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얼굴을 찡그리며 유문성을 불쾌한 얼굴로 바라봤다.“당신 꼬맹이들 혼내 주는 것쯤이야, 내가 못할 게 뭐 있겠어요?”유문성은 차가운 얼굴로 콧방귀를 뀐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유현빈이 화를 내며 말했다.“진도하, 당신은 죽기 직전까지도 입만 살아 있네요. 허허...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한지 한 번 보겠어요.”진도하는 눈썹을 한 번 추켜세우더니 유현빈의 배를 힘껏 발로 찼다.“어른들 말씀에 애송이가 끼는 게 아닌 걸 모르나 봐요?”유현빈의 몸은 선 채로 뒤로 날아가 먼 곳에 맥없이 푹 떨어졌다.유씨 가문의 무술 고수들은 순식간에 진도하를 에워쌌고 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로 진도하를 노려봤다.진도하는 무술 고수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나를 둘러싸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요? 왜 주먹 한번 휘둘러 보자고요? 그러면 빨리해요. 시간 없으니까...”유씨 집안의 무술 고수들은 그 말에 안색이 안 좋게 변했다. 그들은 무성인 진도하 앞에서 당연히 주먹을 휘두를 용기가 없었다. 진도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과 다름없다.게다가 지금은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 그리고 자양파의 제자들까지 모두 진도하의 옆에서 당장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유문성의 안색이 점점 더 잿빛으로 변했고, 그는 손가락으로 진도하의 얼굴을 향해 삿대질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도하도 그들의 이런 태도에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어 차가운 얼굴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유문성! 만약 계속 삿대질하면 그 손가락을 부러뜨릴 거야, 알겠어?”그 말에 유문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바로 손가락을 내렸고 비꼬는 얼굴로 손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에 대고 말했다. “이 유문성이 몇 년 만에 누구에게서 협박을 받아보네. 깜짝이야.”여기까지 말한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당신이 처음이네요. 유일한 한 명이에요. 젊은 친구, 언젠가 당신의 오만
이 사람들은 바로 임주란을 비롯한 강씨 집안 사람들이다.임주란이 맨 앞에서 걷고 있었고 그녀의 뒤에 아들 강재만이 있었다. 강재만의 뒤로 강고수와 강유진이 따르고 있었고 더 뒤에는 강씨 집안의 젊은 세대들이 줄지어 따라 오고 있었다.임주란은 진도하 앞까지 걸어와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흘끗 옆으로 그를 곁눈질로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강고수는 진도하 옆을 지날 때 그를 올려다보며 한마디 했다.“방천후는 비열한 수단이 많으니 조심해야 해요.”강고수가 진도하에게 선의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진도하는 이런 상황이 좀 의아하긴 했지만 강고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미리 말해줘서.”강고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강고수 옆에 있던 강유진은 차에서 내린 뒤 단 1초도 진도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진도하의 시선도 이 순간 강유진에게로 향했고 눈으로 그녀의 모든 행동 하나 옷가지 하나를 담고 있었다.강유진은 진도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옷을 입고 있었고 그 어떤 옷도 잘 소화하는 그녀는 오늘 따라 강인한 여자의 기질이 더 돋보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1분 동안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친 후 강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도하 씨, 조심하세요.”“걱정하지 마세요.”강유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진도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돌아섰다.“잠깐만요!” 순간 진도하가 소리쳤다.강유진은 그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음을 보였다. 아름다운 남녀의 모습은 마치 영화 한 장면 같았고 진도하도 강유진의 웃음에 같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진도하는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녀를 불렀지만 결국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삼켜버렸다.사실 진도하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유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그녀도 묻지 않
