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할 말이 있는데, 3개월 후에 그 사람들이 우리 강씨 저택에 와서 혼담 얘기를 꺼낼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 이곳에 가만히 있어. 밖으로 나갈 생각하지 말고.”강유진은 깜짝 놀랐다.강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임주란을 바라보았다.“할머니, 저 시집 안 가요! 저는 제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저는 그 사람 얼굴도 못 봤고 심지어 성이 뭐고 이름이 뭔지도 몰라요!”그 말에 임주란이 크게 화를 냈다.“시집을 안 가? 설마 강씨 가문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너와 상관없다는 거야? 할아버지가 직접 하신 결정을 설마 어기려는 거야?”임주란의 이 한마디 한마디는 강유진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강유진은 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할머니가 말하는 강씨 가문의 미래 때문에 내 행복을 희생할 수 없어요. 그 사람들이 우리 강씨 가문에 좋은 미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들의 말에 따라야 하는 거예요?”임주란이 화가 난 얼굴로 되물었다.“그렇지 않으면?”“하지만… 저는 싫어요.”강유진은 단호한 눈빛으로 임주란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주란은 여전히 화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강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모든 일에서 반드시 강씨 집안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해. 그 누구도 예외는 아니야! 만약 이 사람도 싫고 저 사람도 싫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이 너처럼 이기적이면 강씨 가문에게 어떻게 미래가 있겠니?”강유진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임주란이 계속 말을 이었다.“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결혼은 이미 결정이 난 거야. 내키지 않으면 너의 아빠에게 한 번 여쭤봐. 너의 아빠가 강씨 가문의 이익 앞에서 거절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강유진은 그 말에 여전히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아빠는 아빠이고 저는 저예요. 아버지는 모든 것을 희생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저는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꿈을 위해 제 행복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대단하고 고상한 사
진도하는 사실 강유진의 집안일에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주란이 자신과 말할 때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절대 강유진이 혼자 감당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진도하는 곧바로 강유진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고 임주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누가 제가 한 달 안에 죽는다고 그래요? 그리고 또 누가 제가 유진 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 말을 하는 진도하의 패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강유진은 그 말을 듣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얼굴부터 목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러나 임주란의 귀에는 진도하가 그저 자신에게 도발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말들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었다.임주란은 그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날카롭게 진도하의 말을 받아쳤다.“비록 자네가 무술 성자라고 한들 방천후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난 똑똑히 알고 있거든. 방천후는 이미 십 년 전에 무술 성자의 경지에 이르렀고 지금은 그 중급 단계에 머물러 있단 걸 말일세.”말을 마친 임주란은 진도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자네는 기껏해야 이제 막 무술 성자의 경지를 돌파했을 뿐이야. 방천후의 투영을 이겼다고 해서 그와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하나 본데, 내가 똑바로 알려줄게. 자네는 아직 너무 젊어. 절대 방천후의 상대가 될 수 없어.”진도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그래요?”임주란은 마치 진도하의 말을 듣지 못한 듯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자네가 살고 싶다면 하루 빨리 기주를 떠나는 걸 권유하네. 한 달 뒤 서미호 지역에는 얼씬도 하지 말게. 아니면 결코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거야.”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만약 제가 한 달 뒤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유진 씨를 데려가도 될까요?”임주란은 마치 씨알머리 없는 농담을 들은 것 같았다.“허허... 자네 설마 진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말을 마친 임주란은 웃음을 싹 거두었다.“사실대로 알려줄게. 난 자네의 생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내가 해줄 수 있는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임주란은 진도하를 흘끗 보며 말했다.“자네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주게. 우리는 자네를 환영하지 않는다네.”임주란이 떠난 뒤 모두가 강유진 주변에 모여들어 왁자지껄 떠들었고, 대부분 강유진더러 할머니의 말을 따르라는 충고였다.“유진 씨, 당신 할머니도 힘들 거예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할머니 혼자서 강씨 가문을 지탱하고 계시잖아요.”“비록 당신의 친할머니가 아니지만 당신을 푸대접하지는 않으셨잖아요? 무엇보다 그분은 우리 강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시잖아요. 더 이상 그분을 화나게 하지 마세요. 그분은 원래 몸이 성치 않으시잖아요.”강유진은 이러한 말들을 듣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마음은 몹시 무거워졌다....어떤 사람들은 강유진이 할머니 뜻에 따라야 한다고 하고 반대로 그녀의 뜻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강유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의 여자들이었다.그녀들은 강유진 주변에 모여 재잘재잘 떠들었다.“유진 언니, 제가 봤을 때 도하씨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게다가 젊은 나이에 무성경이라니 앞날이 창창하잖아요. 두 분이 함께라면 앞으로 행복이 가득할 거예요.”“맞아요. 제가 만약 유진 씨라면 저도 진 선생을 선택할 거예요! 진 선생은 바로 우리 눈앞에 있고 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 신비한 세가의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심지어 이름도 모르잖아요. 저라면 생각조차 안 할 거예요.”“그리고 유진 언니가 이 결혼을 거절해도 저희는 언니를 탓하지 않아요. 만약 반대로 저희라도 스스로 자기 행복을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이 젊은 여자들은 한데 모여 쉴 새 없이 떠들었고 고작 몇 마디 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강유진 대표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말은 어르신들을 노하게 했다. 어르신들은 젊은 여자들을 향해 소리쳤다.“너희가 뭘 안다고 시끄럽게 떠들어. 다들 썩 물러나!”그 젊은 여자들은 그제야 웃으며 비켜났다.강유진의 마음에는 따스한 온기가
