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물론 강유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먼저 말을 꺼냈다.“유진 씨는 신비한 세가의 사람이 당신과 결혼하려고 찾아올 때까지 계속 강씨 본가에 머물러 있을 거예요?”강유진은 진도하의 말을 듣고 벙쪄서 기분도 가라앉았다.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나도 모르겠어요...”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면 된다고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그런데... 이번에야말로 그녀는 자신은 사실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고 이미 정해진 굴레에 따라 돌아갈 뿐 아무리 노력해도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는 항상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지지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더러 강씨 본가에 머무르라고 했다.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인해 강유진은 아버지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거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강씨 본가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다.“하지만 내가 지금 강씨 본가에 있다고 해서 그 결혼을 따르겠다는 건 아니에요.”진도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진은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도하 씨! 나 무술 고수가 되고 싶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요?”진도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는 강유진이 무술 고수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진도하가 말이 없자 강유진은 진도하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렸다.“말 좀 해봐요! 방법이 있는지 없는지.”진도하는 그제야 반응했다.“강씨 가문은 근본이 무술 고수 가문인데 유진 씨가 무술 고수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요?”강유진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도하 씨는 우리 강씨 가문이 무술 고수 가문이어서 나도 무술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하...”강유진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가 내 몸은 무술 고수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난 어릴 때부터 무술을 접한 적이 없었어요
진도하는 깜짝 놀랐다. 그의 마음속에는 감동의 물결이 솟구쳐 올랐다.그는 강유진이 무술 고수가 되려 하는 이유가 다름 아닌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도하가 아무리 무쇠 같은 사나이 일지라도 강유진의 말에 그의 마음속은 부드러움으로 가득 채워졌다.그리고 그는 조금 목이 메어왔다.“유진 씨... 무술 고수가 되려고 한 게 나 때문이었어요?”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쳐다보는 강유진의 두 눈은 굳은 의지로 반짝이고 있었다.비록 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도하의 마음은 공연히 출렁거렸다.그때 강유진이 그를 다그쳤다.“도하 씨, 도대체 방법이 있어요 없어요?”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유진은 들뜬 눈빛으로 그를 몰아쳤다.“그럼 빨리 말해봐요!”진도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무술 고수가 되려면 아주 간단해요. 내가 주는 단약을 복용하기만 하면 돼요.”강유진은 끓어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진도하의 어깨를 부여잡고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빨리 내놓지 않고 뭐 해요!”그녀는 진도하의 능력으로 이런 단약을 제련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면 그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흥분되어 있는 강유진을 보며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향기를 맡으며 진도하는 눈앞이 아찔해져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유진 씨의 체질이 특이해 단약을 복용하면 이변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진도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유진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그럼, 도하 씨의 뜻은 그런 단약을 제련할 수 있지만 내가 복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맞아요.”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아직 강유진의 체질이 무엇이 다른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만약 강유진을 무술 고수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썩히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녀의 체질은 아마 신선 수련에 적합할 것이다.강유진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봉황의 눈물은
그가 진도하가 준 단약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첫 번째로 자신이 잘못 복용했는지부터 의심한 것으로 보아 진도하가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위치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악!”강고수는 더 이상 이런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 마치 수많은 개미가 그의 뼈를 물어뜯고 있는 것 같았다.“아파! 너무 아파!”강고수는 바닥에 쓰러져 이리저리 뒹굴었다.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처음으로 이렇게 끔찍한 고통을 맛보았다.그리고 이 고통은 점점 심해지기만 할 뿐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수련방의 기척은 드디어 강씨 집안 사람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한 하수인이 진도하의 고통스러운 부르짖음을 듣고 수련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강고수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곧바로 임주란의 방으로 달려가 보고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주란이 다급히 들어왔고 이어 강재만과 강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모두 수련방으로 왔다.강고수는 강씨 가문의 유일한 괴물이며 강씨 가문에서 경지가 제일 높은 사람이다.강고수가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강고수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임주란이 덜덜 떨리는 몸을 굽혀 강고수에게 물었다.“고수야, 너 대체 무슨 일이야?”강고수는 고통 때문에 머리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정신만큼은 아직 온전하였고 임주란의 말을 듣고 고통을 억누르며 말했다.“할머니,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진도하가 준 단약을 삼키고 아마 단약의 힘이 너무 강해서 제 몸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강고수도 대체 무엇 때문인지 몰랐고 그저 자신이 짚이는 바를 말했다.하지만 임주란을 비롯한 모든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대경실색했다.“방금 진도하가 너에게 준 단약을 복용했다고?”“너 왜 이렇게 경솔해! 복용하기 전에 먼저 집안 의사에게 보였어야지! 만일, 그가 너를 해치려고 너에게 독약을 준 거면 어쩔 건데?