갑자기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방무성이야, 방무성이 왔어!”그의 목소리와 함께 모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방천후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한 줄기 그림자가 구름을 밟으며 다가왔다.이 사람이 바로 기주 제일의 고수이자 기주에서 처음으로 무성의 경지를 돌파한 무술 고수 방천후이다.그는 서미호의 한가운데에 서서 고개를 들고 오만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경기장 내부가 바로 들끓기 시작했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환영! 방무성! 환영! 방무성!”방천후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사람들은 계속 소리쳤다. “환영! 방무성!”이 목소리들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처럼 일치했고 방천후의 허영심을 더없이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방천후는 계속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서서 세상에서 제일 거만하고 기세등등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그러자 누군가가 목청을 돋우어 물었다.“방무성, 이번 결전에 자신이 있습니까?”그러자 방천후는 소리가 난 곳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그 사람은 방천후의 눈에 띄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금치 못하며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내 생각에 방무성이 무조건 이길 거예요.”그 말에 방천후는 가타부타 웃었다.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한둘씩 묻기 시작했다.“방무성 님, 지금 경지가 더 높아졌나요? 몇 수를 써서 진무성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습니까?”방천후는 다시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먼저 그 질문을 바로잡고 나서 대답할게요.”그 사람은 멍하니 방천후를 바라보며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방천후는 상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기주에는 단 한 명의 무성밖에 없어요. 그것은 바로 나 방천후뿐이에요.”이 말 한마디에는 상당히 패기가 넘쳐났고 장내는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했다.방천후는 계속 말했다. “이제 당신의 질문에
장내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다.모두가 숨죽이고 있었고 그들은 진도하와 방천후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 여전히 말이 없다.우르릉 쾅쾅!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얼마 뒤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하지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모두의 끓어오르는 열기는 식을 줄 몰랐고, 오히려 고조에 달했다.방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놈이 진짜 죽으러 찾아올 줄은 몰랐어. 허허...”진도하는 방천후의 말에 그저 무관심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다 한 줄기의 번개가 진도하의 등 뒤에 번쩍 내리꽂혔다.쾅!눈부신 불꽃을 튀기는 것이 마치 진도하의 기분을 예고하는 듯했다.방천후가 계속 말했다.“자네 진짜 내 상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 건가?”진도하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저 방천후를 깊게 새겨봤다.방천후가 이어서 말했다.“한 달 전 자네가 내 제자를 죽이고 내 투영을 부쉈다고 진짜 무적이 된 줄 아는가? 오늘 내 본체가 왔으니 자네는 그저 내 눈에 한 마리의 개미에 불과해. 자네를 죽이는 건 내게 식은 죽 먹기란 말이야!”진도하의 인내심은 방천후로 인해 바닥이 나버렸고 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심드렁하게 물었다.“할 말 다 했나?”방천후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내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만일 자네가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면 내 자네를 기꺼이 놔주겠어. 아니면 자네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나를 원망하지 마!”“어떻게 가만 놔두지 않을 건데?”진도하는 팔짱을 끼고 여유롭고 차분하게 방천후를 바라보았다.방천후는 대답하지 않고 체내의 기운을 끌어모아 공터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펑!기운과 땅바닥이 맞부딪히며 대량의 먼지가 일어 마치 뭉게구름 같은 형상을 띄며 피어올랐다가 다시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방천후는 기고만장해서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이게 자네의 무덤이 될걸세!”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가 들끓어 올랐다.유현빈이 제
