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일부러 모른척했다.“응? 무슨 뉴스요?” 예준은 가볍게 웃었다.“하영아, 오빠가 너 모를 것 같아? MK의 일이 얼마나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네가 모를 리가 없지.”하영은 웃으며 말했다.“봤어요, 정창만이 끌려간 것도.”“하지만 그리 기쁘지 않은 것 같아.”예준이 말했다.“어떻게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영은 한숨을 쉬었다.“오빠, 사실 난 친부모님을 본 적이 없으니 감정이 별로 없거든요. 그러나 정창만이 제재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단지 부모님의 친딸로서 그렇게 해야 했기 때문이에요.”예준은 잠시 침묵했다.“알아. 나도 이렇게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오빠.” 하영이 말했다.“기뻐해야 할 사람은 오빠, 삼촌과 숙모예요.”“참, 너 삼촌과 숙모랑 연락 안 한 지 오래 됐겠지?”예준이 말했다.“이 일은 유준이 도와서 해결했고, 너희 두 사람도 화해했으니 만나서 식사 한 번 하자.”하영은 시간을 보았다.“그래요. 그럼 오빠가 정해요.”“그럼 토요일로 정하지, 아이들도 같이.”“좋아요.”오후 무렵, 하영은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데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회사를 나서자마자 익숙한 마이바흐가 문 앞에 멈춰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다가가자, 운전석에 있던 시원도 차에서 내렸다.그는 하영 앞으로 가서 차 문을 열어주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함께 아이들 데리러 가자고 하셨습니다.”‘함께 아이들 하교시킨다고?’하영은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인사도 없이 이렇게 나타났으니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게 분명해.’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탔고, 두 눈을 감으며 쉬고 있는 유준을 바라보았다.“다른 일이 있는 거예요?”유준은 천천히 눈을 뜨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여자들은 촉이 엄청 좋나 봐?”하영은 빙그레 웃었다.“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내 촉은 원래 좋았어요.”유준은 하영의 손을 잡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너, 오늘 내 계획에 만족하지 않은 것 같아.”하영은 유준의 품에
인나의 문자를 보며, 하영은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유준은 단번에 인나가 보낸 문자를 보았다. 물어보려던 참에 그의 핸드폰도 울렸다.핸드폰을 꺼내 살펴보니, 역시 인나가 보낸 것이었다.그것은 사직서였다. 그리고 아래는 그녀가 이미 편집한 말이 하나 더 있었다.[대표님, 그동안 절 많이 보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 저는 그 어떤 직무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대표님께서 제가 떠나는 것을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영은 제 가장 친한 친구이니, 그녀에게 모든 부드러움과 사랑을 가져다주시며 그녀의 인생이 아쉬움으로 가득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랍니다.]다 보고 나서 유준은 핸드폰을 하영에게 건네주었다.하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유준을 바라보았다.“인나 씨의 문자야, 봐봐.”하영은 받아서 인나의 문자를 본 다음, 바로 눈물이 터졌다. 그녀는 계속 눈물을 닦으며 가슴이 답답하여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어디로 간다고 말했어?”유준은 휴지를 꺼내 하영에게 건네주었다. 이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유준은 침묵했다.이 일은 인나뿐만 아니라 현욱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사랑하는 사람이 말없이 떠나 감감무소식으로 된 그 고통을, 유준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6시, 유준과 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크로빌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문을 나서서 시원더러 경찰서로 가라고 했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하영은 유준이 자신을 데리고 정창만을 만나러 가려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그녀는 그 사람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하영은 어떻게 해야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때 시원이 먼저 말했다.“대표님, 잠깐 드릴 말씀이 좀 있는데.”유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 하영에게 말했다.“차 안에서 나 기다리고 있어.”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정창만은 들은 체 만 체 하며 여전히 노호했다.