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이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진석은 별장을 나가려던 참이었다.“잠깐만요.” 하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진석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진석의 부드럽고 잘생긴 얼굴이 하영의 눈에 들어왔다.순간, 하영은 멍해졌다.마치 두 사람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그들은 비밀이 없는 절친이었다.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일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하영은 손을 꼭 쥐었다.“왜 주민을 구하려는 거죠?”진석은 몸을 돌려 하영을 마주했다.“하영아, 나도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주민은 인나로 하여금 에이즈에 걸리게 한 범인이에요! 왜 굳이 인나에게 고통을 주려는 거죠?!”“하영아.” 진석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일일이 신경 쓸 순 없어. 난 단지 나에게 유리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야.”하영은 차갑게 비꼬았다.“그럼 당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것은, 내가 당신에게 아직 쓸모가 있단 말인가요?”진석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실 이 문제에 대해 그도 잘 몰랐다.그렇게 진석은 하영에게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서 별장을 떠났다.방으로 돌아온 하영은 현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하영의 문자를 보자, 현욱은 화병으로 죽을 뻔했다.그는 바로 하영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기범은 얼른 말렸다.“너 미쳤어? 하영 씨에게 전화를 하다니?” 기범이 다급하게 말렸다.현욱은 눈빛에서 분노가 묻어났다.“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야지! 주민 나오면 안 돼! 절대로 안 돼!”“네가 못 나오게 한다고 주민이 못 나오는 거야?”기범은 계속했다.“부진석은 경찰서 쪽에 사람이 있을 거야. 그래서 이렇게 쉽게 주민을 꺼낼 수 있는 거라고! 만약 정말 주민을 나오게 하고 싶지 않다면, 전에 유준이 시킨 대로 해!”현욱은 멈칫하더니 기범을 바라보았다.“우리 부모님을 찾아가라고?”기범은 고개를 끄덕였다.“주민이 아직 나오지 못한 틈을 타서 빨리 네 아버지
배정일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헛소리가 아니에요!” 현욱은 진지하게 말했다.“저 때문이 아니었다면 인나 씨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한다면, 저는 인나 씨를 버릴 수 없어요!”배정일은 엄숙하게 현욱을 쳐다보았다.“계속 고집을 부리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잘 알고 있는 거야?”“만약 몰랐다면 오늘 아버지를 찾아와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았겠죠!”현욱이 말했다.배정일은 실망한 표정으로 현욱을 바라보았다.“여자 하나 때문에 건강한 사람에서 에이즈 환자로 되겠다는 거야?”“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동고동락할 수 있는 법이죠!”현욱이 정중하게 말했다.“넌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아인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여기까지 말하자 현욱은 침묵했다.이를 본 배정일은 차갑게 웃었다.“그 아인 너보단 낫군!”“그럼 나도 매정하게 굴면 안 되잖아요!”현욱이 말했다.“저와 다시 만날지는 인나 씨가 결정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결코 인나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서, 그 아이로 하여금 평생 죄책감을 느끼게 할 작정이야?”이 말을 듣고 옆에 앉아 있던 기범이 멍해졌다.이 말을 반박할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그리고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기범은 표정이 굳어진 현욱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이제 끝났어...’배정일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았다.“현욱아, 그 아인 떠난 지 꽤 됐지?”현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정일은 계속해서 말했다.“그 아이의 용기와 결심에 탄복하는군. 설사 너 때문에 주민이 자신에게 그런 일을 했다 하더라도, 그 아인 종래로 널 끌어들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 너도 그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현욱은 주먹을 꽉 쥐며 화제를 돌렸다.“오늘은 단지 주민의 일로 찾아왔을 뿐이에요!”“주씨 가문과 맞서고 싶은 거야?” 배정일이 물었다. “주씨 가문이 김제에서의 지위를 알기나 하고?”“잘
