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로는 그 공격을 피하고 다시 진도하에게 반격했다.두 사람 그렇게 몇십 차례 맞섰다.진도하는 이제 조 장로의 경지가 아마도 자신의 아래 등급인 태서경이란 것을 알았다.그러나 조 장로는 진도하의 실력을 알 수 없었고, 그저 진도하의 경지가 자신보다 낮지는 않을 것이라 느꼈다. 이는 조 장로의 마음속 의구심을 더 확대했다.그는 계속 진도하의 실체 신분을 추측하고 있었다.수련자를 보유하고 있는 데는 그가 알고 있는 그 몇 개 집안과 파벌밖에 없는데, 진도하는 도대체 어느 집안이나 파벌의 사람인 걸까?그렇게 각자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며 그들은 또 수백 차례 공격을 퍼부었다.진도하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싸웠지만, 그에 비해 조 장로는 많이 지쳐 보였다.임주란은 무술 고수도 아니고 수련자도 아니라 지금 누가 강세이고 누가 약세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조씨 가문이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이고 그들 강씨 가문에서 잘 보여야 하는 상대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오직 그렇게 해야만 남편의 유언을 완성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서 진도하는 막 대해도 되는 존재였다. 진도하의 실력은 강하지만 강씨 집안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강고수가 이미 무성경을 돌파한 데다가 강씨 집안의 배후에 조씨 집안이 있기 때문에 진도학 아무리 강해도 강씨 집안을 흔들 수는 없었다.그래서 임주란은 옆에서 충고했다.“진도하, 얼른 그만둬. 유진이는 무조건 조씨 집안에 시집가야 해. 그 혼사는 유진이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일이야.”진도하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해서 조 장로와 싸웠다.그러자 임주란이 이어서 말했다.“네가 지금 유진이를 데려간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어? 너 조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겠니? 조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 네가 수련자라 해도 그게 뭐? 넌 전혀 조씨 가문의 상대가 안 돼! 넌 그들 눈에 개미 같은 존재일 뿐이야. 아니, 너뿐만 아니라 기주의 4대 가문, 너희 자양파, 풍뢰파도 조씨 가문의 눈엔 그저 한 손
진도하가 말을 마치자 그의 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그의 몸에서 공격적인 기운은 사라지고 대신 안개가 자욱한 선기가 감돌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하고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없게 했다.그러나 꽃가마 안에 앉아 있던 강유진은 진도하의 말을 듣고 감동받아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특히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때 한 남자가 나서서 그런 말을 해줬으니 그녀가 어떻게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만약 점혈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지 않았다면 강유진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 나가 진도하를 꼭 껴안을 것이다.진도하는 당연히 강유진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그저 공중에 당당히 서서 몸에서 선기를 뿜어냈다.임주란은 진도하의 말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는 진도하에게서 남편의 모습을 봤다. 강씨 어르신은 젊었을 때 진도하처럼 하늘이 정해준 운명 같은 걸 믿지 않았다. 또한 진도하처럼 자신감 넘치고 고집이 세며 책임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가 맞다고 생각한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이때 임주란의 마음은 살짝 흔들렸다.정말 강씨 가문의 이익 때문에 손녀 강유진의 행복을 희생해야 한단 말인가?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동시에 그녀는 망설이는 자신이 의아하기도 했다.전에 임주란은 강씨 가문의 이익을 원칙으로 했고, 이것이 그녀가 굳건히 지켜온 한계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임주란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조 장로가 웃으며 말했다.“진도하, 네가 정말 유진 아가씨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충고하는데, 얼른 꿈 깨! 유진 아가씨와 우리 조씨 가문의 도련님은 천생연분이라 누구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어.”“그래요? 그럼 유진 씨는 왜 그걸 원하지 않죠?”진도하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조 장로를 바라보았다.조 장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유진 아가씨가 원하지 않는 건 아직 우리 집 도련님을 만나보지
조 장로는 이내 이 생각을 부정했다.만약 진도하가 자신을 위협하려 했다면 아까 자신이랑 겨룰 때 그렇게 여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설마 그는 모든 것을 거짓으로 꾸며냈다는 말인가?조 장로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순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때 그는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만약 오늘 자신이 강유진 아가씨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그가 장로라고 한들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그렇기에 그는 절대 진도하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는 기필코 강유진을 데려갈 것이다!아니면 도련님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도 책망할 게 뻔했다.이 것을 깨달은 조 장로는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진도하, 네가 고수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쩌겠어? 조씨 가문의 앞길을 막는다면 필히 멸할 수밖에! 우리 조씨 가문이 오만방자하다고 생각하지 마. 그저 우리 조씨 가문 일 처리 방식이 항상 이랬을 뿐이니까.”진도하는 그의 말을 듣고 웃으며 받아쳤다.“그렇다면 조 장로님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말이 끝나자, 진도하는 조 장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이번에 그는 조 장로와 멀리 떨어지지 않고 가까이에 붙어서 공격했다.진도하의 속도는 아주 빨랐고 그는 조장로와 반 미터 가까이에서 끊임없이 주먹으로 공격을 날렸다.조 장로는 태연하게 피하고 막아냈다.처음에 조 장로는 아주 여유롭고 자신만만해했지만 몇십 번의 주먹을 받아친 후로 안색이 급변했다.왜냐하면 진도하의 주먹이 점점 더 무거워졌기 때문이다.조 장로가 제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진도하의 신령스러운 기운은 한계가 없는 것처럼 매번 공격해 오는 주먹에 기운이 충만해 있었다.20번째 날아드는 주먹을 조 장로는 끝내 막아낼 수 없었고 진도하의 주먹은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조 장로의 몸은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곧이어 진도하는 삽시에 앞으로 날아가 조 장로의 몸을 향해 또 한 주먹 때려치웠다.진도하는 공격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 장