“심지어 이 천한 여자를 데리고 날 찾아오다니, 날 아예 안중에 두지도 않았구나?! 빨리 가서 변호사 찾지 않고 뭐해?! 날 빨리 꺼내라고! 계속 그렇게 멍하니 서 있을 거야?!”‘천한 여자’라는 말에, 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준은 정창만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만약 다시 이런 말로 하영을 부른다면, 당신이 들어간 후에 전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잘 ‘부탁’할지도 몰라요!”자신의 아들에게 멱살 잡히자, 정창만의 늙은 얼굴은 비할 데 없이 붉어졌다.“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으니 왜 감옥에 들어가겠어!? 넌 어쩜 이리 어리석게도 그딴 헛소문을 믿는 거야!?”유준은 정창만에게 다가갔다.“헛소문? 제가 직접 들은 일인데, 그게 어떻게 헛소문일 수 있겠어요?”이 말을 듣고 정창만은 그제야 깨달았다.“너였어?! 네가 내 서재에 도청기를 설치한 거야?!!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내 서재의 보안 시스템이 얼마나 엄밀한데, 네가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지?!”이 말을 듣고, 하영은 즉시 유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유준이 아이들의 일을 폭로할까 봐 불안했다.비록 정창만은 앞으로 감옥에 갈 것이지만, 그래도 하영은 경계를 해야 했다!하영이 유준에게 어떻게 귀띔해야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 유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딴 보안 시스템으로 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너무 자신만만하시네. MK에 얼마나 많은 최고급 해커들이 있는데, 당신은 그 사람들을 뭘로 보고!”하영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내가 괜한 쓸데없는 걱정을 했군.’‘유준 씨가 얼마나 총명한데, 어떻게 아이들을 말할 수 있겠어.’정창만의 얼굴은 새파랗기 그지없었고, 그의 눈빛은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영에게 떨어졌다.“하!” 정창만은 크게 웃었다.“이 여자에게 홀딱 빠졌구나!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다니!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정창만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주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빌어먹을 자식! 대체 뭐 하고 싶은 거야?!!!”“전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마지막으로 1분만 드리겠어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다면, 그 결과가 무엇인지, 당신이 스스로 생각해 봐요.”말이 떨어지자, 휴대전화 화면에는 호진이 설정한 카운트다운이 나타났다.시간이 1분1초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정창만의 이마에는 땀까지 배어 나왔다.그는 유준이 손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마지막 10초 남을 때, 호진은 갑자기 휴대전화를 내려놓더니 총 한 자루를 꺼내 정주원의 머리를 겨누었다.이 장면을 보자, 정창만은 온몸을 벌벌 떨었다.“말할게! 말한다고!! 그 총 내려놔! 내려놔!!”“호진아.”“네, 대표님!”호진은 총을 다시 내려놓았다.정창만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마음이 놓였다.그의 시선은 또다시 하영에게 떨어졌고, 하영은 고운 눈썹을 찌푸렸다.“그 당시 네 아버지와 내가 한 지역을 두고 입찰을 참가했는데, 동시에 다른 두 회사의 사장도 참가했어.그 두 사람은 오히려 눈치가 있더군. 내가 돈을 좀 주니까 바로 입찰에서 물러난 거야. 그러나 네 아버지는 고집이 얼마나 센지! 심지어 계속 나와 경쟁하려고 했어! 용기는 있지만, 양보가 무엇인지 조금도 모르는 인간이었어. 내가 죽였다고?! 흥, 네 아버지는 머리가 없어서 죽은 거야! 상대가 누구인지 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덤비다니!”정창만의 말을 듣고 하영은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그래서 내 아버지를 죽인 거예요?!”하영은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당신 그러고도 사람이에요?!”“내가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도, 네 아버지의 성격으로는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손에 죽을 거야!”정창만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김제가 만만한 곳인 것 같아? 여기는 영원히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야! 너희들은 정말 그 사람 시체라도 찾을 수 있었단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하영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정창만은 세게 얻어맞는 바람에 입가에서 피가 났다.