“주씨 가문이 만약 부진석을 도와주려 한다면, 난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현욱은 노발대발했다.“넌 확실히 끼어들 수 없어.” 기범은 한숨을 쉬었다.“그게 무슨 뜻이야?”“넌 어떻게 할 건데?” 기범은 현욱에게 되물었다.“그들이 만약 부진석과 손을 잡는다면, 난 주씨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겠어!”현욱이 말했다.“그거 잊지 마. 난 아직 주민이 한 그 더러운 짓을 공개하지 않았잖아!”“안심해, 주씨 가문은 틀림없이 그 영향을 받지 않을 거야.”“왜?” 현욱은 안달이 났다.“주민은 그 집안의 손녀잖아!”“너 벌써 깜박한 거야? 주민은 잡혀가기 전에 주씨 가문과 관계를 끊겠다고 했잖아. 네가 이 사실을 내놓으면, 주씨 가문이 정말 영향을 받을 것 같아?”“그럼 부진석은 또 어떻게 주씨 가문을 이용하려는 거지??”기범의 표정은 무거워졌다.“사람 속을 모르니까.”“주씨 가문이 설령 주민과 선을 그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주민을 봐서 부진석을 도와줄 수 있다, 이거야?”“맞아!” 기범은 고개를 끄덕였다.“주민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잖아!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지! 그들은 부진석에게 잘해주면 부진석이 주민에게 잘해줄 수 있다는 이치를 모르진 않을 거야!”여기까지 말하자, 기범과 현욱은 갑자기 눈을 마주쳤다.“헐!!”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부진석 지금 주민과 결혼하려는 거야!!”기범은 몸을 떨었다.“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현욱아, 주민은 부진석의 손을 빌려 너한테 복수를 할지도 몰라!!”“난 아직 분풀이를 다 하지 못했는데, 주민이 무슨 면목으로 날 찾아와?!”현욱은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렸다.“왜 면목이 없겠어?” 기범이 말했다.“넌 주민을 그렇게 매정하게 대했으니, 주민은 그 때문에 원한을 품을 수도 있잖아?”현욱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할 것만 같았다.“인나 씨에게 말할지는 네가 결정해.” 기범은 쯧쯧 소리를 냈다.“먼저 주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부터 생각하자
현욱이 말했다.“알았어. 인나 씨랑 상의해 볼게.”“음.”아파트로 돌아온 현욱은 한참 고민한 후에야 인나에게 문자를 보냈다.[바빠요?]잠시 후, 인나가 답장했다.[아니요. 무슨 일 있어요?][응, 부진석이 곧 주민을 감옥에서 꺼낼 거예요.]이 문자를 본 인나는 멍해졌다.씁쓸함과 분노가 마음속에 뒤엉켰고, 더 이상 문자를 보낼 마음이 없는 인나는 직접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욱은 바로 받았다.인나는 엄숙하게 물었다.“이 일을 어떻게 안 거예요?”“하영 씨가 말해줬어요. 인나 씨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해요?”“만약에!” 인나는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만약에 부진석이 정말 주민을 석방했다면, 난 절대로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현욱은 잠시 침묵한 뒤, 기범이 한 말을 인나에게 말했다.“인나 씨, 난 당신을 보호할 수 있지만, 의외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지금은 오직 여론만이 인나 씨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요.”“그럼 자폭해요!”인나가 말했다.“어차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난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없어요! 주민이 대가를 치르기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 부진석도!”현욱은 눈동자를 굴렸다.“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어서.”“아니요, 현욱 씨가 주민을 감옥에 잡아넣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거 나도 알아요.”“그리고 이 일도 나 자신이 조심스럽지 못한 탓이에요.”현욱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만약 부진석이 주민과 결혼을 한다면, 부진석은 절대로 인나 씨가 주민을 상대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거예요.”“그렇다고 날 죽이겠어요?!”인나가 말했다.“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데, 김제에서 자리를 잡고 싶으면 부진석은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거예요!”“그럼 돌아오기로 결정한 거예요?”“나는 돌아갈 거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주민에게 복수하려면 계획을 짜야 하는데, 지금은 그 계기를 찾아야 해요. 특히 복수를 하려면 침착하게 움직여야 하죠.”현