꽃가마 옆에선 진도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꽃가마의 커튼을 열었다.꽃가마에 앉아있던 강유진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진도하는 강유진의 눈물을 보자 마음이 몹시 아파져 왔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진 씨, 무서워하지 말아요. 제가 왔어요.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강유진의 눈에는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몹시 진도하의 품으로 뛰어들어 그를 안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점혈을 당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진도하도 강유진이 움직일 수 없단 사실을 알아채고 앞으로 다가가 강유진을 도와 몸을 살펴보고는 그녀가 점혈을 당한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강유진의 점혈을 풀어줬다.강유진의 온몸이 움칫하더니 고개가 밑으로 떨어지려고 하자, 진도하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강유진의 어깨를 떠받들었다. 그리고 강유진을 꽃가마에서 안고 나왔다.강유진은 손을 진도하의 목에 둘렀다.지금 그녀는 말할 수 있었지만,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다시 목구멍으로 집어삼켰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진도하는 미소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아니까.”강유진은 목 메어 울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리를 진도하의 가슴에 묻었다.그녀는 자칫 이대로 꼼짝없이 조씨 가문에 끌려가는 줄 알았다. 만일 진짜로 조씨 가문에 끌려갔다면 그녀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진도하가 왔기에 그녀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이제 누구도 그녀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도록 강박할 수 없다.그녀의 마음은 점점 안정되어 갔다.진도하가 강유진을 안고 앞으로 몇 발 걸어가자, 조씨 가문 호위들이 다시 그들 주위를 둘러쌌다.진도하는 그런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었고 호위들은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만약 진도하가 무술 고수거나 무성경이었다면 이 호위 중 아무라도 진도하를 사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다.이게 바로 무술 고수와
“내가 무서워할 거로 생각해요?”진도하가 무심한 얼굴로 말을 하자 조 장로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확실히 진도하가 무서움을 느꼈다면 여기에 서서 그를 막지 않았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조 장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저 좋은 뜻에서 경고 한마디 한 거야.”“그 호의에 감사드리죠.”진도하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는 계속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세 걸음을 옮긴 그는 다시 걸음을 멈춘 후 한 번 미소를 씩 짓더니 조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돌아가서 조씨 집안 도련님께 얘기하세요. 강유진은 저 진도하의 여자이니 만약 다시 한번 내 여자의 심기를 건드리면 그때는 내가 직접 조씨 가문을 박살 낼 거라고!”조 장로는 ‘푸' 소리를 내더니 피를 토하며 온몸을 떨었다.진도하의 말에 화가 났음이 분명하다. 조 장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진도하를 삿대질하며 말했다.“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 장로는 의식을 잃었다.사실 진도하는 조 장로가 주먹 한 방에 이렇게 쉽게 넘어갈 줄 몰랐다. 아직 가진 실력의 반의반도 사용하지 못했는데 조 장로가 벌써 쓰러지다니...하지만 이번 일로 진도하는 도를 수련하는 자들도 역시 무술 고수와 마찬가지로 경지가 높은 사람이 경지가 낮은 사람을 제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며칠 전에 칠색 신단을 삼켜 경지를 돌파한 것이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아직도 그 전의 태서경에 머무르고 있었다면 오늘 이렇게 쉽게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가능한 한 빨리 경지를 높여야만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소중한 사람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진도하는 강유진을 안고 임주란의 앞으로 다가왔다.“임 가주님, 오늘은 제가 유진 씨를 데려갈 터이니 더 이상 막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임주란은 진도하를 착잡하게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진도하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 장로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진도하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그는 임주란이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태연한 얼굴로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이 너무 의외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진도하는 굳이 생각하기 귀찮아 눈썹을 한 번 추켜올리더니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강유진을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재만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다급히 임주란을 보고 외쳤다. “어머니, 이대로 가게 내버려 둘 거예요? 조씨 집안에는 어떻게 설명하려고요?”임주란은 강재만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진도하를 때려눕힐 수 있어? 아니면 우리 강씨 집안에 진도하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그 말에 강재만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조씨 집안의 조 장로조차 진도하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데 강씨 집안의 누가 감히 함부로 나설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강재만은 못내 아쉬운 듯 계속 입을 열었다.