만약 기운을 사용해 강제로 억누르지 않았다면 아마 이미 피를 뿜었을 수도 있다.생각을 마친 방천후는 전보다 많이 조심스러워졌다.진도하는 흥미롭게 방천후를 새겨보며 말했다.“이딴 실력으로 감히 나를 죽인다는 망발을 지껄이다니.”방천후는 입꼬리가 떨려오며 분노가 넘쳐흘렀다.진도하는 개의치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숨겨둔 실력이 더 있다면 마음껏 뽐내봐.”방천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체내의 모든 기운을 끌어모으고 격분하여 크게 소리쳤다.“기필코 죽고 싶다면 내 자네 소원을 이뤄주지!”이어서 방천후는 어딘가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죽어!”그는 진도하를 향해 검을 찔렀다.그러거나 말거나 진도하는 느긋하게 말했다.“어? 무기를 사용하시게? 그래봤자...”진도하는 뒤로 물러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 기운이 가득담긴 손가락으로 방천후의 검을 튕겨버렸다.그리고 방천후의 명치를 향해 발길을 뻗었다.방천후는 아연실색하며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진도하는 바람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그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고 구경 중이던 고수들마저 그저 진도하의 한줄기 잔상만 보일 뿐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나마 방천후는 진도하가 자신을 공격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미처 반응할 수 없었다.펑!이 발차기는 묵직하고 정확하게 방천후의 명치에 꽂혔다.방천후의 몸은 끊임없이 뒤로 날아갔다.그는 몹시 놀라며 강제로 기운을 사용해 자기 몸을 가누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뒤로 십여 발짝 가서야 멈췄다.푸!방천후가 몸을 가누는 순간, 한입 가득의 선혈을 뿜었다.자신이 피를 토해낸 사실에 방천후는 노발대발하며 입가의 피를 닦고 진도하를 향해 소리쳤다.“진도하, 넌 죽었어! 죽여 버리겠어!”진도하는 차분하게 방천후를 바라보았다.“그 무능한 외침 말고 다른 건 없나?”진도하의 비아냥거림에 기혈이 불안정해진 방천후는 또 한 번 피를 내뿜었다.그 순간 방천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그는 단약 한 알을 꺼내 집어
무한개의 기운으로 형성된 손바닥이 진도하의 앞에 일 초 동안 멈췄다가 다시 진도하를 향해 공격해 왔다.진도하의 옷깃에서 윙윙대는 소리가 울려댔다.하지만 그는 아무런 미동 없이 꿋꿋이 서 있었다. 심지어 눈빛조차 변함이 없었다.그 투명한 손바닥은 진도하의 몸에 닫은 후, 마치 가녀린 나뭇잎이 흐느적거리며 물에 떨어져 생기는 것만큼의 파동만 있을 뿐 진도하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그렇다고 방천후의 이 필살기가 대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진도하가 미리 체내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사용해 몸에 보호막을 쳐뒀기에 방천후의 공격이 간지럼을 태우는 수준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장내 모든 무술 고수가 이 광경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방천후의 명성을 떨친 필살기가 진도하 앞에서 아무런 작용도 못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만일 자신이었다면 아마 이 필살기를 맞고 온몸의 뼈가 다 으스러졌겠지?하지만... 진도하는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고 오히려 안마받을 때의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설마... 이게 바로 자신과 무성사이의 실력 차이란 말인가?그들은 이 순간 더 이상 감히 진도하를 얕볼 수 없었다.방천후는 이 무술 고수들보다 더 소스라치게 놀랐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자신은 이 필살기가 얼마나 강한지 똑똑히 알고 있다.아무리 무성이라고 한들 죽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만신창이로 만들 수 있었다.그러나 진도하는 아무렇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자신을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는다.이는 방천후로 하여금 분노가 최고조에 도달하게 했다.“너... 너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지?”진도하는 무관심하게 말했다.“겨우 이 정도 수준인가?”방천후는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아! 아! 아!”서미호 지역의 호수가 우르릉 소리를 냈다.모든 사람의 눈빛은 이 광경에 이끌렸다. 호숫물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십여 개의 물기둥을 만들고 공중에서 끊임없이 회전했다.방천후는 그중 한 개의 물기둥 위에
