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진석은 너무 신중하고 조신한 사람이었기에 하영은 너무 티 나게 표현할 수 없었다.그래서 하영은 아무런 감정도 없을 정도로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신 마음대로 해요.”“응.” 진석은 일어서며 말했다. “3일 후에 내가 와서 퇴원 수속 밟아줄게.”병실을 떠난 후, 앨리는 이미 시체를 처리하고 다시 돌아왔다.그녀는 병실을 바라보더니 또 진석을 바라보았다.“형욱 선생님, 이 여자는...”앨리는 말을 하다가 즉시 멈추었다. 왜냐하면 진석이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기 때문이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진석이 물었다.앨리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용기를 내어 말했다.“선생님, 이 여자는 선생님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데, 왜 제거하시지 않는 것입니까?”‘왜 제거를 안 하냐고?’진석은 눈을 드리웠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하영이 총에 맞은 것을 본 순간부터 진석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하영을 놓아주고 싶지 않은 건가?’‘아니야, 절대로 아닐 거야.’진석은 하영을 이용하고 싶을 뿐, 그녀에게 전혀 다른 감정이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마음이 왜 이렇게 당황스러운 거지?’그래서 지금까지 하영을 남겨둔 것도 단지 자신을 당황하게 만드는 원인을 찾기 위해 서일뿐이었다.진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앨리, 네가 할 일이나 잘해.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니까.”“선생님!”앨리는 다급해졌다. “계속 이 여자를 가둘 수 없다면, 정말 큰일 생길지도 모릅니다.”“넌 내 결정을 간섭할 자격이 없어!”진석은 차갑게 경고했다.“선생님, 설마 이 여자를 사랑하기라도 하시는 겁니까?”진석은 부드러운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넌 오늘 말이 너무 많아!”앨리는 매우 걱정했다.“선생님은 여기까지 올라오시려고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으니 반드시 신중하게 행동하셔야 합니다.”“앨리, 입 다물어!” 진석은 싸늘하게 소리를 냈다.앨리는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입을 닫았다.진석이 다리를 들고 떠나자, 앨
“넌 이 일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어!”현욱은 기범을 노려보았다.“부진석은 이미 유준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으니 또 어떻게 우리를 신경 쓰겠어??”기범은 의기소침해졌다.“그럼 어떡하라고? 며칠이나 지났는데, 우린 돌파구를 아예 찾지 못했잖아!”현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일단 하영 씨부터 만나야 할 것 같아.”“하영 씨를?” 기범은 이해하지 못했다.“어떻게?”“생각해 봐야지!”현욱이 말했다.“우리 지금 하영 씨를 구하려고만 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어. 문제는 하영 씨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렸으니까.”기범은 멍해졌다.“하영 씨가 부진석의 곁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현욱이 말했다.“너라면 복수하고 싶지 않겠어?”“그걸 말이라고!” 기범은 어이가 없었다.현욱은 기범을 응시했다.“그러니까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영 씨를 배합해야 한다는 거야. 하영 씨가 부진석의 곁에 남는다면, 꼭 부진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럼 우리가 여기서 죽어라 방법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이렇게 말하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것 같아.”기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현욱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맞다, 소희원이 있잖아!”기범은 멍하니 현욱을 바라보았다. “뭐?”현욱은 무척 후회했다.“왜 진작에 소희원을 찾지 않았지! 소희원이라면 우리가 하영 씨와 연락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어!”“부진석에 의해 갇히지 않은 거야?”“아니.” 현욱이 대답했다.“소진호 아저씨는 부진석이 아이들과 아주머니만 가뒀다고 했어.”“그럼 너한테 소희원의 연락처는 있는 거야?” 기범은 흥분했다.“빨리 연락해 봐!”“일단 아저씨에게 연락해 볼게!”몇 분 후, 현욱은 소희원의 전화를 알아냈다.번호를 누른 후, 소희원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현욱은 얼른 입을 열었다.“소희원?”소희원은 멍해졌다. “당신은... 현욱 오빠?”“응.” 현욱이 말했다
