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됐어요. 이제 가봐요.”허윤겸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문 앞으로 가서 허윤겸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성장군님, 정말 저를 탓하지 않으십니까?”“탓하지 않아요.”진도하는 다시 한번 손을 저으며 말했다.사실 처음에 유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납치했을 때 진도하는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허윤겸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이 해결되고 부모님과 얘기를 나눈 후 그는 자신이 허윤겸을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다.허윤겸이 자신의 부모님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게 아니라, 부모님이 원래의 거처로 돌아갔기 때문에 서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 너무 눈에 띌까 봐 허윤겸이 부하들에게 그의 부모님에게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라고 지시한 것이었다.또한 허윤겸은 진도하의 부모님 집에 불분명한 사람이 들어오면 그가 곧바로 알 수 있게 몰래 경보 장치를 놓기도 했다.이러한 상황에서 진도하의 부모님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그러나 유씨 가문에서는 계략을 세웠다. 그들은 진도하의 부모님과 가까운 친척을 매수하고 그 사람을 시켜 진도하의 부모님을 집으로 초대했다.당시에 허윤겸도 당연히 그 사람에 대해 조사했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진도하의 친척이 맞았다.진도하의 부모님이 친척의 집에 도착했을 때, 유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진도하의 부모님을 약으로 쓰러뜨린 후 기주로 데려 왔다.이것들은 전부 몰래 진행된 것이었다. 그래서 먼 거리에서 지켜보던 허윤겸의 부하들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그들은 진도하의 부모님이 8, 9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집으로 쳐들어갔지만 그제야 진상을 발견했다.그러나 그때 진도하는 이미 부모님을 구해냈다.비록 중간에 허윤겸이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결국엔 잘 마무리되었다. 그래서 진도하는 허윤겸을 더 이상 탓하지 않았다. 그는 이 일로 허윤겸에
“가 봐요.”진도하는 다시 손을 저었다.그제야 허윤겸은 돌아서서 떠났다. 떠날 때 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허윤겸이 떠난 후 진도하는 방으로 돌아가 미스터리 스승이 자신에게 전수해 주었던 단약 제정법을 직접 적었다.당시 미스터리 스승은 단약 제정법이 상, 중, 하 세 편으로 나뉜다고 말했었다.지금 서정식의 단약 제정 기술로 보아 한꺼번에 세 편을 전부 흡수하기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진도하는 상편의 내용만 적었다.비록 상편뿐이라고 해도 진도하는 그것을 쓰는 데에 7, 8시간 걸렸다.진도하는 틀린 부분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서정식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의아한 서정식은 방으로 들어와서 물었다.“진 선생,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진도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 선생, 앞으로 그렇게 존대하지 마세요. 제가 부끄럽습니다. 서 선생은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고 선배님이신데 앞으로 저를 도하라고 부르시면 됩니다.”그러나 서정식이 말했다.“어떻게 그래요! 진 선생의 단약 정제 기술은 저보다 높습니다. 저는 반드시 진 선생에게 존대해야 해요. 게다가 진 선생은 저에게 단약 정제법을 가르쳐 줄 거잖아요. 제가 스승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만으로 괜찮죠.”진도하는 서정식의 말을 듣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는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자, 이건 제가 배운 단약 정제법의 상편입니다. 시간 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제가 아는 모든 단약 정제법은 여기서 배운 겁니다.”그 말을 듣자 서정식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다급히 진도하가 건네 노트를 받고 빠른 속도로 한 번 훑어보았다. 그는 곧바로 흥분했다.“이건... 이건 너무 심오하잖아요!”서정식은 노트를 한참 보고 난 후,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노트의 내용은 그가 예전에 배웠던 것들과 완전히 달랐다.진도하는 예상치 못한 서정식의 반응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처음 접했을 때도 하나도 알아보지 못했었다. 그는 여러 번 읽어보며 깊게 연구한 끝에 이해
진도하가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진도하는 의아해하며 메시지를 눌러 확인했다.강유진이 보낸 메시지였는데 내용은 한 마디뿐이었다.“날 데려가요!”그 메시지를 보자 진도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그는 허 장로에게 말했다.“나중에 다시 말하죠. 지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요.”허 장로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말했다.“수장님, 어서 가서 일 보세요. 저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고요.”진도하는 대답할 겨를도 없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방에서 나갔다.그는 강유진이 이 메시지를 왜 보냈는지는 몰랐지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건 알 수 있었다....이때 강씨 저택의 응접실에서 임주란은 가운데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강재만과 강고수 두 사람은 그녀의 양측에 앉아 있었다. 강유진은 우측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뒤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응접실은 아주 조용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할머니, 전에 석 달 뒤에 다시 오셔서 혼담을 꺼내시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왜 이렇게 앞당기셨어요?”임주란은 강유진의 말을 듣고 서서히 눈을 떴다.그러나 그녀는 강유진을 보지도 않고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도 않았다.그러자 강유진이 계속해서 물었다.“왜 앞당겨졌는지 저한테 알려주시지 않을 거예요? 왜 저한테 숨기시는 거예요?”임주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옆에 있는 강재만이 입을 열었다.“유진아, 할머니께서 말씀하지 않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신 거야.”“그런데... 전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요!”강유진이 말했다.그녀는 오늘 깨어나자마자 응접실에 모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에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하인들에게 물어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결국 응접실에 들어오기 전에 강고수가 그녀에게 신비한 세가에서 혼담을 앞당기자고 제안했다고 알려주었다.그 소식을 들은 강유진은 불안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아직 3개월의 시간이 있어서 충분히 고
