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도착했을 때 임주란은 진도하를 흘끗 보며 말했다.“자네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주게. 우리는 자네를 환영하지 않는다네.”임주란이 떠난 뒤 모두가 강유진 주변에 모여들어 왁자지껄 떠들었고, 대부분 강유진더러 할머니의 말을 따르라는 충고였다.“유진 씨, 당신 할머니도 힘들 거예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할머니 혼자서 강씨 가문을 지탱하고 계시잖아요.”“비록 당신의 친할머니가 아니지만 당신을 푸대접하지는 않으셨잖아요? 무엇보다 그분은 우리 강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시잖아요. 더 이상 그분을 화나게 하지 마세요. 그분은 원래 몸이 성치 않으시잖아요.”강유진은 이러한 말들을 듣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마음은 몹시 무거워졌다....어떤 사람들은 강유진이 할머니 뜻에 따라야 한다고 하고 반대로 그녀의 뜻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강유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의 여자들이었다.그녀들은 강유진 주변에 모여 재잘재잘 떠들었다.“유진 언니, 제가 봤을 때 도하씨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게다가 젊은 나이에 무성경이라니 앞날이 창창하잖아요. 두 분이 함께라면 앞으로 행복이 가득할 거예요.”“맞아요. 제가 만약 유진 씨라면 저도 진 선생을 선택할 거예요! 진 선생은 바로 우리 눈앞에 있고 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 신비한 세가의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심지어 이름도 모르잖아요. 저라면 생각조차 안 할 거예요.”“그리고 유진 언니가 이 결혼을 거절해도 저희는 언니를 탓하지 않아요. 만약 반대로 저희라도 스스로 자기 행복을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이 젊은 여자들은 한데 모여 쉴 새 없이 떠들었고 고작 몇 마디 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강유진 대표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말은 어르신들을 노하게 했다. 어르신들은 젊은 여자들을 향해 소리쳤다.“너희가 뭘 안다고 시끄럽게 떠들어. 다들 썩 물러나!”그 젊은 여자들은 그제야 웃으며 비켜났다.강유진의 마음에는 따스한 온기가
강재용은 휴대폰 너머의 말을 듣고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그의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강유진은 그 질문은 뒤로하고 다시 물었다.“아빠, 아빠마저 내 행복을 버려야 강씨 가문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강재용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강유진이 계속해서 물었다.“아빠의 마음속에는 강씨 가문의 미래가 그렇게 중요해요?”이 세 가지 질문을 뒤로 강유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조용히 아버지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강재용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유진아, 어떤 일들은 아빠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그 말을 마치고 강재용은 잠시 멈춰있다가 이어서 말했다.“하지만 아빠가 너에게 이것만은 약속해. 절대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하지 않아.”강유진은 이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그럼, 왜 나더러 기주의 강 씨 본가에 머물러 있으라고 한 거예요?”강재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건 나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야. 만약 네가 기주에 있는 걸 원하지 않으면 당장 돌아와도 돼.”강유진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마침내 말했다.“아빠 뜻대로 기주에 있을게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행복을 버려가며 강씨 가문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겠단 말은 아니야!”말을 마친 강유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강재용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짓고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전화하는 내내 강재용 옆에 앉아있던 백 선생도 그들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강재용이 전화를 끊자마자 백 선생이 노심초사하며 물었다.“회장님, 진짜 작은 아가씨를 강 씨네 본가에 내버려 두고 삼 개월 뒤에 그 신비한 세가의 사람과 결혼시키려는 겁니까?”강재용은 고개를 절제절레 저으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이 사람아. 내가 어찌 내 딸의 행복을 강씨 가문의 미래와 바꾼단 말인가?”“그럼, 왜 아가씨를 기주의 본가에 내버려 두시는 겁니까?”백 선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명의상으로는 강
말을 마친 진도하는 잠시 멈췄다가 이어서 말했다.“이번에는 제가 남진 장군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요!”강유진은 진도하의 위로에 두 팔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쳐다보며 말했다.“저도 알아요. 누구도 저를 강요하지 못한다는 걸. 제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진도하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게 아니면 뭔데요?”강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제가 지금 걱정되는 건 한 달 뒤 도하씨가 방천후와 서미호 지역에서 겨룬다는 거예요.”진도하는 미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순간 조금 감동을 받은 진도하였다.강유진이 자기 앞에 닥친 혼란스러운 일들을 제쳐두고 글쎄 자기를 걱정하고 있었다니.그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대결은 방천후의 패배가 확실해요.”“그래도... 걱정된단 말이에요.”강유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록 그녀도 진도하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야 있지만 방천후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고 그는 이미 20년 전에 기주에서 제일가는 고수였고 지금은 20년이 지났으니 그의 실력은 더 무서워졌으리라.오늘 무술 고수대회에서 그들이 마주한 건 단지 방천후의 투영이었고 그것마저 엄청난 공포의 위력을 보여줬는데 만약 방천후 본인이 직접 나선다면 어떨까?진도하는 강유진의 걱정이 점점 더 쌓여 가는 것을 보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옆에 앉아있던 강유진이 말했다.“아니면 도하 씨도 이 한 달의 시간을 이용해 경지를 더 끌어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 경지가 말처럼 쉽게 끌어올려지는 줄 알아요?”강유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요? 진짜 아무것도 안 해볼 거예요?”강유진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진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유진 씨, 그만 걱정을 내려놔요. 방천후가 비록 무술 성자라지만 성자 사이의 실력도 천차만별이에요.”강유진의 눈에서 빛이 나더니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도하 씨의 뜻은 당