하영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정창만이 말은 마치 악마의 목소리처럼 줄곧 그녀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정주원과 유준 씨는 모두 그의 아들이었지만 이토록 정주원의 편만 들다니!’‘이 사람에게 있어 아주머니는 그렇게도 비천한 사람이란 말인가?’‘심지어 웃으며 아주머니가 단지 정주원의 장난감일 뿐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다니!’이때, 취조실 밖에서 경찰 몇 명이 뛰어 들어왔다.그들은 분노한 유준을 강제로 떼어내며 즉시 정창만을 데려갔다.하영은 그런 유준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그 잘생긴 얼굴에는 그녀가 본 적이 없는 고통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유준의 새빨간 두 눈동자에는 원한과 살의가 가득 차 있었다.하영은 다가가서 유준을 안아주고 싶었고, 또 그에게 자신은 영원히 그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하영의 두 다리는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하영은 유준의 고통을 몸소 느낄 수 없었으니 또 어떻게 그를 위로할 수 있겠는가?경찰서에서 나온 후, 유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아크로빌에 도착한 후, 유준은 곧바로 하영의 서재에 들어가 문을 잠갔고, 하영조차도 들어갈 수 없었다.아이들은 호기심에 하영의 방으로 달려가 유준의 상황을 물었다.세희는 하영의 두 다리에 엎드려 앳된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아빠 왜 그래요?”하영은 복잡한 마음으로 세희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아빠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니 우리 아빠 방해하지 말자. 알았지?”세준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나쁜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아빠랑 경찰서에 가지 않았어요? 거기서 할아버지가 아빠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하신 거예요?”희민이 물었다.하영은 그 더럽고 복잡한 일을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완곡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우린 경찰서에 갔고, 갈등도 좀 있었지만, 엄마는 너희들에게 설명할 수 없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빠가 진정하
하영은 멈칫했다. ‘현욱 씨가 어떻게?’그녀는 눈을 들어 서재를 바라보았다.‘하긴, 유준 씨가 있으니 알아낸 것도 당연하지.’하영은 대답했다.“맞아요.”“그럼 하영 씨 좀 만날 수 있을까요?” 현욱이 물었다.하영은 잠시 생각했다.“그래요, 지금 어디예요?”“하영 씨 집 앞이에요.”하영은 창밖을 내다보았다.‘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현욱 씨가 찾아왔다니??’“알았어요,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하영은 과일을 창턱에 놓은 다음,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별장을 나서자, 그녀는 큰 비속에 서 있는 현욱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온몸은 이미 흠뻑 젖었다.겨우 며칠 밖에 안 됐지만, 현욱의 잘생긴 얼굴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유난히 의기소침해 보였다.봄비는 살을 에는 듯이 추웠다.하영은 현욱이 언제부터 여기에 서 있었는지 몰랐다.그녀는 우산을 펴고 빠른 걸음으로 현욱의 곁으로 가서 말했다.“현욱 씨, 들어가서 말해요. 밖에 비가 너무 많이 오잖아요!”현욱은 핏발이 서린 눈동자를 천천히 들었다.“인나 씨 에이즈에 걸린 거예요? 그래요?”하영은 자기도 모르게 우산 손잡이를 꽉 잡았다. “맞아요.”“설마 밖에서 남자 만나고 다녔어요?”현욱이 차갑게 물었다.하영의 표정은 걱정에서 엄숙함으로 변했다.“배현욱 씨, 왜 인나를 그런 사람으로 의심하는 거죠?!”“그럼 말해봐요, 인나 씨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현욱은 목소리가 떨렸다.그의 얼굴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 그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나도 인나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현욱 씨는 인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예요?”“그럼 그런 여자가 아닌 이상, 왜 나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은 거죠?”현욱은 비통하게 물었다.“그동안 인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 거예요? 두 사람 사고 친 그날, 현욱 씨는 인나가 처음으로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그래서요?” 현욱은 점차 눈시울을 붉혔다.“그러나 인
