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 일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어!”현욱은 기범을 노려보았다.“부진석은 이미 유준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으니 또 어떻게 우리를 신경 쓰겠어??”기범은 의기소침해졌다.“그럼 어떡하라고? 며칠이나 지났는데, 우린 돌파구를 아예 찾지 못했잖아!”현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일단 하영 씨부터 만나야 할 것 같아.”“하영 씨를?” 기범은 이해하지 못했다.“어떻게?”“생각해 봐야지!”현욱이 말했다.“우리 지금 하영 씨를 구하려고만 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어. 문제는 하영 씨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렸으니까.”기범은 멍해졌다.“하영 씨가 부진석의 곁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현욱이 말했다.“너라면 복수하고 싶지 않겠어?”“그걸 말이라고!” 기범은 어이가 없었다.현욱은 기범을 응시했다.“그러니까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영 씨를 배합해야 한다는 거야. 하영 씨가 부진석의 곁에 남는다면, 꼭 부진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럼 우리가 여기서 죽어라 방법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이렇게 말하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것 같아.”기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현욱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맞다, 소희원이 있잖아!”기범은 멍하니 현욱을 바라보았다. “뭐?”현욱은 무척 후회했다.“왜 진작에 소희원을 찾지 않았지! 소희원이라면 우리가 하영 씨와 연락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어!”“부진석에 의해 갇히지 않은 거야?”“아니.” 현욱이 대답했다.“소진호 아저씨는 부진석이 아이들과 아주머니만 가뒀다고 했어.”“그럼 너한테 소희원의 연락처는 있는 거야?” 기범은 흥분했다.“빨리 연락해 봐!”“일단 아저씨에게 연락해 볼게!”몇 분 후, 현욱은 소희원의 전화를 알아냈다.번호를 누른 후, 소희원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현욱은 얼른 입을 열었다.“소희원?”소희원은 멍해졌다. “당신은... 현욱 오빠?”“응.” 현욱이 말했다
소희원이 대답했다.“그래요, 알았어요.”기범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희원아, 그럼 너 지금 뭐 하고 있어?”소희원은 생각해 보았다.“난 계속 부진석을 미행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날 발견하지 못했으니까.”“그래.” 기범이 말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나와 현욱에게 연락해. 우리가 도와줄게.”소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범과 연락처를 교환한 다음 아파트를 떠났다.그날 오후, 소희원은 하영에게 몰래 휴대전화를 가져다주었다.핸드폰을 받은 순간, 하영은 멍하니 소희원을 바라보았다.소희원이 말했다.“현욱 오빠와 기범 오빠가 연락하고 싶어서 그래요. 이 휴대전화는 들키지 않도록 잘 숨겨둬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희원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는데.”소희원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말해요, 난 너무 오래 머물 수 없어요.”“캐리의 시체는...” 하영의 눈빛에는 고통이 서려 있었다.소희원은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아빠가 이미 뒷일을 잘 처리하셨으니 안심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삼촌도 수고가 참 많으셔.”“언니가 죽으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고생을 하지 않을 거예요.”소희원이 중얼거리며 말했다.“핸드폰에 내 연락처도 있어요. 다음으로 난 계속 부진석을 미행할 거니까 무슨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요.”하영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직 한마디밖에 하지 못했다.“항상 조심하고.”소희원은 멈칫하더니 얼굴이 따라서 빨개졌다.“병,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이 지금 누굴 걱정하는 거예요!”말을 마치자, 소희원은 어색하게 몸을 돌려 떠났다.소희원은 비록 겉으론 도도해 보이고 성격이 까다롭지만 마음은 여전히 매우 착했다.그렇지 않으면 매번 위험을 무릅쓰고 하영을 보러 올 리가 없었다.소희원이 떠난 후, 하영은 이불 속에 숨어 현욱의 번호에 문자를 보냈다.[강하영이에요.]한편, 현욱은 가장 먼저 문자를 확인했다.하영이 자신에게 연락하는 것을 보고 그는 얼