강재만이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정말 진도하의 단약 때문이라면 절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겁니다.”그리고 그들은 옆에서 강고수를 지켜봤다.강고수의 이런 상황은 아무도 본 적이 없었고 어떻게 강고수를 도와야 할지 몰랐다.더구나 강고수는 그들의 도움을 바라지 않았으며 악을 쓰고 소리쳤다.“다가오지 마!”강고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점점 커지며 말하는 것도 이상하리만치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임주란은 걱정되어 물었다.“너 도대체 중독된 거야? 아니면 사도에 빠지고 있는 거야?”강고수는 이때 더 이상 한마디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임주란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강재만을 쳐다보자, 강재만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어머니... 저도 무슨 일인지 몰라요.”바로 이때 하수인들이 신의를 모시고 수련방으로 들어왔다.“유 선생, 빨리 이리 와서 봐주시게. 도대체 얘가 왜 이러는지!”유 선생이 수련방에 들어서자마자 임주란이 그를 다그쳤다.유 선생은 미처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닦지 못한 채 빠른 걸음으로 강고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한참 맥을 짚어보던 유 선생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자 임주란이 다급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인가?”유 선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 능력으로는 진단할 수 없네요.”“진단할 수 없다고?”임주란은 믿어지지 않았다.유 선생은 오랜 기간 강씨 가문에 머물며 그들의 주치의로서 의술이 고명했다. 만약 그마저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누가 찾을 수 있단 말인가?강씨 가문의 가주 임주란도 속수무책이었다.이때 강씨 가문의 한 사람이 소리쳤다.“강고수가 진도하가 건넨 단약을 복용하고 이렇게 됐다면 진도하를 불러오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이 단약에 정말 독이 들었다면 진도하는 저희 강씨 집으로 오지 않으려 할 테지요. 하지만 그가 온다면 이 단약에는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고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지요. 그리고 진도하는 필경 무
강유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돌아가서 할머니한테 제가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다 해요.”하수인들은 강유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상황을 보고는 그녀가 이미 결정한 일에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돌아서 수련방으로 달려가 가주에게 보고했다.그들이 떠난 뒤 강유진은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고수 오빠가 오늘 당신을 도와줬는데도 왜 상관 안 한다는 거예요?”진도하가 웃으며 말했다.“그는 아무 일도 없어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정말요?”강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도하를 못 믿겠다는 듯이 바라보았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가 언제 유진 씨를 속인 적이 있어요? 반 시간을 넘기지 않고 괜찮아질 거예요.”진도하가 이렇게 말하자 강유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녀도 진도하가 자신을 한 번도 속인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진도하가 괜찮다고 했으면 진짜로 괜찮을 것이다.강고수에게 왜 그런 반응이 나타났는지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아무튼 그녀는 진도하가 절대 강고수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바로 그때 진도하가 강유진의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말했고 강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이에요?”“그럼요.”진도하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수인들이 수련방으로 돌아간 후 곧바로 조금 전에 발생한 일을 가주 임주란에게 보고하자, 임주란이 노발대발했다.“유진이가 안 간다고 했다고?”하수인들은 감히 말할 엄두를 못 내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임주란은 돌아서서 유 선생에게 말했다.“자네 여기서 고수를 좀 보살펴 주게. 내 금방 다녀옴세.”유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누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늙은이가 고수 이 아이의 병인은 찾아내지 못했으나 저의 의술로 한 시간은 충분히 버티게 할 수 있을 겁니다.”유 선생의 말을 듣고 임주란은 그제야 안심하고 수련방을 떠났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임주란의 뒤를 따라나섰다.쾅! 쾅! 쾅!한
강유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벙쪄 있다가 되받아쳤다.“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도하 씨는 고수 오빠를 해치지 않아요.”“그럴 리가 없다고?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 왜 진도하가 건넨 단약을 복용한 후 사도에 빠지는 듯한 이상을 보이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건데? 고수는 어릴 때부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강인한 아이였어. 지금 아파서 고함을 지르는 고수의 고통을 네가 알기나 해?”임주란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강유진은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하고 진지하게 말했다.“할머니, 고수 오빠는 지금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절대 생명의 위험은 없을 거예요. 지금 보이는 반응 또한 도하 씨가 준 단약과 관계되고요. 분명한 건 도하 씨는 고수 오빠를 해치려 한 게 아니라 도와주고 있단 거예요.”“도와준다고? 어디 이렇게 도와주는 게 있어? 