임주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으세요.”조 장로는 임주란과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았고, 이내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조 장로님, 저희 석 달 뒤에 혼담을 꺼내기로 하지 않았나요? 왜 갑자기 앞당기셨어요?”조 장로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석 달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가주님께서 도중에 예상 밖의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셔서 두 젊은이가 얼른 결혼하는 걸로 결정하셨습니다.”이렇게 말한 조 장로는 잠시 멈칫하고 임주란을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강씨 가문에서 이의가 있으신지 모르겠네요?”“아닙니다, 이의 없습니다. 유진이가 조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는 건 유진이의 복이지요.”임주란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조 장로도 웃으며 말했다.“유진 아가씨를 들이는 것도 저희 조씨 가문의 복입니다.”이때 노련한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서로 추키는 말을 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다.임주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조 장로님, 조씨 가문에서 저희와 약속했던 일은 어떻게...”임주란은 말하다가 잠시 멈칫했다.조 장로는 고민하는 듯한 눈빛을 번쩍였다.“임 가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 아가씨가 저희 조씨 가문에 시집오면 저희는 한 가족이 되는 겁니다. 저희가 약속드린 건 무조건 지킬 겁니다. 만약... 저희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가씨는 저희를 가만두지 않겠죠.”조 장로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임주란은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았다.그녀가 이 혼사에 동의한 것도 조씨 가문의 약속을 받기 위해서였다. 또한 이렇게 해야 남편의 유언을 지킬 수 있다. 조 장로는 한참 더 앉아 있다가 강유진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아가씨, 가시죠!”강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 장로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전 따라가지 않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조 장로는 난감한 듯 웃었다.임주란이 바로 그녀를 꾸짖었다.“강유진, 무례하게 굴지 마!”강유진은 임주란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정말 제가 사랑하지도
조 장로의 어조는 평온하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엄숙했다.임주란은 조 장로가 화난 것을 알고 강유진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조 장로에게 말했다. “화내지 마세요, 조 장로님. 유진이가 아직 뭘 몰라 그런 것뿐입니다. 저희가 합의한 일을 유진이가 거부할 수는 없잖아요.”조 장로는 임주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찡그린 눈썹을 풀며 말했다.그러나 강유진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할머니, 저는 조씨 집안에 시집가지 않을 거고, 더군다나 제가 강씨 집안에 남아있는 이유는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할 거라서가 아니라 그때 이미 설명해 드렸어요.”임주란은 다시 강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강유진, 나를 화나게 하지 마.”강유진은 할머니 임주란을 쳐다보며 맞받아쳤다.“할머니, 저에게도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마세요. 제가 강씨 가문에 남게 된 건 아버지 때문이에요.” 강유진의 말을 들은 임주란은 화를 내며 말했다.“강유진! 지금 네가 결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따라가야 해.”강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지금 상황에서는 강씨 가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으니 진도하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진도하가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녀는 한순간도 강씨 저택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석 달이 남았고 할머니와 제대로 이야기하기 만하면 할머니의 마음을 확실히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제 그녀는 모든 것이 쓸데없고 할머니의 마음이 정해져 있으며 전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서 강유진은 또한 오늘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데리고 조씨 가문으로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제 자신은 자유를 완전히 잃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이렇게 생각하자 강유진의 마음은 슬펐다.그녀는 강씨 가문의 이익 때문에 자신이 희생되어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자신의 행복을 희생해야 한다니!임주란은 강유진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
강유진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하는 건 죽는 것과 전혀 다름없었다.이때 조 장로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튕기자 갑자기 투명한 기체가 날아와 강유진의 손을 쳤다.강유진은 아파서 손을 놓았고 단검은 바로 바닥에 떨어졌다.임주란은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고수야, 유진이를 붙잡고 있어.”그러나 강고수는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임주란은 강고수를 노려봤지만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할 수 없이 임주란은 다른 하인들에게 외쳤다.“유진이를 딱 잡고 있어.”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몇 명이 강유진 옆으로 달려와 그녀의 두 팔을 잡고 눌렀다.조 장로는 강유진의 앞에 걸어가 말했다.“아가씨, 안 됐네요. 부디 용서하세요.”강유진은 콧방귀를 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장로도 그녀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돌아서서 임주란에게 말했다.“임 가주님, 혹여나 다른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전 지금 당장 아가씨를 데리고 떠나겠습니다.”임주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데려가세요. 저희는 결혼식 날에 그쪽으로 가겠습니다.”조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응접실을 걸어 나갔다. 그와 함께 왔던 사람들도 그를 따라 응접실에서 나갔다.응접실 밖에는 꽃가마가 놓여 있었다.조 장로는 가마의 커튼을 열고 하인들에게 강유진을 데리고 가라고 손짓했다.강유진은 그 광경을 보고 다급히 저항했지만, 여자인 그녀가 무술 고수들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그녀는 곧 꽃가마에 태워졌고, 바로 이때 조 장로가 가마 옆으로 다가와 손을 뻗고 강유진의 몸에 대고 손가락으로 몇 번 눌렀다.강유진은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더니 이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도 움직일 수 없어 말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 모든 게 조 장로가 한 짓이란 것을 알고 그를 노려보았다.조 장로는 신경 쓰지 않고 그녀에게 말했다.“아가씨, 화내지 마세요. 저는 아가씨에게 점혈 했을 뿐이에요.