하영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현욱 씨는 확실히 큰비에 흠뻑 젖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아.’현욱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하영 씨, 핸드폰 좀 빌려줄래요?”하영은 거절했다.“현욱 씨가 똑똑히 생각하기 전까지, 인나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그리고 인나의 현재 상황을 도대체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봐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인나와 함께 질병의 고통을 견딜 수 있어요? 인나가 현욱 씨를 떠난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현욱 씨에게 전염될까 봐. 하지만 현욱 씨, 정말 너무 실망스럽네요.”현욱은 흐느낄 정도로 울며 애원했다.“그래도 인나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떻게 됐는지부터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제발요.”하영은 다시 거절했다.“안 돼요. 현욱 씨, 여기서 애원하는 것보다,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요. 인나는 결코 우연히 이런 병에 걸린 게 아니에요. 내가 보기에 이것은 음모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두 사람 함께 있을 때, 인나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잘 생각해 봐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몸을 돌려 별장으로 들어갔고, 현욱 혼자 정원에 서서 비를 맞으며 통곡하도록 내버려두었다.지금 현욱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이성만이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똑똑히 생각하게 할 수 있었으니까.위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준은 이미 서재에서 나왔다.2층에는 짙은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하영은 숨을 참으며 침실로 가서 유준을 찾았다.욕실에서 물소리가 나자, 하영은 소파에 앉아 유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30분 후, 유준은 목욕 수건을 두른 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하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찬물로 씻었어요?”유준은 입술을 오므렸다.“응.”하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른 목욕가운을 들고 유준에게 다가갔다.유준에게 옷을 걸치는 순간, 하영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지금 얼마나 추운데. 찬물로 씻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요!”“괜찮아.” 유
정주원은 노발대발하며 호진을 노려보았다.“내 핸드폰을 가져간 거야?!”“네!”“돌려줘!” 정주원은 성큼성큼 호진 앞으로 걸어갔다.“그거 내 거야!”호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대표님께서는 지금 큰 도련님이 외부와 그 어떤 연락을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대체 왜?!” 정주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 아버지한테 연락할 테니까, 정유준더러 빨리 오라고 해!”“죄송하지만 도련님, 어르신은 이미 경찰서에 잡혀가셨습니다!”이 말을 듣고 정주원은 멈칫했다.“뭐라고?!”호진은 다시 한번 설명했다.“어르신은 살인 혐의로 대표님에 의해 경찰서로 압송되었습니다!”‘살인??’‘경찰서?!’정주원은 머리가 새하얘졌다.‘어떻게 이럴 수가?!’정주원은 호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건 정유준의 음모야! 내 아버지를 모함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쓴 거지? 정말 짐승보다도 못한 놈이야! 이런 일조차 저지를 수 있다니! 누구 천한 여자가 낳은 잡종 아니랄까 봐!”호진은 정주원의 말이 듣기 거북하다고 느꼈다.“큰 도련님, 어르신이 잡혀간 이유는 20여 년 전에 사람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또 집사를 죽이셨고요! 이 모든 것은 어르신이 스스로 저지른 것이지 대표님과는 무관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정주원은 호진의 얼굴에 뺨을 세게 때렸다.그의 얼굴은 이미 예전처럼 온화하지 않았고 오직 악독함 밖에 없었다.“너 입 닥쳐! 넌 정유준의 개니까 당연히 그 자식 편을 들겠지! 가서 정유준 불러와!”호진은 이를 악물었다.“대표님의 명령 없이 저는 절대로 당신의 그 어떤 요구도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밤 10시.하영이 목욕을 마치고 막 잠자리에 들어 쉬려고 할 때, 유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는 일어나서 핸드폰을 들었고, 경호원의 전화인 것을 보고 즉시 받았다.그리고 곧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큰 도련님이 계속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호진은 감히 대표님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