[세준아, 엄마야.]밥을 먹고 있던 세준은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냈는데, 낯선 번호로 온 문자인 것을 보고 얼른 클릭했다.그리고 문자 내용을 보자, 세준이 손에 든 젓가락은 툭 하고 탁자 위에 떨어졌다.이 소리는 희민의 시선을 끌었다.“왜 그래, 세준아?”세준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경호원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냥 뉴스 하나를 봤을 뿐이야.”희민은 영문을 몰랐다. 정말 뉴스를 봤다면 세준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희민은 세준이 지금 말하기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세준은 작은 손을 떨며 하영의 문자에 답장했다.[엄마... 몸은 좀 괜찮아요?!]답장을 받자, 하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괜찮아. 세준아, 너희들은 어때?][우리는 이미 진외할머니 집에 있어요. 핸드폰도 우리에게 돌려주었지만, 전에 쓰던 핸드폰에 감시 앱이 있을 것 같아서 몰래 새 것으로 바꿨어요.][응,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 그 사람들은 너희들을 다치게 한 적 없어?][아니요, 그냥 많은 경호원들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어요. 엄마, 앞으로 더 이상 자살하지 마세요.]하영은 가슴이 조여왔다. 그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미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큰 상처를 입혔다.하영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답장했다.[미안해. 멍청한 엄마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 많아.][괜찮아요, 엄마. 엄마만 무사하면 우리도 이제 안심할 수 있어요. 나와 희민이는 이미 이모에게 연락해서 컴퓨터를 준비해달라고 했어요.][우린 가능한 한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부진석 아저씨의 범죄 증거를 찾고, 엄마를 구해낼 거예요!][이 일은 그리 쉽지 않으니 너무 경솔하게 움직이지 마.]세준은 또 어떻게 경솔하게 움직일 수 있겠는가?세준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직 진석의 손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하고 또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그러나 하영이 이렇게 말한 이상, 세준도 반박
진석은 앞에 가득 쌓여 있는 서류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이튿날에 불과했지만 해약 계약서는 이미 십여 건에 달했다.‘정유준은 참 좋은 파트너들을 만났군!’진석이 말했다.“앞으로 이런 서류는 더 이상 가져다줄 필요 없어. 그들더러 직접 배상하라고 하면 되니까!”“그들은 배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시원이 귀띔했다.“그들은 심지어 부 대표님께서 돈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정 대표님과 계약을 했을 뿐, 부 대표님과 계약을 한 것이 아니니까요. 계약 기간 동안 그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함부로 갑측을 변경하면, 그들은 계약 위반으로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진석은 서류를 쳐다보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는 앞에 있는 서류를 받더니 한 번 훑어보았다.그리고 단번에 배씨 가문에서 온 계약 종료 계약서를 보았다.진석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이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군!’‘김제에서의 내 지위를 확고히 하려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아.’진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가면 MK는 짧은 시간으로 망할 것이다.‘김제에서 명문 가문에 배경이 있는 여자를 찾아 내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할 것 같은데.’김제에서 정씨 가문, 배씨 가문과 소씨 가문을 제외하면, 그 다음이 바로 주씨 가문이었다.‘주씨 가문... 그리고 배현욱...’생각하면서 진석은 표정이 점차 풀렸다.‘이제 주씨 가문을 좀 도와줘야지.’사흘 후.진석은 병원에 가서 하영을 데리고 퇴원했다.하영은 휠체어에 앉았고, 진석은 뒤에서 천천히 그녀를 밀며 병원을 나섰다.병원 입구에는 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는데, 그 광경에 하영은 한동안 멍해졌다.‘만약 부진석이 내 뒤에 있지 않았다면... 유준 씨가 돌아온 줄 알았네.’‘그 남자도 많은 경호원을 데리고 나가서 일 처리를 했지.’하영은 가슴이 시큰해지더니 은은하게 아팠고, 눈을 들어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지금 아직 살아있는 거 맞죠?’‘당신은 그