꽃가마에 탄 강유진은 그 목소리를 듣고 미친 듯이 기뻐했다. 그녀는 진도하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그녀의 추측은 확실히 맞았다. 방금 온 사람은 바로 강유진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다급히 달려온 진도하였다.진도하는 꽃가마 앞에 서서 평온한 표정으로 조 장로를 선두로 한 조씨 가문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당신은 누구야? 감히 우리 조씨 가문의 길을 막아?”조 장로의 말투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전 진도하입니다.”“오? 자네가 바로 방천후를 쓰러뜨린 무성경 무술 고수 진도하야?”조 장로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순간 긴장을 풀었다.“맞아요.”진도하가 덤덤하게 말했다.그러자 조 장로가 웃으며 말했다.“젊은이, 내가 충고하는데 얼른 비켜. 날 화나게 하지 말고.”진도하도 웃으며 말했다.“저도 충고드리는데 유진 씨를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공격할 거니까 그때 가서 저를 탓하지 마세요.”조 장로는 그 말을 듣고 멈칫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진도하, 자네가 무성경이라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건 알고 있지?”진도하는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조 장로가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자네가 우리 조씨 가문 사람들 눈에 어떤 존재인 줄 알아?”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조 장로는 혼잣말하 듯이 말했다.“개미야! 자네가 무성경이든, 초무성경이든, 우리 조씨 가문의 눈에는 개미에 불과하다고! 알아? 자네를 해결하려면 손가락만 움직이면 돼.”“그래서요?”진도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조 장로는 진도하의 태도에 완전히 자극을 받았다. 그가 말하려고 할 때 뭔가 문제 생긴 것을 감지한 임주란이 강씨 가문 사람들을 이끌고 꽃가마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진도하가 온 것을 보자 임주란은 화를 냈다.“진도하, 내가 말했었지, 우리 강씨 가문에 오는 거 금지라고! 그리고 말할 때 예의 좀 지켜, 너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
“좋아, 그렇다면 나이 먹고 어린놈을 괴롭힌다고 나한테 뭐라 하지 마.”조 장로는 코웃음을 치더니 진도하를 향해 분노가 담긴 손바닥을 날렸다.진도하는 그의 손바닥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섞여 있는 것을 느끼고 놀라서 동공이 수축했지만, 이내 뒤로 몇 걸음 물러나서 조 장로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피했다.그의 동작은 자연스럽고 가벼웠으며, 태도는 평온하고 차분했다.반대로 조 장로는 마음속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자신은 수련자이고 진도하는 그저 무성경 단계의 무술 고수일뿐인데, 그런 그가 자신의 공격을 피했다니?이로 인해 그는 놀랐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곧이어 그는 다시 한번 진도하를 향해 손바닥 공격을 날렸다.이번에 그의 공격 속도는 매우 빨랐고, 또한 그는 이번 공격이 무조건 진도하의 몸에 꽂힐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진도하가 이번 공격을 맞고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진도하는 조 장로가 자신을 향해 다시 한번 공격을 날리는 것을 보고도 반격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조 장로의 뒤로 이동했다. 그는 조 장로의 두 번째 공격도 가볍게 피했다.그러자 조 장로는 더 의아했다. 진도하가 그의 첫 공격을 피한 것은 그가 상대방을 얕잡아본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도하가 자신의 두 번째 공격도 피하다니, 이건 설명할 수가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진도하가 입을 열었다.“조 장로시죠? 마지막으로 물을 게요. 유진 씨를 놓아줄 거예요, 아니면 계속 데려가실 거예요?”조 장로의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진도하는 또 한 번 뒤로 물러나고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조씨 가문과 싸울 생각이 없었는데, 장로님의 생각이 그러시다면 제가 조씨 가문을 적으로 대하고 공격해도 저를 탓하지 마세요!”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조 장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가 그의 세 번째 공격까지 가볍게 피하자 조 장로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무성경이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이때 진도하의 목소리가 다시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