소희원이 대답했다.“그래요, 알았어요.”기범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희원아, 그럼 너 지금 뭐 하고 있어?”소희원은 생각해 보았다.“난 계속 부진석을 미행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날 발견하지 못했으니까.”“그래.” 기범이 말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나와 현욱에게 연락해. 우리가 도와줄게.”소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범과 연락처를 교환한 다음 아파트를 떠났다.그날 오후, 소희원은 하영에게 몰래 휴대전화를 가져다주었다.핸드폰을 받은 순간, 하영은 멍하니 소희원을 바라보았다.소희원이 말했다.“현욱 오빠와 기범 오빠가 연락하고 싶어서 그래요. 이 휴대전화는 들키지 않도록 잘 숨겨둬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희원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는데.”소희원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말해요, 난 너무 오래 머물 수 없어요.”“캐리의 시체는...” 하영의 눈빛에는 고통이 서려 있었다.소희원은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아빠가 이미 뒷일을 잘 처리하셨으니 안심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삼촌도 수고가 참 많으셔.”“언니가 죽으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고생을 하지 않을 거예요.”소희원이 중얼거리며 말했다.“핸드폰에 내 연락처도 있어요. 다음으로 난 계속 부진석을 미행할 거니까 무슨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요.”하영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직 한마디밖에 하지 못했다.“항상 조심하고.”소희원은 멈칫하더니 얼굴이 따라서 빨개졌다.“병,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이 지금 누굴 걱정하는 거예요!”말을 마치자, 소희원은 어색하게 몸을 돌려 떠났다.소희원은 비록 겉으론 도도해 보이고 성격이 까다롭지만 마음은 여전히 매우 착했다.그렇지 않으면 매번 위험을 무릅쓰고 하영을 보러 올 리가 없었다.소희원이 떠난 후, 하영은 이불 속에 숨어 현욱의 번호에 문자를 보냈다.[강하영이에요.]한편, 현욱은 가장 먼저 문자를 확인했다.하영이 자신에게 연락하는 것을 보고 그는 얼
[세준아, 엄마야.]밥을 먹고 있던 세준은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냈는데, 낯선 번호로 온 문자인 것을 보고 얼른 클릭했다.그리고 문자 내용을 보자, 세준이 손에 든 젓가락은 툭 하고 탁자 위에 떨어졌다.이 소리는 희민의 시선을 끌었다.“왜 그래, 세준아?”세준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경호원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냥 뉴스 하나를 봤을 뿐이야.”희민은 영문을 몰랐다. 정말 뉴스를 봤다면 세준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희민은 세준이 지금 말하기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세준은 작은 손을 떨며 하영의 문자에 답장했다.[엄마... 몸은 좀 괜찮아요?!]답장을 받자, 하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괜찮아. 세준아, 너희들은 어때?][우리는 이미 진외할머니 집에 있어요. 핸드폰도 우리에게 돌려주었지만, 전에 쓰던 핸드폰에 감시 앱이 있을 것 같아서 몰래 새 것으로 바꿨어요.][응,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 그 사람들은 너희들을 다치게 한 적 없어?][아니요, 그냥 많은 경호원들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어요. 엄마, 앞으로 더 이상 자살하지 마세요.]하영은 가슴이 조여왔다. 그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미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큰 상처를 입혔다.하영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답장했다.[미안해. 멍청한 엄마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 많아.][괜찮아요, 엄마. 엄마만 무사하면 우리도 이제 안심할 수 있어요. 나와 희민이는 이미 이모에게 연락해서 컴퓨터를 준비해달라고 했어요.][우린 가능한 한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부진석 아저씨의 범죄 증거를 찾고, 엄마를 구해낼 거예요!][이 일은 그리 쉽지 않으니 너무 경솔하게 움직이지 마.]세준은 또 어떻게 경솔하게 움직일 수 있겠는가?세준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직 진석의 손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하고 또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그러나 하영이 이렇게 말한 이상, 세준도 반박