휴대폰 너머의 한준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의 흐느낌 소리는 더욱 빨라진 듯했다. 이로 인해 진도하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진도하는 참다못해 목청껏 소리쳤다.“한준우, 도대체 뭔데 울지만 말고 빨리 말하라고!”그는 한준우가 몹시 걱정되었다. 그의 기억 속에 이번이 두 번째로 한준우의 울음을 마주한 것이었다. 저번에 한 번은 바로 얼마 전 그가 한준우의 집에 방문했을 때였다.그 외에는 언제 한 번이라도 한준우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 너무 말썽을 부려 부모님께 호되게 맞았을 때에도 한준우는 절대 울지 않았었다.그는 지금 한준우가 왜 울고 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한준우가 여전히 말이 없자 진도하는 급하게 다그쳤다.“너 진짜 말 안 해? 안 하면 끊는다?”진도하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제야 한준우는 울음을 그치고 입을 열었다.“나... 나 실연당했어.”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그제야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는 한준우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당한 줄 알았더니 고작 실연당해서라니...그러나 진도하의 마음속에 실연은 작은 일 일지라도 한준우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일이었다.한준우는 흐느끼며 말했다.“내가 희정이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글쎄 걔가 다른 놈을 사랑한대.”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이 바보 같은 친구를 안타까워했다.자기의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 것을 알면서도 욕하기는커녕 다른 놈을 사랑해 버렸다니.사실 진도하는 이 일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준우에게 말할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었다. 예상 밖으로 그가 아직 기주에서 떠나기도 전에 한준우가 이미 저절로 알아 버렸다.진도하가 물었다.“어떻게 알았는데?”한준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며칠 전부터 희정이가 기주에 가서 무술 고수대회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거든. 그래서 내가 이번에 휴가를 내고 같이 가겠다고 했더니 걔가 글쎄 내가 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지 말라고 하는 거야. 지금까지 사귀며 한 번도 희정이
강유진도 같이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같이 갈래요.”진도하는 강유진을 거절하려 했지만, 그녀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만약 자신이 그녀더러 따라오지 말라고 한다면 그녀는 분명 기분 나빠하리라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진도하는 강유진에게 한준우를 도와줄 적절한 방법과 기회를 찾아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두 사람은 나란히 저택을 나와 차를 타고 한준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기주도 호텔에 도착한 후, 진도하는 주차를 하고 강유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호텔 문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길가에 앉아 자기 무릎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한준우를 보았다.“한준우?”진도하가 불렀다.한준우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향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왔어?”“그래.”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준우 옆에 앉아서 물었다.“밥은 먹었어?”그리고 한준우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말했다. “아직 안 먹었겠지? 우리도 아직 안 먹었으니까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준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둘이 가서 먹어. 난 지금 밥 먹을 기분이 아니야. 그냥 희정이가 빨리 나와서 나에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진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 생각엔 들을 가치도 없어. 유희정이 널 두고 이미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는 건 결국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잖아.”강유진도 위로했다.“맞아요. 준우 씨, 현실은 원래 가혹한 법이에요. 때로는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죠.”한준우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저도 알아요. 하지만 희정이에게 직접 들어보고 싶단 말이에요. 나한테 대체 왜 그랬는지.”진도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 유희정이 다른 자식을 선택했다면 아마 그 자식이 너 보다 돈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이 말을 할 때 진도하는 얼마 전에 한준우네 집 밑에서 본 유희정의 낯짝이 떠올라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한준우는 유희정을 감싸며 말했다.“아니야