하영은 멈칫했다.‘그래, 캐리는 외국인이었으니 또 어떻게 여기에 매장될 수 있겠어.’캐리를 찾아갈 수가 없자, 하영은 씁쓸하게 말했다.“그럼 제사상 차릴 수 있게 물건 좀 준비해 줘.”앨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동안 그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옆에 있던 아주머니는 이를 알아듣고 얼른 설명했다.“이건 우리나라의 풍속이에요.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편하게 저승으로 갔으면 해서 이렇게 제사를 지내는 거죠.”“이런 무의미한 짓을 하다니, 정말 지루하군!”앨리는 독일어로 투덜댔다.하영은 비록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앨리의 말투에서 그녀가 이런 일을 아주 거들떠보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한 가지 더.”하영이 입을 열었다.“한 번에 다 말하면 안 돼요?” 앨리는 짜증이 났다.“부진석에게 전해. 나 회사에 돌아가고 싶으니 내 핸드폰 돌려달라고.”앨리는 하영을 잠시 쳐다본 후, 다시 진석에게 보고했다.다만 앨리가 전화를 걸자마자, 정원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진석의 차인 것을 보고, 앨리는 전화를 끊고 마중하러 나갔다.곧 두 사람은 별장에 들어왔다.하영은 이미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진석은 하영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 부드럽게 물었다.“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벌써 회사에 가려고?”하영은 진석을 보지도 않고 어두운 텔레비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음.”“며칠 더 쉬지 그래.”하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회사 부사장은 이미 죽었고, 사장인 난 또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회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하영의 차가운 옆모습을 보며 진석이 입을 열었다.“너에게 더 좋은 파트너를 찾아줄 수 있어.”“필요 없어요!”하영은 진석의 말을 끊으며 그를 바라보았다.“내 회사의 그 어떤 일도 간섭할 생각하지 마요!”“굳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상, 나도 너무 간섭하지 않을게.”진석이 말했다.“하지만 이틀만 더 쉬고 있어. 그리고 앨리 데리고
[회사 쪽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 모두 원래의 계획대로 일을 잘 하고 있고, 분기 보고서는 직접 회사에 오셔서 확인하시면 됩니다.][부사장님이 이렇게 떠나서 정말 안타깝지만, 사장님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소정은 또 사진 한 장을 보냈다. 그것은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캐리의 사무실에 흰 국화를 놓은 사진이었다.이 사진을 보자, 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눈물이 휴대전화에 떨어지자, 하영은 가볍게 닦은 후, 소정에게 답장했다.[떠나지 않고 기다려 줘서 고마워. 나 내일 회사로 나올 거야.]하영은 이 문자를 회사의 단톡방에도 보냈다.순간, 직원들은 난리도 아니었다.[사장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실검 보고 깜짝 놀랐어요!][사장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사장님, 이번 달 매출량이 또 최고점을 찍었어요! 지금 사장님과 함께 축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그들이 관심이 담긴 문자를 보면서 하영은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그들은 마치 미리 상의한 것처럼 그 누구도 하영의 슬픔을 들추어내지 않았다.단톡방에서 나온 하영은 계속 가른 문자를 확인했다.인나의 문자가 나타났다.문자는 많지만 모두 며칠 전에 보낸 것이었다.인나는 거의 몇 시간에 한 번 씩 문자를 보냈는데, 하영의 기분과 몸 상태에 대해 물어보았다.하영은 지금 바로 인나에게 답장하고 싶었지만, 이 휴대폰에는 틀림없이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일을 대비해서 하영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계속 아래로 뒤져보자, 하영은 자신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세 글자를 발견했다- 유준 씨.하영은 숨이 멎은 채 유준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유준의 문자는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온갖 감정과 하영을 향한 죄책감을 포함하고 있었다.[하영아, 약혼식에 나타날 수 없어서 미안. 돌아가면 꼭 보상해 줄게.][너 지금 화가 많이 난 데다 나 때문에 엄청난 실망을 느꼈다는 거 다 알아. 기분 좀 좋아지면 바로 나에게 답장해줘.][예준이 그러던데, 너 입원했다며? 괜히 자신의 몸