진석은 앞에 가득 쌓여 있는 서류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이튿날에 불과했지만 해약 계약서는 이미 십여 건에 달했다.‘정유준은 참 좋은 파트너들을 만났군!’진석이 말했다.“앞으로 이런 서류는 더 이상 가져다줄 필요 없어. 그들더러 직접 배상하라고 하면 되니까!”“그들은 배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시원이 귀띔했다.“그들은 심지어 부 대표님께서 돈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정 대표님과 계약을 했을 뿐, 부 대표님과 계약을 한 것이 아니니까요. 계약 기간 동안 그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함부로 갑측을 변경하면, 그들은 계약 위반으로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진석은 서류를 쳐다보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는 앞에 있는 서류를 받더니 한 번 훑어보았다.그리고 단번에 배씨 가문에서 온 계약 종료 계약서를 보았다.진석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이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군!’‘김제에서의 내 지위를 확고히 하려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아.’진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가면 MK는 짧은 시간으로 망할 것이다.‘김제에서 명문 가문에 배경이 있는 여자를 찾아 내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할 것 같은데.’김제에서 정씨 가문, 배씨 가문과 소씨 가문을 제외하면, 그 다음이 바로 주씨 가문이었다.‘주씨 가문... 그리고 배현욱...’생각하면서 진석은 표정이 점차 풀렸다.‘이제 주씨 가문을 좀 도와줘야지.’사흘 후.진석은 병원에 가서 하영을 데리고 퇴원했다.하영은 휠체어에 앉았고, 진석은 뒤에서 천천히 그녀를 밀며 병원을 나섰다.병원 입구에는 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는데, 그 광경에 하영은 한동안 멍해졌다.‘만약 부진석이 내 뒤에 있지 않았다면... 유준 씨가 돌아온 줄 알았네.’‘그 남자도 많은 경호원을 데리고 나가서 일 처리를 했지.’하영은 가슴이 시큰해지더니 은은하게 아팠고, 눈을 들어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지금 아직 살아있는 거 맞죠?’‘당신은 그
하영은 하얗게 질린 입술을 떨었다.“언제 적 일이죠?”남자가 말했다.“꽤 오래됐습니다. 정 대표님은 저희에게 가능한 한 빨리 완공하라고 하셔서 제 밑의 직원들은 모두 밤낮없이 일을 했습니다.”하영은 문득 유준에게 불만을 늘어놓은 그날을 떠올렸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사 오길래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거죠?”“이 별장의 주인은 틀림없이 무슨 괴벽이 있을 거예요.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밤낮 가리지 않고 돌아치게 하다니.”‘그때 유준 씨의 표정은 어땠지?’‘난 왜 잘 관찰하지 않았을까?’바람이 스치자, 하영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떨어졌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남은 비용을 지불할 테니, 열쇠를 나에게 줘요.”남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아가씨!”“감사할 필요 없어요.”하영은 진석을 바라보았다.“내 핸드폰 돌려줘요.”진석은 고개를 돌려 경호원을 바라보았고, 경호원은 즉시 휴대전화를 하영에게 돌려주었다.하영은 잔금을 지불한 다음, 남자의 열쇠를 받았다.남자가 떠난 후, 하영은 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들어가서 한 번 보고 싶은데, 시간 좀 줘요.”진석이 대답했다.“응.”하영은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하영은 문에 달린 자물쇠를 바라보았다.하영은 손을 내밀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일을 입력했고, ‘틱’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하영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꾹 참고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아늑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1층은 모든 방이 뚫려 커다란 거실로 되었고, 거실 구석에는 세희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딱 맞는 소파와 장식품이 놓여 있었다.하영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세희가 기뻐해 하며 세준과 희민의 손을 잡고 거실에서 놀고 있는 화면이 떠올랐다.그리고 그녀는 유준과 소파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을 보고 있었다.아름답던 이 모든 것은 지금 모두 허사가 되었다.심장에서 강렬하고 따끔한