유희정은 친근하게 중년 남자의 팔짱을 끼고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입구에서 중년 남자는 유희정의 얼굴에 입맞춤하고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진도하는 빨리 보라는 듯 한준우의 발을 툭툭 찼다. 한준우는 진도하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한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주차장 쪽을 바라보았고 유희정이 그 중년 남자와 친근하게 웃고 떠드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유희정!”한준우가 소리쳤다.유희정은 소리를 듣고 의아해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한준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다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물었다.“한준우, 여긴 어쩐 일이야?”한준우는 유희정과 1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선 채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유희정! 너 그놈이랑 무슨 사이야?”유희정은 여전히 중년 남자의 팔짱을 낀 채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 한 점 없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보면 몰라?”한준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유희정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너 대체 왜 그래?”유희정은 중년 남자의 팔을 내려놓고 자신의 팔짱을 끼며 한준우를 보며 되물었다.“네가 보기엔?”한준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유희정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물었다.“유희정, 나 엄청 노력했잖아. 아니야? 내가 도대체 너에게 못 해준 게 뭐야? 네가 나보고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시늉까지 했어. 네가 뭐가 갖고 싶다고 하면 난 최선을 다해 널 만족시켜 주려 했고,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왜 날 속였어? 왜 날 배신하고 다른 놈을 만나는 건데?”말을 마친 한준우의 눈시울에는 눈물이 고였고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만약 네가 다른 놈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만 해줬어도 난 더 이상 너에게 집착하지 않아. 그런데 왜 한마디 말도 없이 이러는 건데?”유희정은 팔짱을 낀 채 떳떳하게 말했다.“너 따위가 노력한다고 내가 쓰고 싶은 화
그는 유희정의 옆에 서 있는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놈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이미 결혼하지 않았겠어? 이놈이 너한테 진심일 거라 생각하는 거야?”유희정은 쌀쌀맞게 대답했다.“이 사람이 나에게 진심이든 아니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아무튼 너보다 백배, 천배는 나아!”말을 마친 유희정은 손에 있는 명품 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 명품 백 보여? 자그마치 천만 원이야. 네가 반년 동안 일해서 아껴 먹고 아껴 써야 살까 말까 하잖아? 그런데 이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사줬어.”한준우의 얼굴색은 어설프게 변했다.유희정이 한 말은 사실이다. 이 명품 백은 아마 그가 6개월 월급으로 아껴 먹고 아껴 써야 겨우 살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살 수 있다고 해도 그는 망설였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게 사랑이란 말인가?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한준우는 유희정을 보고 말했다.“이놈을 선택한 이유가 고작 이 명품 백 때문이야? 만약 이놈이 이미 결혼했다면?”유희정은 한준우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듯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결혼했으면 또 뭐? 그냥 나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된 거야!”한준우는 이 말을 듣자마자 뒷걸음치며 유희정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이건 도덕에 어긋나는 짓이잖아. 넌 그냥 불륜녀란 말이야!”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처음으로 심한 말을 내뱉었다.한준우는 줄곧 유희정을 참한 여자라고 생각해 왔었지만 이제야 그녀의 본모습을 보았고 둘의 가치관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유희정은 실소를 터뜨리며 한준우의 앞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툭툭 짚으며 말했다.“불륜녀면 뭐 어때? 내가 원해서 하는 건데!”“넌 정말 수치스럽지도 않아?”한준우는 두 번째로 심한 말을 내뱉었다.유희정은 포복절도하도록 웃으며 말했다.“수치스럽다고 내가? 하하. 그래 불륜녀가 될지언정 너랑은 절대 싫거든. 수치스럽다고 해도 그건 나보다 네가 더하지 않을까?”한준우는 믿어지지 않는 듯 유희정을 바라보며
그 사람은 바로 강유진이었다. 강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희정을 쳐다보며 말했다.“유희정, 당신 체면을 대체 어디 갖다 버렸어?”갑자기 뺨을 얻어맞은 유희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유진은 또 한 번 그녀의 따귀를 후려쳤다.유희정은 자기 뺨을 부여잡고 물었다.“넌 뭐야? 네가 뭔데 감히 날 때려!”강유진은 싸늘하게 말했다.“너 같은 년은 맞아도 싸!”그리고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따귀를 때리려 하였다.유희정은 재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가까스로 강유진의 날아드는 손을 피했다. 그녀는 한준우가 강유진을 들러리로 불러왔다고 생각했고 강유진의 뒤에 있는 진도하를 보고 나서는 확신했다. 바로 한준우가 그들을 불러 자신의 불륜 현장을 덮치려 한 것이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진도하를 지독하게 째려보며 말했다.“네가 한준우에게 일러바친 거야?”진도하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유희정을 한번 흘겨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진은 유희정이 역겨운 듯 말했다.“네가 이딴 더러운 짓거리를 하고도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준우 씨가 영원히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그녀는 유희정 같은 인간을 극도로 혐오한다. 솔로의 몸으로 이놈 저놈이랑 놀아나던지 할 것이지, 한준우랑 사귀고 있으면서 밖에서 딴 놈이랑 놀아나다니! 한준우를 얕잡아 보며 헐뜯는 걸 본 강유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유희정은 악에 받쳐 미간을 찌푸리고 소리쳤다.“오늘 일, 두고 봐! 너희들 절대 가만 안 둬!”강유진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유희정은 자신의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너희들, 내 옆에 사람이 누군지 알아?!”강유진은 마치 궁금하기라도 한 것처럼 능청스럽게 물었다.“이 분은 누구신데?”“이 사람...”유희정이 자랑스럽게 말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중년 남자는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유희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손을 내리고 불같이 화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