“사장님!” 프런트가 소리쳤다.“드디어 돌아오셨군요!”하영은 프런트를 향해 방긋 웃었다.“응, 그래.”프런트는 흥분해하며 카드를 들고 하영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프런트는 하영을 바라보았다.“사장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관심해 줘서 고마워.” 하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거의 다 회복됐어.”“그럼 다행이네요.”말을 마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어서 들어가세요, 사장님.”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앨리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간 다음, 층수를 눌렀다.위층.하영이 돌아왔단 통지를 받은 소정은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옷을 정리하며 점점 올라오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땡-”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소정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웃음을 지었다.문이 열리자, 소정은 바로 외쳤다.“사장님, 돌아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말을 하면서 소정은 멍하니 하영 뒤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하영은 엘리베이터를 나와 소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내가 어제 말했잖아. 마중 나올 필요 없다고”소정은 시선을 돌려 하영의 곁을 따라갔다.“참을 수가 있어야죠. 정말 오랫동안 사장님을 보지 못했잖아요.”“참, 통지했어? 이따가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열 건데.”소정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준비됐어요.”사무실 앞으로 걸어가자, 소정은 얼른 문을 밀었다.하영이 들어가자, 앨리도 따라 들어가려 했다.소정은 얼른 그녀를 불렀다.“여기는 사장님 사무실이라서 허락 없인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어요.”하영은 고개를 돌려 소정을 바라보았다.앨리는 차갑게 소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비켜요.”“그건 안 돼요. 사장님이 동의하지 않는 한, 당신은 들어갈 수 없어요.”앨리는 하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하영은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오히려 소정에게 말했다.“잘했어. 쓸데없는 사람 들여보내지 마.”하영의 지지를 받자, 소정은 턱을 살짝 치켜들
‘하긴, 유준 씨는 전에 김제에서 위세를 떨쳤으니 엄청난 인맥을 가지고 있지. 이 거대한 실력을 부진석이 어떻게 단숨에 삼켜버릴 수가 있겠어?’‘그 남자는 지위를 확고히 하려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것 외에 전혀 다른 방법이 없어.’하영은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인나가 이 일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기 어려웠다.아파트에서.이 기사를 본 현욱은 가장 먼저 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인나가 받았다.현욱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인나 씨, 부진석과 주민이 약혼했어요.”인나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끼리끼리 모인 다는 게 정말 사실이었군요.”인나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현욱은 여전히 그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현욱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인나를 불렀다.“인나 씨...”“난 괜찮아요.”인나가 말했다.“현욱 씨, 하영의 새 번호 좀 알려줘요.”현욱은 즉시 하영의 번호를 인나에게 보냈다.“이미 문자로 보냈어요. 또 뭐 필요한 거 없어요?”현욱이 물었다.인나는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일단 주민부터 감시해요! 나 먼저 끊을게요. 하영이 찾아서 얘기할 게 좀 있거든요.”“그래요.”인나는 전화를 끊은 후, 가장 먼저 하영에게 문자를 보냈다.댓글을 보고 있던 하영은 다른 핸드폰의 진동을 감지하고 얼른 주머니에서 꺼냈다.그 번호를 본 순간, 하영은 자신도 모르게 멍해졌다.그동안 하영은 이미 인나의 핸드폰 번호를 능숙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그녀는 요 며칠 인나를 찾으려고 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인나가 먼저 문자를 보낼 줄이야.‘그나저나, 인나가 현욱 씨와 이미 연락이 닿은 건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내 새로운 번호가 있을 수 있지?’생각하며 하영은 문자를 클릭했다.[하영아, 나 인나야.]하영은 재빨리 답장했다.[응, 알아. 인나야, 잘 지내고 있었어?][난 괜찮아, 너는? 몸은 좀 어때?]하영은 코끝이 찡했다.[몸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마음은 텅 빈 것 같아.]문자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