그는 하도 실망하여 원성을 쏟아냈다.유현빈은 그의 말을 듣고 일어서서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X발, 뭘안다고 떠들어! 방 고수는 그저 진도하를 시험해 보고 있을 뿐이야. 아직 진짜 실력은 보여 주지도 않았다고, 아니면 진작 그를 죽여버렸을 거라고!”그 사람은 유현빈이 나서서 야단치자 유씨 가문의 실력이 두려워 감히 말대꾸하지 못했지만 혼자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네. 무술 고수라면 다 알아볼 수 있는걸, 누가 진짜 강하고 누가 약한지.”다행히... 유현빈은 듣지 못했다. 만약 그가 들었다면 또 펄쩍 뛰며 아우성을 쳤을것이다....대결중인 두 사람은 외부에서 뭐라고 떠드는지 몰랐다.진도하는 승세를 타고 몰아치지 않고 오히려 방천후와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싸늘하게 방천후를 보며 말했다.“또 무슨 기술이 있으면 다 시도해 봐!”두 번의 실패로 방천후는 화가 치밀어 죽을 지경이였다. 그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진흙에서 뛰어나와 몸을 돌려 호숫가를 향해 달아갔다.진도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방천후를 지켜보며 급하게 공격하지 않았다.아무튼 방천후가 무슨 수단을 쓰든 진도하는 그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그가 방천후를 급하게 때려눕히지 않은 이유는 첫째로 방천후가 얼마나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나 보기 위함이었고, 둘째로 방천후가 처음으로 상대해 보는 강한 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강적을 상대하며 조금이나마 실전경험을 쌓고 싶었다.그 두 가지 이유로 진도하는 제일 빠른 속도로 그를 때려눕히지 않았다.방천후는 호숫가 근처로 달려간 후 글쎄 맨손으로 나무를 뽑아 올렸다.그 나무통의 직경은 반 미터 정도 되었지만, 그는 아주 가볍게 뽑아냈다.구경꾼들은 또 한 번 놀랐다.“이게 바로 무성경의 실력인가?”비록 그들도 무술 고수였지만 그들더러 나무를 뽑아 올리라고 한다면 그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방천후는 해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아주 가볍게 해냈다.방천후는 나무를 뽑아 올린 후 두 손으로 잡고 진도
두 손바닥에서 나오는 기운은 나무줄기에서 격렬하게 부딪혔다.쾅! 쾅! 쾅!한바탕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든 사람은 다치기라도 한 것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만 귀에서 맴돌았다.방천후는 힘들었는지 머리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기운을 이용하여 온 힘을 다해 손바닥을 내밀어 나무줄기를 사이에 두고 진도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반면 진도하는 아주 가뿐했다. 그는 손바닥을 내밀어 체내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끊임없이 나무줄기 속에 밀어 넣었고 방천후의 기운과 부딪혔다.진도하는 무심하게 방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또 무슨 재간이 있는지 빨리 보여줘! 내 인내심이 바닥이 나면 당신에게는 기회가 없어.”진도하의 도발에 방천후는 벌컥 화가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는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기운을 운용하고 있어서 사실상 입을 벌릴 수 없었다.바로 그때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줄기가 더 이상 신령스러운 기운과 기운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수없이 많은 가루가 공중에 흩어졌다.진도하는 민첩하게 방천후에게로 뛰어들어 손바닥으로 또 한 번 방천후의 명치를 쳤다.방천후가 반응했을 땐 진도하의 손바닥이 이미 단단하고도 거센 타격을 가한 뒤였다.“악!”방천후가 입으로 피를 뿜으며 뒤로 날려났다.이 손바닥에 진도하는 3할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사용했다. 방천후가 제 아무리 무성경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그는 도저히 강당할 수 없었고 막아낼 수도 없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방천후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땅바닥에 내팽개쳐지며 무수한 먼지가 일었다.장내가 발칵 뒤집혔다.“방천후가 죽은 건 아니겠죠?”누군가의 의혹이 제기됐다.“그럴 리가요. 그는 무성이라고요. 기주의 최고 고수인데 어찌 이리 쉽게 죽는다는 말입니까!”누군가는 반박했다.그러나 진도하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방천후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이때의 관심은 모두 방천후에게 쏠렸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건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닐 수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