하영은 하얗게 질린 입술을 떨었다.“언제 적 일이죠?”남자가 말했다.“꽤 오래됐습니다. 정 대표님은 저희에게 가능한 한 빨리 완공하라고 하셔서 제 밑의 직원들은 모두 밤낮없이 일을 했습니다.”하영은 문득 유준에게 불만을 늘어놓은 그날을 떠올렸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사 오길래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거죠?”“이 별장의 주인은 틀림없이 무슨 괴벽이 있을 거예요.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밤낮 가리지 않고 돌아치게 하다니.”‘그때 유준 씨의 표정은 어땠지?’‘난 왜 잘 관찰하지 않았을까?’바람이 스치자, 하영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떨어졌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남은 비용을 지불할 테니, 열쇠를 나에게 줘요.”남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아가씨!”“감사할 필요 없어요.”하영은 진석을 바라보았다.“내 핸드폰 돌려줘요.”진석은 고개를 돌려 경호원을 바라보았고, 경호원은 즉시 휴대전화를 하영에게 돌려주었다.하영은 잔금을 지불한 다음, 남자의 열쇠를 받았다.남자가 떠난 후, 하영은 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들어가서 한 번 보고 싶은데, 시간 좀 줘요.”진석이 대답했다.“응.”하영은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하영은 문에 달린 자물쇠를 바라보았다.하영은 손을 내밀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일을 입력했고, ‘틱’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하영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꾹 참고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아늑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1층은 모든 방이 뚫려 커다란 거실로 되었고, 거실 구석에는 세희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딱 맞는 소파와 장식품이 놓여 있었다.하영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세희가 기뻐해 하며 세준과 희민의 손을 잡고 거실에서 놀고 있는 화면이 떠올랐다.그리고 그녀는 유준과 소파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을 보고 있었다.아름답던 이 모든 것은 지금 모두 허사가 되었다.심장에서 강렬하고 따끔한
잠시 바라보다 하영의 시선은 거즈로 감싼 앨리의 왼손에 떨어졌다.심지어 피까지 나고 있었다.잠시 후, 하영은 시선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하영아.”이때 진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차갑게 진석을 바라보며 그가 계속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앞으로 난 앨리를 이 별장에 남겨둘 거야. 그리고 가정부를 찾아 네 일상을 돌보게 할 것이고.”하영은 차갑게 웃으며 진석을 바라보았다.“날 언제까지 가둘 예정이죠?”“널 가둘 생각 없어.”진석이 말했다.“나가고 싶다면 앨리랑 같이 나가.”“날 감시하는 거예요?” 하영은 코웃음을 쳤다.“당신에게 있어 내가 범인과 별 차이가 없을 줄은 몰랐네요.”“아니야, 난 단지 네 안전을 고려하고 있을 뿐이야.”“날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사람은 이 말을 할 자격이 없어요!”말을 마치자, 하영은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방으로 돌아온 하영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그것은 오직 유준에게서 나는 특별한 향기였다.옷방에 들어가니, 유준의 옷은 여전히 가득 걸려 있었다.하영은 유준의 옷을 가볍게 만지며 천천히 스쳤다.‘유준 씨는 꼭 돌아올 수 있을 거야!’잠시 후, 하영은 침실을 나섰다.그리고 맞은편의 방을 보며 하영의 눈 밑에는 슬픔이 묻어났다.캐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배웅하지 못했다. 내일, 하영은 산소에 가서 캐리를 보고 싶었다.생각하던 중, 하영은 문을 밀고 들어가려 했는데, 계단에서 두 사람이 낮은 소리로 대화하는 것이 들려왔다.“선생님, 이미 수속을 다 밟았으니, 내일이면 주민 아가씨가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경호원의 말에 하영은 순식간에 몸이 굳어졌다.‘내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방금 경호원은 분명 주민이라고 했어!’‘부진석은 지금 주민을 꺼낼 작정인가? 왜?!’‘인나는 부진석을 다치게 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지금 인나까지 괴롭히려는 건가?!’하영은 참지 못하고 화가 난 채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러나 계단을