강재용은 휴대폰 너머의 말을 듣고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그의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강유진은 그 질문은 뒤로하고 다시 물었다.“아빠, 아빠마저 내 행복을 버려야 강씨 가문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강재용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강유진이 계속해서 물었다.“아빠의 마음속에는 강씨 가문의 미래가 그렇게 중요해요?”이 세 가지 질문을 뒤로 강유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조용히 아버지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강재용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유진아, 어떤 일들은 아빠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그 말을 마치고 강재용은 잠시 멈춰있다가 이어서 말했다.“하지만 아빠가 너에게 이것만은 약속해. 절대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하지 않아.”강유진은 이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그럼, 왜 나더러 기주의 강 씨 본가에 머물러 있으라고 한 거예요?”강재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건 나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야. 만약 네가 기주에 있는 걸 원하지 않으면 당장 돌아와도 돼.”강유진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마침내 말했다.“아빠 뜻대로 기주에 있을게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행복을 버려가며 강씨 가문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겠단 말은 아니야!”말을 마친 강유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강재용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짓고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전화하는 내내 강재용 옆에 앉아있던 백 선생도 그들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강재용이 전화를 끊자마자 백 선생이 노심초사하며 물었다.“회장님, 진짜 작은 아가씨를 강 씨네 본가에 내버려 두고 삼 개월 뒤에 그 신비한 세가의 사람과 결혼시키려는 겁니까?”강재용은 고개를 절제절레 저으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이 사람아. 내가 어찌 내 딸의 행복을 강씨 가문의 미래와 바꾼단 말인가?”“그럼, 왜 아가씨를 기주의 본가에 내버려 두시는 겁니까?”백 선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명의상으로는 강
말을 마친 진도하는 잠시 멈췄다가 이어서 말했다.“이번에는 제가 남진 장군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요!”강유진은 진도하의 위로에 두 팔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쳐다보며 말했다.“저도 알아요. 누구도 저를 강요하지 못한다는 걸. 제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진도하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게 아니면 뭔데요?”강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제가 지금 걱정되는 건 한 달 뒤 도하씨가 방천후와 서미호 지역에서 겨룬다는 거예요.”진도하는 미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순간 조금 감동을 받은 진도하였다.강유진이 자기 앞에 닥친 혼란스러운 일들을 제쳐두고 글쎄 자기를 걱정하고 있었다니.그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대결은 방천후의 패배가 확실해요.”“그래도... 걱정된단 말이에요.”강유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록 그녀도 진도하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야 있지만 방천후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고 그는 이미 20년 전에 기주에서 제일가는 고수였고 지금은 20년이 지났으니 그의 실력은 더 무서워졌으리라.오늘 무술 고수대회에서 그들이 마주한 건 단지 방천후의 투영이었고 그것마저 엄청난 공포의 위력을 보여줬는데 만약 방천후 본인이 직접 나선다면 어떨까?진도하는 강유진의 걱정이 점점 더 쌓여 가는 것을 보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옆에 앉아있던 강유진이 말했다.“아니면 도하 씨도 이 한 달의 시간을 이용해 경지를 더 끌어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 경지가 말처럼 쉽게 끌어올려지는 줄 알아요?”강유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요? 진짜 아무것도 안 해볼 거예요?”강유진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진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유진 씨, 그만 걱정을 내려놔요. 방천후가 비록 무술 성자라지만 성자 사이의 실력도 천차만별이에요.”강유진의 눈에서 빛이 나더니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도하 씨의 뜻은 당
휴대폰 너머의 한준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의 흐느낌 소리는 더욱 빨라진 듯했다. 이로 인해 진도하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진도하는 참다못해 목청껏 소리쳤다.“한준우, 도대체 뭔데 울지만 말고 빨리 말하라고!”그는 한준우가 몹시 걱정되었다. 그의 기억 속에 이번이 두 번째로 한준우의 울음을 마주한 것이었다. 저번에 한 번은 바로 얼마 전 그가 한준우의 집에 방문했을 때였다.그 외에는 언제 한 번이라도 한준우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 너무 말썽을 부려 부모님께 호되게 맞았을 때에도 한준우는 절대 울지 않았었다.그는 지금 한준우가 왜 울고 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한준우가 여전히 말이 없자 진도하는 급하게 다그쳤다.“너 진짜 말 안 해? 안 하면 끊는다?”진도하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제야 한준우는 울음을 그치고 입을 열었다.“나... 나 실연당했어.”