내가 보기에 그는 고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란 말이야!”강재만이 노기등등해서 말했다.임주란은 자기 아들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강유진을 보고 물었다.“넌 왜 진도하를 그렇게 믿는 거냐? 너 지금 고수가 무슨 상황인지 알기나 해?”강유진은 마지못해 말했다.“제가 도하 씨를 믿는 게 아니라 그 단약을 복용하면 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단 말이에요.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고수 오빠는 정말 괜찮으니까.”임주란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너 그 단약을 알아?”“알다마다요. 이 단약은 고수 오빠에게 큰 도움이 되니까 다들 걱정하지 마시라고요.”강유진은 다시 한번 설명했다.강재만이 경멸하는 태도로 말했다.“큰 도움? 내가 보기에 넌 진도하 그놈에게 속고 있어! 난 단 한 번도 어떤 단약을 복용한 후 이렇게 고통스럽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강유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당신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너...”강재만은 순간 말문이 막혀 분노하며 강유진을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임주란
먼저 그의 육체가 충분히 단단해진 후에야 비로소 무성경을 돌파할 것이다.하여 진도하는 그녀더러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그녀가 생각해도 일반인의 상식을 너무나 벗어난 일이기에 그녀는 말하기를 꺼렸다.강유진은 진도하를 조건 없이 믿는다. 설령 믿을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말이다.하지만 할머니 임주란을 비롯한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를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강유진이 말하자 강재만이 실소를 터트렸다.“허허, 네가 말한 큰 도움이란 게 바로 무성경을 돌파하는 거라고? 너 왜 초무성경을 돌파한다고 말하지 않는 거니? 만일 세상에 정말로 이렇게 신비한 단약이 존재했다면 이렇게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왜 무성경이 방천후 한 사람뿐이었겠어!”강재만의 질의에 강유진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재만이 삼촌, 진도하도 무성경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강재만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가 무성경이라고 한들, 수년 동안 기주에는 고작 두 명의 무성경뿐이었어.”말하던 강재만이 잠시 멈칫하다가 계속 말했다.“너 유문성도 무성경이라고 하지 마라. 그는 특수한 단약을 복용하고 잠깐 무성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을 뿐 약효가 지나고 나면 다시 원래 경지로 돌아온다고. 설마 진도하가 강고수에게 준 단약도 유문성이 복용한 거랑 같은 거란 말이야?”강유진은 어이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도하 씨가 고수 오빠에게 준 단약은 유문성이 복용한 거랑 달라요. 이것은 진짜로 경지를 끌어올리는 단약이에요. 아니면 고수 오빠도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을 거라고요,.”강재만은 여전히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강유진에게 딱히 뭐라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강씨 가문의 한 어르신이 강유진을 보며 말했다.“강유진, 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네가 진도하를 부르는 거랑은 상관없잖아?” “물론 상관이 있죠. 당신들이 도하 씨의 단약을 의심한다고 제가 그를 불러오면 저도 믿지 못하는 꼴이 되잖아요. 더구나 이 단약은 절대 아무 문제없어요. 전 당신들이 그를
강유진이 앞장서자, 임주란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그녀를 따라 수련방으로 향했다.임주란은 처음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강유진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걱정이 조금 가신 듯했다. 심지어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대를 품고 있었다.강고수가 강유진의 말처럼 무성경을 돌파했으면 하는 기대를 말이다.만일 강고수가 정말 무성경을 돌파한다면 기주에서 강씨 가문의 지위는 한층 높아질 것이고, 강유진도 그 신비한 세가의 사람과 결혼하고 나면 남편의 유언을 거의 이룬 셈이다.남편이 죽기 전에 특별히 자신에게 부탁한 일들을 생각하며 임주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몸은 더욱 구부러져 순식간에 마치 열 살은 더 늙은 것 같았다.보다시피 여자의 몸으로, 외부인의 성씨로 강씨 가문을 지탱하고 명성이 자자하지만 사실... 임주란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지 않았다.그녀는 하루빨리 이 세상을 등지고 남편을 따라 극락세계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마지막 숨결이 붙어 있는 한 목숨을 다해 남편의 유언을 받들어야 했다.그저 남편의 유언만 이룬다면 그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복잡한 마음을 안고 임주란은 강유진을 따라 수련방에 도착했다.강재만과 강씨 가문의 어르신들도 그들을 따라왔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강고수가 옷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게 보였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흉측했으며 두 다리 위에 얹은 손도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고 아직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임주란이 물었다.“유 선생, 고수 이 아이 어떤가?”유 선생이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지금 강고수의 몸 상태에 대해 저도 정확히 짚이는 바가 없습니다.”“무슨 말인가?”임주란이 묻자, 유 선생이 망설이며 말했다.“처음 상태를 보면 중독의 징후도 보이고, 사도에 빠진 듯한 이상 반응도 보였지요. 맥도 약해 언제든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었지만 지금은... 맥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중독의 징후도 사라지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