“유진이를 데리고 갔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임주란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더니 아무 말 없이 서재로 발길을 돌렸다.순간 그녀는 몇십 년 더 늙어 보였고 몸집은 한없이 왜소하고 초라해 보였다. 십여 걸음을 걷다 멈춘 임주란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한마디 했다. “유 선생을 불러 조 장로를 치료하도록 해.”“네, 알겠습니다.” 강씨 집안 하인들이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임주란은 서재로 돌아갔고 자리에 남아 있던 강재만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혼자 몇 마디 더 중얼거리더니 자리를 떴다.그곳에는 강고수만이 남아 진도하가 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진도하를 동경하는 마음이 내비치고 있었다....한편 진도하는 강유진을 안고 집을 나선 뒤 곧장 별장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진도하는 강유진을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강유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잠자코 있었다.별장으로 돌아온 진도하는
“진짜 괜찮아요.”진도하는 두 손으로 강유진의 어깨를 잡은 뒤 깊은 눈빛으로 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책감 느끼지 마요. 난 정말 누구와 원수를 지든 상관없어요. 나에게는 유진 씨가 제일 중요해요.”그 말에 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순간 방 안은 이상야릇한 침묵이 이어졌고 그 누구도 쉽게 그 침묵을 파괴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한참 만에야 강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데 조씨 집안은 절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요. 우리 강씨 집안도 조씨 집안을 무서워하잖아요...”강유진이 걱정을 멈추지 않자 진도하도 계속 그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요. 나는 진짜 그 사람들 안 무섭다니까요? 진짜예요.”강유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찌푸린 인상을 보아 계속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할머니가 제 화를 낼지 안 낼지 모르겠어요. 내가 지금 떠나면 조씨 집안에서 우리 강씨 집안에 복수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너무 걱정돼요. 도하 씨, 제가 너무 제멋대로인 걸까요? 저도 진짜 할머니 말씀처럼 가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까요?”강유진의 근심 어린 모습에 진도하는 마음이 아팠다.얼마나 자신만만하고 당당했던 강유진인가, 그러나 지금은 작은 일조차 이렇게 오랫동안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으니...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강유진을 꼭 끌어안았다.순간 강유진은 깜짝 놀라 온몸이 굳어졌지만 이내 순순히 진도하의 품에 안겼다.진도하의 익숙한 냄새를 맡고 그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자 강유진의 마음도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그때 진도하가 물었다.“참, 유진 씨. 조씨 가문에서 강씨 집안과 어떤 약속을 했는지 혹시 알아요? 유진 씨 할아버지의 소원은 혹시 무엇인지 알아봤어요?”진도하의 질문을 연속으로 들은 강유진은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조씨 가문에서 우리 강씨 집안에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요 며칠 들은 얘기에 의하면 조씨 가문에
임주란은 강재용이 진도하를 이렇게 높이 평가하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렇게 확신하는데?”강재용은 또 한 번 조금 전의 말을 반복했다.“만약 제 직감이라고 하면 믿으시겠어요?”임주란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강재용의 말뜻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한참 생각한 임주란이 입을 열었다“그러면 우리가 조씨 가문을 포기하고 너의 아버지 유언을 진도하에게 기대해야 할까?”“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강재용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사실 어머니가 유진이를 조씨 집안에 시집 보내겠다고 했을 때 제가 막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저에게 유진이는 너무 소중한 딸이에요. 어릴 때부터 유진이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다 들어줬고 심지어 하늘의 별을 따 달라고 하면 따는 시늉까지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유진이가 조씨 가문에 시집가기 싫어하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그저 가만히 있었고요...”여기까지 말한 강재용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이렇게 한 이유는 첫째, 어머니와 맞서고 싶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우리 강씨 집안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오셨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어머니는 강씨 가문의 정상적인 운영을 유지하면서 아버지가 남긴 유언까지 들어줘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둘째, 저는 유진이가 조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게 순조롭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어요. 유진이는 절대 조씨 집안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이 두 가지를 예상했기에 저는 계속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던 거예요. 저 스스로 어머니와 베팅한 셈이죠.”임주란은 강재용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녀도 이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듯했다.“그럼 만약에 우리가 진도하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게 되었을 때 혹시라도 잘못 베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어?”그러자 강재용이 오히려 임주란에게 되물었다.“어머니, 그럼 조씨 가문에서 유진이를 데려가고 입을 쓱 닦고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