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그제야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는 한준우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당한 줄 알았더니 고작 실연당해서라니...그러나 진도하의 마음속에 실연은 작은 일 일지라도 한준우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일이었다.한준우는 흐느끼며 말했다.“내가 희정이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글쎄 걔가 다른 놈을 사랑한대.”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이 바보 같은 친구를 안타까워했다.자기의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 것을 알면서도 욕하기는커녕 다른 놈을 사랑해 버렸다니.사실 진도하는 이 일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준우에게 말할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었다. 예상 밖으로 그가 아직 기주에서 떠나기도 전에 한준우가 이미 저절로 알아 버렸다.진도하가 물었다.“어떻게 알았는데?”한준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며칠 전부터 희정이가 기주에 가서 무술 고수대회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거든. 그래서 내가 이번에 휴가를 내고 같이 가겠다고 했더니 걔가 글쎄 내가 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지 말라고 하는 거야. 지금까지 사귀며 한 번도 희정이
강유진도 같이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같이 갈래요.”진도하는 강유진을 거절하려 했지만, 그녀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만약 자신이 그녀더러 따라오지 말라고 한다면 그녀는 분명 기분 나빠하리라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진도하는 강유진에게 한준우를 도와줄 적절한 방법과 기회를 찾아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두 사람은 나란히 저택을 나와 차를 타고 한준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기주도 호텔에 도착한 후, 진도하는 주차를 하고 강유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호텔 문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길가에 앉아 자기 무릎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한준우를 보았다.“한준우?”진도하가 불렀다.한준우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향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왔어?”“그래.”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준우 옆에 앉아서 물었다.“밥은 먹었어?”그리고 한준우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말했다. “아직 안 먹었겠지? 우리도 아직 안 먹었으니까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준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둘이 가서 먹어. 난 지금 밥 먹을 기분이 아니야. 그냥 희정이가 빨리 나와서 나에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진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 생각엔 들을 가치도 없어. 유희정이 널 두고 이미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는 건 결국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잖아.”강유진도 위로했다.“맞아요. 준우 씨, 현실은 원래 가혹한 법이에요. 때로는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죠.”한준우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저도 알아요. 하지만 희정이에게 직접 들어보고 싶단 말이에요. 나한테 대체 왜 그랬는지.”진도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 유희정이 다른 자식을 선택했다면 아마 그 자식이 너 보다 돈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이 말을 할 때 진도하는 얼마 전에 한준우네 집 밑에서 본 유희정의 낯짝이 떠올라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한준우는 유희정을 감싸며 말했다.“아니야
유희정은 친근하게 중년 남자의 팔짱을 끼고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입구에서 중년 남자는 유희정의 얼굴에 입맞춤하고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진도하는 빨리 보라는 듯 한준우의 발을 툭툭 찼다. 한준우는 진도하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한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주차장 쪽을 바라보았고 유희정이 그 중년 남자와 친근하게 웃고 떠드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유희정!”한준우가 소리쳤다.유희정은 소리를 듣고 의아해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한준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다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물었다.“한준우, 여긴 어쩐 일이야?”한준우는 유희정과 1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선 채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유희정! 너 그놈이랑 무슨 사이야?”유희정은 여전히 중년 남자의 팔짱을 낀 채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 한 점 없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보면 몰라?”한준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유희정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너 대체 왜 그래?”유희정은 중년 남자의 팔을 내려놓고 자신의 팔짱을 끼며 한준우를 보며 되물었다.“네가 보기엔?”한준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유희정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물었다.“유희정, 나 엄청 노력했잖아. 아니야? 내가 도대체 너에게 못 해준 게 뭐야? 네가 나보고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시늉까지 했어. 네가 뭐가 갖고 싶다고 하면 난 최선을 다해 널 만족시켜 주려 했고,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왜 날 속였어? 왜 날 배신하고 다른 놈을 만나는 건데?”말을 마친 한준우의 눈시울에는 눈물이 고였고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만약 네가 다른 놈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만 해줬어도 난 더 이상 너에게 집착하지 않아. 그런데 왜 한마디 말도 없이 이러는 건데?”유희정은 팔짱을 낀 채 떳떳하게 말했다.“너 따위가 노력한다고 내가 쓰고 싶은 화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