 실력의 반의반도 사용하지 못했는데 조 장로가 벌써 쓰러지다니...하지만 이번 일로 진도하는 도를 수련하는 자들도 역시 무술 고수와 마찬가지로 경지가 높은 사람이 경지가 낮은 사람을 제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며칠 전에 칠색 신단을 삼켜 경지를 돌파한 것이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아직도 그 전의 태서경에 머무르고 있었다면 오늘 이렇게 쉽게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가능한 한 빨리 경지를 높여야만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소중한 사람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진도하는 강유진을 안고 임주란의 앞으로 다가왔다.“임 가주님, 오늘은 제가 유진 씨를 데려갈 터이니 더 이상 막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임주란은 진도하를 착잡하게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진도하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 장로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진도하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그는 임주란이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태연한 얼굴로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이 너무 의외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진도하는 굳이 생각하기 귀찮아 눈썹을 한 번 추켜올리더니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강유진을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재만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다급히 임주란을 보고 외쳤다. “어머니, 이대로 가게 내버려 둘 거예요? 조씨 집안에는 어떻게 설명하려고요?”임주란은 강재만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진도하를 때려눕힐 수 있어? 아니면 우리 강씨 집안에 진도하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그 말에 강재만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조씨 집안의 조 장로조차 진도하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데 강씨 집안의 누가 감히 함부로 나설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강재만은 못내 아쉬운 듯 계속 입을 열었다.“유진이를 데리고 갔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임주란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더니 아무 말 없이 서재로 발길을 돌렸다.순간 그녀는 몇십 년 더 늙어 보였고 몸집은 한없이 왜소하고 초라해 보였다. 십여 걸음을 걷다 멈춘 임주란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한마디 했다. “유 선생을 불러 조 장로를 치료하도록 해.”“네, 알겠습니다.” 강씨 집안 하인들이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임주란은 서재로 돌아갔고 자리에 남아 있던 강재만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혼자 몇 마디 더 중얼거리더니 자리를 떴다.그곳에는 강고수만이 남아 진도하가 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진도하를 동경하는 마음이 내비치고 있었다....한편 진도하는 강유진을 안고 집을 나선 뒤 곧장 별장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진도하는 강유진을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강유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잠자코 있었다.별장으로 돌아온 진도하는
“진짜 괜찮아요.”진도하는 두 손으로 강유진의 어깨를 잡은 뒤 깊은 눈빛으로 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책감 느끼지 마요. 난 정말 누구와 원수를 지든 상관없어요. 나에게는 유진 씨가 제일 중요해요.”그 말에 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순간 방 안은 이상야릇한 침묵이 이어졌고 그 누구도 쉽게 그 침묵을 파괴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한참 만에야 강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데 조씨 집안은 절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요. 우리 강씨 집안도 조씨 집안을 무서워하잖아요...”강유진이 걱정을 멈추지 않자 진도하도 계속 그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요. 나는 진짜 그 사람들 안 무섭다니까요? 진짜예요.”강유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찌푸린 인상을 보아 계속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할머니가 제 화를 낼지 안 낼지 모르겠어요. 내가 지금 떠나면 조씨 집안에서 우리 강씨 집안에 복수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너무 걱정돼요. 도하 씨, 제가 너무 제멋대로인 걸까요? 저도 진짜 할머니 말씀처럼 가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까요?”강유진의 근심 어린 모습에 진도하는 마음이 아팠다.얼마나 자신만만하고 당당했던 강유진인가, 그러나 지금은 작은 일조차 이렇게 오랫동안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으니...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강유진을 꼭 끌어안았다.순간 강유진은 깜짝 놀라 온몸이 굳어졌지만 이내 순순히 진도하의 품에 안겼다.진도하의 익숙한 냄새를 맡고 그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자 강유진의 마음도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그때 진도하가 물었다.“참, 유진 씨. 조씨 가문에서 강씨 집안과 어떤 약속을 했는지 혹시 알아요? 유진 씨 할아버지의 소원은 혹시 무엇인지 알아봤어요?”진도하의 질문을 연속으로 들은 강유진은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조씨 가문에서 우리 강씨 집안에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요 며칠 들은 얘기에 의하면 조씨 가문에
임주란은 강재용이 진도하를 이렇게 높이 평가하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렇게 확신하는데?”강재용은 또 한 번 조금 전의 말을 반복했다.“만약 제 직감이라고 하면 믿으시겠어요?”임주란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강재용의 말뜻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한참 생각한 임주란이 입을 열었다“그러면 우리가 조씨 가문을 포기하고 너의 아버지 유언을 진도하에게 기대해야 할까?”“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강재용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사실 어머니가 유진이를 조씨 집안에 시집 보내겠다고 했을 때 제가 막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저에게 유진이는 너무 소중한 딸이에요. 어릴 때부터 유진이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다 들어줬고 심지어 하늘의 별을 따 달라고 하면 따는 시늉까지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유진이가 조씨 가문에 시집가기 싫어하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그저 가만히 있었고요...”여기까지 말한 강재용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이렇게 한 이유는 첫째, 어머니와 맞서고 싶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우리 강씨 집안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오셨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어머니는 강씨 가문의 정상적인 운영을 유지하면서 아버지가 남긴 유언까지 들어줘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둘째, 저는 유진이가 조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게 순조롭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어요. 유진이는 절대 조씨 집안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이 두 가지를 예상했기에 저는 계속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던 거예요. 저 스스로 어머니와 베팅한 셈이죠.”임주란은 강재용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녀도 이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듯했다.“그럼 만약에 우리가 진도하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게 되었을 때 혹시라도 잘못 베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어?”그러자 강재용이 오히려 임주란에게 되물었다.“어머니, 그럼 조씨 가문에서 유진이를 데려가고 입을 쓱 닦고
강재용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제가 생각했을 때는 실력만 숨긴 게 아니라 신분까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진짜로?” 임주란이 계속 물었다.“진도하가 어떤 신분인데?”강재용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대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조사해 보지 않았어?”임주란이 묻자 강재용은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조사는 해봤죠. 그런데 3S 급 비밀이래요. 제가 알아보기 위해 정말 많은 인맥을 동원했지만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 강씨 집안이 진도하에게 기대해도 된다는 믿음이 더 확실해 졌고요.”임주란도 진도하의 정체가 분명 3S 급 비밀일 거로 생각했다. 3S 급 비밀이라는 건 이 사람의 정체가 놀랍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재용이 조사해내지 못했을 리가 없다.“어머니,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인 것 같아요.”강재용은 임주란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강씨 집안이 진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기가 어려울 거예요.”임주란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가족의 운명을 한 젊은이에게 맡기는 것은 그만한 확신과 자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임주란도 당장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고 강재용도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이해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어머니, 그럼 다시 생각해 보시고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결정하세요.”말을 마친 강재용이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전화기 너머로 임주란의 목소리가 들렸다.“잠깐.”“왜요? 어머니? 또 무슨 일이 있을까요?”강재용이 의아한 듯 묻자 임주란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재용아, 이제 집으로 돌아와. 강씨 집안은 네가 필요해.”순간 강재용은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아니에요. 어머니, 저는 강씨 집안에 다시 안 들어갈래요.”임주란도 그의 거절을 예상이나 한 듯 놀라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타이르는 말투로 계속 말했다.“너를 떠보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진심으로 네가 강씨 집에 돌아오는 걸 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