하영이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진석은 별장을 나가려던 참이었다.“잠깐만요.” 하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진석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진석의 부드럽고 잘생긴 얼굴이 하영의 눈에 들어왔다.순간, 하영은 멍해졌다.마치 두 사람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그들은 비밀이 없는 절친이었다.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일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하영은 손을 꼭 쥐었다.“왜 주민을 구하려는 거죠?”진석은 몸을 돌려 하영을 마주했다.“하영아, 나도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주민은 인나로 하여금 에이즈에 걸리게 한 범인이에요! 왜 굳이 인나에게 고통을 주려는 거죠?!”“하영아.” 진석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일일이 신경 쓸 순 없어. 난 단지 나에게 유리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야.”하영은 차갑게 비꼬았다.“그럼 당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것은, 내가 당신에게 아직 쓸모가 있단 말인가요?”진석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실 이 문제에 대해 그도 잘 몰랐다.그렇게 진석은 하영에게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서 별장을 떠났다.방으로 돌아온 하영은 현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하영의 문자를 보자, 현욱은 화병으로 죽을 뻔했다.그는 바로 하영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기범은 얼른 말렸다.“너 미쳤어? 하영 씨에게 전화를 하다니?” 기범이 다급하게 말렸다.현욱은 눈빛에서 분노가 묻어났다.“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야지! 주민 나오면 안 돼! 절대로 안 돼!”“네가 못 나오게 한다고 주민이 못 나오는 거야?”기범은 계속했다.“부진석은 경찰서 쪽에 사람이 있을 거야. 그래서 이렇게 쉽게 주민을 꺼낼 수 있는 거라고! 만약 정말 주민을 나오게 하고 싶지 않다면, 전에 유준이 시킨 대로 해!”현욱은 멈칫하더니 기범을 바라보았다.“우리 부모님을 찾아가라고?”기범은 고개를 끄덕였다.“주민이 아직 나오지 못한 틈을 타서 빨리 네 아버지
배정일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헛소리가 아니에요!” 현욱은 진지하게 말했다.“저 때문이 아니었다면 인나 씨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한다면, 저는 인나 씨를 버릴 수 없어요!”배정일은 엄숙하게 현욱을 쳐다보았다.“계속 고집을 부리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잘 알고 있는 거야?”“만약 몰랐다면 오늘 아버지를 찾아와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았겠죠!”현욱이 말했다.배정일은 실망한 표정으로 현욱을 바라보았다.“여자 하나 때문에 건강한 사람에서 에이즈 환자로 되겠다는 거야?”“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동고동락할 수 있는 법이죠!”현욱이 정중하게 말했다.“넌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아인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여기까지 말하자 현욱은 침묵했다.이를 본 배정일은 차갑게 웃었다.“그 아인 너보단 낫군!”“그럼 나도 매정하게 굴면 안 되잖아요!”현욱이 말했다.“저와 다시 만날지는 인나 씨가 결정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결코 인나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서, 그 아이로 하여금 평생 죄책감을 느끼게 할 작정이야?”이 말을 듣고 옆에 앉아 있던 기범이 멍해졌다.이 말을 반박할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그리고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기범은 표정이 굳어진 현욱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이제 끝났어...’배정일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았다.“현욱아, 그 아인 떠난 지 꽤 됐지?”현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정일은 계속해서 말했다.“그 아이의 용기와 결심에 탄복하는군. 설사 너 때문에 주민이 자신에게 그런 일을 했다 하더라도, 그 아인 종래로 널 끌어들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 너도 그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현욱은 주먹을 꽉 쥐며 화제를 돌렸다.“오늘은 단지 주민의 일로 찾아왔을 뿐이에요!”“주씨 가문과 맞서고 싶은 거야?” 배정일이 물었다. “주씨 가문이 김제에서의 지위를 알기나 하고?”“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