잠시 바라보다 하영의 시선은 거즈로 감싼 앨리의 왼손에 떨어졌다.심지어 피까지 나고 있었다.잠시 후, 하영은 시선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하영아.”이때 진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차갑게 진석을 바라보며 그가 계속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앞으로 난 앨리를 이 별장에 남겨둘 거야. 그리고 가정부를 찾아 네 일상을 돌보게 할 것이고.”하영은 차갑게 웃으며 진석을 바라보았다.“날 언제까지 가둘 예정이죠?”“널 가둘 생각 없어.”진석이 말했다.“나가고 싶다면 앨리랑 같이 나가.”“날 감시하는 거예요?” 하영은 코웃음을 쳤다.“당신에게 있어 내가 범인과 별 차이가 없을 줄은 몰랐네요.”“아니야, 난 단지 네 안전을 고려하고 있을 뿐이야.”“날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사람은 이 말을 할 자격이 없어요!”말을 마치자, 하영은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방으로 돌아온 하영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그것은 오직 유준에게서 나는 특별한 향기였다.옷방에 들어가니, 유준의 옷은 여전히 가득 걸려 있었다.하영은 유준의 옷을 가볍게 만지며 천천히 스쳤다.‘유준 씨는 꼭 돌아올 수 있을 거야!’잠시 후, 하영은 침실을 나섰다.그리고 맞은편의 방을 보며 하영의 눈 밑에는 슬픔이 묻어났다.캐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배웅하지 못했다. 내일, 하영은 산소에 가서 캐리를 보고 싶었다.생각하던 중, 하영은 문을 밀고 들어가려 했는데, 계단에서 두 사람이 낮은 소리로 대화하는 것이 들려왔다.“선생님, 이미 수속을 다 밟았으니, 내일이면 주민 아가씨가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경호원의 말에 하영은 순식간에 몸이 굳어졌다.‘내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방금 경호원은 분명 주민이라고 했어!’‘부진석은 지금 주민을 꺼낼 작정인가? 왜?!’‘인나는 부진석을 다치게 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지금 인나까지 괴롭히려는 건가?!’하영은 참지 못하고 화가 난 채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러나 계단을
하영이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진석은 별장을 나가려던 참이었다.“잠깐만요.” 하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진석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진석의 부드럽고 잘생긴 얼굴이 하영의 눈에 들어왔다.순간, 하영은 멍해졌다.마치 두 사람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그들은 비밀이 없는 절친이었다.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일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하영은 손을 꼭 쥐었다.“왜 주민을 구하려는 거죠?”진석은 몸을 돌려 하영을 마주했다.“하영아, 나도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주민은 인나로 하여금 에이즈에 걸리게 한 범인이에요! 왜 굳이 인나에게 고통을 주려는 거죠?!”“하영아.” 진석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일일이 신경 쓸 순 없어. 난 단지 나에게 유리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야.”하영은 차갑게 비꼬았다.“그럼 당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것은, 내가 당신에게 아직 쓸모가 있단 말인가요?”진석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실 이 문제에 대해 그도 잘 몰랐다.그렇게 진석은 하영에게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서 별장을 떠났다.방으로 돌아온 하영은 현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하영의 문자를 보자, 현욱은 화병으로 죽을 뻔했다.그는 바로 하영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기범은 얼른 말렸다.“너 미쳤어? 하영 씨에게 전화를 하다니?” 기범이 다급하게 말렸다.현욱은 눈빛에서 분노가 묻어났다.“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야지! 주민 나오면 안 돼! 절대로 안 돼!”“네가 못 나오게 한다고 주민이 못 나오는 거야?”기범은 계속했다.“부진석은 경찰서 쪽에 사람이 있을 거야. 그래서 이렇게 쉽게 주민을 꺼낼 수 있는 거라고! 만약 정말 주민을 나오게 하고 싶지 않다면, 전에 유준이 시킨 대로 해!”현욱은 멈칫하더니 기범을 바라보았다.“우리 부모님을 찾아가라고?”기범은 고개를 끄덕였다.“주민이 아직 나오지 못한 틈을 타서 빨리 네 아버지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